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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픈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페이지. 전통매체의 넥스트 비즈니스인 디지털 콘텐츠 구독모델의 시금석일지 또다른 기약없는 '포털 종속'의 거처가 될 것인지... 

네이버 '유료 구독모델' 제안내용이 뉴스 기반의 미디어 기업에 공유된 것은 작년 11월 전후 시점이다. 그리고 지난 13일 네이버의 정책변화 등 우여곡절 끝에 베타 버전의 '프리미엄콘텐츠'(https://contents.premium.naver.com/)가 공개됐다. 네이버는 언론사를 비롯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과금-결제-이용자 데이터 등의 인프라를 지원한다. 

네이버 이용자는 콘텐츠 제작자(Contents Provider, CP)에 따라 언론사 홈, 포스트, TV를 비롯 '프리미엄 콘텐츠' 메뉴와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페이지에서 유료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베타 테스트에는 25개 채널이 문을 열었다(표 참조). 이중 대형 일간지는 8곳(계열사, 매거진 등 포함)에서 총  13개 채널이다. 전문성이 짙은 글로벌 경영전문지를 보유한 <동아일보>와 온라인 기반으로 창간했던 <머니투데이>가 각각 3개 채널을 운영한다. <머니투데이>는 '소설' 채널을 개설해 이채롭다.

조선일보는 본지, 계열 콘텐츠 법인에서 각각 1개 채널로 총 2개 상품을 내놨다. 나머지 5개 언론사는 각 1개 채널을 개설했다. 곧 전면적인 후원모델을 시행하는 <한겨레>는 본지는 참여하지 않고 자회사가 서비스하는 인터넷신문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참여했다. 한경과 매경은 경제용어와 배경상식을 검증하는 공인시험 문제를 기반으로 한 채널을 공개했다. 

신문사와 그 계열사 참여현황. 평균 구독요금은 5000원 안팎이다. '반신반의'의 시선으로 보는 건 네이버 유료 구독모델 만이 아니다.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뚜껑을 열고 보니 실제 전통매체에서 신문 뉴스조직의 취재 기자 참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 계열 매거진과 부설기관 등이 주로 콘텐츠 생산과 편집을 맡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편집국 전담기자가 글로벌 경제이슈, 시사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구독 요금은 최소 2900원에서 최대 19900원으로 평균 구독요금은 5000원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네이버 페이 정기구독 요금 4900원을 참조했다"면서 "적정한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채널 운영 이슈는 일부 언론사 내부에서는 정돈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상품 '판매자'인 언론사는 스마트스토어 채널 담당자처럼 '톡톡 문의'에 답변하는 등 고객 대응(CS)도 해야 한다. 이날 한 대형 신문사 관계자는 "올 초부터 자체 유료화 계획을 검토하고 있어 네이버에 매달리기는 어렵다"면서 "아직도 운영주체를 놓고 협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전문지나 인터넷 미디어들은 다소 공을 들인 모양새다. 총 10개 매체가 12개 채널을 개설했다. 글로벌 IT뉴스 채널인 <더밀크>와 <Fun IT>, <순살브리핑> 등은 '글로벌 시장'의 경제, 테크 정보를 제공한다. 모두 뉴스레터를 운영 중인 곳들이고 자체채널을 운영 중이다.

예술, 인문학 분야를 다루는 '아홉시', 북 리뷰 채널인 '북저널리즘'과 '서울리뷰오브북스'도 눈길을 끈다. 기존 채널에서 네이버 플랫폼으로 진입해 '유료화'에 도전한다. 부동산 뉴스레터 '부딩', 문화와 마케팅 분야를 다루는 '캐릿'은 밀레니얼 대상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인터넷신문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주요 기자 필진이 담당하는 '오늘의 외쿡신문'(글로벌 경제뉴스)과 '커머스BN'(유통 물류시장 등)을, 전문 매거진 <디자인하우스>는 행복이 가득한 집, 월간 디자인의 콘텐츠 채널을 열었다.  

소규모 종이신문, 전문 매거진, 인터넷신문, 콘텐츠기업의 참여 현황. 이들 진영은 네이버 유료 구독모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유료 구독모델에 나선 온라인미디어군의 구독요금은 최소 4300원에서 최대 19900원으로 책정됐다. 평균 구독요금은 약 8220원 선으로 전통매체 군보다 3000원 정도 더 비싼 편이다. '북저널리즘'은 25개 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건별 결제(1200원) 과금제를 적용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홈페이지 유료구독(25000원)의 라이트 버전이다.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사람들은 구독한다"며 큰 기대감을 피력했다. 손 대표는 "<더밀크>의 구독자 유입경로를 살펴보면 '네이버 효과'가 크다. 이들 가운데 유료구독 전환율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고 밝혔다.

또 손 대표는 "네이버는 결제 편의성이나 이용자 규모 측면에서나 콘텐츠 사업자에게 좋은 채널이 맞다"라면서 "기존 언론사도 콘텐츠를 무료로 풀 것이 아니라 유통정책을 정비하면서 네이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관전 포인트는 첫째, 기자가 '프리미엄콘텐츠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의 유료 구독자수에 눈길이 쏠린다. 대부분은 기존 콘텐츠를 재구성하거나 전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고민을 갖고 접근한 셈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선 언론사 대응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둘째, 아직 두드러진 것은 아니지만 오디오, 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포맷의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 호응이다. 네이버는 이들 포맷의 상품설계가 가능한 시스템을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는 영상을 페이지에 삽입할 수 있는 정도다. 텍스트를 넘어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흐름이 이뤄질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셋째, 전문지의 가능성이다.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향 뉴스레터나 인사이트 있는 정보를 내세웠다. 철지난 것으로 보이던 '서평 기사'나 심오한 인문학 배경의 콘텐츠가 네이버에서 소구력이 있을지 주목된다. 

넷째. 대형 신문사 등 대부분의 CP는 경제 콘텐츠에 방점을 찍었다. 부동산 재테크 해외시장 정보를 앞다퉈 내놨다.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들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지만 실제 유료로 구독할지는 미지수다. '경제' 콘텐츠의 최대 검증무대다.

다섯째, 수백만 명의 구독설정자수가 있는 언론사 홈의 실제 가치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 구독설정자들의 10%는 언론사 홈에 들어와 뉴스를 본다. 지불의사를 갖게 될 집단이다"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유료 구독모델은 언론사를 구체적으로 바꾸는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네이버 뉴스 생태계는 전통매체 뉴스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압도적인 만큼 '유료 구독모델'의 후광이 클 수 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첫째, 뉴스를 '제품'으로 다루는 인식 형성이다. 그간 언론사의 뉴스는 일방성의 '끝판왕'이었다. 시장의 평가나 호응을 참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최소한 자사의 콘텐츠가 팔리느냐 팔리지 않느냐, 어떤 콘텐츠가 주목받느냐는 것으로 뉴스를 해석할 수 있는 무대가 생겼다. 

둘째, 이용자 구독 데이터를 학습한다. 이것은 '고객'에 대한 뚜렷한 '상'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데이터가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따라 뉴스 기획, 생산과 배포 등의 업무가 디자인될 수 있다.

셋째, 구독모델 도입에 대한 자각이 이어질 수 있다. '뉴스 유료화'는 대다수 언론사에서 강 건너의 일이었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이뤄지는 유료구독의 흐름은 쓰나미로 되돌아올 수 있다. 물론 각 언론사가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에 의해서 그 반응속도와 깊이는 다를 수 있다. 

부정적 요소도 있다. 첫째, 자사 구독환경 인프라는 정체되는 반면 네이버에 더 기대는 점이다. 현재 구독모델 더 나아가 유료화에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곳은 신문사 기준 2~3곳 정도다. 이들 매체도 심도가 깊다고 할 수는 없다. 나머지 언론사들은 고민도, 여건도 부족한 실정이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가 잘 돼도, 안 돼도 '네이버 종속'은 남는다.

둘째, 언론사 경쟁국면의 왜소화다. 모든 매체가 동일한 경쟁환경에 놓인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건 역시 '따라하기'다. '효율'에 매달린다. 결국 질 경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되고 이용자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구독모델' 회의론에 빠질 수 있다. "어차피 안 되는 일이었다"며 남탓을 할 수 있다. 언론사의 넥스트 비즈니스는 물 건너 갈 수 있다. 한 중앙일간지 관계자는 "'프리미엄콘텐츠'에서 전통매체의 존재감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넷째, 본질적인 비관론은 언론사 간 유료 구독모델 경쟁의 내용에 있다. 현재 언론사가 내놓은 콘텐츠는 천편일률적인 지식정보다. 독자에 대한 조사도 생략돼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진정한 혁신은 '저널리즘 쇄신'인데 이 길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대형 신문사와 네이버 이용자간 '관계'라는 건 '구독자설정자수'라는 정량적 통계로만 존재한다. 물론 설정자에서 '충성 고객'을 만들어내는 건 언론사의 노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그러나 소통과 평판 개선 등 다양한 독자관계 이슈도 중요하다. 

벌써부터 네이버 역할론을 다시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한 CP 관계자는 "오픈 초기지만 언론사로서는 당황스럽다. 구독 생태계를 키우는데 언론의 분발이 필수적이겠지만 네이버가 얼마나 집중하느냐도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왜 참여했는지, 참여를 주장한 실무자로서는 판단이 안 선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의 구독 생태계 조성을 필연적이고 중차대한 전환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구독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과연 한국 뉴스시장에서 유료구독모델이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팽배했다. 네이버가 움직이면 그러한 우려를 삭제시킬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언론시장을 지배했던 '광고모델'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서 콘텐츠 품질 기반의 '신뢰경쟁'으로 전환되는 계기라는 의미다.

이성규 대표는 특히 언론사가 쌓게 될 구독모델의 '경험치'를 강조했다. "네이버 구독생태계에 참여하는 언론사들 가운데 '잘 되는' 매체가 나올 것이고, 좋은 콘텐츠에는 이용자가 반응한다는 것이 실제로 증명되는 경험을 맛본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용자의 구독(결제) 데이터를 통해 어떤 콘텐츠를 주로 보는지 등 '학습한다'는 사실이 아주 소중하다는 것이다.

손재권 대표도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모델을 네이버의 서비스 중 하나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자사 홈페이지 유료화의 계기로 다뤄야 한다. 네이버 사례를 통해 확보되는 경험과 데이터를 언론사 유료화 고민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네이버가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신중한 의견도 보탰다. "DBR, HBR 등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전문 콘텐츠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콘텐츠에는 유보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 대표는 "네이버 (앱) 뉴스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하면 (구독모델이 안정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도 했다. 네이버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은 대부분 뉴스 및 콘텐츠 영역에서 무료 이용습관이 형성돼 있다. 네이버 프로모션이 이어지더라도 유료구독 전환율을 단시간에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결국 지불의사를 갖는 고객을 만들려면 언론사가 '콘텐츠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구글에서는 구독해지분을 빼고 월간 활성이용자(MAU) 대비 구독전환자가 3%면 '괜찮은' 편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정도 전환율에 도달하려면 최소 1~2년 정도 걸린다"고 덧붙였다. 유료 구독모델은 절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플랫폼에 구애없이 더 많은 플랫폼에서 뉴스 콘텐츠 구독모델 실험은 이어저야 한다"며 "현재 카툰 음원 영상 등 콘텐츠 영역에서 구독모델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뉴스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뉴스 콘텐츠의 상품성이란 고객이 누구인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차별적인 것을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충성고객 또는 타깃고객 설정-사업자 간 경쟁요소 가운데 차별성 즉, 수요에 조응하는 콘텐츠 기획이 관건이라는 뜻이다. 황 교수는 특히 "'저널리즘 신뢰라는 위기'에 갇혀서 '신뢰'로 구독모델을 풀어가려고 한다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고객과 상품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유료 구독모델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려면 결국 매일 비슷한 수준의 기사를 찍어내는 관행화된 제작구조를 깨야 한다. 새로운 주제와 형식, 깊이 등의 품질에 기초한 콘텐츠 및 패키지 상품을 고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혹은 언론사 구독모델의 출발지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이다.

한편 네이버는 올 상반기 중으로 정식 플랫폼을 출시한다. 또 콘텐츠 구독 생태계 확대를 위해 '오픈 플랫폼'으로 키워갈 예정이다. 네이버가 쏘아올린 '유료구독'이 어디로 향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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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협찬의 기존 비즈니스모델에서 수용자 기반 수익모델의 여정에 나설 수 있을까. 시간과 비용부담이 드는 구독모델과 멤버십모델보다는 기부모델 즉, 후원모델이 한국 언론지형에서는 적합하다. 진보매체 <한겨레>는 5월부터 후원모델을 시행한다.

국내 신문사들의 '구독모델' 관심이 커졌다. 첫 신호는 최근 수 년간 디지털 혁신투자에 공들여온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현재 디지털 편집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또 독자 로그인을 유도하는 콘텐츠 디자인에 골몰하고 있다. 과금, 결제 등 지불 시스템 구축의 사전 단계에 해당한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의 퍼블리싱 시스템 '아크'(ArcXP)를 도입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크 구성요소에는 구독상품을 지정하고 결제, 정산이 가능한 '구독관리시스템'도 있다. <중앙일보>보다 속도는 더디지만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를 고민하는 '에버그린 콘텐츠' 부서를 신설했다.

두 신문사가 구독 인프라와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이 <한겨레>, 경제지 등 주요 신문사들은 '뉴스레터'를 앞다퉈 도입했다. <한국경제>가 WSJ처럼 CEO 등을 대상으로 하는 타깃형 뉴스레터로 차별화 방식을 택했고 나머지 매체들은 전문 기자를 투입해 다양한 주제로 구성했다. 뉴스레터 구독으로 '습관'을 형성하려는 시도다. 

시장 외부의 변화조짐도 심상찮다. 네이버는 5월초 주요 언론사의 홈메뉴에서 '프리미엄' 메뉴를 통해 본격적인 유료 구독모델을 시험한다. 신문사와 그 계열 매거진을 포함 약 20곳의 CP가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품성 있는 콘텐츠와 이용자 지불의사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단 충분한 '테스트 베드'는 갖춰진 셈이다.

카카오도 이르면 상반기 중 카카오톡에 '콘텐츠 구독탭'(가칭)을 개설한다. 다양한 콘텐츠 채널을 유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언론사 안팎으로 '구독 생태계'에 집중하는 조건이 펼쳐지는 가운데 <더피알>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아래는 기자 질문에 간략하게 답변한 내용이다. 기자와 이 내용을 구글독스에 공유했다. 블로그에는 조금 첨삭한 것으로 게시한다. (이 내용은 <더피알> 4월호에 게재됐다.)

<더피알> 4월호. '디지털뉴스에도 구독 생태계 열릴까' 전문가들은 기대와 한계를 지적했지만 현장은 아득하다. 자신의 독자를 정확히 모르는 전통매체의 '구독모델'은 시장 안팎의 북소리로 이제 걸음을 뗐다.

Q. 현 시점에서 뉴스구독 시스템 정착의 당위성이 있다면 말씀부탁드립니다. 

포털사업자들은 커머스와 콘텐츠 전반에 '구독'이 자리잡는 흐름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의 구독멤버십과 일부 전통매체의 뉴스레터 구독사례 등 지식정보 콘텐츠 시장에도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는 것이죠.

포털사업자들은 이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서비스는 크게 보면 이용자제작콘텐츠(UGC)에 이어 (준)전문가들의 콘텐츠(PGC)로 흘러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만들어졌고요. 광고를 넘어 지불구조(PPGC, Payed Proffesional Generated Contents)를 만드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유튜브도 각 채널의 '멤버십'을 띄우고 있지 않습니까. 포털의 '지식정보 구독 생태계' 상상력은 원초적일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네이버는 언론사 브랜드 단위의 구독모델을 확장해왔습니다. 구독설정자 수가 400~500만 명이 되는 언론사들도 생겼습니다. 네이버 이용자의 구독형 뉴스 소비습관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구독방식으로 매체별 뉴스소비를 하는 이용자가 있는 만큼 유료 콘텐츠의 수준에 따라서는 지불의사를 가진 이용자층의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Q.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의 온라인 구독이 잘 자리잡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포털이 뉴스 유통의 대부분을 자지한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외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마디로 국내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이 구체적이지도, 전면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조선, 중앙 등 일부 매체가 인프라에 투자도 하고 전담인력도 확보하면서 새로운 실험을 늘려왔지만 여전히 온라인은 가욋일과 오프라인의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투자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나 역량도 뒷받침되고 있지 않습니다.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디지털 전문가의 영향력은 극히 낮습니다. 대부분의 결정이 종이신문의 관점에서 처리되고 있습니다.

이는 레거시 미디어의 비즈니스모델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오프라인 기반의 매출비중이 압도적입니다. 광고, 협찬 등의 규모에 의미있는 감소세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내부에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자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환경입니다. 기업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언론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출규모나 외형은 커졌습니다. 광고주가 인식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물론 앞으로 점점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언론매출에서 대형광고주인 기업의 역할이나 규모가 변화가 없기 때문에 굳이 구독환경, 디지털 매출에 전념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용자 관점의 '구독모델' 전환이 어려운 이유는 포털 주도의 디지털 뉴스 생태계가 걸림돌이지만, 최대 장벽은 언론산업을 떠받드는 매출구조 그 자체가 아닌가 합니다.

Q. 개별 뉴스 플랫폼에서의 뉴스구독이 자리잡게 되면 언론사와 뉴스 소비자 각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언론사의 주요 매출원은 기업의 광고, 협찬입니다. 언론은 독자보다 기업과 더 우호적입니다. 뉴스 구독이 정착하면 생산과저에서 이용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입니다. 사실 한국언론은 디지털 뉴스 이용자에 대한 '서베이'가 전혀 없습니다. 최소한 자신의 독자들이 누구인지, 무슨 뉴스를 어떻게, 어디에서 읽는지조차 데터가 없습니다.

뉴스조직이 개별 독자 시장에 집중하게 되면 콘텐츠의 질과 범위, 형식이 달라집니다. 뉴스소비자가 가지는 여러 기호와 관심사를 수렴합니다. 뉴스 소비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습니다. 뉴스소비자와 소통을 합니다. 즉, 뉴스소비자가 뉴스생산의 기준이 됩니다. 

반면 뉴스소비자는 자신에게 주목하는 뉴스매체를 찾게 됩니다. 단골고객이 됩니다. 이 매체가 사회적으로 평판도 좋고 가치가 있다면 자부심도 갖게 됩니다. 마니아 팬심, 충성도, 덕질이 언론관계에서 자리잡습니다. 비로소 언론을 돕는 것이, 구독하는 것이 나를 즐겁게 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론의 책임성 구현에 주목하는 뉴스소비자는 언론을 구독하고 후원하는 것을 넘어 더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됩니다. 직접 참여자가 됩니다. 

뉴스소비자가 언론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면 역설적으로 언론은 뉴스소비자를 방치할 수 없습니다, 언론이 독자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면 독자는 언론을 지금처럼 떨어져서 볼 수 없습니다. 새로운 지평이 열립니다. 언론과 독자는 '구독'을 매개로 파트너 협력자 친구 동반자로 마주보게 됩니다. 뉴스조직에는 독자개발부서와 소통과 데이터분석, 콘텐츠 전략부서가 부상합니다. 

Q. 구독시스템이 성공을 하려면 궁극적으로 차별화된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어떤 측면들을 감안해야 할까요?

콘텐츠의 질-전문성, 개인화(타깃성), 다양성(형식이나 주제)도 중요한 변수겠지만 이번에는 다른 지점을 거론하고 싶습니다.

첫째, '독자' 관계입니다. 구독자를 유치하는 과정입니다. 뉴스 소비자가 구독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콘텐츠 전략 수립 같은 뉴스생산과정의 개선도 있을 것이고요. 뉴스유통 전략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일도 필요합니다. 또 최종 뉴스 소비자인 독자에게 우리 브랜드와 상품을 어필하는 마케팅 측면도 살펴봐야 합니다. 뉴스조직(기자)와 독자 간 커뮤니티도 하나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지금은 조직은 지국을 관리하거나 정산을 처리하거나 배달지연 등을 처리하는 오프라인 환경에서 부합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멤버십의 업그레이드가 중요합니다.

둘째, 저널리즘의 원칙입니다. 특히 한국에선 저신뢰 언론의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뉴스는 질만 우수하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 같은 언론의 책임과 소명을 다해서 매체에 대한 사회적 평판과 결부돼 있습니다. 저널리즘 혁신은 구독모델의 핵심 변수 중 하나입니다. 뉴스조직 내부에 '성찰'의 태도와 환경을 확립하고 자사 저널리즘을 진단하는 '혁신'이 함께 필요합니다. 

셋째, 상품 전략과 이를 위한 조직입니다. 제품으로서의 뉴스를 고민해야 합니다. 기존의 콘텐츠를 넘어서는 상품이 필요합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장조사가 정기적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독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지식정보 시장의 경쟁환경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콘텐츠를 개발하는 전문조직이 필요합니다. 구독모델이 성공하려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일, 과정 등에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저신뢰 언론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만만찮은 한국에서 구독모델은 기자 역할이 크다. 통찰력 있는 콘텐츠 생산은 물론 소통과 공감능력이 중요하다.

Q. 뉴스구독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뉴스 유료화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뉴스 구독이 유료화로 연착륙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콘텐츠의 질입니다. 일단 질이 낮은 콘텐츠 생산은 줄여야 합니다. 현재 한국언론의 여건을 고려하면 속보양산이나 트래픽 경쟁에 지나치게 몰입합니다. 포털사업자 등 거대플랫폼으로 이동한 광고물량을 되찾아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더 차별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조직구조와 문화를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상품 디자인입니다. 지불장벽을 설계할 때 이용자의 반응, 소비행태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뉴스 생태계의 경쟁환경이나 유통구조도 잘 수렴해서 가격 등에 반영해야 합니다. 지불편의성을 위한 설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통정책의 변경입니다. 현재 포털에 뉴스가 전재되고 있습니다. 지면기사, 온라인 뉴스 등 대부분의 콘텐츠가 포털에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개별 언론사의 구독모델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포털사업자의 뉴스정책 변화도 중요하지만 언론사들이 유통구조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기자역할입니다. 기자들이 뉴스구독을 한 이용자와 소통을 늘리고 커뮤니티 활동으로 관계개선을 높여야 합니다. 자사 콘텐츠에 대한 마케터로서, 소통자로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유료화 성공가능성에서 대중성 성실성 저명성 갖춘 스티기자의 지분이 적지 않습니다.  

뉴스조직 전반적으로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뉴스 유료화는 기존 뉴스생산 과정보다는 더 치밀해야 합니다. 체계화하고 대상화하고 과학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Q, 해외에서의 뉴스구독 모델 중 잘된 사례가 있다면 말씀부탁드립니다. 구독을 통한 뉴스유료화 모델도 좋습니다. 

단연 <뉴욕타임스>입니다. 글로별 경제지의 경우 '돈'과 직결되는 데이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정보가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합지는 많은 선택지에 직면합니다. 무엇에 더 집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퍼즐, 쿠킹 같은 디지털 상품과 섹션을 특별하게 운용합니다. 종량제도 잘 설계했습니다. 여기까지 10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품질향상, 독보적 저널리즘 등의 그림을 갖고 움직였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Q. 향후 뉴스구독 모델이 정착되면 뉴스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예측부탁드립니다.

포털 중심 뉴스소비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최종 뉴스소비지가 언론사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뉴스레터 구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나 매체(기자)와 직접 연결됩니다. 기존 유통질서에서 언론사 채널의 비중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뉴스조직 내에도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 개발부서가 주목받을 것입니다. 또 지불방식을 비롯 구독자 편의를 고려한 인프라 구축과 설계가 증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과 마케터들은 기술인식이 높아집니다. 개발자 확보 등 기술인프라 투자와 그 활용성이 증가합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뉴스 유통방식이 완전히 재설계됩니다. 속보만 포털에 유통하거나 언론사가 선택한 뉴스만 포털에 노출할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도 구글방식 등으로 아웃링크를 확대 도입할 수도 있고 통신사 등 몇몇 매체만 인링크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상품만 인링크 형태로 서비스하는 것입니다.

뉴스유료화가 경쟁의 축이 되다보면 언론사 경쟁문화도 바뀝니다.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상품으로 만들고 독자와 소통하는 것에 힘을 싣게 됩니다. 충성고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합니다. 

뉴스생태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저널리즘'의 측면입니다. 한국언론은 정파성이 짙고 진영 프레임이 강합니다. 언론지형도 보수매체가 다수입니다. 당연히 편향논란이 나오고 언론불신이 큽니다. 언론의 일방주의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나 시장의 반응에 주목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는 저널리즘에 문제가 있어도 개선은 더딥니다.

하지만 '구독모델'은 독자와 상호작용을 전제로 합니다. 뉴스레터는 독자의 반응이 직접적입니다. 기자들이 가입자들의 의견을 바로 보게 됩니다. 이탈률, 오픈율 등을 봅니다. 원인도 찾아보게 됩니다. 단순히 매체의 색깔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안됩니다. 그래서 구독모델은 정보의 심층성 과학성 윤리성 같은 가치를 검토하도록 이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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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된 언론'을 마주하는 시민 행동은?

뉴스미디어의 미래 2021. 3. 30. 12:30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미디어 캡처> 책 표지.

'미디어 캡처(media capture)'는 언론이 공공성 확대보다는 특정 그룹의 사업적, 정치적 이익을 진전시킬 때 발생하는 양상을 지칭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많은 한국언론은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왔다. 또한 자본의 관심사를 능동적으로 처리해왔다. 이렇게 포획된 언론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책임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오늘날 상업언론은 정부, 기업을 비롯한 기득권과의 관계에 주력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디지털 미디어化다. 디지털 생태계는 뉴스시장과 소비패턴을 바꿨다. 판매, 광고 등 기존 비즈니스모델은 수렁에 빠졌다. 기술 플랫폼으로 수렴되는 뉴스시장으로 언론의 영향력은 축소되거나 또는 양극화(과점)되면서 보도내용은 획일화됐다. 천편일률적인 뉴스는 욕망을 팔고 분노를 극대화하는 '뉴스의 보수화'로 귀결된다. 이러한 질 낮은 뉴스는 더욱 가파르고 거대하게 분출됐다. 이 빈틈에서 전 세계 곳곳의 '극우' 정치권은 대중의 열망을 대리 중개하며 미디어 여론전에서 속속 승리했다.

둘째, 허위정보와 확증편향의 창궐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점점 조작된 정보가 퍼지는 온상으로 변질되었다. 사실상 모든 정보에서 '사실'을 측정해야 할 만큼 어수선한 정보 오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과 자본의 강력하고 무차별적인 언론 통제는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조종된 정보와 캠페인은 빈번해지고 있다. 이 결과 대중의 판단력과 분별력은 자주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정보 피로도를 쉽게 느끼고 뉴스를 회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셋째, 부의 집중이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가진 자들은 가장 빠른 방법으로 정치적 통제에 접근할 수 있다. 미디어에 광고를 주는 것보다 직접 매체를 인수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미디어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서 언론과의 흥정도 가능하다. 더 직접적인 결과를 원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늘면서 디지털의 상업화는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언론에게 정치적인 이해란 항상 이동할 수 있지만 '부'에 대한 시야는 바뀌기 어렵다. 언론은 경제적 불평등을 양해하면서 점점 타협한다.

이로써 우리의 커뮤니티는 독립적이고 진실한 언론(인)의 존재에 회의감을 가진지 오래다. 동시에 다양한 목소리와 개방적인 뉴스조직을 지원할 수 있을 만큼 역동적인 공간도 더 협소해지고 있다. 가능한 실험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포획된 미디어의 생태계에서 접근성을 누리지 못한다. 이럴수록 누구에 의해 뉴스가 설계되는지,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미디어를 포획하는 그룹과 언론이 주고받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 정보를 통해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활발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많은 언론사들은 '언론자유'를 누리지만 돈, 디지털 플랫폼 및 권력집단의 수중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미디어의 독립성은 20세기보다 더 훼손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자들보다 선동가와 포퓰리스트에 뉴스의 난은 더 많이 할애된다. 선출된 권력보다 더 뿌리깊은 힘을 좇아 그 영향력에 기대는 언론보도는 더 날개를 편다. 다른 한 켠에서는 포털사업자나 검색엔진, 알고리즘을 다루는 거대 기술기업의 정보 제어는 극적으로 이뤄진다.

우리는 '탈진실'의 위협을 넘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공익성을 강조하는, 믿을 수 있는 언론(인)은 척박한 경쟁의 토대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 디지털 생태계는 어떻게 유토피아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 분명해지는 것은 우리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통찰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는 세상과 미래를 위해 더 건강한 언론(인)을 찾아내어 후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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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구독모델, 어떻게 볼 것인가

포털사이트 2021. 3. 10. 12:30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네이버 구독모델 제안을 받은 언론사의 의견들은 크게 네이버 종속과 유료화 테스트 기회로 갈린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10년 전과 거의 같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2월 언론사, 전문 매체 등에 '프리미엄 콘텐츠 구독모델'을 제안했다. 구독모델은 네이버 모바일 기준 언론사 홈에 '프리미엄' 탭메뉴를 추가하고, 포스트-블로그 등 언론사가 운영하는 네이버 채널에 유료상품을 연동할 수 있다. 프리미엄 상품은 최대 3개까지 개설이 가능하다. 

구독요금과 콘텐츠 타입, 업데이트 주기 등은 언론사가 선택하면 된다. <기자협회보> 보도에 따르면 제안받은 언론사들의 고심이 깊다. 네이버가 지난해 제안한 구독모델은 일반 콘텐츠 생산조직(CP)과 함께 유료상품을 경쟁하는 구조였지만 수백만 명의 구독 설정자 수를 확보한 언론사 홈에 프리미엄 메뉴가 개설되는 만큼 유리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구독 생태계에 협력할 것인가?

네이버는 그동안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집적하는 플랫폼으로서 큰 성과를 거뒀다.  지식인(iN), 블로그 등 검색과 연계된 많은 정보들이 선순환 구조를 낳았다. 그러나 모바일 환경이 펼쳐지고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유튜브 등이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상업적 콘텐츠가 범람하는 네이버 플랫폼은 트래픽 감소는 물론이고 '퀄리티' 문제에 직면했다.  

가장 풍부한 지식 정보를 확보한 네이버지만 우수한 이용자 이탈은 치명적이었다. 굳이 묘사를 하자면 커뮤니티 모델이 느슨해지는 것을 네이버 페이(N페이)와 연계한 쇼핑으로 끈덕지게 붙드는 형국이었다. 커머스 부문의 구독모델은 N페이로 진지를 구축했다. 다만 매일 신뢰할  만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전문가와 여러 채널과는 생산적인 파트너십의 압력이 가중돼왔다.

네이버는 이를 UGC 집적 플랫폼에서 PGC(전문가 기반 콘텐츠) 그리고 이어 PPGC(Payed Proffesional Generated Contents, 전문가 기반 유료 콘텐츠) 모델로 설계하는 중이다. 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참여자 가운데 하나가 언론사다. 언론사 브랜드를 (무료로) 구독하는 단계는 블로그, 포스트 등에 이어 네이버의 지식 콘텐츠 구독생태계의 마지막 열쇠였다.

'폭탄 돌리기' 중인 뉴스조직...10년 전과 다르지 않아

네이버가 올해 구독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시장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 이미 창작자 영역과 개별 전문매체 단위에서 다양한 구독방식은 확대됐다. 인터넷신문, 미디어 스타트업의 실제 경험치도 누적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신문사들은 과분하지만 유료화의 잠재적 카드로 뉴스레터를 다루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사는 아예 과금 결제 등 자체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여기에 '타이밍'도 거든다. 카카오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도 다양한 구독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중복 구독 등 거품을 고려하더라도 수백만 명 이상의 구독 설정자수를 보유한 언론사를 배경으로 '구독모델' 띄우기를 할 에너지로는 충분하다. 네이버로서는 시간이 늦으면 뉴스를 포함하는 지식 정보 콘텐츠 구독 생태계의 선점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문제는 언론사다. '상품으로서의 콘텐츠' 생산과제를 부여잡는 곳이 없다. 속보뉴스나 검색어뉴스에 급급한 현장에서 '구독모델'은 언감생심이다. 자사 플랫폼 경쟁력이나 구독자 이용행태 데이터도 온전하지 않다. 네이버 제안을 받은 언론사들은 "팔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거나 "누가 만드냐"는 진부한 폭탄 돌리기를 하는 양상이다. 

포털 뉴스서비스의 정책 변천사.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과 포털 뉴스서비스>(2020)에서

저신뢰 언론의 유료상품은 성공할 것인가?

한 대형 신문사 콘텐츠 유통 담당자는 "문제를 깊게 생각하면 안된다. 일단 들어가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 콘텐츠에 대한 시장 검증 차원에서라도 부딪혀 본 뒤 미래를 기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언론사 경영기획실 기자는 "상품 구성은 하겠지만 이용자가 외면할 것이다. 유료 구독자 수가 공개되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래픽, 부수 기반) 전통적 광고에서 독자 기반 수익모델 전환의 기회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언론 뉴스조직이 구독모델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촉진제가 될 수 있고, 콘텐츠 상품에 투자하는 전기라는 시각이다. 네이버 '종속'은 지나친 경계라는 것이다. 실제 구독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하지만 언론사 실무자들과 네이버조차 이번 구독 모델 성과의 척도를 유료 가입자 1000명 선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제대로 된 콘텐츠라면 유료 구독자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더 있다. 언론의 평판 개선이다. 뉴스조직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단순히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 만으로는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네이버가 센 프로모션을 하더라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언론이 미래 어젠다를 제시하고 독자와 꾸준히 교감하면서 사회적 존재감과 가치를 키워야 한다.

위계적·연고주의적·폐쇄적 문화로 상징되는 언론의 조직문화는 정파성, 상업성, 부정확성, 비윤리성을 저널리즘에 이식한다. 네이버 구독모델로 다시 한번 진단하는 한국언론 위기의 핵심은 디지털 적응력 부진이 아니다. 저널리즘을 흔드는 퇴보적인 조직문화다. 판에 박힌 기사 쓰는 기자가 아니라 명쾌하게 시대를 읽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제야말로 뉴스조직의 구성원, 조직, 일하는 방식, 콘텐츠 등에 뼈를 깎는 성찰적 질문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네이버 구독 모델은 언론의 유리심장과 경직된 머릿속을 후려치는 전환기의 가늠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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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의 100% 디지털 전환을 예고한 한겨레신문의 디지털 전환 제안서 표지. 한겨레는 2014년 한겨레 혁신 3.0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오랜 독자층과 괴리되고 있는 한겨레의 정체성 논란을 극복하고 후원제 기반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국내 언론의 디지털 혁신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팬데믹으로 상반기 내내 폭발적인 뉴스 트래픽 증가를 맞았던 언론은 네이버 '뉴스랭킹-많이 본 뉴스' 폐지 이후 심한 너울로 흔들렸다. 포털사이트 뉴스제휴정책의 전반적인 개편 흐름에서 '뉴스 유료화' 등 묵은 숙제는 봉인된 채 흘러갔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포털 내 뉴스 점유율 제고에 매달렸다. 디지털 전환 흐름도 숨고르기와 재정비를 오고갔다. 괄목할만한 투자는 주춤했지만 조직정비로 분주했다. 새로운 퍼블리싱시스템(CMS) 도입에 따른 혁신선언도 나왔다. 팬데믹, 총선, 검찰개혁 등 굵직한 이슈를 거치며 속보경쟁은 치열했지만 저널리즘 윤리 정립 등 자정노력은 미흡했다.

2020년 한국 온라인저널리즘 10대 뉴스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무순)

조선일보 CMS 아크 시스템 소개 페이지. 전통매체의 디지털 혁신에서 기술의 비중은 높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양방향성, 다양성, 투명성 등을 수렴하는 디지털 조직문화다.

1. 언론의 디지털 투자와 '혁신' 선언

월스트리트저널이 개발한 미디어 운영 시스템 ‘아크 퍼블리싱(Arc Publishing)’을 도입한 <조선일보>는 연결성(Connected)-확장성(Curated)-가독성(Clear)-혁신성(Cool)을 내세우며 자사 채널과 콘텐츠 품질 향상을 선언했다. 새 CMS를 도입한 <한국일보>는 창간 66주년을 맞아 신문 중심에서 온라인을 우선하는 디지털 조직 전환을 선언했다. 

<한겨레>는 '10만 후원자'를 목표로 하는 디지털 독자 후원제를 추진한다. 지난 10월 총160쪽 분량의 '투르드 한겨레 디지털 전환 제안서'를 사내에 공유하고 디지털 기구를 통합하는 등 1단계 조직정비를 마쳤다. 이들 매체의 혁신은 모두 '디지털 퍼스트' '고객 니즈 파악'이라는 공통좌표를 갖고 있어 각사 만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주목된다. 

2. 독자 수익 모델 본격적 제기 

독자 수익 모델인 구독, 기부(후원), 멤버십 등의 화두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한 해였다. <한겨레>는 자사 주간지 <한겨레21> 후원모델을 확장해 본지에도 적용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 신문은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후원모델을 적용하고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2021년 안에 편집국 전체를 100% 디지털로 전환하는 목표와 맞물려 있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아크 시스템 도입과 함께 '팔리는 콘텐츠'란 화두를 꺼냈다. <중앙일보>는 내년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하는 등 디지털 구독 모델에 성큼 다가선다. 이들 매체는 포털에 유통하는 뉴스 외 타깃형 프리미엄 콘텐츠 생산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조직여건과 시장 경쟁환경을 고려할 때 '뉴스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일부 언론사에 제안한 구독모델 설명자료. 아래 부분에 'NEXT미디어'가 눈길을 끈다.

3. 네이버, 카카오 구독모델 추진

네이버는 하반기에 언론사, 개인 등 콘텐츠 생산자를 대상으로 구독모델의 애드벌론을 띄웠다. 초기 구독형 지식 콘텐츠 콘텐츠 플랫폼에는 소수의 언론사만 일단 제안을 받았다. 많은 이용자와 접점형성이 가능하고 결제와 프로모션 등 기술과 마케팅 측면에 기댈 수 있다. 반면 네이버 이용자를 위해 설계되는 만큼 "언론사의 독자는 아니다"라는 비판도 있다.

카카오는 내년 하반기에 카카오톡 메신저 앱에서 구독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뉴스를 포함해 콘텐츠 이용환경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일단 몇몇 언론사들이 포털사이트의 구독모델 합류에 적극 참여할 예정으로 보인다. 자사 채널 강화, 내부 인력 투입 부담을 고려할 때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4. 포털뉴스의 '알고리즘' 배얼 논란 재연

현재 포털 뉴스로 유입되는 이용자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뉴스 제휴정책의 변화로 포털사이트 내 뉴스 점유율과 같은 기여도로 수익배분을 받는 구조에서 언론의 대포털 이슈는 일상적이다. 포털의 뉴스이용 데이터에 일희일비하는 언론사 내부의 진풍경도 십수년 째다.

선정적 제목, 베껴 쓰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포털뉴스 편집은 알고리즘(AI)의 편향성 논란으로 다시 극화됐다. 거대 보수신문을 비롯 뉴스 통신사 계열 등이 양대 포털사이트에 뉴스 페이지뷰를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AI의 한계를 제어하는 투명한 테이블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언론사의 자사 저널리즈메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5. 언론-포털 관계, 도전적 변화 예고

네이버는 지난해 예고한 대로 언론사에 지급하던 콘텐츠 전재료를 폐지했다. 대신 포털 뉴스 채널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지급으로 전환했다. 언론사 구독판 등 이용자의 브랜드 기반 뉴스소비를 설계하며 이용자의 뉴스이용행태를 재설계했다. 포털에서 '뉴스 유료 구독모델'을 상정하는 것도 변화 신호다. '콘텐츠 상품화'라는 불이 언론사 발등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주제판을 운영하는 네이버·언론사 합작회사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일부 언론사는 독립법인의 경영난을 벌써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에 안주하던 언론사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포털의 기존 인링크 방식 뉴스 서비스 중단도 예상해봄직 하다. 결국 언론의 지속가능한 생존모델은 '콘텐츠'와 '브랜드' 경쟁력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6. 판치는 가짜뉴스, 혐오와 증오뉴스

팬데믹 상황에서 언론이 '공포'를 조장하는 뉴스를 온라인으로 퍼뜨리며 논란이 벌어졌다. 전통매체 스스로 가짜뉴스를 유통하고 확산하는 근거지가 됐다. 허위정보가 판치는 데는 한국언론의 정파성이 거론됐다. 4·15 총선 전후 과정에서 진영의 유·불리를 따지는 왜곡, 편향보도도 이어졌다.

검찰발 받아쓰기가 여과없이 쏟아지면서 검찰개혁이란 본질은 사라졌다. 특정 정치세력이나 인물 간의 갈등만 부추기고 정쟁화를 심화했다. 뉴스를 중심으로 혐오와 증오, 적대와 반목의 전선이 형성됐다. 포털사이트는 공론장이 아닌 편향뉴스의 전시장으로 흘렀다. 뉴스 불신이 되풀이됐지만 성찰은 부족했다. 정치권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논의를 자초했다. 

한국경제신문의 주요 뉴스레터 목록. 이 신문과 조선일보는 편집국 내 '뉴스레터' 담당 부서를 신설하며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7. 뉴스레터 서비스 부상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뉴스레터'가 부상했다. <한국경제>는 WSJ를 벤치마킹한 특정 타깃-기업의 CHO, CFO, CMO 등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레터를 잇따라 내놨다. 3~4년 전부터 뉴스레터에 공을 들여온 <중앙일보>도 카테고리를 늘리는 등 재정비했다. <조선일보>도 명상(종교) 국방 등 전문기자를 앞세운 뉴스레터 서비스를 오픈했다.

뉴스레터는 이메일 구독방식으로 새로운 뉴스소비 습관 형성 기반으로 재도약했다. 주로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는 국내 뉴스 이용자에게 얼머나 호응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자와 독자 사이의 소통도구인 만큼 커뮤니티 구축 등 섬세한 독자관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8.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동 논란

전·현직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사회이슈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피력했다. KBS, SBS 등 지상파방송사와 대형 신문사들은 내부 구성원들의 SNS 활동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회사 방향과 다른 기자들의 (정치적) 견해 표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는 회사의 미투사건 관점과 배치되는 보도로 '정직' 징계를 받았다. 강 기자는 페이스북으로 '정직일기'를 게재하고 사측의 맹목적인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을 비판했다.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검찰개혁 지지칼럼을 낸 뒤 논설위원 배제 인사통보를 받았다. 사표를 낸 직후 페이스북에 소감을 밝히자 응원댓글이 쏟아졌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이 기획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유튜브 저널리즘 세미나 강의가 열렸다. 유튜브코리아는 유튜브가 단순히 콘텐츠를 배포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지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에 우후죽순처럼 개설된 언론사 채널의 미래가 힘겨워 보인다. 

9. 더 확산되는 유튜브 뉴스소비 

방송사 제작뉴스, 디지털언론사 제작뉴스, 인플루언서 제작뉴스, 개인 제작뉴스 등 이른바 '유튜브 저널리즘'이 범람했다. 미국 대통령선거 개표 라이브 방송 등 주요 이슈에서 지상파방송사보다 동시접속자 수가 많은 유튜브 채널이 등장했다. 정치선동을 일삼는 채널 구독으로 확증편향 우려도 커졌다. 유튜브가 저널리즘의 도구가 될 수 있을지 논의도 일었다.

현재 주요 언론사의 유튜브 전략은 광고(PPL 포함), 유료구독 연계 등 매출목표 외에도 정기적으로 시청하는 구독자 확보로 매체 인지도를 높이는 브랜드 마케팅으로 나뉜다. 주요 신문사들도 전담인력을 두고 오리지널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내년에도 유튜브를 중심으로 동영상 콘텐츠 생산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사무소를 내는 글로벌 언론의 채용공지. 링크드인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12월 28일 현재 뉴욕타임스에 1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들 언론의 서울발 디지털 서비스가 국내 온라인저널리즘 지형에 긍정적 에너지로 작동할 수 있을까?

10. 해외언론, 서울 입성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의 홍콩지사 일부 인력이 2021년 서울로 옮긴다. 이들은 뉴욕타임스 디지털 뉴스 담당인력이다. 워싱턴포스트 서울 사무소도 신설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글로벌 속보 뉴스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런던과 함게 서울을 선정했다. 이들 매체는 서울에서 기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에는 100명 이상이 지원했다. 

2015년 일본 닛케이에 매각된 파이낸셜타임스(FT)도기자를 채용 중이다. 글로벌 언론사가 버티기 어렵다는 한국 뉴스시장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해외 유력 언론의 서울 입성은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 지형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도 있다. 독보적인 저널리즘으로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한국어 뉴스 생산 또는 서울발 뉴스를 늘릴 경우 '서울의 BBC 특파원'처럼 극적인 독자 반응이 잇따를지 모른다. 

한국언론은 '신뢰도 개선'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2021년을 맞는다. 온라인저널리즘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다. 기술투자는 제한적이고 전문인력의 고용환경도 불확실하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위기구조는 심각하다. 팬데믹은 그 불확실성을 고조시켰다. 이용자의 뉴스 이용행태를 제대로 수렴하는 일관된 전략과 성과 사레도 드물다.

낡은 리더십과 조직문화는 디지털 부문 종사자들의 의사결정권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온라인저널리즘은 가욋일과 부차적 일로 다루는 곳이 많다. 시장과 독자를 정확히 진단하지 않은 채 콘텐츠 개발에 나서거나 치밀한 준비 없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언론사 내부에 혼선과 동요도 일었다. 

이렇게 디지털 부문은 해묵은 숙제들도 많지만 새해에는 보다 깊은 고민거리들도 생길 것이다. 다음은 주요 언론사 디지털 담당자들이 꼽은 '결정적'인 이슈다.

1. 구독, 후원, 멤버십 등의 선택의 시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 기자들의 온라인 활동이 증가할수록 적절한 평가모델이 필요하다.

3. IT 개발부문은 물론 마케팅, 비즈니스 등에서 디지털 인재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4. 디지털 어젠다가 커지는 반면 의사결정구조에서 디지털 전문가의 관여가 제한적이다.

5. 현재의 뉴스조직에서 '제품'으로서의 뉴스, 콘텐츠를 해결할 수 있는가?

6. '우리의 독자'를 발견, 개발하고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7. 제대로 포털과 협력하는 거래, 제대로 포털에서 독립하는 도전이 공존한다.

 

'제9회 디지털저널리즘어워드'에서 수상했던 한 신문사 디지털 담당자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의문하지 않았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사실 기존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단지 전쟁터였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전장에서도 희망의 뿌리를 찾는 것이 디지털 부문 종사자들의 숙명이다. 

2021년은 독자와 시장이 검증한 공감의 뉴스가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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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내부 혁신'은 뉴스 검증과 평가가 관건이다. 기자 개인, 조직 환경, 진로 등을 재정의 하는 과정이다.

 

"'팬데믹'으로 기업의 신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기존 사업 확장도 시간적 공간적으로 장벽이 생겼다. 내년 초 전후로 '코로나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다. 인력 감축은 이미 시나리오다. 기업을 오래 경영해왔지만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런데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보면 현실감이 없는 것 같다. 기업이 처한 상태를 모른다기보다는 기업과 언론 관계를 낙관하고 있더라. 나는 기존의 언론사를 통해 경영 정보를 취득하지 않는다. 신문 지면은 안 본 지가 진짜 오래됐다.

글로벌 미디어도 아니고 (국내 언론에) 알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방송은 시청률도 낮지. 손자놈은 프로그램을 다 토막으로 본다. 신문지면을 든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직원들한테 차라리 '펭수'를 만나라고 한 적이 있다.

요즘 들어 언론사가 온라인으로 행사를 하는데... 기업은 협찬을 한다. 솔직히 그게 무슨 근거가 있는 일인가. 나보다 젊은 임원들이 정말 '성가신다'고 하더라.

언론사가 너무 많아서 집중도 안 된다.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 별로 없다. 한국 언론 신뢰도가 바닥이라고 들었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우리가 그걸(언론사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이게 맞는 처신인가 싶다.

팬데믹으로 기업이나 사람들은 다 힘들다는데 언론사는 요즘 (혁신)하는 게 무엇이 있는가?"

얼마 전 한 기업체 최고경영자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다. 한 사람의 말을 옮겨 상황을 극화하려는 게 아니다. 전통매체 주변이 확실히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단 걸 전하고 싶었다. 최고의 오픈 저널리즘과 지향점을 가져왔던 <가디언>조차 편집국 인력을 비롯 200명에 가까운 인력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후원하는 사람들이 80만명이 넘는 매체다.

반면 시장에서 거둔 성과도 그 내용이 썩 변변치 않은 한국 언론사들은 뻔뻔하다. '자기' 독자들을 아예 팽개치는 언론사도 있다. 이 신문사 구성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지금까지도 자신의 뉴스를 퍼뜨리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언론과 기자의 낮은 경쟁인식이 팬데믹은 물론 공동체 이슈의 진로를 어둡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언론의 진영주의와 상업주의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사실을 훼손하는 자기 자신의 부정행위다. 거창하게 역사까지는 아니지만 독자를 존중한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언론의 문제는 기자(뉴스조직), 저널리즘, 독자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첫째, 기자는 '경쟁'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교정해야 한다. 무엇과 경쟁하고 있고 무엇으로 보상받고 있는지 냉정한 자기 검증이 필요하다. 그래야 독자와 시장이 제대로 보인다. 지금은 기자 혼자서 미친 듯이 일하는 것뿐이다.

둘째, 저널리즘을 뿌리까지 살펴야 한다. '머릿속 생각'을 넘어 '프레이밍'의 늪에 빠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것은 사실과 부합한 것인지, 상업주의와 폭로주의의 장벽을 넘어 대안과 희망을 말하는지 끝까지 챙겨야 한다. 뉴스는 만만한 쪽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이 아니다. (트래픽) 장사도 아니다.

셋째, 독자를 제대로 봐야 한다. 우리의 독자부터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독자를 이해하는 공정을 내부 프로세스에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독자를 넘어 세상의 변화를 짚어야 한다. 이때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뉴스에 독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우리 독자에 대한 존중심이 없는 언론은 가장 먼저 망한다.

그런데 생태계로 하루 수만 건씩 배출하는 대부분의 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명이 다한다. 이 현실은 '모르쇠' 한다. 독자의 '진영 소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던데 그건 어디서나 비슷한 상황이다. 구질구질해지는 진짜 이유는 (언론사가 쿠킹한) '훼손된' 정보가 몹시 많다는 데 있다.

매일 해외 미디어와 콘텐츠, 통계를 인용하는 혁신가들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언론의 '본류'는 썩어서 구린내가 진동한다. 언론단체는 날마다 엉뚱한 소리를 한다. 진정으로 바뀌기를 원하지도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며칠 전 한 방송사의 '저널리즘' 관련 프로그램 담당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뉴스의 범람'을 넘어 '뉴스의 폭력'이 심각했다. 그저 부끄러웠다. 사실 젊은 기자들은 저널리즘 이슈에 시쳇말로 '나이브'하다. 또 오래된 기자들은 관성적이다. 뉴스조직 내부에 신구 세대 간 소통은 엷어졌다. 이름을 걸고 쓰는 뉴스를 제대로 평가하고 성찰하는 일이 있기라도 한가?

지금 필요한 건 얼렁뚱땅 식의 변화가 아니다. 지독한 변신이다. 시장, 조직, 기자, 뉴스 등 모든 부분에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한다. 곧 '코로나 쓰나미'가 밀어닥친다. 정상적이라면 언론을 도와줄 '친구'들은 1997년, 2008년보다 극히 드물 것이다.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 버티고 있다. 진정한 비극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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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의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기자님 언론사 입사 준비생입니다. 판에 들어가기 전에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해답을 찾고자 골몰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인턴으로 일하며, 관련 연구와 기록을 찾아보며, 기자님 말씀처럼 독자와 소통하고 그 관계 속에서 브랜딩이 되는 시스템이 과연 가능한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조직 문화, 지금 조직 관행, 지금 조직 시스템에서 기자 개인이 경쟁력을 갖추려 이것저것을 시도하는게 가능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게 되려면 어떤 식으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그 변화가 가능한 시나리오인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7.24 23:18
    • 수레바퀴 수레바퀴  수정/삭제

      한마디로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조직문화, 리더십 혹은 오너십, 생태계 등이 얽혀 있는 난제가 많습니다. 오롯이 기자의 열정이 필요합니다. 저도 그랬지만 기자로서 첫 발을 떼는 순간부터 초심을 잃지 않는 노력을 한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건투하시길.

      2020.08.04 08:56 신고
    • 이의진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같이 공부하시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큰 힘이 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디지털 이슈를 알고 공부하면서 좌절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쓰고 싶고,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는데 이대로 포기하는 건 나약하고 멍청한 생각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다시 선생님께서 하셨던 작업을 복습하며 전의를 다지려는 중 답글을 달아주신 걸 확인했습니다. 정말 힘이 되는 답글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쉬지 않겠습니다. 역량부터 갖추도록 애쓰겠습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11.02 16:16


저널리즘에 자부심이 있는 언론만 가능한 메시지다. 한국 언론은 이러한 가치를 내세운 적이 없다. 


지난 20여년의 디지털 저널리즘 환경은 독자인 시민의 뉴스 생산자 역할 형성, 배포자 플랫폼 지위 확대, 뉴스 형식과 구성의 변화, 가짜뉴스 범람과 언론 신뢰도 추락 등 격랑의 연속이었다. 

흥미로운 분기점은 있었다. 기존의 판을 바꾸는 혁신으로 2000년 2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창간은 하나의 신호탄이었다. 직업 기자의 정체성에 의문 부호를 다는 사건이었다. 또 다른 전환은 2003년 CBS <노컷뉴스>였다. '레거시'(legacy)를 대표하는 라디오 뉴스의 디지털화(化)다. 

인상적인 변화는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나왔다. SBS 비디오머그, 스브스뉴스 등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만들면서 TV 메인 뉴스 프로그램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다. JTBC의 '소셜 라이브'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룸'과 연동돼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이 혁신은 오래가지 못했다. 혁신의 DNA를 남기기는 했어도 뿌리까지 이식되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혁신, 더 큰 혁신으로 계속 이어져야 하지만 위계적 조직문화, 왜곡된 경쟁 질서, 언론산업의 영세성 등으로 번번이 막혔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 이용률은 곤두박질쳤다.

구조적인 혁신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단기적인 변화에 나설 것인지의 갈림길. 늘 만나는 그 길에서 언론의 선택은 대부분 후자였다. 알리바이는 성공모델의 부재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상처 투성이의 언론산업에 '불안정성'을 더했다. 인터넷신문 8천여개를 포함 2만개가 넘는 매체 간 경쟁은 포털 생태계에 여전히 갇힌 상태다. 코로나19는 트래픽을 몰고 왔지만 독자와 연루되지는 못했다. 

네이버, 카카오 양대 포털사업자는 시간 차이만 있을 뿐 언론 전재료 계약을 원점에서 바꾸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물론 작은 커뮤니티까지 뉴스를 배포하는 한 대형 신문사는 비로소 탈포털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를 얻었다. 하지만 충실한 저널리즘의 영향력 덕분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뉴욕타임스>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세상'. 스토리텔링 방식이 이채롭다. 직관적 시각화, 하이퍼링크, 롱 폼 스토리 그리고 통찰의 텍스트가 어우러졌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유료 가입자를 늘리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영실적을 냈다. 뉴스 미디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모델은 <뉴욕타임스>의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독보적 저널리즘 뿐이다.


기존의 디지털 혁신은 단지 속도, 양, 포맷, 검색엔진 최적화로 쏠렸기 때문이다. 온라인 뉴스 시장의 상업적 속성에 따른 현실적인 선택으로 둘러댔다. 

코로나19는 그 취약한 지점을 여지없이 흔들었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뉴스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취재윤리와 공동체를 고려한 흔적은 드물었다.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International News Media Association)는 지난달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뉴스 구독' 보고서에서 "뉴스 소비자는 불확실한 시기에는 양질의 저널리즘에 기꺼이 지불한다. 명확한 설명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PEW)>의 '2025년의 인터넷' 보고서는 세계의 사람들과 '이웃'으로 관계를 맺는 네트워크의 질서를 예상했다. 

또한 많은 정보를 다루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지식을 쏟아낼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빅 데이터는 재능 있는 시민을 더 초대할 것이며, 차별-불평등-억압 등 사회적 갈등의 전모를 더 극적으로 그려갈 것이다. 

언론은 더 지혜롭고 더 유연하며, 품위를 잃지 않은 채 중재하거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보편적 이성의 연대(solidarity)를 추진해야 한다. 완벽한 저널리즘만이 이를 담금질할 수 있다. 

"우리는 휼륭한 저널리즘이 독자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더 성취감을 갖게 하며, 모든 사회를 더 강하고 더 공정하게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뉴욕타임스> 유료 가입 페이지에 나오는 글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 이전 시대에 놓치고 있었거나 새롭게 부상하는 과제의 해결을 주문한다. 취재윤리를 비롯한 저널리즘의 원칙을 가다듬는 한편 ‘독자 퍼스트’의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일어날 수 있을까?


'신뢰 경쟁'이다

즉, '품격' 선언이다. 품격을 강조하는 경쟁은 곧 '신뢰 경쟁'이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따르고 디지털 요소를 수렴하는 등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최근 공개한 '로이터 미래뉴스 2020'에서 언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신뢰의 조건은 뉴스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꼽았다. 매력적인 뉴스의 요소로는 깊이(depth)와 지성(intelligence)을 제시했다. ‘팩트체크’처럼 언론의 본령을 걸어야 한다.

'희망과 대안의 경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저널리즘은 전례없는 상황과 맞닥뜨린다. 디지털 뉴스 시장의 위기 환경보다 도시 공동체의 변화가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양극화, 인공지능(AI)과 노동의 종말 같은 지금까지의 전율과 동요는 비대면화, 원격 서비스, 사회적 차별, (지역)분산 대응과 자국 공급망 지키기 등 새로운 긴장의 에너지를 만나고 있다. 

뉴스의 원형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었다. 현대 언론은 다시 진솔한 광장을 주시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짜여지는 공간과 시간 속에 사람들을 살펴야 한다. 대화를 바탕으로 '커뮤니티'를 이끌어야 한다. 세계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는 '대안의 저널리즘'(solution journalism)이다.

'독자 개발 경쟁'이다

더 확실한 혁신은 독자 연결이다. 2014년 <뉴욕타임스>의 한 간부는 "우리는 20세기에 넘볼 수 없는 명성을 가졌지만 이제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아가서 그들과 손을 맞잡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휘발성 트래픽을 버리는 대신 자주 방문하는 독자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서비스에 수렴해야 한다. 교양의 독자를 찾고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독자와 연결하고 관계를 심화하는 작업이다. 접속과 가입, 지불의사를 갖게 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미국이 통제되고 있는 가운데 방문자가 급증한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독자 서베이. 독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려 애쓴다. 디지털 오디언스를 꾸준히 그리고 세밀하게 확인하고 이를 뉴스와 서비스에 반영하는 한국 언론은 존재하는가?


'공감 경쟁'이다
 
업력, 자존심, 권위를 앞세운 현재의 게임은 접어야 한다. 메마른 고립과 고난, 고통이 찾아온다. 언론의 일방적인 주의·주장은 극심한 피로를 줄 뿐이다. '뉴스 사막화'와 '뉴스 정글화'가 이뤄지는 언론 지형에서 '뉴스 회피자'(news avoider)의 확산은 고객(audience)에 대한 완전히 다른 전략을 요구한다.   

사회적 연고와 출입처 기반의 샐러리 기자는 저물고 독자의 경험을 나누고 공감하는 자유로운 기자의 시대가 도래가 임박하다. 뉴스조직은 뉴스 스토리의 기계적 실험을 넘어 인간과 문명을 이해하는 휴머니스트를 키워야 한다. 저널리스트는 정보 전달자로 그치지 않고 독자와 교류하는 협력자·동반자로 성장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뉴스'를 시험한다. △ 어떻게 세계를 규정할 것인가 △ 어떻게 사실을 취재할 것인가 △ 어떻게 독자를 마주할 것인가 등 원초적 질문이다. 한국 언론은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 아니면 똑같은 길을 갈 것인가.

덧글. 이 포스트는 <민중의 소리> 창간 20주년을 맞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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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보. 2019년11월8일자. 뒤늦은 디지털 인프라 정비임에 분명하지만 타사의 시행착오를 수렴한 이후의 행보인 만큼 어떤 그림을 그려나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2020년은 인터넷 보급 이후 기성언론의 명암을 가장 극명하게 맞이할지 모른다. 가까이는 오는 4월 제21대 총선 전후 과정에서 '언론신뢰'의 뜨거운 검증대가 예고돼 있다. 여기에 JTBC를 비롯한 4대 종편의 재승인 심사도 예정돼 있다. 현실 정치의 구도에 따라선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과 '미래지향적 규제체계' 도입 같은 정책문제와도 맞물린다. 언론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시민의 평판은 더 없이 엄격할 것이다. 특히 제도정비는 둔탁하게 닥칠 수 있다.   

현재 언론계의 '혁신'은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형편에 따라 변화의 내용과 형식의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채널에서 언론사 간 격차는 벌어지는 양상이다. 기성언론의 '디지털 전환'과 '저널리즘'을 중심으로 올해 주요 이슈를 미리 정리했다.  

지난해도 크고 작은 부침을 거듭했던 대형 언론사의 디지털 행보에 또다른 족적이 새겨질지 기대된다. <중앙일보>의 혁신 속도에 뒤처진 채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는 <조선일보>의 움직임이 가장 분주한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의 콘텐츠 관리시스템 아크(ARC) 도입계약을 맺고 오는 6월 본격 적용한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콘텐츠 관리시스템 접목으로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취지의 신년사를 말했다. '아크'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 '멀티미디어' '독자 데이터' '유연한 템플릿'임을 감안할 때 디지털 중심 뉴스 서비스로 변화가 점쳐진다. 조선일보식 저널리즘에 '스타 기자 육성' 방안을 피력했지만 당장에는 다수의 기자들이 '디지털 퍼스트'를 하고 종이신문은 '심층 분석, 오피니언' 위주로 가져가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온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신문 중심의 일처리를 해온 조선일보의 사정을 감안하면 매끄러운 디지털 전환을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주 조직을 뜯어고쳐 "여전히 그림을 모르겠다"는 지적을 받는 <중앙일보>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지면과 디지털 뉴스제작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홍정도 중앙일보·JTBC 사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홍 사장은 "단순히 지면을 디지털로 옮기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주문했다. 그러나 '데이터 브루' 등 호평을 받던 서비스를 폐지하면서 내부 잡음은 여전하다.

특히 최근 1년여 사이 중앙미디어그룹은 JTBC의 '스튜디오형' 전략처럼 단순 '실험'을 넘어 '비즈니스'에 근접해야 한다는 목표가 똬리를 틀었다. 물론 JTBC는 손석희 이후 어떤 자리매김이 이뤄질지 그리고 디지털 행보는 어떤 방향을 가리킬 지가 관전 포인트다.

JTBC 소셜라이브. TV와 소셜미디어에서 '손석희'의 가치는 컸다. JTBC가 내놓을 매력적인 뉴스 서비스는 무엇일까?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사의 디지털 방향도 보다 체계적인 노력이 예상된다. KBS는 보도국 기자들의 디지털 가담을 강화하는 한편 뉴스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파악하는 등 입체적인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SBS미디어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SBS 주니어 기자들이 내놓은 '10가지 제언 보고서'의 행방이 주목된다. 보고서는 "외부 디지털 전문인력을 흡수하고 예산 우선 순위도 ’디지털>지상파‘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러한 관점이 미래를 향한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

네이버 카카오 등 양대 포털사업자의 뉴스 제휴정책도 명목상 큰 변화를 맞이한다. 네이버의 경우 '유예기간'을 둔다지만 매체 차별성을 드러내고 네이버 이용자를 '독자'로 유인할 대비는 무엇인지 시급히 가다듬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포털사이트를 떠나서 뉴스 유통을 독자적으로 꾸려갈 수 없는 만큼 언론-포털 사이에 협력은 긴장과 조정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겨레•경향 등 진보언론의 생존과 대안 모색도 눈길을 끌 것이다. <한겨레>는 편집권의 적성성을 놓고 구세대와 신세대 간 거리감과 이질감 해소라는 만만찮은 과제에 놓였다. 특히 중소규모 매체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위에 섰었던 디지털 경쟁력 회복이 중요해졌다. 

<경향신문>도 비슷한 문제로 경영진을 비롯 조직 전열을 정비한다. 두 매체 모두 자사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 판단의 좌표, 실행의 방식 등에서 '독자 퍼스트'의 화두를 중심으로 둬야 할 것이다. '독립적인 기자'를 앞세우는 자존감에 <한겨레> <경향> 두 매체가 밀쳐버린 독자들이 너무 많다.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기레기 등 시민이 제기하는 비판에 뉴스조직의 대처 장면은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저널리즘 J> <PD수첩> 등 공영방송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사회적 관심을 받았고,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뉴스톱 등)이 활동하는 시대지만 대다수 언론의 '디지털'은 팩트체크에 인색했다. 다른 의견과 정보를 함께 제시해 정확성 사실성을 높이는 활동은 부진했다. 

그 대신 여전히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급상승검색어'를 주시하며 즉시 생산하는 트래픽 지향의 뉴스 생산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됐다. 언론이 퍼뜨린 '조국뉴스'에서 보듯 언론은 '조국사퇴'의 승전보를 거뒀지만 '저신뢰 언론'의 낙인을 벗지는 못했다. 일부 언론의 왜곡 편향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리며 디지털로 무한재생됐다. 그럴수록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한 '퀄리티 뉴스' 갈구는 더욱 짙어질 것이다. '신문구독률 6.4%' 시대를 극복하는 에너지는 '데이터'도 '기술'도 아닌 '정직한 저널리즘'이라는 내부 성찰의 목소리가 커질지 주목된다.

최근 2~3년 사이 한국언론 내부조직의 변화상 가운데 특기할만한 지점은 '기술'에 대한 관심 증대이다. 인프라 구축으로 끝나지 않고 서비스와 비즈니스 등 매체전략의 핵심으로 다뤄져왔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접근방식이 대폭 늘었다. 지금까지 기성언론은 노출(푸시 알람), 추천, 요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했다. 

독자의 뉴스 소비 행태를 파악하고 좀 더 타깃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학습도 빈번하게 목격됐다. 적지 않은 언론사에서 트래픽 '대시보드'는 일상처럼 다뤄졌다. 올해 이러한 기술 접목이 뉴스와 그 서비스의 방향에 실질적인 이정표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술 리더십은 요원하고 기자들의 마인드도 부실하다. 뉴스조직 내부에 기술을 아는 기자, 저널리즘을 아는 개발자들의 연대가 절실하다.

유튜브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주요 뉴스 소비채널로 유튜브가 떠올랐다. 뉴스조직 관점에서는 단지 비디오 뉴스를 유통하는 채널로서가 아니라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장으로서 '유튜브 활용'도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유튜브와 표현자유를 둘러싼 이해관계와 외풍은 더욱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언론 바깥의 풍경도 중요하다. 유시민김어준 등 직업기자와 경쟁하는 경계의 언론인들은 이미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했다. '저신뢰 언론지형'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때 '독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뉴욕타임스>는 비디오 뉴스를 소비하는 세대를 완전히 새로운 독자층으로 보고 있다. 그들의 세계에 다가서려면 매체 고유의 목소리와 색깔이 중요하다. 이때 뉴스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우리만의' 정체성(tone)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이렇게 새로운 독자와 접점을 맺는 방식과 태도는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방송 통신 등 미디어 제도의 정책 정비가 절실하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5년여 인터넷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의 확대는 TV시대의 종언을 재촉해왔다. VOD 서비스의 경쟁 확산은 계속 경계를 무너뜨렸다. 이 결과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30조원인 반면 SBS는 이의 1/10선인 4천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레거시 미디어의 기득권은 조용하고 처참하게 붕괴되고 있다.

공적 책무 부여 등 전통적인 로컬 방송시장 안에서, 또 글로벌 경쟁구도에서 불균형 규제로 시장 갈등도 누적돼 왔다. 플랫폼의 편집권(편성권), 콘텐츠 중심의 접근방식 등 논의가 정돈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포털 독과점, 신문진흥 등 언론산업 전반의 법제도 정비도 계속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전통매체는 디지털 이후의 변화에 저항의 기류와 시행착오의 혼돈을 겪어왔다. 내부 공감대 형성의 지난한 과정을 생략할 수 없는 배경이다. 필요한 방향과 목표를 제대로 잡는 것은 물론 이를 잘 풀어갈 디지털 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무엇보다 저널리즘 영역에서는 "데이터나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데 유의해야 한다.

독자를 먼저 생각하는 기자와 뉴스조직에 대한 공동체의 열망이 존재하는 한 '저널리즘 원칙'을 성취하는 '디지털 전환'이 절실하다. 언론은 더 늦기 전에 지혜와 열정을 가진 교양의 독자에 다가서야 한다.

2020년 레거시 미디어 디지털전환 과제로 본 10대 이슈(무순) 


조선일보 '아크' 도입의 방향
② 중앙일보의 '매력적인 콘텐츠'란?
③ 출입처 폐지 '선언' 후 KBS 
④ 'SBS 미래기자들'의 제언 이후  
⑤ 네이버 제휴정책 변경 파장
⑥ 한겨레경향의 독자 전략
⑦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장면
⑧ AI•데이터 등 기술의 접목
⑨ 유튜브 뉴스 소비의 확산
⑩ 신문 등 미디어 관계법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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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없는 뉴스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독자의 관여를 어떻게 보장하고 어떻게 진화시킬지 뉴스조직의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올해 한국 언론계는 독자의 따가운 시선과 비판에 직면했다. '조국 이슈'는 지독하게 다뤘지만 공동체의 숙제는 소홀하게 다뤘다. 윤리성과 책임성을 가진 언론을 바라는 사회적 요청은 더욱 커졌다.

뉴스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의 중심에 기성언론의 그림자가 있었다. 포털사이트 뉴스댓글은 상업적이고 폭력적으로 쌓였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1인 미디어를 우뚝 세웠지만 혐오를 부추기고 '표현의 자유'를 괴물로 만들었다.

이럴수록 뉴스산업은 더욱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워졌다. 세계의 언론이 '구독모델'을 위해 '독자 퍼스트'를 고려하는 대장정에 들어갔지만 한국언론은 여전히 조직 가르기와 철학 부재로 뿌리가 흔들렸다.

많은 사람들은 기성언론이 수익창출과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력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잠재고객 관여'(audience engagement:언론사의 독자 참여 유도 전략)를 꼽고 있다.

이들은 독자와의 더 많은 소통으로 다양한 뉴스 생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충성 독자'의 규모가 언론위기를 구명하는 기반이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뉴스조직 내에는 독자와 관련된 업무가 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커뮤니티 담당자들, 한국에서는 소셜미디어(SNS) 담당자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아직도 '독자들의 관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실질적으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정의되진 못했다. 독자에 대한 이해는 미흡한 가운데 기득권의 핵심에서 수집된 특별한 정보를 '전략적으로' 보도하는 일은 이어졌다.

그럼에도 언론계 안팎의 분위기는 더욱 바뀌고 있다. 먼저 수십년을 관철시켜온 '출입처 취재관행'의 변화는 선언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변화의 길목에 섰다. 편집국 기자들은 광고협찬의 검은 거래에 반발하며 뉴스룸을 감싼 자본을 정조준했다.

기성언론의 주요 광고주인 대기업도 산업패러다임의 대전환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동시에 민주주의의 투명성은 증대했다. 주52시간제의 정착 흐름은 언론인들의 노동에 대한 시각도 교정했다. 

더 결정적인 측면은 '인터넷 2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온라인 독자에 대한 재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대목이다. 온라인 독자를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를 뉴스와 서비스에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의 논의가 깊어졌다. 

문제는 현실이다. 여전히 확실하지 않은 데이터와 그 사용법으로 단순한 인기-클릭수 지표를 위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선정적인 뉴스-옐로우 저널리즘의 범람처럼 부작용을 계속 키워왔다. 한국에서는 실시간급상승검색어를 활용한 '속보 경쟁'이 대표적으로 자리잡았다. 페이지뷰는 '돈'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저널리즘'이 설 곳은 없었다.

양식있는 기자들은 정작 공동체가 필요한 뉴스는 사라지고 있다면서 고객의 뉴스 반응과 그 대표적인 데이터들에 의문을 표했다. 반면 온라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수준이 낮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서로 다른 견해는 온라인저널리즘 환경에서 가장 갈등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그 결론이 무엇이든 뉴스산업에 던져진 과제는 독자의 경험과 관점을 더 잘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계는 다시 '독자 참여'라는 과제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독자 참여'의 개념을 둘러싼 논의는 불충분한 상태이다. 그러나 배포된 뉴스에 독자가 대응하는 방식부터 뉴스 생산과정에 다가서는 부분까지 해야 할 일은 쌓여가고 있다.

나는 '독자 참여'를 독자가 '뉴스를 대하는 자세와 행동'으로 바라본다. 이는 다시 뉴스를 소비하는 태도와 습관에서 개인적이고 비공개적인 양상부터 뉴스 비평과 공유, 제보 등 구체적이고 공개적인 행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뉴스조직은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독자 참여'는 추가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어떤 독자의 어떤 참여가 중요한지는 더 많은 설명이 요구된다. 유료화를 위해서는 어떤 접근방식이 효과적인지도 더 많은 사례가 있어야 한다.

뉴스조직 및 뉴스와 독자의 관계는 더 활동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뉴스산업의 미래에는 긍정적이다. <뉴욕타임스>의 2017년 디지털 전략보고서(Journalism That Stands Apart)는 "광고주들은 콘텐츠에 머무르거나 반복해서 찾아오는 독자들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기성언론도 이제 혁신을 독자의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그간의 혁신이 '뉴스의 대응속도' 및 '뉴스의 포맷' 그리고 '손쉬운'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했다면 앞으로의 혁신은 '독자와의 소통'과 '정교한 상호거래(deal)'에 둬야 할 것이다. 

한국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 '오디오저널리즘'상을 수상한 중앙일보 '듣똑라'를 만들고 있는 한 기자는 12월 6일 시상식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기자들이 청취자인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면서 그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심스럽지만 많은 언론인들은 독자와의 소통에 초점을 두면 더 나은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에 이를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독자의 참여는 제한적일 수 있고 언론인들은 특정한 그룹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을 내세우는 언론사들도 '부동산' '교육' 등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슈에서 미래지향적인 견해를 갖기보다는 더 계급적인 이해를 따지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미국 전통매체들이 '백인, 중산층, 남성' 중심의 시각을 고수하는 것처럼 한국의 대다수 언론은 '강남 1%(의 욕망), 남성, 재벌'에 집착한다.

결국 그럴싸한 디지털 기술혁신-특히 뉴스포맷을 바꾸는 사례에 주력해온 언론사가 독자참여를 추구하더라도 제대로 된 성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일은 뉴스조직 안에서 '저널리즘이 성취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검토하는 과정이다.

특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 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변화를 지지해야 할지 아니면 이를 조화롭게 다뤄야 하는지 등을 터놓고 말해야 한다. 뉴스연구자 C.W. 앤더슨(Anderson)은 "저널리스트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실제로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더 나아가 언론인들은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저널리즘, 커뮤니티, 민주주의가 처한 광범위한 위기에 대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뉴스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것은 어디로 갈 가능성이 높은지. 성공과 실패가 뉴스산업은 물론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도 진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대 저널리즘은 일방적인 뉴스생산 체계를 고수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독자를 참여시키는 새로운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 뉴스산업과 독자 사이의 관계 변화가 어떤 그림을 그려갈지 또 저널리즘은 어떤 얼굴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언론인은 스스로 반성하며 뉴스조직의 함정과 덫을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성찰 없는 혁신, 기술 뿐인 혁신은 가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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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직개편. 디지털을 강화하고 밀레니얼 세대 등을 타깃으로 하는 콘텐츠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JTBC를 비롯 중앙일보의 디지털 부문 담당자들의 '전적'으로 조직 효율화를 추진한다. '파괴적-분열적' 혁신의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기자협회보> 12월11일자 보도 이미지 캡쳐.

<중앙일보> 더 나아가 JTBC를 비롯한 '중앙그룹'의 조직개편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렇다한 성공사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국내 언론산업 실정에서 '중앙'의 디지털 전환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해도 최근 2~3년여 중앙그룹이 기울인 투자와 노력은 JTBC의 소셜라이브를 비롯 중앙일보의 '데이터브루' '듣똑라' 등으로 디지털 영토를 확장했다. 

특히 이 매체의 지속가능한 인프라는 독보적이었다. 묵묵히 일해온 디지털 부문 담당자들의 노고는 더 훌륭한 밑거름이었다. 그들은 단지 좋은 콘텐츠가 아니라 '저널리즘'도 고민하는 전문가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조직개편의 뒷 이야기는 흉흉하다. 기자집단은 자신들의 역할과 처우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을 전담해온 사람들의 목소리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도 못했다.

<중앙일보>의 디지털 전환은 누구나 흥미롭게 지켜보고 응원하는 이슈이다. 다만 디지털 전환은 기자들 중심의 조직개편이 아니라 디지털 부문을 아우르는 전체 구성원의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뉴스조직의 혁신을 살피지 않으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가장 강력하고 가장 오랜 기간의 혁신을 추진한 매체에서 디지털 부문 담당자들은 브랜드와 저널리즘을 함께 책임지는 언론인들이다. 또한 디지털 부문 담당자들은 윗선이나 펜대 기자들의 지시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하청의 관계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더구나 (독자의) 세그먼트에 집중해야 하고 더 나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도 동등한 파트너여야 한다. 이같은 조직문화일 때 '혁신'이 잘 진행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디지털 부문 담당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디지털 전환의 승부수라고 선언하면 위험하다. 자칫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디지털 명성은 물론 인재마저 잃는다. 

몇몇 미디어 매체가 전하는 <중앙일보> 조직개편 보도 역시 유감이다. 철저히 '기자 관점'에서 다뤄졌다. '기대 반 우려 반'의 그 기대와 그 우려를 전통적인 기자들의 위상이나 노동강도로 좁히면 낡은 시각이다. 특히 디지털을 '결과물'로서만 다루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과정과 단계를 더 짚어봐야 한다. 최소한 누가 어떻게 관여하는지, 협업의 반쪽은 누구인지를 챙겨야 한다.

<중앙일보> 조직개편 과정에서 디지털 부문 담당자들이 소외된 것은 디지털 전환의 방향과 목표를 의문케 한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담당자들의 박탈감은 한 익명 앱을 통해 당사자 동의없는 '계열사 전적'의 '노동법' 위반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혁신'이 왜 이렇게 진흙탕이 되는지 안타깝다. 한국판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를 쓰던 때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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