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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122

언론은 또 시민을 배신하는가? 언론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중립적 통로가 아니라,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물을 서사화하며, 감정과 시선을 조직하는 사회적 장치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괴물도 영웅도 만든다. 왜냐하면 언론은 현실을 ‘보도’하는 동시에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첫째, 서사화(narrativization)다. 언론은 인물을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 구원자와 파괴자 같은 도덕적 이분법 속에 배치한다. 복잡한 현실은 제거되고, 극적인 드라마 구조 속 캐릭터로 가공된다. 괴물은 공포를, 영웅은 희망을 상징한다. 둘째, 감정의 조직(framing)이다. 언론은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분노, 연민, 환호, 혐오 같은 감정을 호출한다. 괴물은 두려움과 분노의 대상으로, 영웅은 감탄과 신뢰의 대상으로 설계된다. .. 2025. 5. 25.
기자의 가설보다 공식적인 사실을 우선할 때이다 현 시점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평결 입장(5:3)을 '사실'로 확인할 수 없음에도 이를 가정한 보도를 내보내는 건 언론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는 몹시 위험한 일이다.이런 소재는 어떤 기자든 소명과 의지를 갖고 보도할 수는 있다. 의혹 제기만으로도 보도의 긍정적 기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면 안 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신속한 사실 확인과 후속 보도다. 데스크는 보도 이후 추가적인 사실 확인을 기자에게 지시하고 후속 보도를 서둘러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무책임한 보도’일 뿐이다. 사법기관 보도는 기자의 가설과 식견보다 명확성(내용)과 객관성(절차)이 우선이다. 공식 절차를 기다리고 검증된 사실에 기반한 보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게.. 2025. 3. 28.
극단의 대결정치...언론이 갈등을 푸는 방식 양극화된 정치는 양쪽 선동가들에게 더 이용당하여 그들의 동기를 폭로하는 대신 상대에 대한 혐오로 치닫게 한다. 복잡해진 소통의 길은 더 가로막히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신뢰를 잃는 것은 각 반대편 정파의 지지자들에겐 유쾌한 일일 수 있지만 잘못된 정보와 선동의 여지는 그만큼 확장된다. 언론이 갈등을 중재,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대체로 상업적인 목표 때문이다. 언론의 정치화도 이득의 고리가 있어서다. 이는 언론이 사회적인 갈등을 극복할 방법을 찾도록 돕는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언론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지우는 것으로 사회는 갈등의 뿌리가 깊어진다. 미국처럼 근래 한국 사회의 분열은 '고칠 수 없는 갈등'으로 본다. 정치적, 지역적, 문화적 이유로 서로 갈라선 사람들이 마주칠 때마다.. 2024. 12. 20.
가짜 '진영언론' 넘어 진짜 '진보언론'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에 진보-보수라는 언론지형은 묽어지고 '받아쓰기' 언론만 창궐하는 상태다. '받아쓰는' 부분이나마 '사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최근 4~5년 간 세계에서 한국언론의 신뢰도가 '꼴찌'라는 기록과 연결해볼 만하다. 유감스러운 것은 언론 자유도는 개선되는 상황에서 언론신뢰도는 곤두박질치는 일이다. 특히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사 내부에서 보도 경향을 놓고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자들의 경쟁인식이 낮다. 기자 선발과 취재보도의 내용이 매체의 역사성과는 별도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시니어 기자와 주니어 기자 사이에 공감하는 지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가을 한 진보언론 관계자는 '조국사태'로 뉴스조직 내부가 시끄러운 가운.. 2020. 8. 4.
정부조직법 표류의 핵심 'SO' 논란 어디로? 박근혜 정부의 표류가 장기화되고 있다. 여야 대치정국은 더욱 강경해지고 이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중심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System Operator)의 인·허가권과 법령 재·개정권이 있다. 국민은 혼란스럽다. 도대체 SO의 인·허가권과 법령 재·개정권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여기에는 ‘방송’의 거대한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더 점유하려는 여야의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SO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프로그램 공급업자(PP)와 계약을 맺고 이를 각 가정에 중계하는 방송 플랫폼 사업자다. 이를 위해 가정에서 방.. 2013. 3. 12.
미디어 정책의 ‘공공성’, ‘다양성’ 복원해야 박근혜 정부의 정책 키워드는 여러 학문과 분야의 융합을 의미한다는 ‘통섭(統攝)’이다. 이 통섭이 반영된 사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정책기능을 맡은 부분이다. 과학기술을 통합해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이른바 ‘공룡 부처’ 탄생을 감수한 모양새다. 정보통신부를 해체한 이명박 정부는 방송통신융합시대를 표방하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총괄 기구로 띄웠다. 하지만 그 결과는 혼란함 그 자체였다. ‘융합 IT' 정책은 속도는 느리고 방향도 잃었다. 방송의 공공성 확보와 공정경쟁 보장의 이슈도 사회적 논란만 끊임없이 일으켰다. 이러한 방통위의 부작용을 극복해야 할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 통신 등 다양한 미디어 영역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진단하고 선제적인 정책 입안의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콘텐츠, 플.. 2013.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