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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협찬의 기존 비즈니스모델에서 수용자 기반 수익모델의 여정에 나설 수 있을까. 시간과 비용부담이 드는 구독모델과 멤버십모델보다는 기부모델 즉, 후원모델이 한국 언론지형에서는 적합하다. 진보매체 <한겨레>는 5월부터 후원모델을 시행한다.

국내 신문사들의 '구독모델' 관심이 커졌다. 첫 신호는 최근 수 년간 디지털 혁신투자에 공들여온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현재 디지털 편집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또 독자 로그인을 유도하는 콘텐츠 디자인에 골몰하고 있다. 과금, 결제 등 지불 시스템 구축의 사전 단계에 해당한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의 퍼블리싱 시스템 '아크'(ArcXP)를 도입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크 구성요소에는 구독상품을 지정하고 결제, 정산이 가능한 '구독관리시스템'도 있다. <중앙일보>보다 속도는 더디지만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를 고민하는 '에버그린 콘텐츠' 부서를 신설했다.

두 신문사가 구독 인프라와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이 <한겨레>, 경제지 등 주요 신문사들은 '뉴스레터'를 앞다퉈 도입했다. <한국경제>가 WSJ처럼 CEO 등을 대상으로 하는 타깃형 뉴스레터로 차별화 방식을 택했고 나머지 매체들은 전문 기자를 투입해 다양한 주제로 구성했다. 뉴스레터 구독으로 '습관'을 형성하려는 시도다. 

시장 외부의 변화조짐도 심상찮다. 네이버는 5월초 주요 언론사의 홈메뉴에서 '프리미엄' 메뉴를 통해 본격적인 유료 구독모델을 시험한다. 신문사와 그 계열 매거진을 포함 약 20곳의 CP가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품성 있는 콘텐츠와 이용자 지불의사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단 충분한 '테스트 베드'는 갖춰진 셈이다.

카카오도 이르면 상반기 중 카카오톡에 '콘텐츠 구독탭'(가칭)을 개설한다. 다양한 콘텐츠 채널을 유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언론사 안팎으로 '구독 생태계'에 집중하는 조건이 펼쳐지는 가운데 <더피알>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아래는 기자 질문에 간략하게 답변한 내용이다. 기자와 이 내용을 구글독스에 공유했다. 블로그에는 조금 첨삭한 것으로 게시한다. (이 내용은 <더피알> 4월호에 게재됐다.)

<더피알> 4월호. '디지털뉴스에도 구독 생태계 열릴까' 전문가들은 기대와 한계를 지적했지만 현장은 아득하다. 자신의 독자를 정확히 모르는 전통매체의 '구독모델'은 시장 안팎의 북소리로 이제 걸음을 뗐다.

Q. 현 시점에서 뉴스구독 시스템 정착의 당위성이 있다면 말씀부탁드립니다. 

포털사업자들은 커머스와 콘텐츠 전반에 '구독'이 자리잡는 흐름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의 구독멤버십과 일부 전통매체의 뉴스레터 구독사례 등 지식정보 콘텐츠 시장에도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는 것이죠.

포털사업자들은 이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서비스는 크게 보면 이용자제작콘텐츠(UGC)에 이어 (준)전문가들의 콘텐츠(PGC)로 흘러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만들어졌고요. 광고를 넘어 지불구조(PPGC, Payed Proffesional Generated Contents)를 만드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유튜브도 각 채널의 '멤버십'을 띄우고 있지 않습니까. 포털의 '지식정보 구독 생태계' 상상력은 원초적일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네이버는 언론사 브랜드 단위의 구독모델을 확장해왔습니다. 구독설정자 수가 400~500만 명이 되는 언론사들도 생겼습니다. 네이버 이용자의 구독형 뉴스 소비습관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구독방식으로 매체별 뉴스소비를 하는 이용자가 있는 만큼 유료 콘텐츠의 수준에 따라서는 지불의사를 가진 이용자층의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Q.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의 온라인 구독이 잘 자리잡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포털이 뉴스 유통의 대부분을 자지한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외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마디로 국내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이 구체적이지도, 전면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조선, 중앙 등 일부 매체가 인프라에 투자도 하고 전담인력도 확보하면서 새로운 실험을 늘려왔지만 여전히 온라인은 가욋일과 오프라인의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투자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나 역량도 뒷받침되고 있지 않습니다.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디지털 전문가의 영향력은 극히 낮습니다. 대부분의 결정이 종이신문의 관점에서 처리되고 있습니다.

이는 레거시 미디어의 비즈니스모델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오프라인 기반의 매출비중이 압도적입니다. 광고, 협찬 등의 규모에 의미있는 감소세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내부에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자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환경입니다. 기업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언론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출규모나 외형은 커졌습니다. 광고주가 인식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물론 앞으로 점점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언론매출에서 대형광고주인 기업의 역할이나 규모가 변화가 없기 때문에 굳이 구독환경, 디지털 매출에 전념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용자 관점의 '구독모델' 전환이 어려운 이유는 포털 주도의 디지털 뉴스 생태계가 걸림돌이지만, 최대 장벽은 언론산업을 떠받드는 매출구조 그 자체가 아닌가 합니다.

Q. 개별 뉴스 플랫폼에서의 뉴스구독이 자리잡게 되면 언론사와 뉴스 소비자 각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언론사의 주요 매출원은 기업의 광고, 협찬입니다. 언론은 독자보다 기업과 더 우호적입니다. 뉴스 구독이 정착하면 생산과저에서 이용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입니다. 사실 한국언론은 디지털 뉴스 이용자에 대한 '서베이'가 전혀 없습니다. 최소한 자신의 독자들이 누구인지, 무슨 뉴스를 어떻게, 어디에서 읽는지조차 데터가 없습니다.

뉴스조직이 개별 독자 시장에 집중하게 되면 콘텐츠의 질과 범위, 형식이 달라집니다. 뉴스소비자가 가지는 여러 기호와 관심사를 수렴합니다. 뉴스 소비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습니다. 뉴스소비자와 소통을 합니다. 즉, 뉴스소비자가 뉴스생산의 기준이 됩니다. 

반면 뉴스소비자는 자신에게 주목하는 뉴스매체를 찾게 됩니다. 단골고객이 됩니다. 이 매체가 사회적으로 평판도 좋고 가치가 있다면 자부심도 갖게 됩니다. 마니아 팬심, 충성도, 덕질이 언론관계에서 자리잡습니다. 비로소 언론을 돕는 것이, 구독하는 것이 나를 즐겁게 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론의 책임성 구현에 주목하는 뉴스소비자는 언론을 구독하고 후원하는 것을 넘어 더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됩니다. 직접 참여자가 됩니다. 

뉴스소비자가 언론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면 역설적으로 언론은 뉴스소비자를 방치할 수 없습니다, 언론이 독자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면 독자는 언론을 지금처럼 떨어져서 볼 수 없습니다. 새로운 지평이 열립니다. 언론과 독자는 '구독'을 매개로 파트너 협력자 친구 동반자로 마주보게 됩니다. 뉴스조직에는 독자개발부서와 소통과 데이터분석, 콘텐츠 전략부서가 부상합니다. 

Q. 구독시스템이 성공을 하려면 궁극적으로 차별화된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어떤 측면들을 감안해야 할까요?

콘텐츠의 질-전문성, 개인화(타깃성), 다양성(형식이나 주제)도 중요한 변수겠지만 이번에는 다른 지점을 거론하고 싶습니다.

첫째, '독자' 관계입니다. 구독자를 유치하는 과정입니다. 뉴스 소비자가 구독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콘텐츠 전략 수립 같은 뉴스생산과정의 개선도 있을 것이고요. 뉴스유통 전략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일도 필요합니다. 또 최종 뉴스 소비자인 독자에게 우리 브랜드와 상품을 어필하는 마케팅 측면도 살펴봐야 합니다. 뉴스조직(기자)와 독자 간 커뮤니티도 하나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지금은 조직은 지국을 관리하거나 정산을 처리하거나 배달지연 등을 처리하는 오프라인 환경에서 부합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멤버십의 업그레이드가 중요합니다.

둘째, 저널리즘의 원칙입니다. 특히 한국에선 저신뢰 언론의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뉴스는 질만 우수하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 같은 언론의 책임과 소명을 다해서 매체에 대한 사회적 평판과 결부돼 있습니다. 저널리즘 혁신은 구독모델의 핵심 변수 중 하나입니다. 뉴스조직 내부에 '성찰'의 태도와 환경을 확립하고 자사 저널리즘을 진단하는 '혁신'이 함께 필요합니다. 

셋째, 상품 전략과 이를 위한 조직입니다. 제품으로서의 뉴스를 고민해야 합니다. 기존의 콘텐츠를 넘어서는 상품이 필요합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장조사가 정기적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독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지식정보 시장의 경쟁환경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콘텐츠를 개발하는 전문조직이 필요합니다. 구독모델이 성공하려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일, 과정 등에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저신뢰 언론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만만찮은 한국에서 구독모델은 기자 역할이 크다. 통찰력 있는 콘텐츠 생산은 물론 소통과 공감능력이 중요하다.

Q. 뉴스구독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뉴스 유료화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뉴스 구독이 유료화로 연착륙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콘텐츠의 질입니다. 일단 질이 낮은 콘텐츠 생산은 줄여야 합니다. 현재 한국언론의 여건을 고려하면 속보양산이나 트래픽 경쟁에 지나치게 몰입합니다. 포털사업자 등 거대플랫폼으로 이동한 광고물량을 되찾아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더 차별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조직구조와 문화를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상품 디자인입니다. 지불장벽을 설계할 때 이용자의 반응, 소비행태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뉴스 생태계의 경쟁환경이나 유통구조도 잘 수렴해서 가격 등에 반영해야 합니다. 지불편의성을 위한 설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통정책의 변경입니다. 현재 포털에 뉴스가 전재되고 있습니다. 지면기사, 온라인 뉴스 등 대부분의 콘텐츠가 포털에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개별 언론사의 구독모델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포털사업자의 뉴스정책 변화도 중요하지만 언론사들이 유통구조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기자역할입니다. 기자들이 뉴스구독을 한 이용자와 소통을 늘리고 커뮤니티 활동으로 관계개선을 높여야 합니다. 자사 콘텐츠에 대한 마케터로서, 소통자로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유료화 성공가능성에서 대중성 성실성 저명성 갖춘 스티기자의 지분이 적지 않습니다.  

뉴스조직 전반적으로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뉴스 유료화는 기존 뉴스생산 과정보다는 더 치밀해야 합니다. 체계화하고 대상화하고 과학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Q, 해외에서의 뉴스구독 모델 중 잘된 사례가 있다면 말씀부탁드립니다. 구독을 통한 뉴스유료화 모델도 좋습니다. 

단연 <뉴욕타임스>입니다. 글로별 경제지의 경우 '돈'과 직결되는 데이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정보가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합지는 많은 선택지에 직면합니다. 무엇에 더 집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퍼즐, 쿠킹 같은 디지털 상품과 섹션을 특별하게 운용합니다. 종량제도 잘 설계했습니다. 여기까지 10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품질향상, 독보적 저널리즘 등의 그림을 갖고 움직였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Q. 향후 뉴스구독 모델이 정착되면 뉴스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예측부탁드립니다.

포털 중심 뉴스소비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최종 뉴스소비지가 언론사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뉴스레터 구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나 매체(기자)와 직접 연결됩니다. 기존 유통질서에서 언론사 채널의 비중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뉴스조직 내에도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 개발부서가 주목받을 것입니다. 또 지불방식을 비롯 구독자 편의를 고려한 인프라 구축과 설계가 증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과 마케터들은 기술인식이 높아집니다. 개발자 확보 등 기술인프라 투자와 그 활용성이 증가합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뉴스 유통방식이 완전히 재설계됩니다. 속보만 포털에 유통하거나 언론사가 선택한 뉴스만 포털에 노출할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도 구글방식 등으로 아웃링크를 확대 도입할 수도 있고 통신사 등 몇몇 매체만 인링크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상품만 인링크 형태로 서비스하는 것입니다.

뉴스유료화가 경쟁의 축이 되다보면 언론사 경쟁문화도 바뀝니다.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상품으로 만들고 독자와 소통하는 것에 힘을 싣게 됩니다. 충성고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합니다. 

뉴스생태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저널리즘'의 측면입니다. 한국언론은 정파성이 짙고 진영 프레임이 강합니다. 언론지형도 보수매체가 다수입니다. 당연히 편향논란이 나오고 언론불신이 큽니다. 언론의 일방주의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나 시장의 반응에 주목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는 저널리즘에 문제가 있어도 개선은 더딥니다.

하지만 '구독모델'은 독자와 상호작용을 전제로 합니다. 뉴스레터는 독자의 반응이 직접적입니다. 기자들이 가입자들의 의견을 바로 보게 됩니다. 이탈률, 오픈율 등을 봅니다. 원인도 찾아보게 됩니다. 단순히 매체의 색깔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안됩니다. 그래서 구독모델은 정보의 심층성 과학성 윤리성 같은 가치를 검토하도록 이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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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된 언론'을 마주하는 시민 행동은?

뉴스미디어의 미래 2021. 3. 30. 12:30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미디어 캡처> 책 표지.

'미디어 캡처(media capture)'는 언론이 공공성 확대보다는 특정 그룹의 사업적, 정치적 이익을 진전시킬 때 발생하는 양상을 지칭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많은 한국언론은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왔다. 또한 자본의 관심사를 능동적으로 처리해왔다. 이렇게 포획된 언론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책임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오늘날 상업언론은 정부, 기업을 비롯한 기득권과의 관계에 주력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디지털 미디어化다. 디지털 생태계는 뉴스시장과 소비패턴을 바꿨다. 판매, 광고 등 기존 비즈니스모델은 수렁에 빠졌다. 기술 플랫폼으로 수렴되는 뉴스시장으로 언론의 영향력은 축소되거나 또는 양극화(과점)되면서 보도내용은 획일화됐다. 천편일률적인 뉴스는 욕망을 팔고 분노를 극대화하는 '뉴스의 보수화'로 귀결된다. 이러한 질 낮은 뉴스는 더욱 가파르고 거대하게 분출됐다. 이 빈틈에서 전 세계 곳곳의 '극우' 정치권은 대중의 열망을 대리 중개하며 미디어 여론전에서 속속 승리했다.

둘째, 허위정보와 확증편향의 창궐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점점 조작된 정보가 퍼지는 온상으로 변질되었다. 사실상 모든 정보에서 '사실'을 측정해야 할 만큼 어수선한 정보 오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과 자본의 강력하고 무차별적인 언론 통제는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조종된 정보와 캠페인은 빈번해지고 있다. 이 결과 대중의 판단력과 분별력은 자주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정보 피로도를 쉽게 느끼고 뉴스를 회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셋째, 부의 집중이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가진 자들은 가장 빠른 방법으로 정치적 통제에 접근할 수 있다. 미디어에 광고를 주는 것보다 직접 매체를 인수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미디어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서 언론과의 흥정도 가능하다. 더 직접적인 결과를 원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늘면서 디지털의 상업화는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언론에게 정치적인 이해란 항상 이동할 수 있지만 '부'에 대한 시야는 바뀌기 어렵다. 언론은 경제적 불평등을 양해하면서 점점 타협한다.

이로써 우리의 커뮤니티는 독립적이고 진실한 언론(인)의 존재에 회의감을 가진지 오래다. 동시에 다양한 목소리와 개방적인 뉴스조직을 지원할 수 있을 만큼 역동적인 공간도 더 협소해지고 있다. 가능한 실험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포획된 미디어의 생태계에서 접근성을 누리지 못한다. 이럴수록 누구에 의해 뉴스가 설계되는지,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미디어를 포획하는 그룹과 언론이 주고받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 정보를 통해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활발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많은 언론사들은 '언론자유'를 누리지만 돈, 디지털 플랫폼 및 권력집단의 수중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미디어의 독립성은 20세기보다 더 훼손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자들보다 선동가와 포퓰리스트에 뉴스의 난은 더 많이 할애된다. 선출된 권력보다 더 뿌리깊은 힘을 좇아 그 영향력에 기대는 언론보도는 더 날개를 편다. 다른 한 켠에서는 포털사업자나 검색엔진, 알고리즘을 다루는 거대 기술기업의 정보 제어는 극적으로 이뤄진다.

우리는 '탈진실'의 위협을 넘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공익성을 강조하는, 믿을 수 있는 언론(인)은 척박한 경쟁의 토대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 디지털 생태계는 어떻게 유토피아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 분명해지는 것은 우리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통찰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는 세상과 미래를 위해 더 건강한 언론(인)을 찾아내어 후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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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의 100% 디지털 전환을 예고한 한겨레신문의 디지털 전환 제안서 표지. 한겨레는 2014년 한겨레 혁신 3.0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오랜 독자층과 괴리되고 있는 한겨레의 정체성 논란을 극복하고 후원제 기반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국내 언론의 디지털 혁신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팬데믹으로 상반기 내내 폭발적인 뉴스 트래픽 증가를 맞았던 언론은 네이버 '뉴스랭킹-많이 본 뉴스' 폐지 이후 심한 너울로 흔들렸다. 포털사이트 뉴스제휴정책의 전반적인 개편 흐름에서 '뉴스 유료화' 등 묵은 숙제는 봉인된 채 흘러갔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포털 내 뉴스 점유율 제고에 매달렸다. 디지털 전환 흐름도 숨고르기와 재정비를 오고갔다. 괄목할만한 투자는 주춤했지만 조직정비로 분주했다. 새로운 퍼블리싱시스템(CMS) 도입에 따른 혁신선언도 나왔다. 팬데믹, 총선, 검찰개혁 등 굵직한 이슈를 거치며 속보경쟁은 치열했지만 저널리즘 윤리 정립 등 자정노력은 미흡했다.

2020년 한국 온라인저널리즘 10대 뉴스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무순)

조선일보 CMS 아크 시스템 소개 페이지. 전통매체의 디지털 혁신에서 기술의 비중은 높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양방향성, 다양성, 투명성 등을 수렴하는 디지털 조직문화다.

1. 언론의 디지털 투자와 '혁신' 선언

월스트리트저널이 개발한 미디어 운영 시스템 ‘아크 퍼블리싱(Arc Publishing)’을 도입한 <조선일보>는 연결성(Connected)-확장성(Curated)-가독성(Clear)-혁신성(Cool)을 내세우며 자사 채널과 콘텐츠 품질 향상을 선언했다. 새 CMS를 도입한 <한국일보>는 창간 66주년을 맞아 신문 중심에서 온라인을 우선하는 디지털 조직 전환을 선언했다. 

<한겨레>는 '10만 후원자'를 목표로 하는 디지털 독자 후원제를 추진한다. 지난 10월 총160쪽 분량의 '투르드 한겨레 디지털 전환 제안서'를 사내에 공유하고 디지털 기구를 통합하는 등 1단계 조직정비를 마쳤다. 이들 매체의 혁신은 모두 '디지털 퍼스트' '고객 니즈 파악'이라는 공통좌표를 갖고 있어 각사 만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주목된다. 

2. 독자 수익 모델 본격적 제기 

독자 수익 모델인 구독, 기부(후원), 멤버십 등의 화두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한 해였다. <한겨레>는 자사 주간지 <한겨레21> 후원모델을 확장해 본지에도 적용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 신문은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후원모델을 적용하고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2021년 안에 편집국 전체를 100% 디지털로 전환하는 목표와 맞물려 있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아크 시스템 도입과 함께 '팔리는 콘텐츠'란 화두를 꺼냈다. <중앙일보>는 내년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하는 등 디지털 구독 모델에 성큼 다가선다. 이들 매체는 포털에 유통하는 뉴스 외 타깃형 프리미엄 콘텐츠 생산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조직여건과 시장 경쟁환경을 고려할 때 '뉴스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일부 언론사에 제안한 구독모델 설명자료. 아래 부분에 'NEXT미디어'가 눈길을 끈다.

3. 네이버, 카카오 구독모델 추진

네이버는 하반기에 언론사, 개인 등 콘텐츠 생산자를 대상으로 구독모델의 애드벌론을 띄웠다. 초기 구독형 지식 콘텐츠 콘텐츠 플랫폼에는 소수의 언론사만 일단 제안을 받았다. 많은 이용자와 접점형성이 가능하고 결제와 프로모션 등 기술과 마케팅 측면에 기댈 수 있다. 반면 네이버 이용자를 위해 설계되는 만큼 "언론사의 독자는 아니다"라는 비판도 있다.

카카오는 내년 하반기에 카카오톡 메신저 앱에서 구독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뉴스를 포함해 콘텐츠 이용환경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일단 몇몇 언론사들이 포털사이트의 구독모델 합류에 적극 참여할 예정으로 보인다. 자사 채널 강화, 내부 인력 투입 부담을 고려할 때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4. 포털뉴스의 '알고리즘' 배얼 논란 재연

현재 포털 뉴스로 유입되는 이용자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뉴스 제휴정책의 변화로 포털사이트 내 뉴스 점유율과 같은 기여도로 수익배분을 받는 구조에서 언론의 대포털 이슈는 일상적이다. 포털의 뉴스이용 데이터에 일희일비하는 언론사 내부의 진풍경도 십수년 째다.

선정적 제목, 베껴 쓰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포털뉴스 편집은 알고리즘(AI)의 편향성 논란으로 다시 극화됐다. 거대 보수신문을 비롯 뉴스 통신사 계열 등이 양대 포털사이트에 뉴스 페이지뷰를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AI의 한계를 제어하는 투명한 테이블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언론사의 자사 저널리즈메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5. 언론-포털 관계, 도전적 변화 예고

네이버는 지난해 예고한 대로 언론사에 지급하던 콘텐츠 전재료를 폐지했다. 대신 포털 뉴스 채널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지급으로 전환했다. 언론사 구독판 등 이용자의 브랜드 기반 뉴스소비를 설계하며 이용자의 뉴스이용행태를 재설계했다. 포털에서 '뉴스 유료 구독모델'을 상정하는 것도 변화 신호다. '콘텐츠 상품화'라는 불이 언론사 발등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주제판을 운영하는 네이버·언론사 합작회사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일부 언론사는 독립법인의 경영난을 벌써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에 안주하던 언론사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포털의 기존 인링크 방식 뉴스 서비스 중단도 예상해봄직 하다. 결국 언론의 지속가능한 생존모델은 '콘텐츠'와 '브랜드' 경쟁력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6. 판치는 가짜뉴스, 혐오와 증오뉴스

팬데믹 상황에서 언론이 '공포'를 조장하는 뉴스를 온라인으로 퍼뜨리며 논란이 벌어졌다. 전통매체 스스로 가짜뉴스를 유통하고 확산하는 근거지가 됐다. 허위정보가 판치는 데는 한국언론의 정파성이 거론됐다. 4·15 총선 전후 과정에서 진영의 유·불리를 따지는 왜곡, 편향보도도 이어졌다.

검찰발 받아쓰기가 여과없이 쏟아지면서 검찰개혁이란 본질은 사라졌다. 특정 정치세력이나 인물 간의 갈등만 부추기고 정쟁화를 심화했다. 뉴스를 중심으로 혐오와 증오, 적대와 반목의 전선이 형성됐다. 포털사이트는 공론장이 아닌 편향뉴스의 전시장으로 흘렀다. 뉴스 불신이 되풀이됐지만 성찰은 부족했다. 정치권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논의를 자초했다. 

한국경제신문의 주요 뉴스레터 목록. 이 신문과 조선일보는 편집국 내 '뉴스레터' 담당 부서를 신설하며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7. 뉴스레터 서비스 부상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뉴스레터'가 부상했다. <한국경제>는 WSJ를 벤치마킹한 특정 타깃-기업의 CHO, CFO, CMO 등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레터를 잇따라 내놨다. 3~4년 전부터 뉴스레터에 공을 들여온 <중앙일보>도 카테고리를 늘리는 등 재정비했다. <조선일보>도 명상(종교) 국방 등 전문기자를 앞세운 뉴스레터 서비스를 오픈했다.

뉴스레터는 이메일 구독방식으로 새로운 뉴스소비 습관 형성 기반으로 재도약했다. 주로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는 국내 뉴스 이용자에게 얼머나 호응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자와 독자 사이의 소통도구인 만큼 커뮤니티 구축 등 섬세한 독자관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8.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동 논란

전·현직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사회이슈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피력했다. KBS, SBS 등 지상파방송사와 대형 신문사들은 내부 구성원들의 SNS 활동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회사 방향과 다른 기자들의 (정치적) 견해 표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는 회사의 미투사건 관점과 배치되는 보도로 '정직' 징계를 받았다. 강 기자는 페이스북으로 '정직일기'를 게재하고 사측의 맹목적인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을 비판했다.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검찰개혁 지지칼럼을 낸 뒤 논설위원 배제 인사통보를 받았다. 사표를 낸 직후 페이스북에 소감을 밝히자 응원댓글이 쏟아졌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이 기획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유튜브 저널리즘 세미나 강의가 열렸다. 유튜브코리아는 유튜브가 단순히 콘텐츠를 배포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지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에 우후죽순처럼 개설된 언론사 채널의 미래가 힘겨워 보인다. 

9. 더 확산되는 유튜브 뉴스소비 

방송사 제작뉴스, 디지털언론사 제작뉴스, 인플루언서 제작뉴스, 개인 제작뉴스 등 이른바 '유튜브 저널리즘'이 범람했다. 미국 대통령선거 개표 라이브 방송 등 주요 이슈에서 지상파방송사보다 동시접속자 수가 많은 유튜브 채널이 등장했다. 정치선동을 일삼는 채널 구독으로 확증편향 우려도 커졌다. 유튜브가 저널리즘의 도구가 될 수 있을지 논의도 일었다.

현재 주요 언론사의 유튜브 전략은 광고(PPL 포함), 유료구독 연계 등 매출목표 외에도 정기적으로 시청하는 구독자 확보로 매체 인지도를 높이는 브랜드 마케팅으로 나뉜다. 주요 신문사들도 전담인력을 두고 오리지널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내년에도 유튜브를 중심으로 동영상 콘텐츠 생산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사무소를 내는 글로벌 언론의 채용공지. 링크드인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12월 28일 현재 뉴욕타임스에 1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들 언론의 서울발 디지털 서비스가 국내 온라인저널리즘 지형에 긍정적 에너지로 작동할 수 있을까?

10. 해외언론, 서울 입성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의 홍콩지사 일부 인력이 2021년 서울로 옮긴다. 이들은 뉴욕타임스 디지털 뉴스 담당인력이다. 워싱턴포스트 서울 사무소도 신설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글로벌 속보 뉴스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런던과 함게 서울을 선정했다. 이들 매체는 서울에서 기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에는 100명 이상이 지원했다. 

2015년 일본 닛케이에 매각된 파이낸셜타임스(FT)도기자를 채용 중이다. 글로벌 언론사가 버티기 어렵다는 한국 뉴스시장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해외 유력 언론의 서울 입성은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 지형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도 있다. 독보적인 저널리즘으로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한국어 뉴스 생산 또는 서울발 뉴스를 늘릴 경우 '서울의 BBC 특파원'처럼 극적인 독자 반응이 잇따를지 모른다. 

한국언론은 '신뢰도 개선'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2021년을 맞는다. 온라인저널리즘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다. 기술투자는 제한적이고 전문인력의 고용환경도 불확실하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위기구조는 심각하다. 팬데믹은 그 불확실성을 고조시켰다. 이용자의 뉴스 이용행태를 제대로 수렴하는 일관된 전략과 성과 사레도 드물다.

낡은 리더십과 조직문화는 디지털 부문 종사자들의 의사결정권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온라인저널리즘은 가욋일과 부차적 일로 다루는 곳이 많다. 시장과 독자를 정확히 진단하지 않은 채 콘텐츠 개발에 나서거나 치밀한 준비 없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언론사 내부에 혼선과 동요도 일었다. 

이렇게 디지털 부문은 해묵은 숙제들도 많지만 새해에는 보다 깊은 고민거리들도 생길 것이다. 다음은 주요 언론사 디지털 담당자들이 꼽은 '결정적'인 이슈다.

1. 구독, 후원, 멤버십 등의 선택의 시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 기자들의 온라인 활동이 증가할수록 적절한 평가모델이 필요하다.

3. IT 개발부문은 물론 마케팅, 비즈니스 등에서 디지털 인재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4. 디지털 어젠다가 커지는 반면 의사결정구조에서 디지털 전문가의 관여가 제한적이다.

5. 현재의 뉴스조직에서 '제품'으로서의 뉴스, 콘텐츠를 해결할 수 있는가?

6. '우리의 독자'를 발견, 개발하고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7. 제대로 포털과 협력하는 거래, 제대로 포털에서 독립하는 도전이 공존한다.

 

'제9회 디지털저널리즘어워드'에서 수상했던 한 신문사 디지털 담당자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의문하지 않았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사실 기존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단지 전쟁터였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전장에서도 희망의 뿌리를 찾는 것이 디지털 부문 종사자들의 숙명이다. 

2021년은 독자와 시장이 검증한 공감의 뉴스가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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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브랜딩'의 과제

Online_journalism 2020. 2. 19. 11:10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최근 20여년 사이 언론과 디지털은 다른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밀접한 관계가 되었다. 직업 기자가 디지털에서 획득하는 '브랜드'도 하나의 사례다. 자신의 이름, 정체성과 자신의 일-취재와 보도, 견해, 교류 등을 온라인에서 전달하는 기자들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이 장면에서 독자들의 기자에 대한 인식이 교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들은 온라인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에 너무 많은 미디어가 있기 때문에-독자들까지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시간과 노력이 아주 많이 들어서다. 

그럼에도 기자 브랜딩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첫째, 정보를 다루는 미디어가 더욱 늘어나고 있으며 그 수준도 크게 향상되는 상황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생존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브랜드 구축으로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자신만의 전문화된 카테고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둘째, 소셜네트워크의 확산 이후 기자 개인의 성향이 가감없이 노출된다. 이 시대에 기자의 진정한 금기는 어찌보면 '모호성'이라고 할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활동하는 무대에서 이도저도 아닌 처지가 되면 장기적으로는 일자리도 위협받는다. 최소한 진솔함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셋째, 기자 브랜드는 뉴스조직이 잠재 고객을 찾는데 필요한 에너지다. 뉴스조직이 지탱하는 논조나 역사는 매체의 독자층을 두텁게 하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자는 저널리즘의 고색창연한 은유는 물론이고 화제의 스피커로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에서 진화한 기자 브랜드 개념 

출처 Saska Saarikosk(2012) ‘기자 브랜드’ 관련 아티클 재가공. 핀란드 ‘헬싱인 사노 마트 재단’ 예술 및 문화 편집자, 로이터연구소 저널리즘 관련 연구저작물 다수 발표

기자 브랜드는 단지 '유명하다'는 차원을 넘어 '교류한다'는 의미로 진화했다. 과거 기자 브랜딩은 (출입처에 기반한) 저명성, (여론주도층 중심의) 인지성, (소속 매체를 통한) 주목성, (연륜과 경륜의) 배경성, (정치적 소신과 신념의) 투쟁성에서 다투는 영역이었다. 현재는 (소셜미디어 등 노출의) 다양성, (온라인 평판의) 우호성, (특정 분야 특히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례적인) 참여성, (관심과 관점 등의) 동질성, (유대와 교류의) 적극성에서 주로 전개된다. 

즉, 오늘날 기자 브랜드는 '스타기자'와 조금 다르다. '스타성'은 출중한 재능과 외모도 갖췄지만 대체로 특별한 일이 계기가 된다. 스타성은 시장에 계속 수렴되지 않거나 개인적으로만 반짝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브랜드가 된 기자는 대중성은 물론이고 매체 또는 그 분야를 상징하며 더 나아가 신뢰와 영향에서 다른 기자들을 압도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기사 공유 외에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내며 독자와 소통하는데 적극적이다.
 
지난 10년 사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하여 독자와 만나는 기자들은 눈에 띄게 늘었다. 소셜미디어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가능하게 도왔고, 기자들은 이러한 커뮤니티에서 독자와 상호작용을 증진시켜왔다. 앞으로도 독자는 뉴스 소비 환경에서 이러한 기자들과 더 자주 교류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에게 의존할 기회가 커질 것이다. .

브랜드를 지향하는 기자는 취재 및 보도 등 업무와 관련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부분에도 의욕적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자들과 더 큰 네트워크와 더 강한 관계를 쌓는데 집중한다. 

대표적으로는 각 채널에서 처지를 바꿔 열성 독자로 활동한다. 좋아요 및 일반적인 댓글을 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들의 기사나 스토리를 읽고 어떤 식으로든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한 활동은 기자가 단지 뉴스조직에 갇혀 있지 않고 '동료'이자 '협력자'라는 것을 암시한다. 

참여적이고 인간미 띠는 기자들 속속 나와

수많은 블로거와 미디어 심지어 유튜브 채널이 24시간 정보를 쏟아내는 만큼 독자의 관점에서는 정보와 의견, 관점에 부족함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성 있고 품격 있는 목소리의 공간은 남아 있다. 경쟁이 얼마나 가파른 지와 관계없이 신뢰와 품격은 항상 독자가 뉴스와 기자를 향해 관심과 애정을 유발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의 관점은 독자를 연결하는 데 결정적이다. 어떤 치열한 문제에 대해 용감하게 의견을 제시하면 독자의 참여는 폭증한다. 중요한 온라인 대화에 기자 개인의 관점을 내놓는 것처럼 드라마틱한 것은 없다. 물론 위험한 측면이 존재한다. 이때 뉴스조직의 가이드를 지키는지, 동료 및 선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그 어려움을 경감시킬 수 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가끔씩 꺼낸다면 큰 파고를 피하는 사전 포석이 되기도 한다. 독자가 기자의 이력이나 출신 배경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소셜프로필이나 개인정보의 관리를 미리 해두는 것은 대표적이다. 기자의 작은 개인 정보들은 기자가 쓰는 뉴스나 의견에 대해 독자의 첨예한 반응을 완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기자는 브랜딩을 하는 긴 여정에서 독자의 반응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이다. 관건은 저널리즘의 윤리를 지키는 일이다. 또한 소셜플랫폼의 게시물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해를 입히거나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좀 더 주의력 있는 기자들은 독자의 반응을 잘 정리한다. 독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게시물이 더 큰 반응을 얻는지를 파악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들에게 먼저 안부를 묻거나 위로나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성공한 기자 브랜드는 냉정한 관찰자인 동시에 따뜻한 휴머니스트다.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서 주목받는 기자 브랜드. 현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독자들과 소통을 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뉴스조직과 사회적 필요성 커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유례없이 팽창했다. 전문가 또는 시민에게 질문하고, 강력한 의견을 말하는 것도 낯익은 모습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일을 더 적극적으로 더 일상적으로 지지하는 경우도 많다. 강력한 독자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정치적 이슈나 갈등적 사안에 대해 공공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로는 그것이 소란을 일으키고 기자와 뉴스조직의 명성에 부정적인 작용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도 있었다. 또 유튜브를 개설하거나 자신들만의 매체나 커뮤니티를 활용하며 브랜드를 키우는 기자들도 속속 등장했다. 

많은 미디어 전문가들은 "독자들이 기자에게 찾아오기를 원한다면 또는 기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면 스스로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스조직은 '기자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투자의 가치에 소극적인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비용을 들여 브랜드 형성을 돕더라도 결국 기자들은 언론사의 울타리를 벗어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자 브랜딩'은 사회적 문화적 요청과 산업적 기술적 이해의 지점에 복합적으로 걸쳐져 있다. 일단 공동체가 전문직 종사자인 기자에 거는 기대가 커졌다. 보다 높은 이상과 강한 진실을 바라는 전형적인 심리 못지않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친구 또는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동지'로서의 구애도 만만치 않다. 

플랫폼 종속의 뉴스 생태계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는 언론사로서는 기자 개개인의 경쟁력 담보 과제를 포기할 수 없다. 기자 브랜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수면 아래에 놓여 있다. 일부 매체에서 '스타 기자' 육성을 위해 프론트 페이지 노출, 블로그 운영지원 등을 진행했지만 소셜미디어 부상과 모바일 중심 뉴스 생태계 이래 흐지부지됐다.    

언론불신 치유하는 묘약될 수 있다

기자 브랜드는 언론과 시장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과제이다. 좋은 기자의 등장은 독자의 뉴스소비를 개선시킬 뿐만 아니라 언론 신뢰도를 회복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과 기자의 역할 못지않게 시민사회의 ‘매체감시’가 아니라 ‘기자관심’이 필요하다.

기자 브랜드가 더 부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뉴스조직과 시장환경의 한계 못지않게 기자 개인의 태도 문제가 적지 않다. '기사로 말하는 시대'에서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대'로 변화한 언론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매체 기자들은 자신 또는 자사의 뉴스를 공유하거나 일상을 전하는 정도로 머문다. 아직도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다" "시간이 없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기자들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자 브랜드 자체가 나오기 어렵다. 특히 저신뢰언론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장기간 지속된 한국에서는 직업적 소명이나 윤리 등 저널리즘을 고민해야 '브랜딩'이 가능하다. 

기자와 독자-시민사회 간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기자 브랜드를 키우는 독자의 역할이  있다는 의미다.  기자 브랜드는 언론의 과제인 동시에 언론의 사회적 책임으로 살펴야 한다. 기자를 언론사 안의 직업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불러내서 독자인 시민과 함께 하는 장이 열려야 한다. 지역공동체나 시민이 자신의 커뮤니티에 기자를 부르고 기자가 이에 응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자 브랜드는 탈브랜드 뉴스 소비, 취재원 중심의 문화 등 뉴스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전문성을 쌓아가고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다하는 기자들에 대한 응원과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탐사보도나 팩트체크 등 저널리즘에 유의하는 기자의 노고를 플랫폼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도 필요하다. 네이버 '기자 구독'을 특정한 주제나 영역을 강화하는 것도 다뤄봄직하다.

이 과정에서 기자로서의 신뢰성을 떨어뜨라는 온라인 행동은 피해야 한다. 가십 사이트나 신뢰할 수 없는 출처의 정보를 게시하거나 공유해선 안 된다. 또 전문가나 유력한 독자의 콘텐츠를 베끼는 것도 금물이다. 독자들이 출처와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오류와 결함이 있을 때 부인하고 보류하는 것이 아니라 즉시 사과하고 수정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비판하거나 차단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언론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지속되면서 언론과 독자 사이의 전통적인 신뢰와 충성도는 점점 손상돼 왔다. 이것은 뉴스조직과 기자 사이에도 새로운 긴장을 낳았고, 기자들은 일종의 '구명 조끼'로 브랜딩에 나서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위계적 조직문화는 기자들의 브랜딩을 일정하게 제한하거나 자율적으로-무계획적으로 방치하는 등 극단적인 흐름이 공존했다.

이미 많은 기자들은 뉴스조직의 경계에서 정보에 대한 팩트 확인, 의견과 토론, 상호 교감으로 나아가고 있다. 언론계는 이제 기자 브랜드를 수많은 가짜뉴스-허위정보가 만연한 공간에서 품격있는 저널리즘의 밀알이며 '디지털 구독'의 길을 제시하는 전략으로 가다듬어야 한다. 저널리즘의 진로는 두말할 나위 없이 공동체에도 중요하다. 시민사회도 기자와 그 브랜드를 언론계의 문제로 가두지 않고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관계와 경험을 만들어내야 한다.

덧글. 이 포스트는 미디어 전문지 소속 한 기자의 '기자 브랜드' 관련 인터뷰에 응하면서 간략히 정리한 내용을 다시 구성한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 2020년 3월호에 관련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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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없는 뉴스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독자의 관여를 어떻게 보장하고 어떻게 진화시킬지 뉴스조직의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올해 한국 언론계는 독자의 따가운 시선과 비판에 직면했다. '조국 이슈'는 지독하게 다뤘지만 공동체의 숙제는 소홀하게 다뤘다. 윤리성과 책임성을 가진 언론을 바라는 사회적 요청은 더욱 커졌다.

뉴스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의 중심에 기성언론의 그림자가 있었다. 포털사이트 뉴스댓글은 상업적이고 폭력적으로 쌓였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1인 미디어를 우뚝 세웠지만 혐오를 부추기고 '표현의 자유'를 괴물로 만들었다.

이럴수록 뉴스산업은 더욱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워졌다. 세계의 언론이 '구독모델'을 위해 '독자 퍼스트'를 고려하는 대장정에 들어갔지만 한국언론은 여전히 조직 가르기와 철학 부재로 뿌리가 흔들렸다.

많은 사람들은 기성언론이 수익창출과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력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잠재고객 관여'(audience engagement:언론사의 독자 참여 유도 전략)를 꼽고 있다.

이들은 독자와의 더 많은 소통으로 다양한 뉴스 생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충성 독자'의 규모가 언론위기를 구명하는 기반이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뉴스조직 내에는 독자와 관련된 업무가 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커뮤니티 담당자들, 한국에서는 소셜미디어(SNS) 담당자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아직도 '독자들의 관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실질적으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정의되진 못했다. 독자에 대한 이해는 미흡한 가운데 기득권의 핵심에서 수집된 특별한 정보를 '전략적으로' 보도하는 일은 이어졌다.

그럼에도 언론계 안팎의 분위기는 더욱 바뀌고 있다. 먼저 수십년을 관철시켜온 '출입처 취재관행'의 변화는 선언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변화의 길목에 섰다. 편집국 기자들은 광고협찬의 검은 거래에 반발하며 뉴스룸을 감싼 자본을 정조준했다.

기성언론의 주요 광고주인 대기업도 산업패러다임의 대전환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동시에 민주주의의 투명성은 증대했다. 주52시간제의 정착 흐름은 언론인들의 노동에 대한 시각도 교정했다. 

더 결정적인 측면은 '인터넷 2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온라인 독자에 대한 재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대목이다. 온라인 독자를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를 뉴스와 서비스에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의 논의가 깊어졌다. 

문제는 현실이다. 여전히 확실하지 않은 데이터와 그 사용법으로 단순한 인기-클릭수 지표를 위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선정적인 뉴스-옐로우 저널리즘의 범람처럼 부작용을 계속 키워왔다. 한국에서는 실시간급상승검색어를 활용한 '속보 경쟁'이 대표적으로 자리잡았다. 페이지뷰는 '돈'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저널리즘'이 설 곳은 없었다.

양식있는 기자들은 정작 공동체가 필요한 뉴스는 사라지고 있다면서 고객의 뉴스 반응과 그 대표적인 데이터들에 의문을 표했다. 반면 온라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수준이 낮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서로 다른 견해는 온라인저널리즘 환경에서 가장 갈등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그 결론이 무엇이든 뉴스산업에 던져진 과제는 독자의 경험과 관점을 더 잘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계는 다시 '독자 참여'라는 과제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독자 참여'의 개념을 둘러싼 논의는 불충분한 상태이다. 그러나 배포된 뉴스에 독자가 대응하는 방식부터 뉴스 생산과정에 다가서는 부분까지 해야 할 일은 쌓여가고 있다.

나는 '독자 참여'를 독자가 '뉴스를 대하는 자세와 행동'으로 바라본다. 이는 다시 뉴스를 소비하는 태도와 습관에서 개인적이고 비공개적인 양상부터 뉴스 비평과 공유, 제보 등 구체적이고 공개적인 행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뉴스조직은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독자 참여'는 추가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어떤 독자의 어떤 참여가 중요한지는 더 많은 설명이 요구된다. 유료화를 위해서는 어떤 접근방식이 효과적인지도 더 많은 사례가 있어야 한다.

뉴스조직 및 뉴스와 독자의 관계는 더 활동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뉴스산업의 미래에는 긍정적이다. <뉴욕타임스>의 2017년 디지털 전략보고서(Journalism That Stands Apart)는 "광고주들은 콘텐츠에 머무르거나 반복해서 찾아오는 독자들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기성언론도 이제 혁신을 독자의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그간의 혁신이 '뉴스의 대응속도' 및 '뉴스의 포맷' 그리고 '손쉬운'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했다면 앞으로의 혁신은 '독자와의 소통'과 '정교한 상호거래(deal)'에 둬야 할 것이다. 

한국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 '오디오저널리즘'상을 수상한 중앙일보 '듣똑라'를 만들고 있는 한 기자는 12월 6일 시상식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기자들이 청취자인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면서 그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심스럽지만 많은 언론인들은 독자와의 소통에 초점을 두면 더 나은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에 이를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독자의 참여는 제한적일 수 있고 언론인들은 특정한 그룹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을 내세우는 언론사들도 '부동산' '교육' 등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슈에서 미래지향적인 견해를 갖기보다는 더 계급적인 이해를 따지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미국 전통매체들이 '백인, 중산층, 남성' 중심의 시각을 고수하는 것처럼 한국의 대다수 언론은 '강남 1%(의 욕망), 남성, 재벌'에 집착한다.

결국 그럴싸한 디지털 기술혁신-특히 뉴스포맷을 바꾸는 사례에 주력해온 언론사가 독자참여를 추구하더라도 제대로 된 성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일은 뉴스조직 안에서 '저널리즘이 성취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검토하는 과정이다.

특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 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변화를 지지해야 할지 아니면 이를 조화롭게 다뤄야 하는지 등을 터놓고 말해야 한다. 뉴스연구자 C.W. 앤더슨(Anderson)은 "저널리스트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실제로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더 나아가 언론인들은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저널리즘, 커뮤니티, 민주주의가 처한 광범위한 위기에 대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뉴스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것은 어디로 갈 가능성이 높은지. 성공과 실패가 뉴스산업은 물론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도 진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대 저널리즘은 일방적인 뉴스생산 체계를 고수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독자를 참여시키는 새로운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 뉴스산업과 독자 사이의 관계 변화가 어떤 그림을 그려갈지 또 저널리즘은 어떤 얼굴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언론인은 스스로 반성하며 뉴스조직의 함정과 덫을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성찰 없는 혁신, 기술 뿐인 혁신은 가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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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스스로 변해야 한다. 뉴스룸이 탈바꿈하기 전에 기자가 새로운 역할에 눈떠야 한다. 많은 과제와 주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한 것들이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 시민, 기업, 정부에 이어 이제 기술과 본격 경쟁하는 시대가 열린다.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 기술에 얽매일 것인가. 독자를 멀리 둘 것인가, 함께 협업할 것인가. 그것에 기자의 경쟁력이 달렸다.


시대가 변하고 미디어 생태계도 달라졌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스포츠, 환경, 지역, 미디어 등 모든 분야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그 영향, 부조리한 부분을 밝히는 활동은 여전히 언론의 책임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 및 시장 변화로 뉴스소비와 직무여건도 달라지고 있다. 이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켜온 매체와 기자는 실제로도 명성을 얻는다. JTBC, 뉴스타파, 셜록 그리고 방송사의 해직기자들은 대표적인 사례다.

JTBC의 경우 손석희 앵커 영입 이후 디지털 영토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매체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뉴스타파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정직한 뉴스로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마이뉴스 출신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독자들과 접점을 늘렸고 현명한 교양의 시민들에게 다가서려 분투했다.

2019년은 AI 뉴스 시대가 본격화하는 시기다. 뉴스에서 '개인화'는 대세가 된다. 네이버의 추천 뉴스 서비스(AiRs)는 그 서막이다. 독자는 이제 알고리즘의 반경에서 더 정주한다. 반면 로봇은 독자의 뉴스 선택에 필수적인 가늠자로 올라선다. 전형적인 방송조직은 나날이 프로덕션화 한다. 뉴스 스토리는 독자 위에서 군림하지 않는다는 콘셉트가 자리잡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은 스스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가령 "독자와의 관계 구축에 시간을 투자할 것" "뉴스룸에서 연결과 팀워크를 유지할 것"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에 근접할 것" 등의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높은 호기심과 지혜가 절실하다. 

또한 독자들을 지지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소셜미디어에서 몇몇 기자들은 독자들의 질문에 성의있게 답하기 시작했다. 평판이 좋은 기자일수록 독자들을 적극 옹호한다. 이들은 '독자 관계'를 다지는 일은 취재보도를 잘 하는 것에 버금갈 정도로 브랜드 구축에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첫번째 주제 : 독자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라

① 좋은 독자를 찾아라 

② 커뮤니티에 관여하라

③ 독자의 목소리를 수렴하라

먼저 좋은 독자를 찾아야 한다. 좋은 독자란 (다양한 이슈와 단체에) 참여도가 높은 시민이다. 유권자, 납세자 및 여러 지역 현안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구성원들이다. 그들은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고 사건의 의미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경향의 그룹들은 정치적 지지모임에도 등장한다. 특정 문제나 정부 정책을 다루는 단체나 개인도 있다.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들은 자신들의 대변자를 절설히 원한다. 기자는 시민들과 함께 하면서 "누구를 위해 보도하는가"를 넘어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제언해야 하는가"로 질문을 이동해야 한다. 

커뮤니티는 이미 만들어진 것에 합류하거나 스스로 꾸릴 수 있다. 자신의 뉴스 독자와 잠재 독자에게 다가가려면 한 사람의 동료와 친구로서 교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시민의 관심과 바람을 이해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에 합류할 때도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뉴스에 반영하는 일이다. 많은 경우에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리지만 그것보다 더 우위에 서야 하는 것은 행동하는 시민의 의견을 잘 정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이후에도 점검하고 그렇게 된 이유를 자세히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관계의 업그레이드는 독자를 좀 더 명확히 그려내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 18~34세, 여성, 10대 청소년 등에서 정당의 지지자, 탈원전을 바라는 단체, 비자림 길을 지키는 사람들 등으로 특정해야 한다. 또 시민의 이야기를 단지 뉴스로 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참여하며 토론과 중재를 이끄는 활동에 나서야 한다.

두번째 주제 : 뉴스 스토리에 집중하라 

④ 최고의 품질을 고민하라

⑤ 뉴스와 뉴스 생산과정을 연결하라

⑥ 독자 관점으로 서비스하라 

15년 전 한 경제전문 인터넷신문의 서비스 기획자는 "증권사를 고객으로 어떤 정보가 필요한가를 알아봤더니 그냥 '속보'더라"고 말했다. 얼마 전 결제 앱 '페이코'의 매거진 콘텐츠 담당자는 "누가 무엇을 구매하는지를 보고 콘텐츠의 방향을 잡는다"고 했다.

서로 다른 말이지만 같은 의미다. 시장과 독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자는 뜻이다. 이러한 바탕에서 최고의 디지털 뉴스는 무엇일까? 시의성, 진실성, 객관성 등 과거의 뉴스 가치와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여기에 통찰력과 멀티미디어 특성을 보탤 수는 있을 것이다. 모바일이나 PC 등 다양한 스크린에 적합한 뉴스 포맷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결성'이다. 대표적인 수단은 '하이퍼 링크'이다. 하나의 물리적인 뉴스 뷰 페이지로 갇힌 형태가 아니라 인터넷의 많은 관련 정보와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자사의 관련 뉴스나 데이터베이스와도 무성의하게 연결돼 있다. 어떤 사안을 다루는 뉴스에서 전후 맥락을 파악하기 힘든 구조다. '연결'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관행도 문제다. 기자 교육과정에서 '하이퍼 링크'를 숙지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자사 기사입력 시스템이나 포털 등의 시장 유통구조가 애초부터 불편한 점도 거든다. 

'연결'은 뉴스 구조에 한정하는 일은 아니다. 뉴스룸 안에서 뉴스를 둘러싼 더 많은 대화가 일어나야 한다. 서로 대화를 열고 확장할수록 최고의 뉴스 스토리가 탄생한다.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최고의 기자는 동료들과 저널리즘을 이야기한다. 

디지털 뉴스에서 더 중요한 것은 성의다. 과거 박지성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전성기를 누릴 때다. 한국시각으로 새벽에 펼쳐지는 경기를 다루는 스포츠 뉴스속보가 앞다퉈 나올 때였다. 

다른 매체의 기사들이 박지성 선수의 과거 자료사진을 기사에 넣는데 비해 한 스포츠 전문 인터넷신문의 기자는 중계방송 화면을 캡쳐해서라도 당일 경기 사진을 썼다. 골 장면이나 활약상을 담은 하이라이트 영상도 가급적 기사에 넣었다. 독자를 먼저 생각한 뉴스였다. "기자님을 기억하겠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세번째 주제 : 기술을 가까이 하라

⑦ 직접 배우고 활용하라 

⑧ 기술보유자-개발자를 존중하라 

⑨ CMS, 아카이브 등에 눈을 떠라

모바일,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가 저널리즘을 변화시키는 장면들은 곧 '기술 진화'로 정의된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부상한 빅데이터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이미 흔하게 다뤄지고 있다. 데이터 수집과 정제, 분석, 가공(시각화)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걸쳐져 있다.

이렇게 기술은 첫째, 기자의 뉴스 생산 과정 둘째, 뉴스의 내용과 형식 셋째, 뉴스룸의 구조 또는 조직체계 넷째, 언론·기자와 독자 사이의 관계 다섯째, 뉴스의 도달 범위나 추천 순위처럼 뉴스의 도달력 여섯째, 뉴스의 가치 형성 등 결정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 미디어들은 보다 과학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작성하고 예측보도를 할 때 '센서'를 활용하는 언론사도 있다. 수 년 전 부상한 (드론의) 고화질 카메라는 일반적인 영역으로 올라섰다. 

콘텐츠를 쉽게 생산하고 효율을 높이는 도구들과 친해져야 한다. 가장 낯익은 장면은 스마트폰 앱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을 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자는 다방면의 도전적 작업에서 뉴스룸의 개발자들과 친해져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는 웹 개발자들과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한 적이 별로 없다. 고정형 PC나 모바일 채널을 운영하는 기획자들의 고충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자 중심 조직의 허술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몇몇 언론사 기자들과 디지털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이때 만난 사람들 중에는 텍사스의 한 지역신문사 웹 디자이너도 있었다. 마침 교포였기에 명함을 주고받았다. 그 명함에는 '웹 디자이너/저널리스트'라고 돼 있었다. "독자에게 전달되는 뉴스 콘텐츠를 매만지는 모든 사람은 기자나 다름없다"는 취지라고 했다.

뉴스룸의 개발자들은 귀중한 존재다. 이들은  뉴스가 웹 사이트에 표출되고 포털사이트로 유통되며 동시에 다양한 인터랙티브 서비스를 만드는데 공헌하고 있다. 그들이 없으면 기자의 뉴스는 시장에서 오래 가지 못하고 죽는다.

개발자들이 만드는 다양한 도구와 시스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텍스트를 입력하고 태그를 넣으며 사진과 다른 형식의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둔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이나 보도사진을 모아둔 포토아카이브, 더 나아가 뉴스의 구독자들의 정보를 체계화하는 고객관리시스템(CRM) 같은 것들의 의미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구글 미디어 도구나 기자들을 위한 페이스북의 가이드 숙지도 마찬가지다. 고급 검색 기능과 분석을 위해 실용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알고리즘이 뉴스와 저널리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도 그렇다. 기술을 가까이 하는 것은 기자의 경쟁력과 뉴스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활용 능력도 중요하다. 로라 비커 BBC 특파원의 트윗들은 한국발 뉴스의 모든 것이다. 경쟁매체의 뉴스라고 공유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의 뉴스, '우리 신문'의 뉴스의 전달자가 아니라 '독자를 위한' 뉴스 전달자, 독자를 떠올리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절실하다.

다만 놀라운 영상미나 몰입도를 보장하는 기술은 사생활 침해를 비롯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문제는 규칙을 세우고 규정을 지키는 일이다. 기술을 둘러싼 안팎의 윤리적 문제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네번째 주제 : 문화적 역량을 갖춰라 

⑩ 공감능력을 길러라

⑪ 낡은 관점은 덮고 다양성을 키워라 

⑫ 정보권력자가 아니라 정보공여자다

저널리즘의 신뢰는 한국 언론이 직면한 최대 난관이다. 기술로써 또 실험으로써 해결할 수 없다.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즉, 문화적 역량은 지역, 성별, 나이, 종교, 사회경제적 지위 등 모든 유형의 변수를 파악하는 힘이다. 

성공하는 저널리즘은 뉴스의 생산과 배포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독자의 삶과 관점을 살피는 유연함을 수반해야 한다. 뉴스룸의 다양성은 지적인 개방성과 공감의 크기와 밀도에 달려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른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느냐는 뉴스룸의 미래에 중요한 주춧돌이다. 

20세기의 프레임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쓰는 언론이 한국에는 많다. 더욱이 맹렬하게 디지털 전환을 전개하는 언론에서 냉전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모습도 있다. 세계관과 톤(tone)을 세련되게 다듬을 수 있는 새로운 앵글이나 새로운 지식의 플랫폼을 멀리 두고 '혁신'과 '전환'을 주문하는 것은 희극적이다. 

기자는 자신의 생각과 시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에 몰두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투명성을 밑천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원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는 서비스 직업이다. 

오늘날 소셜미디어는 그런 변화를 이루는데 중요한 무대이다. 기자는 소셜미디어에서 전달되는 행사나 낯선 '친구들'로부터 오는 초대장을 거절하기보다는 적극 응하는 편이 낫다. 

정치부 기자의 경우 독자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많은 뉴스조직은 명백한 당파적 명성을 갖고 있고 때로는 기자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확실하게 해 둬야 할 것은 갇힌 지평을 벗어나야 자신과 조직이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더욱이 기자들은 이제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일정한 권력을 지킬 수 있는 세력이 아니다. 냉정한 현실인식으로 기자가 수집한 사실, 데이터는 모두 공개해야 한다. 취재과정과 보도의 이면까지도 드러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게 필요하다. 국내의 많은 언론사들이 '취재 뒷얘기'를 서비스한 것은 '매체 호감'에 도움을 줬다. 

기자는 정보를 점유하고 재단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중개하는 공여자가 돼야 한다. 독자가 갖는 의문과 관점을 경청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확인된 정보들을 제공해 '공론'을 이끄는 중재자가 돼야 한다.

오늘도 우리 모두는 나날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으로 새로운 문명을 열고 있다. 저널리즘도 마찬가지다.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은 드물다. 라디오는 다른 형태로 전성기(?)를 맞았다. TV는 잘게 쪼개져 무수한 스크린으로 등장하고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시대건만 편향의 시대이기도 하다. 

독자와의 소통, 기술의 활용으로 뉴스의 질을 생각하는 것 못지않게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책임성 있는 기자여야 한다. 세상의 문제를 다양한 처지에서 인식하는 지성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은 허위정보의 폐해로부터, 신뢰의 위기로부터 저널리즘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다.

조직적인 측면에서도 기자 선발 구조 자체를 아예 바꿔야 한다. 수습기자 제도는 낡았다. 많은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생동의 감각을 지닌 독자들-교양의 시민들에서 기자를 찾아야 한다. 취재 관행도 쇄신해야 한다. 취재현장에는 20년차 이상의 준비된 기자들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자들이 독자의 더 많은 일상에서 포착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독자의 편에서 이해하는 뉴스 스토리 생산에 나서야 한다. 개발자, 기획자와 협업을 할 때에도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대등하게 협력해야 한다. 

더 늦으면 안 된다. 기자 스스로 변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기레기'의 모욕으로 끝나지 않는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기자 스스로 디지털 전환의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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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혁신에서 주목해야 할 것들

온라인미디어뉴스/국내 2018. 12. 11. 15:54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12월 6일 서울 상암동 JTBC서 열린 '2019 중앙일보 내일컨퍼런스'. 해마다 중앙일보 구성원이 참여하는 사내 행사로 올해는 디지털 부문의 업그레이드에 머리를 맞댔다.


국내 레거시 미디어 가운데 가장 뜨거운 조직을 꼽으라면 JTBC와 중앙일보다. 이 매체들은 최근 2~3년 사이 '디지털 혁신'에 방점을 찍고 다른 언론사과 비교 불가 수준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 두 매체 구성원들은 한때 '디지털화'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외부에서 들어온 디지털 리더가 일찍 회사를 떠나는 일도 겪었다. 일선 취재기자들은 디지털 업무 부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뉴스 독자들에게 친화적인 플랫폼에 주력하는 매체의 진화 방향은 굳건하게 흘러왔다. 10일자로 단행된 중앙일보 인사는 이 신문의 미래 청사진을 몇 가지 보여준다. 

첫째, 제작본부는 종이신문만 담당한다. 분석, 해설 위주로 차별화·고급화 한다. 기사를 매만지는데는 탁월한 논설위원실(20여명)이 담당한다. 콘텐츠제작에디터는 편집국의 주니어급 취재기자들이 쓴 기사 중 반응이 좋은 것들을 '리라이팅'(Re-writing)해 지면 기사의 퀄리티를 높인다.   

둘째, 편집국은 취재본부 기능을 한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이슈대응'과 그 '속도'에 치우친다면 이들은 '스토리텔링'과 '연결'을 고려한다. 전자의 경우가 뉴스의 배포와 도달에 무게중심이 있다면 후자는 '독자관계'와 '브랜드화'에 둔다.  

셋째, '뉴스서비스국'(구 디지털국)은 '타깃 독자 확보' 등에 선택·집중한다.  '썰리' 채널,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 등도 '독자 개발'의 초기 기획이다. 중앙일보의 디지털 투자에 성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대답'을 내놓는 셈이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그간 편집국 기자들은 신문, 디지털 모두 신경써야 했다. 이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편집국장 역시 이제 신문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부문은 한층 업그레이드한다. 지금까지는 고만고만한 온라인 속보 양산과 알맹이가 없는 밤 사이 일어난 뉴스의 정리 등으로 냉소적인 비판을 받았다. 스토리텔링을 모색해온 '디지털 스페셜' 정도가 눈길을 끄는 정도였다.  

사실 중앙일보 취재기자들은 '디지털 뉴스'가 무엇인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나 3년여 많은 경험을 쌓았다. 최근 '우리 동네 다자녀 혜택 페이지'처럼 취재기자들이 디지털 부문과 협업해 독자의 니즈에 다가선 기획을 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개편으로 기자들의 이같은 디지털 참여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디지털 부문의 한 관계자는 "한때 기자들은 디지털 형식을 빌어 뉴스를 근사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오헤한 경우가 잦았다"면서도 "점차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적응'은 크게 첫째, 독자와 플랫폼을 먼저 생각하는 뉴스 스토리 둘째, 기술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접근 셋째, 조직 내 다른 구성원과 협업하는 태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디지털 혁신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고 중장기 매체 전략-플랫폼 구축과 대응도 만만찮은 이슈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신문 기자가 새로운 업무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와 의미있는 성과 달성을 위한 우선 순위 정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이 최종적인 혁신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디지털 중심조직으로 체질개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디지털 컨버전스로 '매체 디자인'을 탈바꿈하는 것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밀레니얼 세대 등 디지털 고객 확보, 안정적인 비즈니스모델 도출 등을 포함해 직무의 핵심성과지표(KPI)도 마련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조직개편이 잦아서 동력이 없다"라거나 "JTBC 등 <중앙그룹> 내 미디어 간 (또는 디지털 부문 간) 융합도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디지털부서 중 일부 조직은 곧 상암동 JTBC로 옮겨 독립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당분간 맡는다. 

당장에는 종이신문 기자의 디지털 부문 이동이 확대되면서 불만도 나온다. 전사적인 디지털화는 고전적인 직무에 불안정성을 드리우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일도, 규모도 커지며 복잡해졌다. 또 그만큼 역할과 책임(R&R)도 늘었다"고 밝혔다. 당분간 '각자도생'의 묵중한 메시지도 읽히는 대목이다.

한 미디어 연구자는 "적재적소에 인력과 조직을 배치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라면 뉴미디어 실험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작더라도 성과를 내는 분야나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파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레거시 미디어를 비롯 여러 협업을 진행해온 한 연구자는 "디지털 부문의 구성원들이 의사결정구조의 정점에 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은 곧 리더십의 교체라는 이야기다. 조직문화의 쇄신과 성과목표의 정리 등 신문중심 매체가 디지털중심으로 변화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혼돈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투명성과 다양성 등 디지털 철학과 리더십의 정착, 저널리즘의 신뢰 확보 등 중앙일보의 평판 개선도 두루 걸려 있다. 한국 언론의 경쟁질서나 문화, 첨예한 사회적 갈등구조를 고려할 때는 더욱 그렇다. 

언론계는 중앙일보 혁신에 기대하는 목소리가 아주 높다. 국내 레거시 미디어 전체의 디지털 전환 속도와 수준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2020년 초 상암동 시대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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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는 올해 그 어느때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많았다. 공영방송 정상화부터 미투, 독립언론과의 협업, 네이버 모바일뉴스 개편, 가짜뉴스 규제이슈까지 복잡한 이해관계가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기술과 플랫폼의 향방에 따라 분주한 혁신논의도 잇따랐다. 성찰과 혁신의 에너지가 누적된 만큼 2019년은 실질적인 변화로 옮겨가길 기대해본다.


2018년 국내 언론계는 저널리즘 회복에서 4차 산업혁명까지 뒤얽힌 갈피를 잡는 것으로 분주했다. 미디어 융합의 가속으로 국내외 언론산업의 역할과 지형은 정비 압박에 놓였다. 매체 간 협업, 뉴스 포맷 실험도 테이블 위에 속속 올라왔다. 정치적 갈등과 사회 양극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과 강대국 이해관계를 살피는 언론의 혜안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공영방송은 시장 위기 속에 시민의 신뢰를 정상화의 주춧돌로 삼았다. 매체 비평 프로그램(저널리즘 토크쇼 J)을 부활하고 탐사보도 프로그램(PD수첩, 스트레이트)을 강화했다. 시사토크쇼(오늘밤 김제동)도 선보였다. 

뉴미디어 실험은 이어졌다. 인터넷 방송으로 시청자가 직접 선정한 뉴스를 다루는 MBC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뉴스를 쉽게 설명하는 '14F' 등은 모바일 이용자에 초점을 맞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허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광고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종합편성채널(종편)과 신문사업자의 반발 속에 미디어 경쟁환경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통합방송법 등 중장기 미디어정책 과제를 남겼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파죽지세의 해외 영상 플랫폼을 '규제 무풍'으로 둘 수 없다는 비판도 드세졌다.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둘러싼 논의는 일단 호흡을 가다듬었다. 정치권서 이사진을 나눠먹는 '밀실 선임'의 구태는 여전했지만 '국민참여형 사장 선출제' 등 개방적인 모델은 눈도장을 찍었다. 양대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서 시민 참여 과정을 경험한 덕분이다.

독립 언론 전성시대...저널리즘 원칙 부상 

언론사 간 협업은 봇물처럼 터졌다. MBC 탐사기획팀과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공동 취재·보도한 가짜학술단체 '와셋', KBS와 <뉴스타파>, <프레시안>이 동시 보도한 '삼성전자 전무 기술유출 의혹 사건' 그리고 <뉴스타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장충기 문자와 삼성의 그물망’ 보도는 주요 언론에서 인용됐다.

11월 한 기업 경영인의 전직 직원 폭행, 직원 휴대전화 불법 도청 등을 세상에 알린 것은 탐사보도 매체 <셜록>과 <뉴스타파>의 공동 성과물이었다. 지난한 정상화 과정을 밟아온 보도전문채널 YTN은 <뉴스타파>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독립언론 전성시대'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언론 불신'이 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옥스퍼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년 연속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뜨거웠던 '미투'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성폭력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신상 정보를 암시하는 등 피해자 인격권 보호는 등한히했다. 가해자의 일방 주장을 받아썼다. 정상적인 취재원이 아닌 '지인 인터뷰'와 '소방관 CCTV' 등 취재윤리 전반의 '집단 불감증'이 '미투 보도'에서 재연됐다.

언론사 안의  '미투' 바람도 거셌다. 간부 기자에게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내부 고발이 계속됐다.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언론사 조직문화의 단면이 드러났다. 주요 언론사들은 성 문제 예방·대처법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했다. '고(故) 장자연 성상납 강요 사건'은 성찰없는 언론권력을 정조준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기술과 플랫폼 영향력 논란

언론사들의 얄팍한 상술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제3자의 기사를 전송하고, 상품홍보용 기사를 유통한 매체가 24~48시간 포털사이트 기사 노출 중단의 중징계를 받았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격론 끝에 '애드버토리얼' 양성화를 의결했다. 정치권은 기사와 광고의 구분을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처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사성 광고'의 세부적인 기준을 놓고 후폭퐁을 예고했다.

정치권 공방이 가열된 '드루킹 사건'은 포털 규제 분위기를 달궜다. 정치권과 언론계는 뉴스 서비스 포기·아웃링크 서비스 전면 시행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네이버는 모바일 초기화면에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없애고 검색창 '그린윈도우'만 띄우는 모바일 뉴스 개편안을 제시했다. 

뉴스 배열은 물론 댓글 도입 여부와 관리는 언론사에 위임했다. 이용자의 '구독 설정'이 관건인 언론사 채널은 고가 경품을 내거는 진풍경을 뉴스스탠드 이후 다시 연출했다. 인지도가 높은 언론사가 유리한 구조이지만 뉴스 이용 감소가 예상된다. 44개 콘텐츠 제휴매체(CP)에 한정된 개편안으로 다양성을 훼손하고 뉴스의 선정성 경쟁을 유발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뉴스추천 서비스인 '에어스(AiRs)'를 둘러싼 경계심도 있었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한쪽으로만 치우친 정보를 노출하는 등 확증편향으로 흐를 수 있어서다. 여론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투명한 검증 장치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유튜브는 밀레니얼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중요한 미디어 콘텐츠 소비 채널로 떠올랐다. 국내 모바일 동영상 앱 사용시간 기준 85.6%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4시간 유튜브 뉴스 서비스를 앞세운 JTBC를 비롯 대부분의 언론사가 유튜브 채널에 집중했다. 유튜브가 콘텐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는 긴장감 한켠으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기대감이 거들었다. 

범람하는 가짜뉴스에 블록체인 미디어 논의까지

미디어 업계의 구애를 받은 유튜브는 극우 보수층을 대변하는 채널의 성장과 함께 가짜뉴스 진앙지로 낙인이 찍혀 홍역을 치렀다. 정부는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했다.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에 따르면 심의·임시조치에 방점을 뒀다. 정보통신망법, 공직선거법, 전기통신기본법 등 기존 법률로 가짜뉴스를 처벌할 수 있음에도 '가짜뉴스대책위원회 설립법안' 등 가짜뉴스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랐다. 

가짜뉴스 규제방식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빗발쳤다.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할 수 있어서다. 가짜뉴스를 막는 해법은 기성언론의 저널리즘 혁신에서 출발한다는 진단이 공감을 얻었다. 플랫폼 사업자의 신속한 조치 등 자율규제도 호응을 얻었다. 뉴스를 비평적으로 읽는 습관을 갖출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에 이목이 쏠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의 화두는 진부할 정도로 차곡차곡 쌓였다. 전통매체는 최근 1~2년 사이 기술을 활용하는 저널리스트, 저널리즘을 이해하는 개발자를 꾸준히 배치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저널리즘, 데이터 시각화 등 뉴스와 기술접목도 매달렸다. 최근에는 암호화폐를 기반의 보상 체계를 내세운 블록체인 미디어가 스타트업계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콘텐츠 창작자인 작가와 독자에게 직접 보상하는 이상적인 생태계는 미디어 혁신가들을 결집시켰다. 지난해 '스팀잇'의 출현 이후 <위키트리>, <블로터>를 비롯 언론계 안팎에서 관련 프로젝트가 다뤄졌다. 주요 언론사들은 블록체인 관련 시장을 다루는 전문 매체를 창간하는 등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평화 저널리즘'을 싹틔우는 계기를 열었다. 남북 언론교류도 차근차근 궤도에 올랐다. JTBC 추석 특집 다큐멘터리 '서울 평양, 두 도시 이야기'는 서로를 이해하는 상징적인 콘텐츠였다. 기존 북한보도에 반영된 이념, 대결구도를 지양하고 인내심, 신중함, 객관성 등 국익 관점 보도의 필요성이 커졌다. 

주52시간제 기자노동 분기점...평화 저널리즘 제언

청와대는 지난해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밌고 진지하면서도 확산력 있는 콘텐츠'로 대국민 접점을 넓혔다. 감성 코드를 씌운 '청와대 미디어'의 독점 콘텐츠는 전문 콘텐츠 스튜디오의 제작 수준을 능가했다. 기업 뉴스룸과 미디어 스타트업의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질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전통매체로선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에 긴장할 만했다. 

기자들의 노동현장은 드라마틱한 반전을 시작했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300인 이상 언론사 종사자들은 7월부터 '저녁있는 삶'에 다가섰다. 밥 먹듯이 해왔던 주 6일 주 70시간 근무에 변화가 일었다. 노동 강도는 더 세졌고 적지 않은 편차도 있지만 '쉼'의 문화를 수렴했단 평가다. 내년 7월부터는 방송사도 법 적용을 받는다.

시장의 경쟁환경을 살피고 기술투자 등 디지털 격변에 대비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란 한해였다. 녹록치 않은 경제여건은 잿빛 전망을 토해냈다. 지난 10년간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고 미래 동력을 발굴하려면 일방적이고 전시적인 대응에 그쳐선 안 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저널리즘의 원칙과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가다듬는 진정한 혁신의 봄을 기대한다. 

덧글. 이 포스트는 언론중재위원회 정기간행물인 <언론사람>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고작성 시점은 11월 초순입니다. 실제 지면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의 언론계 10대 이슈>

➀ 공영방송 정상화 잰걸음

➁ 협업의 저널리즘 성과

➂ 안팎 갈등 드러낸 미투 보도 

➃ 일그러진 포털저널리즘 재연

➄ 네이버 뉴스 개편안 공방

➅ 유튜브발(發) 가짜뉴스 규제논란

➆ AI·블록체인 등 기술혁신 점화

➇ 평화 저널리즘 부상

➈ 주목받은 청와대 미디어 

➉ 주52시간제와 언론노동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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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2018년12월호. '언론신뢰'의 무게감이 한해 내내 시장을 짓눌렀다. 전환을 위한 언론사의 분투, 새로운 경쟁질서의 흐름이 앞으로 어떤 풍경을 그려낼지 주목된다.



올해는 '언론신뢰'가 그 어느때보다 부상했다. 가짜뉴스 즉, 허위정보 확산으로 여론질서 훼손 우려가 비등했다. 공적 이슈에 대한 '프레이밍' 보도는 논란을 자초했다. 팩트 확인조차 없는 오보를 양산한 기성매체의 보도행태는 '가짜뉴스'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정치권에서 비롯했지만 포털사이트 책임성으로 확장됐다. 

네이버는 언론계와 정치권의 압박(?)을 받는 가운데 뉴스편집과 댓글관리를 언론사에 위임하는 카드를 내놨다. 뉴스 서비스와 댓글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 만큼 수준 낮은 뉴스경쟁과 언론자 줄세우기 비판도 여전했다. 

포털 뉴스의 전면적 아웃링크 도입이나 댓글 폐지 논의로 이어졌다. 허위정보 노출을 방치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유튜브 등 플랫폼사업자의 느린 대처도 전방위적 규제논란을 거들었다. 표현의 자유 위축, 사실상의 검열제 시행 등 거센 반발을 불러모으는 한편으로 기술 대처의 한계도 꼬리를 물었다.

자체 추천 알고리즘을 앞세운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개편 방향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포털사이트의 '개인화' 서비스에 정교성이 치밀해질수록 '편향성' 이슈가 불거질 수밖에 없어서다. 투명성을 담보하지 않은 '알고리즘 권력'은 이용자의 확증편향을 유발하는 한편 여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 

기술기업이 AI 기반의 서비스를 늘리는 흐름에서 이용자 선택 등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실시간급상승검색어를 비롯 플랫폼의 검색엔진 최적화에 적응해왔지만 AI 저널리즘은 보다 이용자 친화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AI 저널리즘'은 기술과 공존하는 뉴스 생산양식을 통해 이용자에게 최적화한 정보제공으로 모아지는 만큼 미래 경쟁력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미 일부 매체는 이용자 행동 패턴 등 데이터를 정성적으로 파악해 콘텐츠 생산과 배포에 적용하는 '리텐션 마케팅'을 수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의 영향력이 확장됐다. 유튜브로 성공하는 1인 미디어, 유튜브 채널로 24시간 전면 뉴스서비스에 나선 전통매체가 속속 등장했다. 네이버 등 기존 포털사이트의 집중도가 약화하고 있다는 전망도 잇따랐다. 

미디어 생태계가 급격하게 영상 중심으로 재편하고 크리에이터가 인플루언서로 자리잡는 흐름도 나오고 있다. 콘텐츠 생산조직의 영상 제작 인프라 투자, 이용자의 영상 콘텐츠 중심 미디어 소비습관이 더 확산되면 플랫폼 경쟁질서, 언론사 영향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된다.

MBC와 중앙일보 등 크고 작은 매체들은 연말을 앞두고 조직정비에 나섰거나 서두르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침체 국면을 감안할 때 언론계 전반으로 구조조정 분위기가 흐를 수 있다. 

이와 함께 방송사를 중심으로 경영진과 조직문화 쇄신으로 저널리즘 경쟁이 촉진될 수 있다. '독립언론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뉴스타파와 셜록 등이 급부상한 것이 하나의 단초로 읽힌다. 언론사 간 경쟁에 '협업'과 '공존'의 방식이 수렴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결국 언론사 브랜드를 앞세운 플랫폼 투자, 독자와 연결과 관계를 증진하는 배후 전략의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윤리를 회복하고 뉴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의 청사진이 없다면 인력 이탈, 수익구조 악화 등 제대로 된 위기구조에 갇힐 수 있다. 

성장과 침체를 반복했던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들로부터 지혜와 교훈을 찾아야 할 수 있다. 연령과 기호에서 더 타깃화된 이용자를 개발(developing)하고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충성도를 높이는 혁신모델은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더피알(The PR)> 1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실제 지면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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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뉴스 시대의 도전과 과제

포털사이트 2018. 12. 5. 17:37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의 투명성에 왜 이목이 쏠리는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등의 성찰과 고민이 드러나지 않았던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위원회의 발표 내용.


국내 전통매체에서 '알고리즘(algorithm)'은 뉴스 생산과정에서 자동화된(automated) 뉴스(의 서비스) 즉, 로봇저널리즘(robot journalism)으로 다뤄졌다. 생산성 효율성의 범주로 받아들인 만큼 주식시장 뉴스나 스포츠 경기결과, 기상정보나 재난정보를 다루는 영역에서 먼저 도입하는 흐름이었다.

이때문에 소프트웨어가 기계적으로 만드는 뉴스는 전문직으로서의 직업기자가 쇠락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를 불러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독자에게 즉각적이고 유용한 접근의 기반기술에 그친다는 진단도 잇따랐다. 이들 서비스는 대부분 독자들로부터 냉대를 받는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탓이다. 

분명한 것은 알고리즘이 뉴스 제작의 신속성 효율성을 증진하고 '기술의 논리'를 학습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상당한 해외 사례들은 숫자, 통계를 다루는 영역에서 정확성을 높인다는 것, 뉴스조직의 생산성을 높여 직무의 전환과 배치를 촉진한다는 것, 이를 통한 혁신적인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경을 갖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뉴스 알고리즘은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고 있어서 협의의 대상이 된다. 때로는 이 사회적 맥락은 경고의 시그널을 울린다. 이는 단지 기계가 만드는 뉴스의 정확성 차원이 아니라 독점적인 미디어 기업이 알고리즘을 결정하는 프로세스에 의문에서 비롯한다. 

반면 전통매체는 기술 플랫폼이 뉴스를 노출하는데 있어 불분명한 차별성에 초점을 둔다. 검색엔진을 비롯 배열과 추천 순서, 우선 노출유무 등에서 편파적인 어떤 방향을 숨기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구나 뉴스 생산과 서비스가 알고리즘에 종속될수록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여론시장에서 지배력 상실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 반대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권력자가 더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준비와 학습이 부족한 상황에서 뉴스 알고리즘이 부상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옐로우저널리즘 경쟁-상업적 뉴스폭주의 재연일 수도 있고 독자의 뉴스읽기에 대혼란을 알리는 서막일 수 있어서다. 

네이버가 모바일 뉴스 서비스에서 에어스(AiRs)로 명명한 뉴스 추천 서비스를 꺼내든 것은 일반적인 예상보다는 급작스런 변신이었다.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가 11월29일 "네이버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공개적 발표도 의아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이것은 기술 영역이지만 동시에 의사결정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등 복잡다단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뉴스 생산자, 독자, 광고주, 정부와 정당 등 디지털 생태계의 관여자들은 모두 자신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설계되는 서비스와 그 부가 채널들은 어느 정도까지 '조작'될 수 있는 만큼 일관된 원칙과 투명한 의사결정구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알고리즘이 직면한 도전은 비단 여론질서의 근간이 되는 뉴스 서비스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 공동체의 미래와 결부돼 있다. 주목도가 높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일개 기업의 것이 아니다. 감시와 논의의 장이 열려야 한다. 이미지는 PEW 보고서에서 캡쳐한 '알고리즘 시대의 7가지 주제.


여러 비관적인 전망에도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 투명성과 감독 필요성 증가를 주문"하는 PEW 리서치 센터의 '코드 의존성:알고리즘 시대의 장단점' 보고서는 적잖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알고리즘은 이제 단지 한 기업의 영업기밀이 아니라 인간과 공동체에 많은 도전적 과제를 던진다. 특히 알고리즘 시스템에 존재하는 편견-프로그래머와 데이터 집합은 언제든 편견의 개연성을 가진다. 알고리즘은 종종 한정적이고 부정확한 (결함의)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때 알고리즘은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노출을 제한할 수 있다. 끔찍하게는 공동체의 진로를 좌우하는 중요한 뉴스를 어떤 사람들에게는 누락할 수도 있다.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결론이 '끝'이 아니라 '출발'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기술 플랫폼 더 나아가 뉴스시장의 참여자들은 알고리즘의 책임성과 감시 기제를 확보하는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가령 알고리즘 시대의 저널리즘-뉴스 서비스에서 독자 즉, 이용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무슨 수단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이를 설계하는 기술자, 의사결정권자들이 양심과 윤리를 어떻게 최고의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

나는 <기자협회보> 인터뷰를 통해 뉴스 생태계에서 '알고리즘'의 지위는 기술 플랫폼이 추진하는 개인화 서비스의 핵심기제이며 플랫폼 경쟁력의 고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포털사이트처럼 주목도가 높은 플랫폼은 알고리즘 기반으로 빠르게 전환할수록 정치사회적으로는 공정성을, 산업적으로는 배타성 논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편향과 독점의 사회적 우려와 의문을 불식시키는 접근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갈등보다 더 사회적인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이는 열린 채널을 운용해야 한다. 

첫째,  소수(엔지니어나 사업가)가 통제하는 모델로부터 다수(시민과 연구자)가 활용하는 모델을 지원해야 한다. 기술권력의 독점에서  시민사회의 숙의구조로 논의의 장을 민주적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둘째, 뉴스 서비스에서 알고리즘은 공정성 투명성 다양성-예를 들면 소수자와 약자 관점 등 명백하고 일관된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알고리즘에 대한 안내와 개선노력, 이용자의 의견 수렴 과정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해야 한다. 

셋째,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로부터의 불편부당성, 독점폐해를 극복하는 합리적 거버넌스를 확보해야 한다.

네이버 알고리즘을 둘러싼 산업적 관심, 저널리즘의 신뢰회복, 이용자 편익 등이 고조된 상황이다.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평가와 진단이 지나치게 형식적이었다는 점에서 '재정돈'이 필요하다.

덧글. 이 포스트는 기자협회보 인터뷰 때 나눈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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