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2월22일자 1면.

<미디어오늘> 12월22일자 톱기사에 '탈포털'이 재론됐다. 언론계서 '탈포털' 화두는 오래된 명제였지만 현실은 포털의 뉴스서비스정책과 연동돼 흘러오며 '불가한 것'으로 다듬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뉴스서비스를 개편하면 여기에 대응하는 정도였고, '뉴스제휴평가위'조차 언론의 '포털종속'을 가중하는 지렛대가 됐다. 이러다보니 '얕게라도' 포털 뉴스와 영원히 연루되는 운명이라는 자조가 넘쳤다.

포털은 올들어 지식정보 콘텐츠의 구독생태계를 띄웠지만 평범한 관여에 그친 기성언론의 성적표는 나빴다. 공정 논란을 자초하며 정치사회적 압박에 밀린 포털은 알고리즘 뉴스편집을 접는 단계까지 왔다. 

지금까지 언론과 포털의 관계는 호혜적인 동시에 갈등적이었다. 포털이 뉴스를 구매하고 트래픽 기반의 광고를 나누는 방식은 언론에게는 손쉬운 비즈니스였다.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언론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뤄진 모델이었다. '헐값' 공방에 '상생'의 키워드도 나왔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일부 언론사는 이 모델을 벗어나는 카드를 매만지고 있다. 어떤 '탈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체로 '구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그 조짐은 있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의 CMS를 들여와 구독 인프라를 다진 조선일보와 3~4년의 디지털 (혁신)투자와 조직(전환)정비로 주목받아온 중앙일보가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5월 일정 기사 개수 이상을 보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로그인월'을 도입했다. 

중앙일보는 8월 온라인 회원 확보에 시동을 걸고 12월 '상품'을 내세운 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겨레는 전면적 후원모델을 진행 중이다. 한국경제는 포털에 전송을 하지 않는 뉴스 콘텐츠를 늘려왔다. 

아직은 한계의 장면이 뚜렷하다. 기존 인력과 업무내용으로 트렌드와 독자 기호에 맞는 콘텐츠 개발은 역부족이다. 또 종량제, 프리미엄 모델 등 '돈이 되는' 구독 비즈니스를 앞세울 수 있는 지도 회의적이다. B2B 기반의 기존 비즈니스는 탄탄하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로서 '독자 퍼스트'를 수렴하고 콘텐츠에 반영하는 인식과 문화가 가능한가는 의문부호다. 독자 데이터 수집과 이용행태 분석 등 '테크놀러지 덧셈'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투자와 열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구독모델'을 가설이나 안타까움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으로 다뤄지고 있다. 양대 포털사이트의 '구독모델'의 경험에서 얻은 씁쓸한 결론도 있다. 상품의 수준이다. 다수 언론사는 '뉴스레터'를 통해 기자와 독자 간 '관계' 즉, 커뮤니케이션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중심의 구독모델 사례도 누적되고 있다. 독자의 지식정보 상품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철저한 집중과 선택이 요구된다.

언론과 포털 사이에 '저널리즘 경쟁'을 제대로 공유한 적이 없었다. 여러 차례 개편으로 '이용자 친화적인 뉴스'를 주문한 포털의 뉴스서비스도 '신속성(속보)' '선정성' '화제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구독모델 주변에서만 서성이는 언론 내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보태졌다.

'탈포털'은 개인화 전문화 고급화 등 콘텐츠 차별화의 과제를 던진다. 더 나아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제고하는 근원의 성찰도 제기한다. 즉, '탈포털'의 관건은 언론의 자기경쟁력을 재정의하고 재설계하는 일이다. 특히 (저널리즘) 신뢰위기, 상품위기를 정면에서 풀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뢰위기에 갇히면 유료화에 나설 수 없다고 하지만 신뢰위기를 해소해야 제대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탈포털'은 언론의 '신뢰'라는 최종의 경쟁력에 대한 사유다. 한국언론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 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

 

주요 이슈는 미디어 기업은 물론 수용자의 역할과 책임도 지대하다. 경쟁환경의 변화와 저널리즘의 혁신에서 수용자는 방관자가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행위자다. 2022년 출범하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정책과제에서도 마찬가지다.&amp;amp;amp;nbsp;

2021년 뉴스 미디어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알고리즘',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구독모델'로 꼽았다. 포털 뉴스서비스는 편집 알고리즘을 둘러싸고 편향성 시비가 잇따랐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과잉입법 vs 사회적 책임 강화' 대립도 이어졌다.

대형 신문사를 중심으로 디지털 구독모델의 정지작업이 비교적 활발히 전개됐다. 포털뉴스의 대전환기를 예상하는 시각과 맞물리며 본격적인 뉴스유료화 준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아직은 섣부르게 구독모델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 콘텐츠와 조직문화 측면에서 다듬어야 할 것들이 많아서다. 후원모델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현장은 기사형 광고 폐해부터 ABC 부수논란, 블록체인(NFT), OTT까지 명암이 교차했다. 아직은 가능성 측면에서 보고되는 가상자산(코인)/NFT 시장과 OTT 등 방송영상 시장의 명암이 짙었다. 전통적인 뉴스를 기반으로 하는 언론사 중심에서 영화 드라마 제작으로 확장되는 미디어 포트폴리오가 돋보였다.

전 세대를 불문하고 유튜브를 통한 정보소비가 자리잡는 가운데 전통매체의 분투도 이어졌다. 매체와 비매체, 조직과 비조직 간 경계가 더욱 엷어진 다양한 채널의 경쟁은 결국 한정된 미디어 이용시간을 둘러싼 대회전이다. '오디언스 퍼스트'가 언론계의 화두로 자리잡아야 할 이유다.
  
올해의 주요 장면들과 내년(2022년)에도 영향을 미칠 이슈 10가지를 정리했다.(무순)

1. 연합뉴스 '포털 퇴출'이 남긴 과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는 광고성 보도자료를 기사 형태로 포털에 2000여 건 전송한 <연합뉴스>를 강등 조치했다. 2015년 제평위 출범 이래 가장 강력한 결정이었다. <연합뉴스>는 국민의 알권리 침해와 이중 제재라며 반발했다. 2004년 5개 스포츠신문의 탈포털 결정이 떠오른 장면이다. 

포털사업자가 만든 임의기구에서 언론사의 여론시장 진입과 퇴출권한을 갖는 것은 과도하다. 언론사 이익단체가 제평위에 소속돼 언론사 심사에 나서는 것을 희극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을 보완하거나 해체 수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포털 스스로 포털뉴스 서비스 환경이 저널리즘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인정할 때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언론사 스스로 뛰어든 '기사형 광고' 사업 그 자체다. 비단 연합뉴스 만의 이슈는 아닌 데도 대다수 언론사의 자기성찰은 없었다. <연합뉴스>뿐 아니라 그 어떤 매체가 포털에서 사라지더라도 불편함을 겪는 뉴스 사용자가 있을 터인가? 

2. 유료 구독모델 군불 지피기의 앞날은?


<조선일보>는 5월 자사 홈페이지에서 일 10건 이상의 기사를 보려면 로그인(회원가입)을 하게 만드는 '로그인 월'을 시행했다. 페이지뷰(PV) 저하를 감수하면서도 충성독자를 모으기에 나선 셈이다. 이어 9월과 12월에 조선일보 앱 다운로드 사용자에게 카카오톡 이모티콘 지급 이벤트를 펼쳤다. 종이신문 중심조직의 이례적인 디지털 행보였다.

중앙일보는 8월  유료 구독모델 도입의 시금석이 되는 온라인 회원전용 콘텐츠를 만들었다.  대형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본격적인 온라인 회원 확보에 나섰다. 연내 30만명 회원 확보 목표는 12월 초 달성했다. <조선일보>의 자사 독자 분석과 IT부문 조직강화, <중앙일보>의 유료 콘텐츠 상품, 인프라 고도화 과제가 놓여 있다. 

조직, 인력, 인프라 측면에서 앞선 <중앙일보>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상품전략팀(전략 담당)을 두고 독자 분석에 힘을 싣는다. '뉴스레터' 등 구독형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문화 다양화 개인화 등 '제품'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흐름이라면 대형 일간지의 '구독모델' 윤곽으로 종량제(조선)와 프리미엄 모델(중앙)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3. 조선NS 출범...언론사 디지털 뉴스 경쟁력은?

<조선일보>는 조직 전반에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 아크 시스템 도입 적용과 로그인 월 시행으로 새로운 모색이 예고됐다. 온라인 속보뉴스를 전담하는 자회사 <조선NS>에 기대와 관심이 쏠렸던 배경이다.

<조선일보>의 온라인 속보 체제는 <조선비즈>-편집국 등을 오가며 고민한 결과다. 현재 <조선NS>가 조선닷컴에서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은 절반 가량인 것으로 알려진다. 내부에 속보대응팀(724팀)을 두던 때와 비교하면 양적으로 증가했고 '이슈 파이팅'이 잘 되고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손쉬운 트래픽 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양질(quality)의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는 것은 현재의 유통구조에서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조선NS>와 그 뉴스는 오늘 한국언론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트래픽을 버릴 수는 없고, 지면을 버릴 수도 없는 모습 말이다. 

4. <한겨레> 후원모델의 명암

<한겨레>는 전면적인 후원모델을 시작했다.. 이른바 '10만 후원-구독 회원 멤버십'이다. 후원회원제 ‘서포터즈 벗’은 금전 후원과 주식 매입 방식 등으로 일시, 정기후원으로 나뉜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차원에서 2년 전 후원제를 실시했고 4년 전에는 기사 하단에 '후원문구'를 넣었다. 영국 <가디언> 방식이다.

현재 <한겨레> '후원회원 규모는 <기자협회보>와 한겨레 노보에 공개된 10월 기준 수치(2000명대)에서 큰 차이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정기후원이 일시후원보다 많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겨레> 내부 관계자는 "목표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라며 "후원모델 안착을 위해 보완작업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의 후원모델 성과는 매체지형에서 매체의 가치가 크게 작용하는 만큼 기존 독자층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잠재 독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단지 도와달라"는 읍소로는 안 된다. 기자선발, 논조(어젠다), 조직문화 쇄신 등 정작 필요한 것을 해야 한다. 

5. 징벌적 손해배상제 논란 : 언론자유 위축 vs 자율심의 한계

대다수 언론은 반대했고 국민의 절반 이상은 찬성했다. 언론중배법 개정안 즉,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관해서다.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는 것과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은 채 해를 넘기고 있다.

인터넷하위문화를 주로 수렴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발 기사를 검증없이 쏟아내는 전통매체 보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는 이미 허위조작정보의 향연으로 채워지고 있다. '자율규제'로 풀어가는 일도 외면할 수 없지만 수년째 언론신뢰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할 때다.  

정준희 한양대 신방과 겸임교수는 '창작과 비평'(통권 194호)에 기고한 글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 단 한걸음이라도 진전할 수 있어야 그다음의 개혁도 가능해서다. 또 정보무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을 차기 정부 과제로 이월시킨다.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결정할 것인가를 합의하지 않은 지연은 유해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6. 포털의 알고리즘 뉴스 시비스

네이버와 카카오(다음)는 알고리즘 기반의 뉴스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커졌다. 특정 경향성을 띤다는 우려에 포털사업자는 언론과 사용자 간 '상호작용'을 반영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상호작용'은 배포 타이밍과 기사 클릭, 사용자의 언론사 구독과 방문 빈도에서 일어난다. 사용자의 소비패턴을 학습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필터 버블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포털은 다수 언론사가 보도하는 등 사회적 관심이 높다고 여겨지는 기사, 기획·심층기사 등을 추천하는 '비개인화' 모델에 보완 필요성을 시인한 바 있다.

카카오는 내년 '다음 뉴스'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 편집을 폐지하고, 언론사가 편집해 발행한 (콘텐츠) 보드 구독방식으로 개편한다. 인스타그램도 내년부터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노출을 접는 대신 최신순 피드로 제공한다. 여론시장을 과점한 IT플랫폼의 알고리즘에 투명성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포털사업자의 영업비밀은 사회적 유대를 키우는 것인가, (센세이셔널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인가를 묻게 된다는 의미다.

7. OTT 시장 확대와 미디어 포트폴리오 

<중앙일보>는 방송부문을 통해 영상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중앙그룹 산하 제이콘텐트리 자회사인 JTBC스튜디오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제작사인 클라이맥스스튜디오를 인수한 바 있다. 최근 2년간 국내 제작사 필름몬스터(지분율 100%), 스튜디오피닉스(100%), 하우픽쳐스(33%) 등 12곳을 인수했다. 

올초 OTT 시장공략을 위해 CJ ENM과 손을 맞잡은 JTBC는 최근 ‘넥스트 미디어 항해(voyage)’ TF를 출범했다. NFT, 메타버스, 버츄얼 휴먼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 검토하기 위해서다. <조선일보>는 사내 영상조직을 통합한 '스튜디오 광화문'을 설립하고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방송영상 시장에서 OTT는 기존 유료방송시장을 추월하고 있다. '오징어게임' 'D.P.' '지옥' 등 국내 영상제작 부문의 경쟁력이 평가받으면서 "왜 KBS는 오징어게임 못 만듭니까?"라는 웃지못할 질문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영화 드라마 (IP) 비즈니스는 뉴스 위주의 신문사 경쟁질서에 양극화로 나타날 것이다.

8. 포털뉴스 서비스 언제, 어떻게 바뀔까?

네이버 유료 구독 모델인 '프리미엄 콘텐츠'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 외면을 받았다. 올해 5월 오픈했지만 언론사 관심이 싸늘했다. 일부 매체는 전담기자를 투입했지만 '유료 구독자수'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카카오 뷰‘ 개편도 네이버와 유사하게 언론사 기사와 인플루언서 글이 1:1 대등한 가치로 설계돼 뉴스 콘텐츠 주목도가 떨어졌다. 

카카오는 카카오뷰에 이어 다음뉴스(앱, PC)도 언론사가 편집한 ’보드‘(박스 구조)를 배열해 사용자가 선택할 예정이다. 언론계는 최근 2~3년 사이 포털사이트 내 뉴스(카테고리)의 위상이 축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구독경제‘ 설계지만 내용적으로는 ’뉴스 영향력‘을 줄이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언론-포털 관계를 현재의 네이버-언론사 계약방식(수익보전)이 종료되는 2023년을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포털사업자는 ’넥스트 포털‘을 짜고 언론사는 이를 따라가는 구도에 변함이 없을 것이다. 언론사 대응 역시 현재의 흐름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으리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9. 미디어 스타트업...공존과 확장의 길

지금까지 주목받은 미디어 스타트업은 뉴스레터를 비롯한 정보 큐레이션, MZ 세대 등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타깃 서비스, 커뮤니티 기반 멤버십 서비스 중심이었다. 올들어 구독환경이나 인공지능(AI) 등 기술과 접목하거나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지식 크리에이터들의 구독 플랫폼 <미디어스피어>, 사회적 의제를 나누는 공론장을 고민하는 <얼룩소>, 하루에 한 개의 이슈를 푸는 지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 <롱블랙> 등이 대표적이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시의성있는 지식정보를 깊이 파고 드는 것이 결정적이란 것을 확인했다"며 "여러 기회를 찾은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인 유튜버를 비롯 미디어 시장에 많은 경쟁 채널을 고려하면 갈 길은 멀다. 올해 <중앙일보>는 스타트업 행사를 열고 전략적 제휴를 맺었지만 기존 언론사와의 협력과 공존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스타트업 간 합병 등 규모를 키우는 중간 설계자, 독자 로열티 확보 등 미디어 스타트업 지속가능성의 열쇠 찾기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것이다.

10. 인터넷, 공영방송, 통합 미디어법 등 정책 향방은?

OTT를 비롯 칸막이가 사라진 매체 수용자들과는 거리가 먼 법체계 개선논의의 마침표는 새 정부의 몫이 됐다. '전송망'으로 분류되는 현행 방송규제 체계에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 미디어법이 대표적이다. 방송통신 통합기구 설치 등 다양한 과제와 연결돼 있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논의도 마찬가지다. 쟁점은 국가-시장-시민사회의 다양한 참여와 협의구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다. 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인 대포털 규제 이슈도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된다. 뉴스생산자인 언론의 저널리즘 혁신 말이다. 언론의 자정노력이 없다면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어서다.   

한국ABC협회 '부수조작' 파문은 새로운 정부광고 지표개발로 이어졌다. 다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핵심지표로 생태계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디어 정책 결정에서 수용자의 목소리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시청자/청취자/시민의 목소리와 이익을 이해, 분석, 수호"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드리는 말씀 : 그동안 블로그 업데이트가 부진했습니다. 2022년에는 글쓰기를 자주 하겠습니다. 

  1. 지나가다 적어봄 2021.12.21 08:38

    뭐..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모르겠고.. 무식한 소비자 입장에서 바뀐건 딱 하나였습니다. 연합뉴스 속보 자리에 더 꼴보기 싫은 조선일보 속보가 들어갔다는 거죠. 거기다 다른 뉴스란과는 달리 속보는 구독의 영향을 받지도 않습니다. 내가 아무리 꼴보기 싫어도 그 속보란의 기사는 절대 없앨 수가 없더군요. 그 칸만은 절대 인간의 자율성에 맡겨줄 수 없는 돈이 자라나는 화수분이 확실한 모양입니다.

    • 수레바퀴 2021.12.21 10:04 신고

      남겨주신 댓글을 정확히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포털뉴스는 '속보' 소비환경이고 깊이 있는 기사를 보는 곳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속보창'은 포털뉴스를 상징하는 기능입니다. 그 속보가 어떤 매체로 대체되건 독자들은 비슷한 형식의 뉴스에 길들여질 것이고 그것은 저널리즘과 사회변화에 부정적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13일 오픈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페이지. 전통매체의 넥스트 비즈니스인 디지털 콘텐츠 구독모델의 시금석일지 또다른 기약없는 '포털 종속'의 거처가 될 것인지... 

네이버 '유료 구독모델' 제안내용이 뉴스 기반의 미디어 기업에 공유된 것은 작년 11월 전후 시점이다. 그리고 지난 13일 네이버의 정책변화 등 우여곡절 끝에 베타 버전의 '프리미엄콘텐츠'(https://contents.premium.naver.com/)가 공개됐다. 네이버는 언론사를 비롯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과금-결제-이용자 데이터 등의 인프라를 지원한다. 

네이버 이용자는 콘텐츠 제작자(Contents Provider, CP)에 따라 언론사 홈, 포스트, TV를 비롯 '프리미엄 콘텐츠' 메뉴와 ‘프리미엄콘텐츠’ 플랫폼 페이지에서 유료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베타 테스트에는 25개 채널이 문을 열었다(표 참조). 이중 대형 일간지는 8곳(계열사, 매거진 등 포함)에서 총  13개 채널이다. 전문성이 짙은 글로벌 경영전문지를 보유한 <동아일보>와 온라인 기반으로 창간했던 <머니투데이>가 각각 3개 채널을 운영한다. <머니투데이>는 '소설' 채널을 개설해 이채롭다.

조선일보는 본지, 계열 콘텐츠 법인에서 각각 1개 채널로 총 2개 상품을 내놨다. 나머지 5개 언론사는 각 1개 채널을 개설했다. 곧 전면적인 후원모델을 시행하는 <한겨레>는 본지는 참여하지 않고 자회사가 서비스하는 인터넷신문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참여했다. 한경과 매경은 경제용어와 배경상식을 검증하는 공인시험 문제를 기반으로 한 채널을 공개했다. 

신문사와 그 계열사 참여현황. 평균 구독요금은 5000원 안팎이다. '반신반의'의 시선으로 보는 건 네이버 유료 구독모델 만이 아니다.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뚜껑을 열고 보니 실제 전통매체에서 신문 뉴스조직의 취재 기자 참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 계열 매거진과 부설기관 등이 주로 콘텐츠 생산과 편집을 맡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편집국 전담기자가 글로벌 경제이슈, 시사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구독 요금은 최소 2900원에서 최대 19900원으로 평균 구독요금은 5000원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네이버 페이 정기구독 요금 4900원을 참조했다"면서 "적정한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채널 운영 이슈는 일부 언론사 내부에서는 정돈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상품 '판매자'인 언론사는 스마트스토어 채널 담당자처럼 '톡톡 문의'에 답변하는 등 고객 대응(CS)도 해야 한다. 이날 한 대형 신문사 관계자는 "올 초부터 자체 유료화 계획을 검토하고 있어 네이버에 매달리기는 어렵다"면서 "아직도 운영주체를 놓고 협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전문지나 인터넷 미디어들은 다소 공을 들인 모양새다. 총 10개 매체가 12개 채널을 개설했다. 글로벌 IT뉴스 채널인 <더밀크>와 <Fun IT>, <순살브리핑> 등은 '글로벌 시장'의 경제, 테크 정보를 제공한다. 모두 뉴스레터를 운영 중인 곳들이고 자체채널을 운영 중이다.

예술, 인문학 분야를 다루는 '아홉시', 북 리뷰 채널인 '북저널리즘'과 '서울리뷰오브북스'도 눈길을 끈다. 기존 채널에서 네이버 플랫폼으로 진입해 '유료화'에 도전한다. 부동산 뉴스레터 '부딩', 문화와 마케팅 분야를 다루는 '캐릿'은 밀레니얼 대상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인터넷신문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주요 기자 필진이 담당하는 '오늘의 외쿡신문'(글로벌 경제뉴스)과 '커머스BN'(유통 물류시장 등)을, 전문 매거진 <디자인하우스>는 행복이 가득한 집, 월간 디자인의 콘텐츠 채널을 열었다.  

소규모 종이신문, 전문 매거진, 인터넷신문, 콘텐츠기업의 참여 현황. 이들 진영은 네이버 유료 구독모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유료 구독모델에 나선 온라인미디어군의 구독요금은 최소 4300원에서 최대 19900원으로 책정됐다. 평균 구독요금은 약 8220원 선으로 전통매체 군보다 3000원 정도 더 비싼 편이다. '북저널리즘'은 25개 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건별 결제(1200원) 과금제를 적용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홈페이지 유료구독(25000원)의 라이트 버전이다.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사람들은 구독한다"며 큰 기대감을 피력했다. 손 대표는 "<더밀크>의 구독자 유입경로를 살펴보면 '네이버 효과'가 크다. 이들 가운데 유료구독 전환율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고 밝혔다.

또 손 대표는 "네이버는 결제 편의성이나 이용자 규모 측면에서나 콘텐츠 사업자에게 좋은 채널이 맞다"라면서 "기존 언론사도 콘텐츠를 무료로 풀 것이 아니라 유통정책을 정비하면서 네이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관전 포인트는 첫째, 기자가 '프리미엄콘텐츠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의 유료 구독자수에 눈길이 쏠린다. 대부분은 기존 콘텐츠를 재구성하거나 전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고민을 갖고 접근한 셈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선 언론사 대응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둘째, 아직 두드러진 것은 아니지만 오디오, 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포맷의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 호응이다. 네이버는 이들 포맷의 상품설계가 가능한 시스템을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는 영상을 페이지에 삽입할 수 있는 정도다. 텍스트를 넘어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흐름이 이뤄질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셋째, 전문지의 가능성이다.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향 뉴스레터나 인사이트 있는 정보를 내세웠다. 철지난 것으로 보이던 '서평 기사'나 심오한 인문학 배경의 콘텐츠가 네이버에서 소구력이 있을지 주목된다. 

넷째. 대형 신문사 등 대부분의 CP는 경제 콘텐츠에 방점을 찍었다. 부동산 재테크 해외시장 정보를 앞다퉈 내놨다.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들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지만 실제 유료로 구독할지는 미지수다. '경제' 콘텐츠의 최대 검증무대다.

다섯째, 수백만 명의 구독설정자수가 있는 언론사 홈의 실제 가치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 구독설정자들의 10%는 언론사 홈에 들어와 뉴스를 본다. 지불의사를 갖게 될 집단이다"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유료 구독모델은 언론사를 구체적으로 바꾸는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네이버 뉴스 생태계는 전통매체 뉴스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압도적인 만큼 '유료 구독모델'의 후광이 클 수 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첫째, 뉴스를 '제품'으로 다루는 인식 형성이다. 그간 언론사의 뉴스는 일방성의 '끝판왕'이었다. 시장의 평가나 호응을 참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최소한 자사의 콘텐츠가 팔리느냐 팔리지 않느냐, 어떤 콘텐츠가 주목받느냐는 것으로 뉴스를 해석할 수 있는 무대가 생겼다. 

둘째, 이용자 구독 데이터를 학습한다. 이것은 '고객'에 대한 뚜렷한 '상'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데이터가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따라 뉴스 기획, 생산과 배포 등의 업무가 디자인될 수 있다.

셋째, 구독모델 도입에 대한 자각이 이어질 수 있다. '뉴스 유료화'는 대다수 언론사에서 강 건너의 일이었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이뤄지는 유료구독의 흐름은 쓰나미로 되돌아올 수 있다. 물론 각 언론사가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에 의해서 그 반응속도와 깊이는 다를 수 있다. 

부정적 요소도 있다. 첫째, 자사 구독환경 인프라는 정체되는 반면 네이버에 더 기대는 점이다. 현재 구독모델 더 나아가 유료화에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곳은 신문사 기준 2~3곳 정도다. 이들 매체도 심도가 깊다고 할 수는 없다. 나머지 언론사들은 고민도, 여건도 부족한 실정이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가 잘 돼도, 안 돼도 '네이버 종속'은 남는다.

둘째, 언론사 경쟁국면의 왜소화다. 모든 매체가 동일한 경쟁환경에 놓인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건 역시 '따라하기'다. '효율'에 매달린다. 결국 질 경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되고 이용자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구독모델' 회의론에 빠질 수 있다. "어차피 안 되는 일이었다"며 남탓을 할 수 있다. 언론사의 넥스트 비즈니스는 물 건너 갈 수 있다. 한 중앙일간지 관계자는 "'프리미엄콘텐츠'에서 전통매체의 존재감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넷째, 본질적인 비관론은 언론사 간 유료 구독모델 경쟁의 내용에 있다. 현재 언론사가 내놓은 콘텐츠는 천편일률적인 지식정보다. 독자에 대한 조사도 생략돼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진정한 혁신은 '저널리즘 쇄신'인데 이 길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대형 신문사와 네이버 이용자간 '관계'라는 건 '구독자설정자수'라는 정량적 통계로만 존재한다. 물론 설정자에서 '충성 고객'을 만들어내는 건 언론사의 노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그러나 소통과 평판 개선 등 다양한 독자관계 이슈도 중요하다. 

벌써부터 네이버 역할론을 다시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한 CP 관계자는 "오픈 초기지만 언론사로서는 당황스럽다. 구독 생태계를 키우는데 언론의 분발이 필수적이겠지만 네이버가 얼마나 집중하느냐도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왜 참여했는지, 참여를 주장한 실무자로서는 판단이 안 선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의 구독 생태계 조성을 필연적이고 중차대한 전환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구독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과연 한국 뉴스시장에서 유료구독모델이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팽배했다. 네이버가 움직이면 그러한 우려를 삭제시킬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언론시장을 지배했던 '광고모델'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서 콘텐츠 품질 기반의 '신뢰경쟁'으로 전환되는 계기라는 의미다.

이성규 대표는 특히 언론사가 쌓게 될 구독모델의 '경험치'를 강조했다. "네이버 구독생태계에 참여하는 언론사들 가운데 '잘 되는' 매체가 나올 것이고, 좋은 콘텐츠에는 이용자가 반응한다는 것이 실제로 증명되는 경험을 맛본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용자의 구독(결제) 데이터를 통해 어떤 콘텐츠를 주로 보는지 등 '학습한다'는 사실이 아주 소중하다는 것이다.

손재권 대표도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모델을 네이버의 서비스 중 하나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자사 홈페이지 유료화의 계기로 다뤄야 한다. 네이버 사례를 통해 확보되는 경험과 데이터를 언론사 유료화 고민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네이버가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신중한 의견도 보탰다. "DBR, HBR 등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전문 콘텐츠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콘텐츠에는 유보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 대표는 "네이버 (앱) 뉴스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하면 (구독모델이 안정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도 했다. 네이버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은 대부분 뉴스 및 콘텐츠 영역에서 무료 이용습관이 형성돼 있다. 네이버 프로모션이 이어지더라도 유료구독 전환율을 단시간에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결국 지불의사를 갖는 고객을 만들려면 언론사가 '콘텐츠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구글에서는 구독해지분을 빼고 월간 활성이용자(MAU) 대비 구독전환자가 3%면 '괜찮은' 편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정도 전환율에 도달하려면 최소 1~2년 정도 걸린다"고 덧붙였다. 유료 구독모델은 절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플랫폼에 구애없이 더 많은 플랫폼에서 뉴스 콘텐츠 구독모델 실험은 이어저야 한다"며 "현재 카툰 음원 영상 등 콘텐츠 영역에서 구독모델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뉴스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뉴스 콘텐츠의 상품성이란 고객이 누구인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차별적인 것을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충성고객 또는 타깃고객 설정-사업자 간 경쟁요소 가운데 차별성 즉, 수요에 조응하는 콘텐츠 기획이 관건이라는 뜻이다. 황 교수는 특히 "'저널리즘 신뢰라는 위기'에 갇혀서 '신뢰'로 구독모델을 풀어가려고 한다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고객과 상품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유료 구독모델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려면 결국 매일 비슷한 수준의 기사를 찍어내는 관행화된 제작구조를 깨야 한다. 새로운 주제와 형식, 깊이 등의 품질에 기초한 콘텐츠 및 패키지 상품을 고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혹은 언론사 구독모델의 출발지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이다.

한편 네이버는 올 상반기 중으로 정식 플랫폼을 출시한다. 또 콘텐츠 구독 생태계 확대를 위해 '오픈 플랫폼'으로 키워갈 예정이다. 네이버가 쏘아올린 '유료구독'이 어디로 향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종이신문은 잊었다'는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종이신문은 잊었다."

<뉴욕타임스> 이야기는 한국언론에는 교과서나 다름없다. 대표적 혁신 언론사로 손꼽지만 가까이 하기는 부담스럽다. <뉴욕타임스>가 성취하는 것들이 한국 뉴스시장에서는 쉽게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시사점도 여전하다. <뉴욕타임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까닭이다.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을 통해 들은 이야기들 중에 생각나는 것들을 몇 가지 정리했다. 먼저 <뉴욕타임스>식 '모바일 퍼스트'다. 대부분의 기자가 웹사이트(모바일 포함)에 나가는 기사에 집중한다.

기자들이 출고과정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남다르다. 기자는 자신의 기사가 출고되기 전 스마트폰 스크린에서 어떻게 노출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기자 스스로 모바일에 노출된 자신의 기사 모양을 보는 과정이다. 단락이 길거나 빡빡한 상태인지 알 수 있다.  선호하는 '기사체'도 있다. '대화하듯' 친근한 스타일이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독자는 어렵고 진지하게 폼잡는 기사를 보지 않는다. 독자의 2/3가 모바일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는 만큼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밝혀라

기자 교육 때 강조하는 부분도 주로 '가독성'에 집중돼 있다. 짧게 문장을 쓰고 '챕터'를 나눠서 쓸 것, 작은 제목도 달아서 글의 이해를 도울 것, 스토리 안에 미니 스토리(글 상자)를 넣을 것, 셀럽 등의 트윗 내용을 삽입할 것, 전문 공개도 할 것, 숫자를 인용할 것, 다양한 그래픽을 담을 것 등이다. 또 파악한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구분해 전할 것도 주문한다. 독자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부 미국 매체처럼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의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스타그램 등 기자 개개인의 소셜계정 활용은 권장한다. 독자가 <뉴욕타임스> 홈페이지를 직접 찾는 비중은 20%가 되지 않아서다. 60%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일부 소셜미디어에서 유입된다. 참조로 월스트리트저널의 직접 방문자는 16% 정도다. 

미국 신문업계가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한 기사 유통에 적극적인 것은 "독자가 있는 곳에 직접 찾아간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절박한 사정도 그만큼 있는 것이다. 독자가 <뉴욕타임스>를 찾도록 유도하는 등 '소비습관'을 형성하는 목적의 '뉴스레터'도 호주 독자를 겨냥한 것을 포함 현재 50여 종이나 된다. 

'라이브' 주력...'양'과 '질' 함께 고민

기사 제목(헤드라인) 달기에도 공을 들인다. 몇 번이고 수정하면서 구글 검색을 타고 들어오는 이용자 규모를 측정한다. 헤드라인 변화만으로 페이지뷰가 7배 증가한 경우도 경험했다. 아예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연성 기사에도 부쩍 관심을 갖는다. 대표적 부서는 속보팀(Express Team)이다. 속보팀은 한국언론과 비슷한 일을 한다. 시시각각 중요한 거리를 찾아 보도한다. 재미있는 기사도 쓴다. 

<뉴욕타임스> 디지털 채널에서 요즘 각광받는 서비스 채널도 '라이브 브리핑'과 '라이브 채팅'처럼 '실시간성'이 두드러진다. 라이브 브리핑은 현장을 생중계하듯 기자가 200~300자 안팎으로 계속 상황을 중계, 설명하는 형식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이슈는 상단에 고정할 때도 있다.

과거에는 가령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선임기자가 설명하는 기사를 쓴 뒤 내일자 지면에 연결해 보도했지만 지금은 '라이브'가 가장 핵심 스타일이다. 비슷한 유형으로 '라이브 채팅'도 있다. 기자들이 유튜브 라이브 댓글창 같은 공간에서 계속 사실을 정리해서 올리거나 해설을 곁들인다. 빠르게 대응하지만 독자가 원하는 것을 늘 체크한다.

'디지털'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비결

적지 않은 과제도 있다. 기자들에게 기사 발제시 텍스트 포맷인지 아니면 이미지 등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할 것인지 먼저 생각하라고 요청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기자들의 디지털 업무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거든다. 과거에는 웹 사이트에 기사가 필요하면 디지털팀에서 해당 주제를 맡는 부서의 기자에게 직접 연락해 출고를 요청했다. 물론 잘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는 기자가 일하는 부서의 데스크가 부탁한다. 상대적으로 호응이 좋다.

기자들은 '슬랙Slack)'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기사출고를 한 뒤 '스쿠프(scoop, 뉴욕타임스 CMS)'에 기사를 올렸다고 슬랙에 올린다. 기자들은 슬랙에서 어떤 편집자가 자신의 기사를 데스킹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신문 1면에 자신의 기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경쟁하던 기자들도 디지털로 소통하는 등 대부분 온라인으로 일하는 상황이 됐다. 웹 사이트에 방문자를 늘려 광고매출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실패(?)한 뒤 유료 구독자를 늘리는 것으로 큰 방향을 바꾼 결과다. 

재미있고 자극적인 기사와 고품질 분석기사, 그리고 아주 중요한 현안 기사의 페이지뷰를 비교하면 고품질 분석기사는 상대적으로 클릭수가 많지 않다. 그래도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기사에 힘을 실으라는 쪽이다. 수개월 걸려서 나오는 기사를 1년에 1~2건만 쓰는 기자도 있다. "샤넬 백이 수백만 개씩 팔리나. 트래픽이 나오지 않더라도 고급기사로 매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원칙 때문이다. 어려워도 '저널리즘'에 해답이 있는 것이다.

서울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저널리즘은?

물론 돈을 내고 기사를 보는 독자들이 존재하는 미국시장과 그렇지 않은 한국시장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퍼즐이나 쿠킹 등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별도의 디지털 상품도 내놔서 '구독모델'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했지만 한국은 다르다. 최상훈 지국장은 "뉴욕타임스 구독자 750만명 가운데 온라인 전용 구독자는 670만명이다. 하지만 미국 전체의 신문구독자는 6500만명이다. 구독자 목표 1000만명을 내걸고 나아갈 수 있는 배경"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2019년 한 해 동안 기사를 포함해 5만9000건의 콘텐츠를 생산했다. 팟캐스트 '더 데일리' 월간 청취자는 1000만명이다. 2020년 7월 자체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을 제작해 동영상 플랫폼 훌루에서 상영했다. 여러 스타일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내놓는다.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한다. 핵심은 중요한 기사를 재미있게 쓰는 것이다. 기자들은 1700명에 달한다(블룸버그 2700명, WSJ-다우존스 등 1400명, 워싱턴포스트 800명). 기자해고도 반복된다. 

한편, 5월 10일 서울에 공식적으로 문을 여는 <뉴욕타임스> 서울 사무실은 속보 에디터를 둔다. 토픽 등 연성기사도 맡는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뉴욕타임스> 서울 사무실은 최대 30명 정도로 구성된다. 이는 서울로 아시아 뉴스조직을 옮기는 <워싱턴포스트>의 10명 정도와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뉴욕타임스> 홍콩 지국에는 여전히 일부 인력이 지면제작 등을 이유로 남지만 서울은 사실상 '아시아 뉴스 허브'로 올라선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잠든 시간을 기준으로 런던 그리고 서울에서 각 8시간 정도로 기사를 다룬다. 즉, 서울은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의 8시간을 맡는다. <뉴욕타임스> 디지털 에디션-홈페이지, 모바일을 24시간 깨어있게 하는 구조다. 이달 초 최상훈 지국장의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는 한글로도 공개했지만 '번역품질 관리', '시장성' 등의 이유로 정기적인 '한국어' 기사 생산 계획은 없다.

서울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저널리즘이 어떤 모습일지 주목된다.

편집국의 100% 디지털 전환을 예고한 한겨레신문의 디지털 전환 제안서 표지. 한겨레는 2014년 한겨레 혁신 3.0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오랜 독자층과 괴리되고 있는 한겨레의 정체성 논란을 극복하고 후원제 기반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국내 언론의 디지털 혁신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팬데믹으로 상반기 내내 폭발적인 뉴스 트래픽 증가를 맞았던 언론은 네이버 '뉴스랭킹-많이 본 뉴스' 폐지 이후 심한 너울로 흔들렸다. 포털사이트 뉴스제휴정책의 전반적인 개편 흐름에서 '뉴스 유료화' 등 묵은 숙제는 봉인된 채 흘러갔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포털 내 뉴스 점유율 제고에 매달렸다. 디지털 전환 흐름도 숨고르기와 재정비를 오고갔다. 괄목할만한 투자는 주춤했지만 조직정비로 분주했다. 새로운 퍼블리싱시스템(CMS) 도입에 따른 혁신선언도 나왔다. 팬데믹, 총선, 검찰개혁 등 굵직한 이슈를 거치며 속보경쟁은 치열했지만 저널리즘 윤리 정립 등 자정노력은 미흡했다.

2020년 한국 온라인저널리즘 10대 뉴스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무순)

조선일보 CMS 아크 시스템 소개 페이지. 전통매체의 디지털 혁신에서 기술의 비중은 높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양방향성, 다양성, 투명성 등을 수렴하는 디지털 조직문화다.

1. 언론의 디지털 투자와 '혁신' 선언

월스트리트저널이 개발한 미디어 운영 시스템 ‘아크 퍼블리싱(Arc Publishing)’을 도입한 <조선일보>는 연결성(Connected)-확장성(Curated)-가독성(Clear)-혁신성(Cool)을 내세우며 자사 채널과 콘텐츠 품질 향상을 선언했다. 새 CMS를 도입한 <한국일보>는 창간 66주년을 맞아 신문 중심에서 온라인을 우선하는 디지털 조직 전환을 선언했다. 

<한겨레>는 '10만 후원자'를 목표로 하는 디지털 독자 후원제를 추진한다. 지난 10월 총160쪽 분량의 '투르드 한겨레 디지털 전환 제안서'를 사내에 공유하고 디지털 기구를 통합하는 등 1단계 조직정비를 마쳤다. 이들 매체의 혁신은 모두 '디지털 퍼스트' '고객 니즈 파악'이라는 공통좌표를 갖고 있어 각사 만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주목된다. 

2. 독자 수익 모델 본격적 제기 

독자 수익 모델인 구독, 기부(후원), 멤버십 등의 화두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한 해였다. <한겨레>는 자사 주간지 <한겨레21> 후원모델을 확장해 본지에도 적용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 신문은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후원모델을 적용하고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2021년 안에 편집국 전체를 100% 디지털로 전환하는 목표와 맞물려 있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아크 시스템 도입과 함께 '팔리는 콘텐츠'란 화두를 꺼냈다. <중앙일보>는 내년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하는 등 디지털 구독 모델에 성큼 다가선다. 이들 매체는 포털에 유통하는 뉴스 외 타깃형 프리미엄 콘텐츠 생산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조직여건과 시장 경쟁환경을 고려할 때 '뉴스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일부 언론사에 제안한 구독모델 설명자료. 아래 부분에 'NEXT미디어'가 눈길을 끈다.

3. 네이버, 카카오 구독모델 추진

네이버는 하반기에 언론사, 개인 등 콘텐츠 생산자를 대상으로 구독모델의 애드벌론을 띄웠다. 초기 구독형 지식 콘텐츠 콘텐츠 플랫폼에는 소수의 언론사만 일단 제안을 받았다. 많은 이용자와 접점형성이 가능하고 결제와 프로모션 등 기술과 마케팅 측면에 기댈 수 있다. 반면 네이버 이용자를 위해 설계되는 만큼 "언론사의 독자는 아니다"라는 비판도 있다.

카카오는 내년 하반기에 카카오톡 메신저 앱에서 구독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뉴스를 포함해 콘텐츠 이용환경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일단 몇몇 언론사들이 포털사이트의 구독모델 합류에 적극 참여할 예정으로 보인다. 자사 채널 강화, 내부 인력 투입 부담을 고려할 때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4. 포털뉴스의 '알고리즘' 배얼 논란 재연

현재 포털 뉴스로 유입되는 이용자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뉴스 제휴정책의 변화로 포털사이트 내 뉴스 점유율과 같은 기여도로 수익배분을 받는 구조에서 언론의 대포털 이슈는 일상적이다. 포털의 뉴스이용 데이터에 일희일비하는 언론사 내부의 진풍경도 십수년 째다.

선정적 제목, 베껴 쓰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포털뉴스 편집은 알고리즘(AI)의 편향성 논란으로 다시 극화됐다. 거대 보수신문을 비롯 뉴스 통신사 계열 등이 양대 포털사이트에 뉴스 페이지뷰를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AI의 한계를 제어하는 투명한 테이블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언론사의 자사 저널리즈메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5. 언론-포털 관계, 도전적 변화 예고

네이버는 지난해 예고한 대로 언론사에 지급하던 콘텐츠 전재료를 폐지했다. 대신 포털 뉴스 채널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지급으로 전환했다. 언론사 구독판 등 이용자의 브랜드 기반 뉴스소비를 설계하며 이용자의 뉴스이용행태를 재설계했다. 포털에서 '뉴스 유료 구독모델'을 상정하는 것도 변화 신호다. '콘텐츠 상품화'라는 불이 언론사 발등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주제판을 운영하는 네이버·언론사 합작회사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일부 언론사는 독립법인의 경영난을 벌써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에 안주하던 언론사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포털의 기존 인링크 방식 뉴스 서비스 중단도 예상해봄직 하다. 결국 언론의 지속가능한 생존모델은 '콘텐츠'와 '브랜드' 경쟁력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6. 판치는 가짜뉴스, 혐오와 증오뉴스

팬데믹 상황에서 언론이 '공포'를 조장하는 뉴스를 온라인으로 퍼뜨리며 논란이 벌어졌다. 전통매체 스스로 가짜뉴스를 유통하고 확산하는 근거지가 됐다. 허위정보가 판치는 데는 한국언론의 정파성이 거론됐다. 4·15 총선 전후 과정에서 진영의 유·불리를 따지는 왜곡, 편향보도도 이어졌다.

검찰발 받아쓰기가 여과없이 쏟아지면서 검찰개혁이란 본질은 사라졌다. 특정 정치세력이나 인물 간의 갈등만 부추기고 정쟁화를 심화했다. 뉴스를 중심으로 혐오와 증오, 적대와 반목의 전선이 형성됐다. 포털사이트는 공론장이 아닌 편향뉴스의 전시장으로 흘렀다. 뉴스 불신이 되풀이됐지만 성찰은 부족했다. 정치권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논의를 자초했다. 

한국경제신문의 주요 뉴스레터 목록. 이 신문과 조선일보는 편집국 내 '뉴스레터' 담당 부서를 신설하며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7. 뉴스레터 서비스 부상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뉴스레터'가 부상했다. <한국경제>는 WSJ를 벤치마킹한 특정 타깃-기업의 CHO, CFO, CMO 등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레터를 잇따라 내놨다. 3~4년 전부터 뉴스레터에 공을 들여온 <중앙일보>도 카테고리를 늘리는 등 재정비했다. <조선일보>도 명상(종교) 국방 등 전문기자를 앞세운 뉴스레터 서비스를 오픈했다.

뉴스레터는 이메일 구독방식으로 새로운 뉴스소비 습관 형성 기반으로 재도약했다. 주로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는 국내 뉴스 이용자에게 얼머나 호응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자와 독자 사이의 소통도구인 만큼 커뮤니티 구축 등 섬세한 독자관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8.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동 논란

전·현직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사회이슈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피력했다. KBS, SBS 등 지상파방송사와 대형 신문사들은 내부 구성원들의 SNS 활동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회사 방향과 다른 기자들의 (정치적) 견해 표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는 회사의 미투사건 관점과 배치되는 보도로 '정직' 징계를 받았다. 강 기자는 페이스북으로 '정직일기'를 게재하고 사측의 맹목적인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을 비판했다.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검찰개혁 지지칼럼을 낸 뒤 논설위원 배제 인사통보를 받았다. 사표를 낸 직후 페이스북에 소감을 밝히자 응원댓글이 쏟아졌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이 기획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유튜브 저널리즘 세미나 강의가 열렸다. 유튜브코리아는 유튜브가 단순히 콘텐츠를 배포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지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에 우후죽순처럼 개설된 언론사 채널의 미래가 힘겨워 보인다. 

9. 더 확산되는 유튜브 뉴스소비 

방송사 제작뉴스, 디지털언론사 제작뉴스, 인플루언서 제작뉴스, 개인 제작뉴스 등 이른바 '유튜브 저널리즘'이 범람했다. 미국 대통령선거 개표 라이브 방송 등 주요 이슈에서 지상파방송사보다 동시접속자 수가 많은 유튜브 채널이 등장했다. 정치선동을 일삼는 채널 구독으로 확증편향 우려도 커졌다. 유튜브가 저널리즘의 도구가 될 수 있을지 논의도 일었다.

현재 주요 언론사의 유튜브 전략은 광고(PPL 포함), 유료구독 연계 등 매출목표 외에도 정기적으로 시청하는 구독자 확보로 매체 인지도를 높이는 브랜드 마케팅으로 나뉜다. 주요 신문사들도 전담인력을 두고 오리지널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내년에도 유튜브를 중심으로 동영상 콘텐츠 생산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사무소를 내는 글로벌 언론의 채용공지. 링크드인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12월 28일 현재 뉴욕타임스에 1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들 언론의 서울발 디지털 서비스가 국내 온라인저널리즘 지형에 긍정적 에너지로 작동할 수 있을까?

10. 해외언론, 서울 입성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의 홍콩지사 일부 인력이 2021년 서울로 옮긴다. 이들은 뉴욕타임스 디지털 뉴스 담당인력이다. 워싱턴포스트 서울 사무소도 신설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글로벌 속보 뉴스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런던과 함게 서울을 선정했다. 이들 매체는 서울에서 기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에는 100명 이상이 지원했다. 

2015년 일본 닛케이에 매각된 파이낸셜타임스(FT)도기자를 채용 중이다. 글로벌 언론사가 버티기 어렵다는 한국 뉴스시장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해외 유력 언론의 서울 입성은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 지형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도 있다. 독보적인 저널리즘으로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한국어 뉴스 생산 또는 서울발 뉴스를 늘릴 경우 '서울의 BBC 특파원'처럼 극적인 독자 반응이 잇따를지 모른다. 

한국언론은 '신뢰도 개선'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2021년을 맞는다. 온라인저널리즘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다. 기술투자는 제한적이고 전문인력의 고용환경도 불확실하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위기구조는 심각하다. 팬데믹은 그 불확실성을 고조시켰다. 이용자의 뉴스 이용행태를 제대로 수렴하는 일관된 전략과 성과 사레도 드물다.

낡은 리더십과 조직문화는 디지털 부문 종사자들의 의사결정권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온라인저널리즘은 가욋일과 부차적 일로 다루는 곳이 많다. 시장과 독자를 정확히 진단하지 않은 채 콘텐츠 개발에 나서거나 치밀한 준비 없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언론사 내부에 혼선과 동요도 일었다. 

이렇게 디지털 부문은 해묵은 숙제들도 많지만 새해에는 보다 깊은 고민거리들도 생길 것이다. 다음은 주요 언론사 디지털 담당자들이 꼽은 '결정적'인 이슈다.

1. 구독, 후원, 멤버십 등의 선택의 시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 기자들의 온라인 활동이 증가할수록 적절한 평가모델이 필요하다.

3. IT 개발부문은 물론 마케팅, 비즈니스 등에서 디지털 인재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4. 디지털 어젠다가 커지는 반면 의사결정구조에서 디지털 전문가의 관여가 제한적이다.

5. 현재의 뉴스조직에서 '제품'으로서의 뉴스, 콘텐츠를 해결할 수 있는가?

6. '우리의 독자'를 발견, 개발하고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7. 제대로 포털과 협력하는 거래, 제대로 포털에서 독립하는 도전이 공존한다.

 

'제9회 디지털저널리즘어워드'에서 수상했던 한 신문사 디지털 담당자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의문하지 않았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사실 기존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단지 전쟁터였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전장에서도 희망의 뿌리를 찾는 것이 디지털 부문 종사자들의 숙명이다. 

2021년은 독자와 시장이 검증한 공감의 뉴스가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경향신문 홈페이지 회사 소개 페이지 캡쳐. '공명정대'란 글자가 촛불집회 이미지 위에 뚜렷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에 진보-보수라는 언론지형은 묽어지고 '받아쓰기' 언론만 창궐하는 상태다. '받아쓰는' 부분이나마 '사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최근 4~5년 간 세계에서 한국언론의 신뢰도가 '꼴찌'라는 기록과 연결해볼 만하다. 유감스러운 것은 언론 자유도는 개선되는 상황에서 언론신뢰도는 곤두박질치는 일이다. 특히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사 내부에서 보도 경향을 놓고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자들의 경쟁인식이 낮다. 기자 선발과 취재보도의 내용이 매체의 역사성과는 별도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시니어 기자와 주니어 기자 사이에 공감하는 지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가을 한 진보언론 관계자는 '조국사태'로 뉴스조직 내부가 시끄러운 가운데 찾아왔다. 그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조직이 되었다"고 말했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그 혼란의 원인으로 '후배권력'을 꼽았다. 단지 위 아래의 '서열'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이질감이 커졌다. 진영언론이라고 할 배경이 사실상 부서졌다. 매체를 '리셋'하는 수밖에 없다. 기자들은 현재의 매체환경과 주변 상황에만 매몰돼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의 서사가 사라졌다.  

둘째, 독자를 존중하고 앞세우는 전략이 없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 뉴스 소비 시장이 압도하지만 전통적 플랫폼의 엉성한 비즈니스 모델에 기대고 있다. 교양의 시민은 물론 자신의 독자조차 버렸다. 그저 숫자의 노예가 됐다. 네이버 언론사 편집판 구독 설정자수에 환호하며 네이버 댓글과 기사 랭킹에 작약한다. 거대한 '네이버 언론'을 숭배한다. 네이버에 '언론사 브랜드'가 뜨면 안심한다. '독자'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네이버 알고리즘에 길들여지고 네이버 독자에 주목하는 '네이버즘'의 유령에 잡혔다. 

새 뉴스 소비처로 부상한 유튜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장과 독자를 이해하는 과정이라지만 내부는 상업적으로만 타협한다. 공동체에 절실한 저널리즘은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다. 기자들의 자존심이면 족하다. 생태계에서 자신을 과시하면 그만이다. 스스로의 뿌리와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문법에 길들여지는 식이다. 더 많은 디지털 뉴스 생산과 더 많은 네이버의 눈길에 드는 것이다. 이렇게 진보언론의 모든 혁신은 저널리즘과는 동떨어졌다.

비단 진보언론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유독 진보언론의 내상이 심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그들의 비범한 독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품위를 잃었다. 언론이 네이버즘을 맹종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은 단순 지표의 추종이다. 트래픽에 열광하고 있다. 가장 혁신적인 한 신문사의 기사입력기(CMS)에는 실시간 네이버 인기기사 순위표-점유율이 표시된다. 어떻게 하면 네이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콘텐츠는 네이버의 코스와 타임라인에 완벽히 맞춰졌다. 

이 과정에서 진보언론은 스스로 다잡고 가야 할 '어젠다'를 상정하는 전략적 노고도 접었다. 지독한 자기 성찰도 없고, 고귀한 자신의 독자를 찾는 노력도 없고, 장엄한 한국 민주주의의 얼굴도 없다. 대화도 토론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의 이름으로, '언론'이라는 형태로 생존이 가능하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짜뉴스'다. 

'87년 체제' 직후 창간한 한겨레신문, 1998년 사원주주회사로 변신한 경향신문, '2002년 체제'와 동행한 오마이뉴스 등 진영으로서의 진보언론은 '2017년 체제'는 온전히 수렴하지 못했다. '2017년 체제'란 지연되는 정의를 제자리에 올리고, 공동체의 미래진로를 세우며, 시민의 교양을 채우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매체와 그 종사자들은 역사적 의미를 소실하며 불거지는 사안은 태만하게 다뤘다. 한국언론의 신뢰 추락에 미친 책임이 못지않다. 

'진영언론'의 '허위'를 벗고 '진보언론'의 '전모'를 입을 때다. '진보언론'은 첫째, 정의의 고장과 지연을 막는다. 둘째, 민주공화정의 부식을 제거한다. 셋째, 미래 공동체의 가치 균열을 메운다. 넷째,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는다. 다섯째, 시민의 교양을 키운다 등의 원칙을 가다듬는다. 

이 시기에 진보언론 상정은 한국의 진보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오직 그 에너지를 알뜰히 쓰고 가득히 충전하는 뉴스룸의 호응이 절실하다. 그래서 교양의 시민이 향하는 대언론 여정은 강단있는 진영언론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교양의 시민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진보언론 재건으로 나아가야 한다.

 

언론의 '내부 혁신'은 뉴스 검증과 평가가 관건이다. 기자 개인, 조직 환경, 진로 등을 재정의 하는 과정이다.

 

"'팬데믹'으로 기업의 신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기존 사업 확장도 시간적 공간적으로 장벽이 생겼다. 내년 초 전후로 '코로나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다. 인력 감축은 이미 시나리오다. 기업을 오래 경영해왔지만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런데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보면 현실감이 없는 것 같다. 기업이 처한 상태를 모른다기보다는 기업과 언론 관계를 낙관하고 있더라. 나는 기존의 언론사를 통해 경영 정보를 취득하지 않는다. 신문 지면은 안 본 지가 진짜 오래됐다.

글로벌 미디어도 아니고 (국내 언론에) 알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방송은 시청률도 낮지. 손자놈은 프로그램을 다 토막으로 본다. 신문지면을 든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직원들한테 차라리 '펭수'를 만나라고 한 적이 있다.

요즘 들어 언론사가 온라인으로 행사를 하는데... 기업은 협찬을 한다. 솔직히 그게 무슨 근거가 있는 일인가. 나보다 젊은 임원들이 정말 '성가신다'고 하더라.

언론사가 너무 많아서 집중도 안 된다.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 별로 없다. 한국 언론 신뢰도가 바닥이라고 들었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우리가 그걸(언론사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이게 맞는 처신인가 싶다.

팬데믹으로 기업이나 사람들은 다 힘들다는데 언론사는 요즘 (혁신)하는 게 무엇이 있는가?"

얼마 전 한 기업체 최고경영자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다. 한 사람의 말을 옮겨 상황을 극화하려는 게 아니다. 전통매체 주변이 확실히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단 걸 전하고 싶었다. 최고의 오픈 저널리즘과 지향점을 가져왔던 <가디언>조차 편집국 인력을 비롯 200명에 가까운 인력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후원하는 사람들이 80만명이 넘는 매체다.

반면 시장에서 거둔 성과도 그 내용이 썩 변변치 않은 한국 언론사들은 뻔뻔하다. '자기' 독자들을 아예 팽개치는 언론사도 있다. 이 신문사 구성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지금까지도 자신의 뉴스를 퍼뜨리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언론과 기자의 낮은 경쟁인식이 팬데믹은 물론 공동체 이슈의 진로를 어둡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언론의 진영주의와 상업주의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사실을 훼손하는 자기 자신의 부정행위다. 거창하게 역사까지는 아니지만 독자를 존중한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언론의 문제는 기자(뉴스조직), 저널리즘, 독자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첫째, 기자는 '경쟁'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교정해야 한다. 무엇과 경쟁하고 있고 무엇으로 보상받고 있는지 냉정한 자기 검증이 필요하다. 그래야 독자와 시장이 제대로 보인다. 지금은 기자 혼자서 미친 듯이 일하는 것뿐이다.

둘째, 저널리즘을 뿌리까지 살펴야 한다. '머릿속 생각'을 넘어 '프레이밍'의 늪에 빠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것은 사실과 부합한 것인지, 상업주의와 폭로주의의 장벽을 넘어 대안과 희망을 말하는지 끝까지 챙겨야 한다. 뉴스는 만만한 쪽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이 아니다. (트래픽) 장사도 아니다.

셋째, 독자를 제대로 봐야 한다. 우리의 독자부터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독자를 이해하는 공정을 내부 프로세스에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독자를 넘어 세상의 변화를 짚어야 한다. 이때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뉴스에 독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우리 독자에 대한 존중심이 없는 언론은 가장 먼저 망한다.

그런데 생태계로 하루 수만 건씩 배출하는 대부분의 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명이 다한다. 이 현실은 '모르쇠' 한다. 독자의 '진영 소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던데 그건 어디서나 비슷한 상황이다. 구질구질해지는 진짜 이유는 (언론사가 쿠킹한) '훼손된' 정보가 몹시 많다는 데 있다.

매일 해외 미디어와 콘텐츠, 통계를 인용하는 혁신가들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언론의 '본류'는 썩어서 구린내가 진동한다. 언론단체는 날마다 엉뚱한 소리를 한다. 진정으로 바뀌기를 원하지도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며칠 전 한 방송사의 '저널리즘' 관련 프로그램 담당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뉴스의 범람'을 넘어 '뉴스의 폭력'이 심각했다. 그저 부끄러웠다. 사실 젊은 기자들은 저널리즘 이슈에 시쳇말로 '나이브'하다. 또 오래된 기자들은 관성적이다. 뉴스조직 내부에 신구 세대 간 소통은 엷어졌다. 이름을 걸고 쓰는 뉴스를 제대로 평가하고 성찰하는 일이 있기라도 한가?

지금 필요한 건 얼렁뚱땅 식의 변화가 아니다. 지독한 변신이다. 시장, 조직, 기자, 뉴스 등 모든 부분에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한다. 곧 '코로나 쓰나미'가 밀어닥친다. 정상적이라면 언론을 도와줄 '친구'들은 1997년, 2008년보다 극히 드물 것이다.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 버티고 있다. 진정한 비극은 시작됐다.

  1. 이의진 2020.07.24 23:18

    안녕하세요 기자님 언론사 입사 준비생입니다. 판에 들어가기 전에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해답을 찾고자 골몰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인턴으로 일하며, 관련 연구와 기록을 찾아보며, 기자님 말씀처럼 독자와 소통하고 그 관계 속에서 브랜딩이 되는 시스템이 과연 가능한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조직 문화, 지금 조직 관행, 지금 조직 시스템에서 기자 개인이 경쟁력을 갖추려 이것저것을 시도하는게 가능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게 되려면 어떤 식으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그 변화가 가능한 시나리오인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레바퀴 2020.08.04 08:56 신고

      한마디로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조직문화, 리더십 혹은 오너십, 생태계 등이 얽혀 있는 난제가 많습니다. 오롯이 기자의 열정이 필요합니다. 저도 그랬지만 기자로서 첫 발을 떼는 순간부터 초심을 잃지 않는 노력을 한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건투하시길.

    • 이의진 2020.11.02 16:16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같이 공부하시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큰 힘이 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디지털 이슈를 알고 공부하면서 좌절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쓰고 싶고,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는데 이대로 포기하는 건 나약하고 멍청한 생각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다시 선생님께서 하셨던 작업을 복습하며 전의를 다지려는 중 답글을 달아주신 걸 확인했습니다. 정말 힘이 되는 답글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쉬지 않겠습니다. 역량부터 갖추도록 애쓰겠습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앙일보>는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면서 '디지털 스토리텔링' 형식의 콘텐츠를 많이 개발해왔다. '그래픽 텔링'은 종이신문 그래픽 부문 기자들의 열의를 모은 것이어서 그 전도가 주목된다.

한 언론사의 '움직이는 뉴스'가 포털 뉴스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어 화제다. 바로 <중앙일보>의 이슈 패키지-'그래픽 텔링'이다. 평면적인 이미지를 뜻하는 기존의 2차원(2D) 그래픽에 모션 효과를 줘 뉴스를 시각화한 콘텐츠다.

사진, 지도, 데이터 시각화 등 그래픽 요소가 스토리를 이끄는 '그래픽 스토리'와 각 단계의 시각화나 텍스트가 서로 연계되면서 전체의 스토리가 이뤄지는 '디지털스토리텔링'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4월부터 중앙일보M 뉴스룸(편집국) 그래픽팀 기자들이 참여해 현재 40건이 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얼마 전 선보인 '재난지원금 ‘약발’ 안먹히는 지역, 서울엔 딱 네군데 있다'는 텍스트 기사 사이에 시각화된 정보를 품었다. 움직이는 글자와 이미지가 지도에 펼쳐지는 방식이다.

네이버 뉴스댓글에는 "그래픽 전달력이 좋다" "이런 뉴스는 (포털에서) 처음이다" 등이 달렸다. 독자의 호기심이나 관심을 높이는 전달방식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언론사 뉴스 댓글에서 이용자의 '칭찬'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픽'에 주목한 독자들이 의견을 남긴 것만으로도 특별하다.

<중앙일보>의 '그래픽 텔링'은 사각형 박스 안에 다양한 정보를 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형태가 기본 인터페이스로 자리잡았다. 지도, 그래프 등에 수치나 정보를 담으며 표출하는 게 대표적이다. 포털뉴스에서도 온전히 시각화 형태로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언론사의 비슷한 사례들도 있지만 신문지면 그래픽팀을 맡고 있는 기자들이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래픽팀을 총괄하는 조문규 중앙일보 비주얼 디렉터는 "중앙일보는 디지털 환경변화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왔다. 종이신문의 정적 그래픽에서 디지털의 동적 그래픽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문규 비주얼 디렉터는 "그래픽팀 구성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데 적극성을 띠었다"고 덧붙였다. 별도로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애플 키노트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기술을 익히는 등 스터디를 계속했다.

'그래픽 텔링'은 처음엔 글자만 모션 효과를 적용했다. 지금은 이미지 등에 모션효과를 주는 등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가고 있다. 그래픽 담당 기자들이 스스로 배우고 연구하는 상황이다.

안팎에서 넘어야 할 과제는 있다. 중앙일보 뉴스룸의 A 취재기자는 "그래픽팀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기자의 디지털 업무 부담이 늘었다. '그래픽 텔링'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실제 디지털 협업에 뛰어드는 것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의 과정에서 '번 아웃'에 처한 한 기자의 목소리다.

다른 대형 신문사의 B 취재기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건넸다. "하루에 몇 건씩 기사를 짜내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시각화 뉴스의 과제는 밖에도 있다.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뉴스 생태계의 한계다. 아무리 좋은 스토리텔링도 많은 이용자를 흡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속보나 이슈를 중심으로 뉴스가 소비되는 구조다.

또 포털 뉴스 뷰페이지는 언론사가 생산하는 비주얼 포맷을 거부하고 있다. 이용자가 컴퓨터나 모바일 화면을 스크롤하거나 터치, 클릭하는 등 상호작용으로 바뀌는 시각화 형식인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는 포털사이트에는 나오지 않는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언론사별 다양한 포맷을 표준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텍스트 기사나 분류코드처럼 서비스 관리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퍼링크만 해도 광고게시 등 악용 가능성이 상존해 부정적이다.

중앙일보 A 기자는 "(이러한 뉴스유통 환경에서는) 비주얼 콘텐츠의 특장점 자체를 어필하는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사에 묻어가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시도가 많았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소셜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적으로 구현되는 그래픽 텔링.

다음은 조문규 비주얼 디렉터와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Q. 중앙일보 '그래픽텔링'의 개념은?

‘그래픽 스토리텔링’의 줄임말이다. ”뉴스를 어떻게 표현하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출발한 스토리텔링이다. 기존의 2D그래픽에 모션 효과를 줘 뉴스를 시각화한 콘텐츠다.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뉴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형식으로 작성되고 있다.

Q. '그래픽 텔링'을 시작한 배경은?

중앙일보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왔다. 이 연장선에서 "디지털 구독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멈춘 적이 없다.

Q. 종이신문 그래픽 업무를 처리해온 구성원들의 디지털 기술 습득은?

지면이 한정된 공간이라면 디지털은 무한의 공간이다. 디지털은 동적인 비주얼 요소가 중요하다. 디지털 생태계의 확장을 지켜보며 그래픽팀은 새로운 기술 습득에 적극 나섰다. 현재는 그래픽팀 모든 구성원들이 '그래픽 텔링'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픽 기자들은 관련 기술은 대부분 습득했다. 더 나아가 스터디 그룹 등의 형태로 공유하며 노력하고 있다.

Q. '그래픽 텔링' 업무 과정은?

신문사의 텍스트 기사 출고 과정과 도일하다. 자신의 뉴스를 ‘그래픽 텔링’ 형식으로 보도하기를 원하는 중앙일보 뉴스룸 기자들이 기사를 발제하는 단계에서 작업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취재기자들은 그래픽 기자들과 소통하며 가장 효과적인 표현방법을 수정, 보완한다.

Q. '재난지원금 ‘약발’ 안먹히는 지역, 서울엔 딱 네군데 있다'는 구현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가?

줌(zoom, 이미지를 확대하는 기능) 등 여러 요소들이 섞여 있어 6시간 남짓 걸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표현 방법의 수준이 높을수록 작업시간은 비례한다.

Q. '그래픽 텔링'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그래픽 텔링’은 디지털 독자 관점에서 제작한다. 텍스트 뉴스를 비주얼하게 제공할 때 독자가 흥미있게,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게 전달하는데 목표를 둔다.

Q. 안팎의 반응은?

처음엔 빠르게 움직이는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모션 시간을 조정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

이후 '시리즈'로 매일 출고되고 자리를 잡아가면서 "눈이 즐거운 기사에 감사하다" "움짤 넣은 거 재미있다" "신선하다" 등 스트레이트성 뉴스의 댓글에선 잘 볼 수 없는(?) 반응들이 늘었다.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그래픽 텔링’은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의 하나다. 중앙일보 ‘그래픽 텔링’은 흥미로우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사진ㆍ지도ㆍ애니메이션 등 많은 비주얼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섞어 좋은 표현방식을 찾아내려 한다. 앞으로 인터랙티브(interactive) 요소를 접목해보고 싶다. '훌륭한 뉴스 퀄리티'가 기본이라는 점도 유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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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의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텔링은 포털 뉴스 뷰페이지에 구현이 되지 않는다. 한 포털사이트 정책부문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을 마다하는 포털사업자는 없다. 다만 포맷의 문제가 걸림돌이다. 각 언론사들의 다양한 포맷을 균질하게 제공하는 게 관건인데 이를 표준화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처럼 품이 많이 들어간 언론사 콘텐츠를 별도의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는 있다"면서도 "이 경우 콘텐츠 수급의 지속성 뿐만 아니라 균형성 논란도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사안일 경우 제작여건이 있는 언론사의 것만 노출될 수 있고, 업데이트 자체가 뜸해지는 등 서비스 관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포털 뉴스 뷰페이지의 '하이퍼링크'는 '광고 악용' 가능성을 들어 전면 적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네트워크 시각화'를 적용한 그래픽 스토리. 코로나19 확산 경로와 그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 스토리는 아이디어 채택 후 완성까지 약 2주 간의 시간이 걸렸다. 하나의 '스토리'가 나오기까지 내부 구성원들은 독자 관점에서 열띤 토론을 거듭한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포스트> 그래픽팀은 트위터(@PostGraphics) 등 소셜계정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3월 26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온라인 기사 "한국교회는 어떻게 코로나19 확산을 부채질했는가?(How a South Korean church helped fuel the spread of the coronavirus?)"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신천지' 교인이 퍼뜨리는 한국의 집단감염 상황을 특별한 형식으로 표현했다. 질병관리본부(KCDC) 데이터와 한국의 주요신문 뉴스를 수집한 뒤 이를 그래픽 위주로 재구성한 '그래픽 스토리'다. 코로나19 확산 경로와 그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데 효과적인 '네트워크 시각화'(그림)를 적용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던 때라 국내 소셜미디어에는 이 그래픽 스토리를 공유하는 글들이 많았다. 세계적인 언론사 <워싱턴포스트>가 한국의 '코로나19' 이슈를 다루는 만큼 화제였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던 때라 국내 소셜미디어에는 이 그래픽 스토리를 공유하는 글들이 많았다. 세계적인 언론사 <워싱턴포스트>가 한국의 '코로나19' 이슈를 다루는 만큼 화제였다. 이 그래픽 스토리는 모두 세 명의 기자들이 협업했는데 두 명의 한국인 기자가 있었다. 김민주 <워싱턴포스트> 서울 주재 기자와 워싱턴 본사에 있는 신유진 그래픽 기자(Graphics Reporter)였다. 신유진 기자에게 이메일로 제작과정을 질문했다.

<워싱턴포스트> 본사 건물. 사진 제공 <워싱턴포스트> 홍보팀.


신 기자는 "한국 질병관리본부 데이터와 관련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부서 회의 때 발제를 했는데 받아들여졌다"라고 밝혔다. 이때 미국에도 확진자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었지만 감염경로를 알 수 있는 데이터는 한국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그래픽 스토리'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무엇인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시각화가 글-텍스트와 잘 어우러져서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등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핵심으로 한다.

특히 증강현실(AR) 같은 혁신적인 스토리는 마감 이전에 언론사 내에서 사용자 테스트(User Testing)를 거친다. 사람들의 사용 경험을 수렴해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최종 점검을 한다.

하나의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녹여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집단 감염을 다룬 '그래픽 스토리'의 경우 아이디어 논의부터 완성까지 약 2주가 걸렸다. 미국서 6년차 기자경력의 신 기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래픽과 스토리텔링이 전부는 아니다. 그것이 어떠한 정보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독자를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이는 스토리로서 실패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픽 기자는 이 과정에서 흥미로우면서 정확한 정보 전달방식을 맡는다. 주요 업무는 첫째, 데이터 수집·분석 및 취재로 이야기거리 발견 둘째,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 시각화 디자인 셋째, 좀 더 간결하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 접목 등이다.

주로 지도, 사진, 그래프, 챠트 등의 시각 정보를 이용하여 스토리텔링 뉴스를 구현해 '비주얼 저널리스트(Visual Journalist)'라고도 한다.

 그래픽 기자는 '비주얼 저널리스트'로 불린다. 멀티미디어 포맷이 강조되는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 테크놀로지, 디자인 등을 효과적으로 접목해 정확한 정보 전달과 독자 이해를 돕는 전문영역이 주목받고 있다. 


신 기자는 "그래픽 기자는 데이터 시각화 방식과 그래픽, 기술 등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디자이너, 개발자, 기자 등 1인 다역을 소화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언론사에는 이런 역할을 하는 '그래픽 기자'는 없다.

전문 기자와 다양한 구성원이 합류해야 가능한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는 해외 언론사의 꾸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 결국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워싱턴포스트>도 디지털 뉴스의 가능성을 파악하는 분야로 다루고 있다.

국내 한 전문가는 "역량 있는 디자이너가 주도할수록 훌륭하게 시각화한 데이터를 볼 수 있는데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는 시간 흐름을 따라 잘 정리했다"고 호평했다.

국내 언론도 4~5년 전부터 '비주얼 저널리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BS의 데이터저널리즘 뉴스 브랜드 '마부작침'은 대표적이다. 올해 초 '코로나19 감염자 한눈에 보기'를 선보였다.

<워싱턴포스트> 그래픽팀 구성원들. 사진 제공 신유진 <워싱턴포스트> 그래픽 기자.


국내 언론과 해외 언론 간 수준 차이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언론사의 투자규모와 경쟁 환경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방송사 데이터 저널리즘 담당자는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처우가 아직 크게 부족하다. 반면 해외 언론은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 담당자도 '기자' 타이틀을 준다. 능동적으로 스토리를 제작할 수 있는 지위다. 훌륭한 그래픽 뉴스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라고 지적했다.

신 기자는 '뉴스의 미래'를 위해 내부 구성원 사이의 상호소통 그리고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주문했다.

"<워싱턴포스트> 구성원들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의문점을 제시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토리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서로의 관점을 배우게 된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로서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다." 열린 소통과 토론이 퀄리티 저널리즘의 열쇠라는 의미다.

- 위는 2020년 4월 27일자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한국경제신문> 유료 채널인 '모바일한경'에 게재되었습니다.

- 아래는 신유진 <워싱턴포스트> 그래픽 기자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신유진 그래픽 기자 소개 페이지. 신 기자가 <워싱턴포스트>에서 만든 스토리 리스트를 볼 수 있다.

 

신유진 기자는 뉴욕대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받고 MIT 도시계획연구소 데이터 시각화 전문 연구원(SENSEable City Lab)을 지냈다. 이곳의 포트폴리오에 힘입어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 멀티미디어  편집자로 언론계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뒤인 2018년 6월 <워싱턴포스트> 최초로 한국인 그래픽 기자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신 기자의 입사 10여일 전 자사 페이지에 프로필을 전했다.  

- 언론사에서 일할 '계획'이 있었나? 

계획은 없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런데 일에 회의가 생겼다. 퇴사 후 진로 고민으로 1년여 시간을 보냈다. 우연히 접한 '융합 디자인'에 빠져 유학길에 올랐다.

학교 졸업 후 MIT 데이터 시각화 연구원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이 경험은 <월스트리트저널>을 거쳐 <워싱턴포스트> 그래픽 기자가 되는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 <워싱턴포스트> 입사 계기는?

<월스트리트저널> 때는 뉴스조직 경험이 처음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내부 시스템을 익히고 빠른 마감시간에 맞춰 일하는 것이 힘들었다. 퇴근하자마자 쓰러지듯 누워 자는 날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업무가 재미있었고 좋은 동료들과 일하는 게 즐거웠다. '미국 이민', '상원 의회의 여성의원 증가'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만들었다. 이때 그래픽 부문 '상'을 받아 언론계에 알려졌고 어느 날 <워싱턴포스트>의 연락을 받았다.

- <워싱턴포스트> 그래픽 부서는 어떤 곳인가?

그래픽 부서는 미국에도 큰 언론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약 20명 정도의 규모다. 여러 배경의 사람들이 있다. 언론, 디자인, 컴퓨터공학 등 전공도 다르고 사회경험도 다양하다. 누구는 디자인을 좀 더 잘하고, 누구는 데이터 분석을 좀 더 잘한다. 팀원들은 서로 알려주고 배워가면서 일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어떤 그래픽 스토리를 만들기로 결정하면 구성원의 역량과 성향을 파악해서 팀을 짠다. 스토리 별로 매번 팀을 다시 만든다.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취재기자는 물론 비디오팀, 디자인팀 등 다른 구성원들과 협업한다. 특히 인터랙티브 뉴스를 만들 수 있는 템플릿과 도구가 공유돼 있다. 이것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며 업무 효율을 높인다.

- "한국교회는 어떻게 코로나19 확산을 부채질했는가?"는 어떻게 진행됐나?

한국 질병관리본부 데이터와 관련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발제했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는데 그래픽팀 내부의 에디터와 논의를 거친 끝에 공식적으로 채택된다. 물론 다른 그래픽 기자의 아이디어에 참여를 하거나 다른 팀 동료의 제안으로 함께 일을 할 때도 있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과 보완 취재로 조금 더 자세히 데이터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데이터에서 흥미로운 정보를 찾으면 시각화를 준비한다. 에디터 그리고 팀원들과 가장 적합한 시각화를 검토한다. 이것은 초기 코로나19 확산 경로와 그 관계에 초점을 맞췄던 터라 네트워크 형식의 데이터 시각화로 결정했다.

그 다음은 '스토리텔링'에 관한 의견을 나눈다. 이 스토리를 제시할 때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무엇인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데이터 시각화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데이터 시각화가 글-텍스트와 잘 어우러져서 이해가 쉬운지 등의 토론을 한다. 흥미로우면서도 정확한 정보 전달 방식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픽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한다. 이야기 전달에 적절한 색을 찾고, PC 컴퓨터와 모바일 매체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과정이다. 다양한 브라우저에서 테스트를 하며, 사용자 경험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의 그래픽 기자는  디자이너, 개발자, 기자로서의 역할을 모두 소화한다. 

- "한국교회는 어떻게 코로나19 확산을 부채질했는가?"에서 초점을 둔 것은요?

지역사회 감염경로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했다. 초기 대부분의 감염은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통해 이뤄졌는데, 신천지 같은 클러스터들이 형성이 되면서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초기 감염경로는 그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네트워크방식의 시각화를 이용했고, 관련된 링크를 강조하는 식으로 시각화를 전개했다.

- 데이터 시각화를 비롯 비주얼 저널리즘의 최신 트렌드는?

최근에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체험을 표현하는 스토리텔링이나 복잡한 주제를 게임을 통해 이해를 돕는 스토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 스토리의 '혁신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완성도' 이슈도 이어지고 있다. 가령 컴퓨터에서는 이야기 전달이 잘 이뤄지는데 모바일에서 한계나 취약점이 있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데이터 시각화와 사용자 인터랙션도 다양한 매체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디자인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 그래픽 기자들의 활동 환경은 어떤가?

미국 언론계는 '그래픽 기자'들이 눈여겨 볼만한 학회와 어워드 행사들이 여러 있다. 뉴스디자인을 위한 사회(Society for News Design), 인포그래픽 부문의 퓰리처상으로 평가받는 말로피에(Malofiej)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데이터시각화어워드(Data Visualization Awards) 등이 대표적이다. 워크숍, 컨퍼런스 등이 정기적으로 열려 업계의 트렌드와 전망을 공유한다. 

- 수상 경력은?

미국 언론계 그래픽 스토리 분야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학회는 뉴스 디자인을 위한 사회(Society for News Design)다. 이 학회는 매년 우수한 그래픽 스토리와 언론인을 선정한다. 초기 수상자들은 현재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디렉터(director)로 활동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그래픽팀의 '미국 고속도로 병목현상 분석'(2017년)을 비롯 2018년 <워싱턴포스트> 그래픽팀에서 만든 작품으로 '최고 디지털 디자인상'(The Best of Digital Design)을 수상했다. 두 번 모두 개인 자격으로 영예를 안았다. 현재까진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다

- 독자들의 실제 반응은 어떤가?

올해 초 공개한 '백만장자인 블룸버그가 선거광고에 쓴 비용'(What Bloomberg’s half-billion dollars in campaign spending would cost you on your budget)' 기사는 독자들이 자신의 자산을 입력해서 비교하는 인터랙션에 초점을 맞췄다. 블룸버그가 지출하는 억대 광고비는 보통의 미국인이 피자 한 판을 사는 것과 동일한 소비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구현했다. 독자들은 미국의 빈부격차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는 피드백을 보냈다.

2월  '코로나19의 확산속도와 치사율을 데이터 시각화로 구성한 스토리'(How epidemics like covid-19 end (and how to end them faster)는 제한된 인구 수에서 코로나19 확산 양상을 홍역 에볼라 등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해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바이러스 사이에 상대적인 차이점을 좀 더 이해하기 쉬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래픽 스토리는 소셜미디어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공유된다. 시각화 요소 중 시각 정보 같은 특정 부분을 캡쳐하는 방식이다. 또 증강현실이나 게임 등으로 뉴스가 디자인 된 경우는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형태도 있다.

제가 만들었던 '지하 공간의 미스터리 공룡'(A mystery dinosaur in the nation’s basement)'스토리는 역동적인 반응이 나왔다. 독자들은 지하철을 비롯 다양한 공간에 공룡을 위치시키고 움직이는 모습을 공유했다. 독자의 시선에 따라 뉴스가 재해석된 셈이다.

- 그래픽 기자로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스토리텔링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은?

역시 저널리즘의 원칙이다. 다만 전문영역인 만큼 이를 데이터 시각화와 스토리텔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들여다본하다. 가령 바(bar) 차트를 만들 때 기준점을 영점으로 두지 않는 경우 그 차트는 정확성을 놓친다. 정보를 어떻게 정확하게 전달하느냐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시각적으로 잘못된 정보가 독자들에게 인식될 가능성에 대해 계속 검토한다.

잘못된 데이터 시각화 사례(왼쪽)를 보여주는 워싱턴포스트의 페이지. 

또 기존의 그래픽 스토리와 다른 새로운 시도를 연구한다.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적 한계점을 게임의 형태로 전달하는 스토리를 만들고, 2017년 라스베이거스 총격사건은 경찰들 간의 무전 대화를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오디오 기반 스토리를 제작했다. 스토리에 따라서 어떠한 매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지, 어떠한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좀 더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래픽 스토리 분야는 디자인이나 테크놀로지의 개발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한다. 관련된 그래픽 스토리들을 분석할 때도 있고 예술가들의 작품을 찾아보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도 공부한다. 언론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 항상 열려 있고 배우려고 한다.

예를 들면 NICAR(The National Institute for Computer-Assisted Reporting) 주최 학회에 참가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러 나라의 언론사에서 천 명 이상의 기자들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학술행사다. 새로운 툴이나 프로그래밍 언어 등을 배우고 토론하면서 부족한 점도 보완한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초기화면(프런트 페이지)에 신유진 그래핀 기자가 만든 '자율주행차' 관련 그래픽 스토리가 위치해 있다.  이 스토리의 URL은 https://www.washingtonpost.com/graphics/2019/business/how-does-an-autonomous-car-work/?itid=ap_youjinshin 이다.


- 좋은 스토리를 만들 때 고려할 점이 있다면?

소통이다. 언론사 내부는 물론이고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도 활발한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와 도구들이 나오고 있고 독자들의 뉴스 소비 환경과 패턴도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혁신-전환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변화와 그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끊임없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해서다.

첫째, 뉴스조직 내부의 협업이 성과를 내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의 열린 대화가 주요하다. 새로운 방식으로 스토리를 만들 때 다양한 분야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어떤 데이터를 이용할지,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이 좋은지 등 함께 해결점을 찾아야만 좋은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둘째, 비슷한 일을 하는 언론인들끼리 소통이 필요하다. 미국 언론계는 어떤 매체에서 그래픽 스토리를 만들면 소셜미디어로 서로 공유한다. 새로운 접근 방식을 소통하면서 배우는 과저이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모임(meetup)'도 잦다. 학회 같은 곳에서 전문적인 학습도 한다. 

- <워싱턴포스트> 근무 여건이나 문화는 어떤가? 

기본 8시간 근무를 한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다. 하루 일과는 프로젝트에 따라 결정이 된다. 함께 일하는 사람, 회의, 맡는 역할은 프로젝트별로 조금씩 다르다. 

구성원들의 건강이나 복지에 신경을 많이 써주는 것이 좋다. 가령 밤샘작업을 했을 경우 초과 근무 시간 만큼 추가 휴가를 얻을 수 있다. 아파도 억지로 사무실에 나오기보다는 병가를 내고 쉰 뒤 좋은 컨디션으로 일하는 것을 장려하는 문화다.

- <워싱턴포스트> 최초의 한국인 그래픽 기자로서 일하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워싱턴포스트>는 많은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언론사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제외하면 모두 구독자만 뉴스를 볼 수 있다. 주변에서 구독자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워싱턴포스트> 입사 때 편집장(Chief Editor)을 비롯 간부(Managing Editor)들과 면접을 했다. '나'의 이력서에 무언가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날카롭고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확신이 생길 정도였다. 입사 후에도 뉴스조직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워싱턴포스트> 구성원들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의문점을 제시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토리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서로의 관점을 배우게 된다. 열린 소통과 열정적인 토론이 모여 <워싱턴포스트>의 퀄리티 저널리즘이 완성된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덧글. 이 포스트에 적용된 '링크'는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의 유료화(paywall) 정책 때문입니다.

덧글. 현재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대부분 재택근무 중입니다. 바쁘고 어려운 시기에 대화를 이어간 신 기자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1. 미국개미 2020.04.27 17:55 신고

    비주얼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오늘도 하나 배우고 갑니다~~!

최근 20여년 사이 언론과 디지털은 다른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밀접한 관계가 되었다. 직업 기자가 디지털에서 획득하는 '브랜드'도 하나의 사례다. 자신의 이름, 정체성과 자신의 일-취재와 보도, 견해, 교류 등을 온라인에서 전달하는 기자들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이 장면에서 독자들의 기자에 대한 인식이 교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들은 온라인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에 너무 많은 미디어가 있기 때문에-독자들까지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시간과 노력이 아주 많이 들어서다. 

그럼에도 기자 브랜딩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첫째, 정보를 다루는 미디어가 더욱 늘어나고 있으며 그 수준도 크게 향상되는 상황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생존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브랜드 구축으로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자신만의 전문화된 카테고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둘째, 소셜네트워크의 확산 이후 기자 개인의 성향이 가감없이 노출된다. 이 시대에 기자의 진정한 금기는 어찌보면 '모호성'이라고 할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활동하는 무대에서 이도저도 아닌 처지가 되면 장기적으로는 일자리도 위협받는다. 최소한 진솔함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셋째, 기자 브랜드는 뉴스조직이 잠재 고객을 찾는데 필요한 에너지다. 뉴스조직이 지탱하는 논조나 역사는 매체의 독자층을 두텁게 하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자는 저널리즘의 고색창연한 은유는 물론이고 화제의 스피커로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에서 진화한 기자 브랜드 개념 

출처 Saska Saarikosk(2012) ‘기자 브랜드’ 관련 아티클 재가공. 핀란드 ‘헬싱인 사노 마트 재단’ 예술 및 문화 편집자, 로이터연구소 저널리즘 관련 연구저작물 다수 발표

기자 브랜드는 단지 '유명하다'는 차원을 넘어 '교류한다'는 의미로 진화했다. 과거 기자 브랜딩은 (출입처에 기반한) 저명성, (여론주도층 중심의) 인지성, (소속 매체를 통한) 주목성, (연륜과 경륜의) 배경성, (정치적 소신과 신념의) 투쟁성에서 다투는 영역이었다. 현재는 (소셜미디어 등 노출의) 다양성, (온라인 평판의) 우호성, (특정 분야 특히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례적인) 참여성, (관심과 관점 등의) 동질성, (유대와 교류의) 적극성에서 주로 전개된다. 

즉, 오늘날 기자 브랜드는 '스타기자'와 조금 다르다. '스타성'은 출중한 재능과 외모도 갖췄지만 대체로 특별한 일이 계기가 된다. 스타성은 시장에 계속 수렴되지 않거나 개인적으로만 반짝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브랜드가 된 기자는 대중성은 물론이고 매체 또는 그 분야를 상징하며 더 나아가 신뢰와 영향에서 다른 기자들을 압도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기사 공유 외에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내며 독자와 소통하는데 적극적이다.
 
지난 10년 사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하여 독자와 만나는 기자들은 눈에 띄게 늘었다. 소셜미디어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가능하게 도왔고, 기자들은 이러한 커뮤니티에서 독자와 상호작용을 증진시켜왔다. 앞으로도 독자는 뉴스 소비 환경에서 이러한 기자들과 더 자주 교류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에게 의존할 기회가 커질 것이다. .

브랜드를 지향하는 기자는 취재 및 보도 등 업무와 관련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부분에도 의욕적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자들과 더 큰 네트워크와 더 강한 관계를 쌓는데 집중한다. 

대표적으로는 각 채널에서 처지를 바꿔 열성 독자로 활동한다. 좋아요 및 일반적인 댓글을 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들의 기사나 스토리를 읽고 어떤 식으로든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한 활동은 기자가 단지 뉴스조직에 갇혀 있지 않고 '동료'이자 '협력자'라는 것을 암시한다. 

참여적이고 인간미 띠는 기자들 속속 나와

수많은 블로거와 미디어 심지어 유튜브 채널이 24시간 정보를 쏟아내는 만큼 독자의 관점에서는 정보와 의견, 관점에 부족함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성 있고 품격 있는 목소리의 공간은 남아 있다. 경쟁이 얼마나 가파른 지와 관계없이 신뢰와 품격은 항상 독자가 뉴스와 기자를 향해 관심과 애정을 유발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의 관점은 독자를 연결하는 데 결정적이다. 어떤 치열한 문제에 대해 용감하게 의견을 제시하면 독자의 참여는 폭증한다. 중요한 온라인 대화에 기자 개인의 관점을 내놓는 것처럼 드라마틱한 것은 없다. 물론 위험한 측면이 존재한다. 이때 뉴스조직의 가이드를 지키는지, 동료 및 선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그 어려움을 경감시킬 수 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가끔씩 꺼낸다면 큰 파고를 피하는 사전 포석이 되기도 한다. 독자가 기자의 이력이나 출신 배경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소셜프로필이나 개인정보의 관리를 미리 해두는 것은 대표적이다. 기자의 작은 개인 정보들은 기자가 쓰는 뉴스나 의견에 대해 독자의 첨예한 반응을 완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기자는 브랜딩을 하는 긴 여정에서 독자의 반응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이다. 관건은 저널리즘의 윤리를 지키는 일이다. 또한 소셜플랫폼의 게시물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해를 입히거나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좀 더 주의력 있는 기자들은 독자의 반응을 잘 정리한다. 독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게시물이 더 큰 반응을 얻는지를 파악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들에게 먼저 안부를 묻거나 위로나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성공한 기자 브랜드는 냉정한 관찰자인 동시에 따뜻한 휴머니스트다.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서 주목받는 기자 브랜드. 현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독자들과 소통을 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뉴스조직과 사회적 필요성 커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유례없이 팽창했다. 전문가 또는 시민에게 질문하고, 강력한 의견을 말하는 것도 낯익은 모습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일을 더 적극적으로 더 일상적으로 지지하는 경우도 많다. 강력한 독자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정치적 이슈나 갈등적 사안에 대해 공공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로는 그것이 소란을 일으키고 기자와 뉴스조직의 명성에 부정적인 작용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도 있었다. 또 유튜브를 개설하거나 자신들만의 매체나 커뮤니티를 활용하며 브랜드를 키우는 기자들도 속속 등장했다.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은 "독자들이 기자에게 찾아오기를 원한다면 또는 기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면 스스로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스조직은 '기자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투자의 가치에 소극적인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비용을 들여 브랜드 형성을 돕더라도 결국 기자들은 언론사의 울타리를 벗어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자 브랜딩'은 사회적 문화적 요청과 산업적 기술적 이해의 지점에 복합적으로 걸쳐져 있다. 일단 공동체가 전문직 종사자인 기자에 거는 기대가 커졌다. 보다 높은 이상과 강한 진실을 바라는 전형적인 심리 못지않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친구 또는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동지'로서의 구애도 만만치 않다. 

플랫폼 종속의 뉴스 생태계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는 언론사로서는 기자 개개인의 경쟁력 담보 과제를 포기할 수 없다. 기자 브랜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수면 아래에 놓여 있다. 일부 매체에서 '스타 기자' 육성을 위해 프론트 페이지 노출, 블로그 운영지원 등을 진행했지만 소셜미디어 부상과 모바일 중심 뉴스 생태계 이래 흐지부지됐다.    

언론불신 치유하는 묘약될 수 있다

기자 브랜드는 언론과 시장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과제이다. 좋은 기자의 등장은 독자의 뉴스소비를 개선시킬 뿐만 아니라 언론 신뢰도를 회복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과 기자의 역할 못지않게 시민사회의 ‘매체감시’가 아니라 ‘기자관심’이 필요하다.

기자 브랜드가 더 부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뉴스조직과 시장환경의 한계 못지않게 기자 개인의 태도 문제가 적지 않다. '기사로 말하는 시대'에서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대'로 변화한 언론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매체 기자들은 자신 또는 자사의 뉴스를 공유하거나 일상을 전하는 정도로 머문다. 아직도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다" "시간이 없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기자들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자 브랜드 자체가 나오기 어렵다. 특히 저신뢰언론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장기간 지속된 한국에서는 직업적 소명이나 윤리 등 저널리즘을 고민해야 '브랜딩'이 가능하다. 

기자와 독자-시민사회 간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기자 브랜드를 키우는 독자의 역할이  있다는 의미다.  기자 브랜드는 언론의 과제인 동시에 언론의 사회적 책임으로 살펴야 한다. 기자를 언론사 안의 직업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불러내서 독자인 시민과 함께 하는 장이 열려야 한다. 지역공동체나 시민이 자신의 커뮤니티에 기자를 부르고 기자가 이에 응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자 브랜드는 탈브랜드 뉴스 소비, 취재원 중심의 문화 등 뉴스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전문성을 쌓아가고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다하는 기자들에 대한 응원과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탐사보도나 팩트체크 등 저널리즘에 유의하는 기자의 노고를 플랫폼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도 필요하다. 네이버 '기자 구독'을 특정한 주제나 영역을 강화하는 것도 다뤄봄직하다.

이 과정에서 기자로서의 신뢰성을 떨어뜨라는 온라인 행동은 피해야 한다. 가십 사이트나 신뢰할 수 없는 출처의 정보를 게시하거나 공유해선 안 된다. 또 전문가나 유력한 독자의 콘텐츠를 베끼는 것도 금물이다. 독자들이 출처와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오류와 결함이 있을 때 부인하고 보류하는 것이 아니라 즉시 사과하고 수정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비판하거나 차단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언론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지속되면서 언론과 독자 사이의 전통적인 신뢰와 충성도는 점점 손상돼 왔다. 이것은 뉴스조직과 기자 사이에도 새로운 긴장을 낳았고, 기자들은 일종의 '구명 조끼'로 브랜딩에 나서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위계적 조직문화는 기자들의 브랜딩을 일정하게 제한하거나 자율적으로-무계획적으로 방치하는 등 극단적인 흐름이 공존했다.

이미 많은 기자들은 뉴스조직의 경계에서 정보에 대한 팩트 확인, 의견과 토론, 상호 교감으로 나아가고 있다. 언론계는 이제 기자 브랜드를 수많은 가짜뉴스-허위정보가 만연한 공간에서 품격있는 저널리즘의 밀알이며 '디지털 구독'의 길을 제시하는 전략으로 가다듬어야 한다. 저널리즘의 진로는 두말할 나위 없이 공동체에도 중요하다. 시민사회도 기자와 그 브랜드를 언론계의 문제로 가두지 않고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관계와 경험을 만들어내야 한다.

덧글. 이 포스트는 미디어 전문지 소속 한 기자의 '기자 브랜드' 관련 인터뷰에 응하면서 간략히 정리한 내용을 다시 구성한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 2020년 3월호에 관련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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