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 2022년 3월호 커버스토리.

언론사는 뉴스를 제공하고 포털 사업자는 대가를 지불하는 단순한 관계 모델은 ‘포털 종속’ 23년의 어두운 역사를 썼다.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는 ‘탈포털’이 길어도 2~3년 내 이뤄질 것이란 장밋빛 이야기가 나온다. 주요 매체의 독자 채널 강화 흐름에 포털 뉴스 서비스의 성격 과 위상의 변화가 맞물리면서다. 

그간 탈포털 추진 사례는 있었다. 첫 장면은 5대 스포츠신문이 2004년 양대 포털인 네이버, 다음을 떠났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아쿠아 프로젝트(2005)와 뉴스뱅크(2007) 등 언론사 연합 모델이 추진됐다. 한국신문협회 공동 뉴스포털 논의(2008)로도 이어졌다. 

네이버 뉴스캐스트(2009), 뉴스스탠드(2013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2015) 출범으로 언론과 포털은 냉·온탕을 오갔다. 2010년 전후 주요 신문사들이 나서 네이버 모바일에 뉴스 제공을 끊기도 했다. 포털 뉴스의 아웃링크 전환 요구(2018)도 거세게 일어났다. 하지만 언론의 셈법은 전재료 등 계약 조건 개선에 맞춰졌다. 당시 언론은 탈포털 청사진이 없었다.

현재는 시장, 이용자, 언론 내부에 탈포털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한 편이다. 첫째, 크고 작은 기성 언론은 타깃 독자를 상정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둘째, 유튜브 뉴스 이용이 증가하는 등 이용자의 정보 소비 채널이 다변화하고 있다. 셋째, 미디어 스타트업을 비롯 다양한 영역에서 구독 생태계가 펼쳐지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탈포털 현실화에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포털 엑소더스는 실제로 가능한가?

그러나 언론에게 포털은 뉴스 비즈니스의 경쟁자이면서 사업 파트너다. 협력과 갈등의 요소가 다방면에 걸쳐 있다. 포털 뉴스에 대한 진단과 해법 역시 매체의 규모와 역량에 따라 다르다. 디지털 부문 매출이 아쉬운 언론사는 당분간 포털과의 공존을 선택해야 한다. 기성 언론의 ‘포털 엑소더스’를 여전히 부정적으로 예상하는 배경이다. 

포털에서 경쟁 매체의 뉴스만 노출될 경우 포털 뉴스에 입점하지 못한 언론사와 구성원의 심리적 위축도 거론된다. 포털 주도의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서 이탈하면 매체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얼마 전 네이버에서 퇴출과 복귀를 겪은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사례는 언론사의 위기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때문에 탈포털은 대다수 언론의 포털 탈퇴라는 큰 그림보다는 작고 좁은 범주로 해석한다. 일부 매체만 포털사이트를 떠나고 다수 매체는 포털 뉴스 서비스에 잔류하는 방향이다. 이 경우는 대다수 기성 언론이 포털 뉴스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포털 뉴스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재 여건에서 유효한 탈포털은 △포털에 뉴스 제공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 △생산하는 뉴스의 일부만 제공하는 것 △전면 아웃링크 등 포털 뉴스 서비스 정책에 따르는 것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뉴스 유료화를 검토한 한 매체 는 포털에 유료 구독에 따른 기술적인 협력을 요구한 적도 있다. 독자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매체도 탈포털보다는 포털 활용에 기울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개별 언론사 또는 언론계 전체가 스스로 대포털 관계를 180도 바꾸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부담스럽다. 일단 언론사는 포털뉴스의 전면 아웃링크를 바란다. 물론 일부 대형 신문사는 뉴스 제공 전면 중단 또는 일부 뉴스 유통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어떤 선택에도 포털 에 뉴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벌어들이는 현재의 수익 모델과 그 규모를 포기할지는 유보 상태다.

포털 뉴스 서비스가 ‘구글 방식’으로 바뀌더라도 언론사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해야 한다는 속마음이 들어 있다. 구글 뉴스 서비스는 인공 지능(AI)으로 뉴스를 추천 및 배열하고,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하는 아웃링크 모델이다. 포털 뉴스에 전면적 아웃링크가 적용되더라도 지금처럼 언론이 뉴스 사용료를 받는다면 탈포털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포털 뉴스 서비스 특성.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랭킹 뉴스 등 포털에서 오래도록 유지한 뉴스 소비 유발 장치는 매체 간 얕은 경쟁을 부추겼고, 포털 뉴스 이용자 경험은 뉴스 소비의 파편화라는 그늘을 드리웠다. 콘텐츠 가치와 이용자 관계를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언론의 시장 경쟁력은 하향 평준화됐다.

얕은 경쟁 환경과 더딘 디지털 전환

포털 뉴스 서비스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어렵다면 탈포털의 동력은 언론의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다. 디지털 경쟁력을 가늠하는 콘텐츠 품질은 뉴스의 형식과 내용에서 좌우된다. 콘텐츠는 크게 온라인 속보 뉴스, 종이신문과 방송에서 보도된 뉴스, 멀티미디어 뉴스-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등으로 나뉜다. 

속보 뉴스는 주로 포털 검색어나 발생 이슈를 바탕으로 생산된다. 말 그대로 신속성이 중요하다. 제목이나 내용 등에서 파격적인 형식을 취할 때가 많다. ‘한줄 보도’ 같은 경우다. 종이신문과 방송에 보도되는 뉴스는 상대적으로 일정한 기준이 있다. 적정한 분량 등 전형적인 규칙을 따른다.

멀티미디어 뉴스는 대체로 동영상, 오디오 등이 뉴스 본문에 삽입되는 형태다. 그런데 기술과 데이터 등 디지털 제작 요소를 투입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기술 표준과 이용 환경의 제약으로 포털뉴스에서 걸러진다. 또 포털 뉴스 알고리즘은 뉴스의 심층성보다는 뉴스 생산량, 최신성을 우대 한다. 포털 뉴스 서비스는 애초에 매체 및 콘텐츠의 차별성을 부상시키지 않는 셈이다. 

2000년 5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종이신문이 유통한 네이버의 뉴스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 언론사는 특정 시간대에 뉴스를 집중 송고하는 등 종이신문 발행 중심 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1) 2~3년 사이 ‘디지털 퍼스트’ 확산에도 뉴스 품질은 그대로였다.3) 부서별로, 개인별로 뉴스 생산 건수를 할당하거나 생산 주기를 단축하는 변칙 행보만 반복됐다.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언론사 자체 채널도 포털에 공급하는 뉴스가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한국의 뉴스 이용자들은 포털 사이트(검색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에서 온라인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세계 평균의 두 배를 넘고 있다.2)

반면 디지털 구독 모델을 안착시킨 해외 언론은 콘텐츠를 다루는 관점과 체계를 쇄신하며 고객을 창출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료 구독 모델을 전개해온 글로벌 뉴스 미디어는 제품담당책임자(CPO)를 두고 제품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를 전문화-전담화-전사화 했다. 뉴스 조직, 마케팅 조직, 독자 개발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다.

콘텐츠를 ‘제품’의 지평으로 다루기

지난해 말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사 최초로 제품 부서를 신설했다. 전략 담당 산하에 상품전략팀, 마케팅팀, 데이터팀 등을 뒀다. 고만고만한 뉴스가 아니라 유료 구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의 발견’이 목표다. 또한 데이터 분석으로 기존 콘텐츠의 이용 행태를 파악하고 신규 서비스 기획에 반영한다. 일방적으로 제작하고 배포 하는 뉴스에서 고객 관점으로 콘텐츠를 설계하는 ‘오디언스 퍼스트’다.

오디언스 퍼스트는 고객이 쉽게 콘텐츠에 접근·공유·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콘텐츠를 매개로 상호작용의 경험(experience)과 고객 관계(relation)를 증진한다. 콘텐츠-커뮤니케이션-커뮤니티의 사이클을 설계한다. 탈포털 이후 언론사의 경쟁력을 담보하려면 콘텐츠를 일회적으로 소비시키는 생산 조직 기반이 아니라 입체적인 제품 관리 조직을 갖춰야 한다.

제품 관리 조직에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드는 제품 부서와 멤버십을 다루는 고객 개발 부서를 들 수 있다. 공통 과제는 고객에게 풍부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각적 스토리, 데이터 저널리즘, 분석 기사 등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할 만한 요소를 강화하고, 지불 의사가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타깃 콘텐츠에 더해 대학생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금까지 국내 언론의 주요 목표는 트래픽 및 방문자 수 증가에 국한됐다. 구독 모델에 초점을 맞추면 중요 성과지표(KPI)는 이용자당 평균 매출(ARPU)로 대체된다. 이용자당 평균매출에 집중하면 미확인 방문자 수 줄이기, 회원으로 전환하기, 구독 모델 제시하기 등 구체적인 방법에 따라 조직과 업무를 나눈다.

언론사 웹사이트나 앱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파악이 가능하도록 쿠키 설정 동의, 회원 가입, 유료 결제 제안 등 세부적으로 기획한다. 전체 방문자를 비롯 휘발성 이용자, 재방문자, 유료 이용자 등 단계별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회원 전환을 이끄는 콘텐츠 개발과 이용자 데이터 분석이 핵심 과제다.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지난해 각각 종량제와 특정 콘텐츠에 대한 로그인월 방식으로 디지털 회원 모집에 나섰다. 2~3년 전부터 구독 기반 뉴스 레터에서 출발한 언론사의 ‘고객 만들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가입 이용자(RU, Registered User)-로그인 이용자(LU, Login User)/서비스를 사용한 이용자(AU, Active User)-유료 이용자(Purchasing User)를 구분하는 접근이다.

`탈포털`과 `포털 종속`의 특성은 완전히 다르다. 포털 종속은 포털에 경제적으로 의존하지만 탈포털은 독립적 생존 즉, 구독 모델을 지향한다. 탈포털은 품질과 신뢰의 경쟁을 지향한다. 콘텐츠와 고객, 조직과 리더십, 기술과 데이터 주도의 패러다임이다. 탈포털 화두는 전통매체에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촉구한다.

조직 문화와 관행 바꾸는 디지털 리더십

탈포털은 언론사 브랜드, 콘텐츠, 기자 평판이 좌우하는 시장 환경이다. 뉴스 조직 내부에 제품 생산의 공감대 확보와 디지털 구독 모델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존 뉴스 조직과 상품 조직의 관계, B2B와 B2C 등 비즈니스 대상의 정의, 세부적인 고객 분석, 상품 및 가격 정책 등을 매만지는 활동이다. 

포털 뉴스 서비스는 ‘언론사 줄 세우기’의 연속이었다. 포털 뉴스 안의 전광판으로 매체 간 자존심 경쟁을 유발했다. 그럴수록 언론사의 포털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은 커지고, 플랫폼 사업자의 이용자 데이터의 통제권은 더 강해졌다.3) 이용자의 포털 뉴스 충성도는 상승했고 언론사 브랜드 가치는 하락했다.

포털에 뉴스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 또는 포털 뉴스 서비스의 아웃링크에 희망을 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경쟁 질서를 반전시 킬 수 있는 카드는 포털 뉴스 게임의 규칙을 벗어나는, 언론 고유의 경쟁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첫 시작은 탈포털 이후의 경쟁 질서를 엄중하게 인식하는 일이다. 탈포털은 제품의 경쟁인 동시에 신뢰의 경쟁이다.3) 개인화·전문화·차별화 등 제품 수준을 높이는 한편 브랜드 평판을 바꾸는 저널리즘 경쟁이다. 탈포털이 촉구하는 디지털 전환은 경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콘텐츠, 독자, 데이터와 기술, 조직과 업무, 의사결정구조 전반의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 

사람, 콘텐츠,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탈포털은 시장 그리고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열린 경쟁의 패러다임이다. 독창성과 디지털 리더십을 확산해야 한다. 새로운 경쟁 환경에 걸맞는 디지털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디지털 리더는 조직 내부에 창의적인 영감을 불어넣으며, 테크놀로지 활용을 장려하고 안팎의 협업을 키운다.

한국 언론은 아직 탈포털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 상태라면 또 흐지부지된다. 혁신과 전환을 철저하게 전개해야 비로소 ‘탈포털’을 시작할 수 있다. 저널리즘(신뢰)과 콘텐츠(제품)를 원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구독 생태계를 주도할 것인가, 낡은 문화에 안주할 것인가. 탈포털의 진짜 질문이다.  

1)   송해엽·양재훈·오세욱, <포털 뉴스 발행시간을 통해 본 언론사 뉴스 생산 관행>, 한국언론학보, 64권 2호(184~216쪽), 2020.
2) ‘국내 이용자들의 포털 뉴스 이용비율은 72%로 조사 대상국 46개국 평균 인 33%의 2배를 넘었다’, <디지털뉴스리포트 2021>,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2021.
3)   류시원, <디지털 플랫폼 시대 언론산업의 구조적 경쟁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 의 검토>, 선진상사법률연구, 93호, 2020.

덧글. 이 포스트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 방송>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고 작성시점은 2월 초입니다.

&amp;amp;amp;amp;amp;lt;미디어오늘&amp;amp;amp;amp;amp;gt; 12월22일자 1면.

<미디어오늘> 12월22일자 톱기사에 '탈포털'이 재론됐다. 언론계서 '탈포털' 화두는 오래된 명제였지만 현실은 포털의 뉴스서비스정책과 연동돼 흘러오며 '불가한 것'으로 다듬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뉴스서비스를 개편하면 여기에 대응하는 정도였고, '뉴스제휴평가위'조차 언론의 '포털종속'을 가중하는 지렛대가 됐다. 이러다보니 '얕게라도' 포털 뉴스와 영원히 연루되는 운명이라는 자조가 넘쳤다.

포털은 올들어 지식정보 콘텐츠의 구독생태계를 띄웠지만 평범한 관여에 그친 기성언론의 성적표는 나빴다. 공정 논란을 자초하며 정치사회적 압박에 밀린 포털은 알고리즘 뉴스편집을 접는 단계까지 왔다. 

지금까지 언론과 포털의 관계는 호혜적인 동시에 갈등적이었다. 포털이 뉴스를 구매하고 트래픽 기반의 광고를 나누는 방식은 언론에게는 손쉬운 비즈니스였다.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언론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뤄진 모델이었다. '헐값' 공방에 '상생'의 키워드도 나왔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일부 언론사는 이 모델을 벗어나는 카드를 매만지고 있다. 어떤 '탈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체로 '구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그 조짐은 있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의 CMS를 들여와 구독 인프라를 다진 조선일보와 3~4년의 디지털 (혁신)투자와 조직(전환)정비로 주목받아온 중앙일보가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5월 일정 기사 개수 이상을 보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로그인월'을 도입했다. 

중앙일보는 8월 온라인 회원 확보에 시동을 걸고 12월 '상품'을 내세운 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겨레는 전면적 후원모델을 진행 중이다. 한국경제는 포털에 전송을 하지 않는 뉴스 콘텐츠를 늘려왔다. 

아직은 한계의 장면이 뚜렷하다. 기존 인력과 업무내용으로 트렌드와 독자 기호에 맞는 콘텐츠 개발은 역부족이다. 또 종량제, 프리미엄 모델 등 '돈이 되는' 구독 비즈니스를 앞세울 수 있는 지도 회의적이다. B2B 기반의 기존 비즈니스는 탄탄하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로서 '독자 퍼스트'를 수렴하고 콘텐츠에 반영하는 인식과 문화가 가능한가는 의문부호다. 독자 데이터 수집과 이용행태 분석 등 '테크놀러지 덧셈'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투자와 열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구독모델'을 가설이나 안타까움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으로 다뤄지고 있다. 양대 포털사이트의 '구독모델'의 경험에서 얻은 씁쓸한 결론도 있다. 상품의 수준이다. 다수 언론사는 '뉴스레터'를 통해 기자와 독자 간 '관계' 즉, 커뮤니케이션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중심의 구독모델 사례도 누적되고 있다. 독자의 지식정보 상품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철저한 집중과 선택이 요구된다.

언론과 포털 사이에 '저널리즘 경쟁'을 제대로 공유한 적이 없었다. 여러 차례 개편으로 '이용자 친화적인 뉴스'를 주문한 포털의 뉴스서비스도 '신속성(속보)' '선정성' '화제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구독모델 주변에서만 서성이는 언론 내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보태졌다.

'탈포털'은 개인화 전문화 고급화 등 콘텐츠 차별화의 과제를 던진다. 더 나아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제고하는 근원의 성찰도 제기한다. 즉, '탈포털'의 관건은 언론의 자기경쟁력을 재정의하고 재설계하는 일이다. 특히 (저널리즘) 신뢰위기, 상품위기를 정면에서 풀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뢰위기에 갇히면 유료화에 나설 수 없다고 하지만 신뢰위기를 해소해야 제대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탈포털'은 언론의 '신뢰'라는 최종의 경쟁력에 대한 사유다. 한국언론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 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

 

한국언론학회 2021 봄철 정기학술대회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를 위한 한국의 조건과 전략' 세션. 이 세션은 주요 해외 언론의 서울 이전을 측면 지원한 '해외문화홍보원'이 후원했다.

교수님의 발제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토론자분들의 말씀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왜 서울이 언론산업 허브가 돼야 하는지"의 본질적 질문을 찾아가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최근에 만난 서울 주재 해외 매체 기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토론에 보탤까 합니다.

해외 유력 언론사 몇 군데가 서울로 뉴스조직을 옮긴다는 게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여러분 모두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일단 서울에 뉴스 거점을 둔다는 건 상징성이 있습니다. 다만 일반 독자나 한국언론이 먼저 살펴보는 건 해외언론의 뉴스입니다. 그런데 사무실을 서울에 둔다는 것이 한국에 대해 취재보도하는 게 주목적이 아닙니다. 따라서 '한국발 뉴스'는 여전히 제한적일 것입니다.
 
취재 환경 개선의 핵심

이것을 전제로 해서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아시아 디지털 뉴스 총괄본부'라고 했을 때 대부분은 '데스킹을 보는 사람들'이고 취재기자는 아시아를 비롯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데스킹보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치안'과 시기적으로는 '코로나19 방역' 이슈가 일단 중요합니다. 한국에 정착하는 만큼 체류하는 동안 다양한 일상문제가 닥칩니다. 외신기자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취업비자 발급문제, 외국인등록증으로 신용카드 발급문제시 지연 등을 아직도 꼽습니다. 나라별로 상대적인 이슈이긴 해도 외신기자들은 불편함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쇼핑이 활성화돼 있는데 외국 신용카드로 결제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여전히 나옵니다. 

주택문제도 까다롭습니다. 전세에 대해서는 이해를 못하고 있고요.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인데요. 홍콩, 싱가폴과 다르게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음은 취재기자의 관점입니다. 현장에서 취재하는 외신기자들은 '정보접근성'에서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20~30년 전부터 요구사항이라고 할 정도로 뿌리깊습니다. 출입처 기자단 등 한국의 취재관행이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하는 문제제기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에 대한 다양한 정보나 이슈를 알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힘듭니다. 외신기자들은 대부분 어느 현장에 가서 오래도록 대기하거나 들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국장들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전화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이나 고위관료의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있으면 끝난 이후 질의 응답까지 포함한 내용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일반인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실제로는 아주 중요합니다. 

외신기자는 한국어가 되는 동료 스태프와 함께 일하기 때문에 반드시 영어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물론 미리 준비된 청와대 대통령 연설문은 영문도 같이 나오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현재 외신기자들은 '북한 핵' 이슈 못지않게 BTS 등 K-팝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하고 그들과 접촉할 수 있는 취재환경이 부족합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그런 이벤트를 열 때 초청장을 보내주거나 인사이트 있는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정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시선을 민간기업으로 돌리면 한국의 글로벌 기업중에 삼성 정도만 조직적으로 취재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영어 보도자료를 내기도 합니다. 만족도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대응은 글로벌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라면 더 고려가 필요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외신담당자가 1명 정도여서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데요. 한국기업의 이해나 브랜드 제고를 위해서는 이 부분에 투자가 더 늘 필요가 있습니다.

참조로 <불룸버그> 같은 언론사는 기업들 접촉이 빈번해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해외 언론사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를 위한 한국의 조건과 전략' 세션. 나는 가장 오른쪽에 앉아 있다. 사회는 설진아 방통대 교수(왼쪽에서 세번째).


'한국뉴스'의 가치 확대 

일본 언론사들은 한일관계, 평양이슈 등 지극히 국익관점의 취재를 하고 있고, 서구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북핵' 이슈 외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뉴스'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고 '깊이'도 있습니다. 해외 뉴스 독자의 반향도 큽니다. K팝 K영화 K드라마 등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언론이 주목하는 인물도 늘어났습니다. 인물의 확장은 스토리로 이어지고 '팬', 문화로 상승합니다. 

제가 참석하기 전에 몇몇 서울 주재 해외 특파원들에게 취재환경 현황 혹은 개선점을 들어봤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뉴스'의 가치를 둘러싼 공통적인 의견이 있어서 이 자리에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째, 외신기자들의 취재 환경은 정보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본 및 외환시장이 급속도로 개방되었고, 현재 기축통화를 쓰는 선진국들을 제외한 국가 중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가장 많이 개방한 나라로 한국이 손꼽힙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이 늘어나고, 주가도 많이 올랐지만, 해외 리스크가 발생하면 '스몰 오픈 마켓'인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소규모 주식거래에도 쉽게 휘청거립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교훈으로 한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해외투자자들 및 해외언론에 한국의 펀더멘털을 정확히 설명하고 왜곡된 인식이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경제부처 장관들의 합동외신기자 회견 등 매우 적극적으로 외신에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관련 부처별로 외신 전담 대변인을 두는 등 외신의 취재활동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다만 경제 부처 중심으로 국한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부처로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외교안보 분야 정보접근에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어떤 기자들은 '폐쇄적'이라고 평가했는데요.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외교란 상대가 있는 것이고, 북한 이슈는 안보와 연결되는 매우 민감한 현안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해외 언론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북한 핵이슈가 첨예한 문제로 불거졌을 때에도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안정적으로 움직입니다. 북한의 도발에도 한국의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북한의 무력도발 이슈는 주식시장에 오래전부터 반영되어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죠. 그만큼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외국인투자자들도 인정한 셈인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에는 한국발 외신기사가 한국의 안보상황을 냉정하게 잘 보도하고 있기 때문으로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해외언론이 더 원활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관점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무엇보다 외교안보 기사는 방향성을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기사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백그라운드 브리핑 등에 해외언론의 정보접근이 더 개방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셋째, 해외언론은 과거 한국의 정치상황 특히 남북문제, 핵이슈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관심사가 증가했습니다. '한국'하면 떠올렸던 이미지나 주제들이 지난 20년 사이 많이 변화했습니다. 

또 해외언론은 주로 홍콩이나 도쿄에서 한국기사를 취급했습니다. 단신도 많았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과 관련된 단독기사가 증가했고, 서울발 취재기사도 많아졌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를 비롯 해외언론사의 독자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투자자들의 매력도가 높을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의 제조공정에 참여하는 외국 기업들도 증가했습니다. 일본 기업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일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일본에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혐한', '한류'만 다루던 데에서 저출산, 환경, 코로나19 방역 등 공통의 과제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비교하는 기사에 독자들의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굉장히 잘 하는 국가"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입니다. 

한 일본신문 기자는 제게 "영화 미니라 개봉소식을 일본 뉴스 사이트에서 먼저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간 일본 매체는 정치, 북한이슈, 일본인과 관계된 사건사고를 중심으로 다뤄왔는데요. 이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된 겁니다. 한 마디로 한국과 관련된 뉴스의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심지어 일본에는 한국뉴스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뉴스 사이트가 있는데 혐한, 한류 위주였는데 지금에는 모든 한국뉴스를 취급합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죠. '연예뉴스 사이트'로 구분돼 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한국뉴스를 취급합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미래 

해외 유력언론이 서울로 모인 것을 계기로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상대적으로 해외기업에 대한 친화적인 문화, 한국언론의 자유도가 훌륭하다는 판단을 밝힌 바도 있는데요.

서울로 해외 미디어들이 들어온 것은 첫째, 어쨌든 코로나19 변수가 작용했습니다. 특히 팬데믹-방역관리 측면에서 주요 후보국보다 앞섰다는 점으로 보입니다. 둘째, 주변국에 비해 문화적 역동성이 큰 것도 매력도를 높였습니다. 셋째, 한국기업이 일본 중국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해 인지도가 높아진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넷째, 인터넷 등 IT 인프라도 훌륭합니다. 웹툰,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의 질과 양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적 갈등도 첨예하고 사회적 양극화도 심화하는 등 한국사회의 내부는 아픈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혁신성이 높지 않습니다. 서울발 부정적인 뉴스는 아시아 뉴스허브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입니다. 즉, 서울발 뉴스의 양이나 범위도 살펴봐야 하겠지만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소재들을 많이 다루면 금상첨화일 텐데요. 

그런데 해외언론이 들여다보는 한국언론의 뉴스는 다양성은 부족하고 편향성, 상업성은 강합니다. 사실성도 미흡합니다. 해외언론 기사 번역도 자의적으로 처리하거나 누락하면서 논란을 자초한 적도 있습니다. 

해외언론의 관심영역을 한국의 미래에 두고 한국 브랜드를 잘 관리해가는 파트너로 바라본다면 한국의 현주소나 잠재력을 정확히 전달하는 한국 언론의 뉴스가 중요합니다. 해외언론이 처음 마주하는 것이 한국언론이 만든 뉴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뉴스 독자들 중에는 BBC NYT 워싱턴포스트 등의 해외언론 뉴스를 한국언론보다 더 지지하고 첫번째 뉴스소비처로 삼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 독자들은 외신이 전하는 한국뉴스를 공유하면서 한국언론의 자세와 역량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이 금세기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해외언론과 공존하며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저널리즘 쇄신'에 적극성을 띠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이제 아시아 뉴스허브로 모인 해외 유력매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일이 남았습니다. 첫째, 한국에 대한 뉴스가 얼마나 나올 것인가 둘째, 그리고 어떤 내용의 뉴스가 나올 것인가 셋째, 이러한 뉴스가 한국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입니다. 독자들로부터 지지와 사랑을 받고 신뢰를 얻는 K-뉴스가 자리매김해야 진정한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의 문이 열립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아시아 언론산업 허브를 위한 한국의 조건과 전략' 토론자로 참여해 발언한 내용입니다.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시간제약 등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이야기한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학회 현장에서는 '산업적인' 문제도 이야기했습니다. "20년 전 해외 뉴스신디케이션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철수한 점이 있습니다. '상품화'할 한국뉴스가 없어서입니다. 한국언론 스스로 뉴스시장의 품격, 지위를 높이는 성찰과 분발이 필요합니다. 산업으로서의 'K-뉴스'를 고민할 때입니다"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종이신문은 잊었다'는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종이신문은 잊었다."

<뉴욕타임스> 이야기는 한국언론에는 교과서나 다름없다. 대표적 혁신 언론사로 손꼽지만 가까이 하기는 부담스럽다. <뉴욕타임스>가 성취하는 것들이 한국 뉴스시장에서는 쉽게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시사점도 여전하다. <뉴욕타임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까닭이다.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을 통해 들은 이야기들 중에 생각나는 것들을 몇 가지 정리했다. 먼저 <뉴욕타임스>식 '모바일 퍼스트'다. 대부분의 기자가 웹사이트(모바일 포함)에 나가는 기사에 집중한다.

기자들이 출고과정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남다르다. 기자는 자신의 기사가 출고되기 전 스마트폰 스크린에서 어떻게 노출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기자 스스로 모바일에 노출된 자신의 기사 모양을 보는 과정이다. 단락이 길거나 빡빡한 상태인지 알 수 있다.  선호하는 '기사체'도 있다. '대화하듯' 친근한 스타일이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독자는 어렵고 진지하게 폼잡는 기사를 보지 않는다. 독자의 2/3가 모바일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는 만큼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밝혀라

기자 교육 때 강조하는 부분도 주로 '가독성'에 집중돼 있다. 짧게 문장을 쓰고 '챕터'를 나눠서 쓸 것, 작은 제목도 달아서 글의 이해를 도울 것, 스토리 안에 미니 스토리(글 상자)를 넣을 것, 셀럽 등의 트윗 내용을 삽입할 것, 전문 공개도 할 것, 숫자를 인용할 것, 다양한 그래픽을 담을 것 등이다. 또 파악한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구분해 전할 것도 주문한다. 독자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부 미국 매체처럼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의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스타그램 등 기자 개개인의 소셜계정 활용은 권장한다. 독자가 <뉴욕타임스> 홈페이지를 직접 찾는 비중은 20%가 되지 않아서다. 60%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일부 소셜미디어에서 유입된다. 참조로 월스트리트저널의 직접 방문자는 16% 정도다. 

미국 신문업계가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한 기사 유통에 적극적인 것은 "독자가 있는 곳에 직접 찾아간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절박한 사정도 그만큼 있는 것이다. 독자가 <뉴욕타임스>를 찾도록 유도하는 등 '소비습관'을 형성하는 목적의 '뉴스레터'도 호주 독자를 겨냥한 것을 포함 현재 50여 종이나 된다. 

'라이브' 주력...'양'과 '질' 함께 고민

기사 제목(헤드라인) 달기에도 공을 들인다. 몇 번이고 수정하면서 구글 검색을 타고 들어오는 이용자 규모를 측정한다. 헤드라인 변화만으로 페이지뷰가 7배 증가한 경우도 경험했다. 아예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연성 기사에도 부쩍 관심을 갖는다. 대표적 부서는 속보팀(Express Team)이다. 속보팀은 한국언론과 비슷한 일을 한다. 시시각각 중요한 거리를 찾아 보도한다. 재미있는 기사도 쓴다. 

<뉴욕타임스> 디지털 채널에서 요즘 각광받는 서비스 채널도 '라이브 브리핑'과 '라이브 채팅'처럼 '실시간성'이 두드러진다. 라이브 브리핑은 현장을 생중계하듯 기자가 200~300자 안팎으로 계속 상황을 중계, 설명하는 형식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이슈는 상단에 고정할 때도 있다.

과거에는 가령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선임기자가 설명하는 기사를 쓴 뒤 내일자 지면에 연결해 보도했지만 지금은 '라이브'가 가장 핵심 스타일이다. 비슷한 유형으로 '라이브 채팅'도 있다. 기자들이 유튜브 라이브 댓글창 같은 공간에서 계속 사실을 정리해서 올리거나 해설을 곁들인다. 빠르게 대응하지만 독자가 원하는 것을 늘 체크한다.

'디지털'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비결

적지 않은 과제도 있다. 기자들에게 기사 발제시 텍스트 포맷인지 아니면 이미지 등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할 것인지 먼저 생각하라고 요청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기자들의 디지털 업무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거든다. 과거에는 웹 사이트에 기사가 필요하면 디지털팀에서 해당 주제를 맡는 부서의 기자에게 직접 연락해 출고를 요청했다. 물론 잘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는 기자가 일하는 부서의 데스크가 부탁한다. 상대적으로 호응이 좋다.

기자들은 '슬랙Slack)'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기사출고를 한 뒤 '스쿠프(scoop, 뉴욕타임스 CMS)'에 기사를 올렸다고 슬랙에 올린다. 기자들은 슬랙에서 어떤 편집자가 자신의 기사를 데스킹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신문 1면에 자신의 기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경쟁하던 기자들도 디지털로 소통하는 등 대부분 온라인으로 일하는 상황이 됐다. 웹 사이트에 방문자를 늘려 광고매출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실패(?)한 뒤 유료 구독자를 늘리는 것으로 큰 방향을 바꾼 결과다. 

재미있고 자극적인 기사와 고품질 분석기사, 그리고 아주 중요한 현안 기사의 페이지뷰를 비교하면 고품질 분석기사는 상대적으로 클릭수가 많지 않다. 그래도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기사에 힘을 실으라는 쪽이다. 수개월 걸려서 나오는 기사를 1년에 1~2건만 쓰는 기자도 있다. "샤넬 백이 수백만 개씩 팔리나. 트래픽이 나오지 않더라도 고급기사로 매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원칙 때문이다. 어려워도 '저널리즘'에 해답이 있는 것이다.

서울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저널리즘은?

물론 돈을 내고 기사를 보는 독자들이 존재하는 미국시장과 그렇지 않은 한국시장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퍼즐이나 쿠킹 등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별도의 디지털 상품도 내놔서 '구독모델'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했지만 한국은 다르다. 최상훈 지국장은 "뉴욕타임스 구독자 750만명 가운데 온라인 전용 구독자는 670만명이다. 하지만 미국 전체의 신문구독자는 6500만명이다. 구독자 목표 1000만명을 내걸고 나아갈 수 있는 배경"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2019년 한 해 동안 기사를 포함해 5만9000건의 콘텐츠를 생산했다. 팟캐스트 '더 데일리' 월간 청취자는 1000만명이다. 2020년 7월 자체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을 제작해 동영상 플랫폼 훌루에서 상영했다. 여러 스타일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내놓는다.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한다. 핵심은 중요한 기사를 재미있게 쓰는 것이다. 기자들은 1700명에 달한다(블룸버그 2700명, WSJ-다우존스 등 1400명, 워싱턴포스트 800명). 기자해고도 반복된다. 

한편, 5월 10일 서울에 공식적으로 문을 여는 <뉴욕타임스> 서울 사무실은 속보 에디터를 둔다. 토픽 등 연성기사도 맡는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뉴욕타임스> 서울 사무실은 최대 30명 정도로 구성된다. 이는 서울로 아시아 뉴스조직을 옮기는 <워싱턴포스트>의 10명 정도와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뉴욕타임스> 홍콩 지국에는 여전히 일부 인력이 지면제작 등을 이유로 남지만 서울은 사실상 '아시아 뉴스 허브'로 올라선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잠든 시간을 기준으로 런던 그리고 서울에서 각 8시간 정도로 기사를 다룬다. 즉, 서울은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의 8시간을 맡는다. <뉴욕타임스> 디지털 에디션-홈페이지, 모바일을 24시간 깨어있게 하는 구조다. 이달 초 최상훈 지국장의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는 한글로도 공개했지만 '번역품질 관리', '시장성' 등의 이유로 정기적인 '한국어' 기사 생산 계획은 없다.

서울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저널리즘이 어떤 모습일지 주목된다.

광고, 협찬의 기존 비즈니스모델에서 수용자 기반 수익모델의 여정에 나설 수 있을까. 시간과 비용부담이 드는 구독모델과 멤버십모델보다는 기부모델 즉, 후원모델이 한국 언론지형에서는 적합하다. 진보매체 <한겨레>는 5월부터 후원모델을 시행한다.

국내 신문사들의 '구독모델' 관심이 커졌다. 첫 신호는 최근 수 년간 디지털 혁신투자에 공들여온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현재 디지털 편집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또 독자 로그인을 유도하는 콘텐츠 디자인에 골몰하고 있다. 과금, 결제 등 지불 시스템 구축의 사전 단계에 해당한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의 퍼블리싱 시스템 '아크'(ArcXP)를 도입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크 구성요소에는 구독상품을 지정하고 결제, 정산이 가능한 '구독관리시스템'도 있다. <중앙일보>보다 속도는 더디지만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를 고민하는 '에버그린 콘텐츠' 부서를 신설했다.

두 신문사가 구독 인프라와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이 <한겨레>, 경제지 등 주요 신문사들은 '뉴스레터'를 앞다퉈 도입했다. <한국경제>가 WSJ처럼 CEO 등을 대상으로 하는 타깃형 뉴스레터로 차별화 방식을 택했고 나머지 매체들은 전문 기자를 투입해 다양한 주제로 구성했다. 뉴스레터 구독으로 '습관'을 형성하려는 시도다. 

시장 외부의 변화조짐도 심상찮다. 네이버는 5월초 주요 언론사의 홈메뉴에서 '프리미엄' 메뉴를 통해 본격적인 유료 구독모델을 시험한다. 신문사와 그 계열 매거진을 포함 약 20곳의 CP가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품성 있는 콘텐츠와 이용자 지불의사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단 충분한 '테스트 베드'는 갖춰진 셈이다.

카카오도 이르면 상반기 중 카카오톡에 '콘텐츠 구독탭'(가칭)을 개설한다. 다양한 콘텐츠 채널을 유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언론사 안팎으로 '구독 생태계'에 집중하는 조건이 펼쳐지는 가운데 <더피알>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아래는 기자 질문에 간략하게 답변한 내용이다. 기자와 이 내용을 구글독스에 공유했다. 블로그에는 조금 첨삭한 것으로 게시한다. (이 내용은 <더피알> 4월호에 게재됐다.)

<더피알> 4월호. '디지털뉴스에도 구독 생태계 열릴까' 전문가들은 기대와 한계를 지적했지만 현장은 아득하다. 자신의 독자를 정확히 모르는 전통매체의 '구독모델'은 시장 안팎의 북소리로 이제 걸음을 뗐다.

Q. 현 시점에서 뉴스구독 시스템 정착의 당위성이 있다면 말씀부탁드립니다. 

포털사업자들은 커머스와 콘텐츠 전반에 '구독'이 자리잡는 흐름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의 구독멤버십과 일부 전통매체의 뉴스레터 구독사례 등 지식정보 콘텐츠 시장에도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는 것이죠.

포털사업자들은 이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서비스는 크게 보면 이용자제작콘텐츠(UGC)에 이어 (준)전문가들의 콘텐츠(PGC)로 흘러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만들어졌고요. 광고를 넘어 지불구조(PPGC, Payed Proffesional Generated Contents)를 만드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유튜브도 각 채널의 '멤버십'을 띄우고 있지 않습니까. 포털의 '지식정보 구독 생태계' 상상력은 원초적일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네이버는 언론사 브랜드 단위의 구독모델을 확장해왔습니다. 구독설정자 수가 400~500만 명이 되는 언론사들도 생겼습니다. 네이버 이용자의 구독형 뉴스 소비습관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구독방식으로 매체별 뉴스소비를 하는 이용자가 있는 만큼 유료 콘텐츠의 수준에 따라서는 지불의사를 가진 이용자층의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Q.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의 온라인 구독이 잘 자리잡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포털이 뉴스 유통의 대부분을 자지한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외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마디로 국내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이 구체적이지도, 전면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조선, 중앙 등 일부 매체가 인프라에 투자도 하고 전담인력도 확보하면서 새로운 실험을 늘려왔지만 여전히 온라인은 가욋일과 오프라인의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투자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나 역량도 뒷받침되고 있지 않습니다.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디지털 전문가의 영향력은 극히 낮습니다. 대부분의 결정이 종이신문의 관점에서 처리되고 있습니다.

이는 레거시 미디어의 비즈니스모델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오프라인 기반의 매출비중이 압도적입니다. 광고, 협찬 등의 규모에 의미있는 감소세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내부에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자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환경입니다. 기업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언론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출규모나 외형은 커졌습니다. 광고주가 인식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물론 앞으로 점점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언론매출에서 대형광고주인 기업의 역할이나 규모가 변화가 없기 때문에 굳이 구독환경, 디지털 매출에 전념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용자 관점의 '구독모델' 전환이 어려운 이유는 포털 주도의 디지털 뉴스 생태계가 걸림돌이지만, 최대 장벽은 언론산업을 떠받드는 매출구조 그 자체가 아닌가 합니다.

Q. 개별 뉴스 플랫폼에서의 뉴스구독이 자리잡게 되면 언론사와 뉴스 소비자 각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언론사의 주요 매출원은 기업의 광고, 협찬입니다. 언론은 독자보다 기업과 더 우호적입니다. 뉴스 구독이 정착하면 생산과저에서 이용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입니다. 사실 한국언론은 디지털 뉴스 이용자에 대한 '서베이'가 전혀 없습니다. 최소한 자신의 독자들이 누구인지, 무슨 뉴스를 어떻게, 어디에서 읽는지조차 데터가 없습니다.

뉴스조직이 개별 독자 시장에 집중하게 되면 콘텐츠의 질과 범위, 형식이 달라집니다. 뉴스소비자가 가지는 여러 기호와 관심사를 수렴합니다. 뉴스 소비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습니다. 뉴스소비자와 소통을 합니다. 즉, 뉴스소비자가 뉴스생산의 기준이 됩니다. 

반면 뉴스소비자는 자신에게 주목하는 뉴스매체를 찾게 됩니다. 단골고객이 됩니다. 이 매체가 사회적으로 평판도 좋고 가치가 있다면 자부심도 갖게 됩니다. 마니아 팬심, 충성도, 덕질이 언론관계에서 자리잡습니다. 비로소 언론을 돕는 것이, 구독하는 것이 나를 즐겁게 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론의 책임성 구현에 주목하는 뉴스소비자는 언론을 구독하고 후원하는 것을 넘어 더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됩니다. 직접 참여자가 됩니다. 

뉴스소비자가 언론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면 역설적으로 언론은 뉴스소비자를 방치할 수 없습니다, 언론이 독자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면 독자는 언론을 지금처럼 떨어져서 볼 수 없습니다. 새로운 지평이 열립니다. 언론과 독자는 '구독'을 매개로 파트너 협력자 친구 동반자로 마주보게 됩니다. 뉴스조직에는 독자개발부서와 소통과 데이터분석, 콘텐츠 전략부서가 부상합니다. 

Q. 구독시스템이 성공을 하려면 궁극적으로 차별화된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어떤 측면들을 감안해야 할까요?

콘텐츠의 질-전문성, 개인화(타깃성), 다양성(형식이나 주제)도 중요한 변수겠지만 이번에는 다른 지점을 거론하고 싶습니다.

첫째, '독자' 관계입니다. 구독자를 유치하는 과정입니다. 뉴스 소비자가 구독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콘텐츠 전략 수립 같은 뉴스생산과정의 개선도 있을 것이고요. 뉴스유통 전략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일도 필요합니다. 또 최종 뉴스 소비자인 독자에게 우리 브랜드와 상품을 어필하는 마케팅 측면도 살펴봐야 합니다. 뉴스조직(기자)와 독자 간 커뮤니티도 하나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지금은 조직은 지국을 관리하거나 정산을 처리하거나 배달지연 등을 처리하는 오프라인 환경에서 부합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멤버십의 업그레이드가 중요합니다.

둘째, 저널리즘의 원칙입니다. 특히 한국에선 저신뢰 언론의 문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뉴스는 질만 우수하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 같은 언론의 책임과 소명을 다해서 매체에 대한 사회적 평판과 결부돼 있습니다. 저널리즘 혁신은 구독모델의 핵심 변수 중 하나입니다. 뉴스조직 내부에 '성찰'의 태도와 환경을 확립하고 자사 저널리즘을 진단하는 '혁신'이 함께 필요합니다. 

셋째, 상품 전략과 이를 위한 조직입니다. 제품으로서의 뉴스를 고민해야 합니다. 기존의 콘텐츠를 넘어서는 상품이 필요합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장조사가 정기적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독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지식정보 시장의 경쟁환경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콘텐츠를 개발하는 전문조직이 필요합니다. 구독모델이 성공하려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일, 과정 등에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저신뢰 언론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만만찮은 한국에서 구독모델은 기자 역할이 크다. 통찰력 있는 콘텐츠 생산은 물론 소통과 공감능력이 중요하다.

Q. 뉴스구독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뉴스 유료화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뉴스 구독이 유료화로 연착륙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콘텐츠의 질입니다. 일단 질이 낮은 콘텐츠 생산은 줄여야 합니다. 현재 한국언론의 여건을 고려하면 속보양산이나 트래픽 경쟁에 지나치게 몰입합니다. 포털사업자 등 거대플랫폼으로 이동한 광고물량을 되찾아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더 차별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조직구조와 문화를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상품 디자인입니다. 지불장벽을 설계할 때 이용자의 반응, 소비행태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뉴스 생태계의 경쟁환경이나 유통구조도 잘 수렴해서 가격 등에 반영해야 합니다. 지불편의성을 위한 설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통정책의 변경입니다. 현재 포털에 뉴스가 전재되고 있습니다. 지면기사, 온라인 뉴스 등 대부분의 콘텐츠가 포털에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개별 언론사의 구독모델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포털사업자의 뉴스정책 변화도 중요하지만 언론사들이 유통구조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기자역할입니다. 기자들이 뉴스구독을 한 이용자와 소통을 늘리고 커뮤니티 활동으로 관계개선을 높여야 합니다. 자사 콘텐츠에 대한 마케터로서, 소통자로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유료화 성공가능성에서 대중성 성실성 저명성 갖춘 스티기자의 지분이 적지 않습니다.  

뉴스조직 전반적으로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뉴스 유료화는 기존 뉴스생산 과정보다는 더 치밀해야 합니다. 체계화하고 대상화하고 과학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Q, 해외에서의 뉴스구독 모델 중 잘된 사례가 있다면 말씀부탁드립니다. 구독을 통한 뉴스유료화 모델도 좋습니다. 

단연 <뉴욕타임스>입니다. 글로별 경제지의 경우 '돈'과 직결되는 데이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정보가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합지는 많은 선택지에 직면합니다. 무엇에 더 집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퍼즐, 쿠킹 같은 디지털 상품과 섹션을 특별하게 운용합니다. 종량제도 잘 설계했습니다. 여기까지 10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품질향상, 독보적 저널리즘 등의 그림을 갖고 움직였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Q. 향후 뉴스구독 모델이 정착되면 뉴스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예측부탁드립니다.

포털 중심 뉴스소비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최종 뉴스소비지가 언론사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뉴스레터 구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나 매체(기자)와 직접 연결됩니다. 기존 유통질서에서 언론사 채널의 비중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뉴스조직 내에도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 개발부서가 주목받을 것입니다. 또 지불방식을 비롯 구독자 편의를 고려한 인프라 구축과 설계가 증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과 마케터들은 기술인식이 높아집니다. 개발자 확보 등 기술인프라 투자와 그 활용성이 증가합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뉴스 유통방식이 완전히 재설계됩니다. 속보만 포털에 유통하거나 언론사가 선택한 뉴스만 포털에 노출할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도 구글방식 등으로 아웃링크를 확대 도입할 수도 있고 통신사 등 몇몇 매체만 인링크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상품만 인링크 형태로 서비스하는 것입니다.

뉴스유료화가 경쟁의 축이 되다보면 언론사 경쟁문화도 바뀝니다.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상품으로 만들고 독자와 소통하는 것에 힘을 싣게 됩니다. 충성고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합니다. 

뉴스생태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저널리즘'의 측면입니다. 한국언론은 정파성이 짙고 진영 프레임이 강합니다. 언론지형도 보수매체가 다수입니다. 당연히 편향논란이 나오고 언론불신이 큽니다. 언론의 일방주의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나 시장의 반응에 주목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는 저널리즘에 문제가 있어도 개선은 더딥니다.

하지만 '구독모델'은 독자와 상호작용을 전제로 합니다. 뉴스레터는 독자의 반응이 직접적입니다. 기자들이 가입자들의 의견을 바로 보게 됩니다. 이탈률, 오픈율 등을 봅니다. 원인도 찾아보게 됩니다. 단순히 매체의 색깔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안됩니다. 그래서 구독모델은 정보의 심층성 과학성 윤리성 같은 가치를 검토하도록 이끕니다. 

 

<미디어 캡처> 책 표지.

'미디어 캡처(media capture)'는 언론이 공공성 확대보다는 특정 그룹의 사업적, 정치적 이익을 진전시킬 때 발생하는 양상을 지칭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많은 한국언론은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왔다. 또한 자본의 관심사를 능동적으로 처리해왔다. 이렇게 포획된 언론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책임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오늘날 상업언론은 정부, 기업을 비롯한 기득권과의 관계에 주력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디지털 미디어化다. 디지털 생태계는 뉴스시장과 소비패턴을 바꿨다. 판매, 광고 등 기존 비즈니스모델은 수렁에 빠졌다. 기술 플랫폼으로 수렴되는 뉴스시장으로 언론의 영향력은 축소되거나 또는 양극화(과점)되면서 보도내용은 획일화됐다. 천편일률적인 뉴스는 욕망을 팔고 분노를 극대화하는 '뉴스의 보수화'로 귀결된다. 이러한 질 낮은 뉴스는 더욱 가파르고 거대하게 분출됐다. 이 빈틈에서 전 세계 곳곳의 '극우' 정치권은 대중의 열망을 대리 중개하며 미디어 여론전에서 속속 승리했다.

둘째, 허위정보와 확증편향의 창궐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점점 조작된 정보가 퍼지는 온상으로 변질되었다. 사실상 모든 정보에서 '사실'을 측정해야 할 만큼 어수선한 정보 오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과 자본의 강력하고 무차별적인 언론 통제는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조종된 정보와 캠페인은 빈번해지고 있다. 이 결과 대중의 판단력과 분별력은 자주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정보 피로도를 쉽게 느끼고 뉴스를 회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셋째, 부의 집중이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가진 자들은 가장 빠른 방법으로 정치적 통제에 접근할 수 있다. 미디어에 광고를 주는 것보다 직접 매체를 인수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미디어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서 언론과의 흥정도 가능하다. 더 직접적인 결과를 원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늘면서 디지털의 상업화는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언론에게 정치적인 이해란 항상 이동할 수 있지만 '부'에 대한 시야는 바뀌기 어렵다. 언론은 경제적 불평등을 양해하면서 점점 타협한다.

이로써 우리의 커뮤니티는 독립적이고 진실한 언론(인)의 존재에 회의감을 가진지 오래다. 동시에 다양한 목소리와 개방적인 뉴스조직을 지원할 수 있을 만큼 역동적인 공간도 더 협소해지고 있다. 가능한 실험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포획된 미디어의 생태계에서 접근성을 누리지 못한다. 이럴수록 누구에 의해 뉴스가 설계되는지, 누구를 위해 봉사하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미디어를 포획하는 그룹과 언론이 주고받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 정보를 통해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활발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많은 언론사들은 '언론자유'를 누리지만 돈, 디지털 플랫폼 및 권력집단의 수중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미디어의 독립성은 20세기보다 더 훼손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자들보다 선동가와 포퓰리스트에 뉴스의 난은 더 많이 할애된다. 선출된 권력보다 더 뿌리깊은 힘을 좇아 그 영향력에 기대는 언론보도는 더 날개를 편다. 다른 한 켠에서는 포털사업자나 검색엔진, 알고리즘을 다루는 거대 기술기업의 정보 제어는 극적으로 이뤄진다.

우리는 '탈진실'의 위협을 넘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공익성을 강조하는, 믿을 수 있는 언론(인)은 척박한 경쟁의 토대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 디지털 생태계는 어떻게 유토피아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 분명해지는 것은 우리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통찰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는 세상과 미래를 위해 더 건강한 언론(인)을 찾아내어 후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네이버 구독모델 제안을 받은 언론사의 의견들은 크게 네이버 종속과 유료화 테스트 기회로 갈린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10년 전과 거의 같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2월 언론사, 전문 매체 등에 '프리미엄 콘텐츠 구독모델'을 제안했다. 구독모델은 네이버 모바일 기준 언론사 홈에 '프리미엄' 탭메뉴를 추가하고, 포스트-블로그 등 언론사가 운영하는 네이버 채널에 유료상품을 연동할 수 있다. 프리미엄 상품은 최대 3개까지 개설이 가능하다. 

구독요금과 콘텐츠 타입, 업데이트 주기 등은 언론사가 선택하면 된다. <기자협회보> 보도에 따르면 제안받은 언론사들의 고심이 깊다. 네이버가 지난해 제안한 구독모델은 일반 콘텐츠 생산조직(CP)과 함께 유료상품을 경쟁하는 구조였지만 수백만 명의 구독 설정자 수를 확보한 언론사 홈에 프리미엄 메뉴가 개설되는 만큼 유리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구독 생태계에 협력할 것인가?

네이버는 그동안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집적하는 플랫폼으로서 큰 성과를 거뒀다.  지식인(iN), 블로그 등 검색과 연계된 많은 정보들이 선순환 구조를 낳았다. 그러나 모바일 환경이 펼쳐지고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유튜브 등이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상업적 콘텐츠가 범람하는 네이버 플랫폼은 트래픽 감소는 물론이고 '퀄리티' 문제에 직면했다.  

가장 풍부한 지식 정보를 확보한 네이버지만 우수한 이용자 이탈은 치명적이었다. 굳이 묘사를 하자면 커뮤니티 모델이 느슨해지는 것을 네이버 페이(N페이)와 연계한 쇼핑으로 끈덕지게 붙드는 형국이었다. 커머스 부문의 구독모델은 N페이로 진지를 구축했다. 다만 매일 신뢰할  만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전문가와 여러 채널과는 생산적인 파트너십의 압력이 가중돼왔다.

네이버는 이를 UGC 집적 플랫폼에서 PGC(전문가 기반 콘텐츠) 그리고 이어 PPGC(Payed Proffesional Generated Contents, 전문가 기반 유료 콘텐츠) 모델로 설계하는 중이다. 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참여자 가운데 하나가 언론사다. 언론사 브랜드를 (무료로) 구독하는 단계는 블로그, 포스트 등에 이어 네이버의 지식 콘텐츠 구독생태계의 마지막 열쇠였다.

'폭탄 돌리기' 중인 뉴스조직...10년 전과 다르지 않아

네이버가 올해 구독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시장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 이미 창작자 영역과 개별 전문매체 단위에서 다양한 구독방식은 확대됐다. 인터넷신문, 미디어 스타트업의 실제 경험치도 누적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신문사들은 과분하지만 유료화의 잠재적 카드로 뉴스레터를 다루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사는 아예 과금 결제 등 자체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여기에 '타이밍'도 거든다. 카카오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도 다양한 구독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중복 구독 등 거품을 고려하더라도 수백만 명 이상의 구독 설정자수를 보유한 언론사를 배경으로 '구독모델' 띄우기를 할 에너지로는 충분하다. 네이버로서는 시간이 늦으면 뉴스를 포함하는 지식 정보 콘텐츠 구독 생태계의 선점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문제는 언론사다. '상품으로서의 콘텐츠' 생산과제를 부여잡는 곳이 없다. 속보뉴스나 검색어뉴스에 급급한 현장에서 '구독모델'은 언감생심이다. 자사 플랫폼 경쟁력이나 구독자 이용행태 데이터도 온전하지 않다. 네이버 제안을 받은 언론사들은 "팔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거나 "누가 만드냐"는 진부한 폭탄 돌리기를 하는 양상이다. 

포털 뉴스서비스의 정책 변천사.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과 포털 뉴스서비스>(2020)에서

저신뢰 언론의 유료상품은 성공할 것인가?

한 대형 신문사 콘텐츠 유통 담당자는 "문제를 깊게 생각하면 안된다. 일단 들어가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 콘텐츠에 대한 시장 검증 차원에서라도 부딪혀 본 뒤 미래를 기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언론사 경영기획실 기자는 "상품 구성은 하겠지만 이용자가 외면할 것이다. 유료 구독자 수가 공개되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래픽, 부수 기반) 전통적 광고에서 독자 기반 수익모델 전환의 기회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언론 뉴스조직이 구독모델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촉진제가 될 수 있고, 콘텐츠 상품에 투자하는 전기라는 시각이다. 네이버 '종속'은 지나친 경계라는 것이다. 실제 구독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하지만 언론사 실무자들과 네이버조차 이번 구독 모델 성과의 척도를 유료 가입자 1000명 선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제대로 된 콘텐츠라면 유료 구독자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더 있다. 언론의 평판 개선이다. 뉴스조직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단순히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 만으로는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네이버가 센 프로모션을 하더라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언론이 미래 어젠다를 제시하고 독자와 꾸준히 교감하면서 사회적 존재감과 가치를 키워야 한다.

위계적·연고주의적·폐쇄적 문화로 상징되는 언론의 조직문화는 정파성, 상업성, 부정확성, 비윤리성을 저널리즘에 이식한다. 네이버 구독모델로 다시 한번 진단하는 한국언론 위기의 핵심은 디지털 적응력 부진이 아니다. 저널리즘을 흔드는 퇴보적인 조직문화다. 판에 박힌 기사 쓰는 기자가 아니라 명쾌하게 시대를 읽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제야말로 뉴스조직의 구성원, 조직, 일하는 방식, 콘텐츠 등에 뼈를 깎는 성찰적 질문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네이버 구독 모델은 언론의 유리심장과 경직된 머릿속을 후려치는 전환기의 가늠자여야 한다.

편집국의 100% 디지털 전환을 예고한 한겨레신문의 디지털 전환 제안서 표지. 한겨레는 2014년 한겨레 혁신 3.0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오랜 독자층과 괴리되고 있는 한겨레의 정체성 논란을 극복하고 후원제 기반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국내 언론의 디지털 혁신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팬데믹으로 상반기 내내 폭발적인 뉴스 트래픽 증가를 맞았던 언론은 네이버 '뉴스랭킹-많이 본 뉴스' 폐지 이후 심한 너울로 흔들렸다. 포털사이트 뉴스제휴정책의 전반적인 개편 흐름에서 '뉴스 유료화' 등 묵은 숙제는 봉인된 채 흘러갔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포털 내 뉴스 점유율 제고에 매달렸다. 디지털 전환 흐름도 숨고르기와 재정비를 오고갔다. 괄목할만한 투자는 주춤했지만 조직정비로 분주했다. 새로운 퍼블리싱시스템(CMS) 도입에 따른 혁신선언도 나왔다. 팬데믹, 총선, 검찰개혁 등 굵직한 이슈를 거치며 속보경쟁은 치열했지만 저널리즘 윤리 정립 등 자정노력은 미흡했다.

2020년 한국 온라인저널리즘 10대 뉴스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무순)

조선일보 CMS 아크 시스템 소개 페이지. 전통매체의 디지털 혁신에서 기술의 비중은 높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양방향성, 다양성, 투명성 등을 수렴하는 디지털 조직문화다.

1. 언론의 디지털 투자와 '혁신' 선언

월스트리트저널이 개발한 미디어 운영 시스템 ‘아크 퍼블리싱(Arc Publishing)’을 도입한 <조선일보>는 연결성(Connected)-확장성(Curated)-가독성(Clear)-혁신성(Cool)을 내세우며 자사 채널과 콘텐츠 품질 향상을 선언했다. 새 CMS를 도입한 <한국일보>는 창간 66주년을 맞아 신문 중심에서 온라인을 우선하는 디지털 조직 전환을 선언했다. 

<한겨레>는 '10만 후원자'를 목표로 하는 디지털 독자 후원제를 추진한다. 지난 10월 총160쪽 분량의 '투르드 한겨레 디지털 전환 제안서'를 사내에 공유하고 디지털 기구를 통합하는 등 1단계 조직정비를 마쳤다. 이들 매체의 혁신은 모두 '디지털 퍼스트' '고객 니즈 파악'이라는 공통좌표를 갖고 있어 각사 만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주목된다. 

2. 독자 수익 모델 본격적 제기 

독자 수익 모델인 구독, 기부(후원), 멤버십 등의 화두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한 해였다. <한겨레>는 자사 주간지 <한겨레21> 후원모델을 확장해 본지에도 적용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 신문은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후원모델을 적용하고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2021년 안에 편집국 전체를 100% 디지털로 전환하는 목표와 맞물려 있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아크 시스템 도입과 함께 '팔리는 콘텐츠'란 화두를 꺼냈다. <중앙일보>는 내년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하는 등 디지털 구독 모델에 성큼 다가선다. 이들 매체는 포털에 유통하는 뉴스 외 타깃형 프리미엄 콘텐츠 생산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조직여건과 시장 경쟁환경을 고려할 때 '뉴스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일부 언론사에 제안한 구독모델 설명자료. 아래 부분에 'NEXT미디어'가 눈길을 끈다.

3. 네이버, 카카오 구독모델 추진

네이버는 하반기에 언론사, 개인 등 콘텐츠 생산자를 대상으로 구독모델의 애드벌론을 띄웠다. 초기 구독형 지식 콘텐츠 콘텐츠 플랫폼에는 소수의 언론사만 일단 제안을 받았다. 많은 이용자와 접점형성이 가능하고 결제와 프로모션 등 기술과 마케팅 측면에 기댈 수 있다. 반면 네이버 이용자를 위해 설계되는 만큼 "언론사의 독자는 아니다"라는 비판도 있다.

카카오는 내년 하반기에 카카오톡 메신저 앱에서 구독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뉴스를 포함해 콘텐츠 이용환경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일단 몇몇 언론사들이 포털사이트의 구독모델 합류에 적극 참여할 예정으로 보인다. 자사 채널 강화, 내부 인력 투입 부담을 고려할 때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4. 포털뉴스의 '알고리즘' 배얼 논란 재연

현재 포털 뉴스로 유입되는 이용자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뉴스 제휴정책의 변화로 포털사이트 내 뉴스 점유율과 같은 기여도로 수익배분을 받는 구조에서 언론의 대포털 이슈는 일상적이다. 포털의 뉴스이용 데이터에 일희일비하는 언론사 내부의 진풍경도 십수년 째다.

선정적 제목, 베껴 쓰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포털뉴스 편집은 알고리즘(AI)의 편향성 논란으로 다시 극화됐다. 거대 보수신문을 비롯 뉴스 통신사 계열 등이 양대 포털사이트에 뉴스 페이지뷰를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AI의 한계를 제어하는 투명한 테이블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언론사의 자사 저널리즈메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5. 언론-포털 관계, 도전적 변화 예고

네이버는 지난해 예고한 대로 언론사에 지급하던 콘텐츠 전재료를 폐지했다. 대신 포털 뉴스 채널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지급으로 전환했다. 언론사 구독판 등 이용자의 브랜드 기반 뉴스소비를 설계하며 이용자의 뉴스이용행태를 재설계했다. 포털에서 '뉴스 유료 구독모델'을 상정하는 것도 변화 신호다. '콘텐츠 상품화'라는 불이 언론사 발등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주제판을 운영하는 네이버·언론사 합작회사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일부 언론사는 독립법인의 경영난을 벌써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에 안주하던 언론사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포털의 기존 인링크 방식 뉴스 서비스 중단도 예상해봄직 하다. 결국 언론의 지속가능한 생존모델은 '콘텐츠'와 '브랜드' 경쟁력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6. 판치는 가짜뉴스, 혐오와 증오뉴스

팬데믹 상황에서 언론이 '공포'를 조장하는 뉴스를 온라인으로 퍼뜨리며 논란이 벌어졌다. 전통매체 스스로 가짜뉴스를 유통하고 확산하는 근거지가 됐다. 허위정보가 판치는 데는 한국언론의 정파성이 거론됐다. 4·15 총선 전후 과정에서 진영의 유·불리를 따지는 왜곡, 편향보도도 이어졌다.

검찰발 받아쓰기가 여과없이 쏟아지면서 검찰개혁이란 본질은 사라졌다. 특정 정치세력이나 인물 간의 갈등만 부추기고 정쟁화를 심화했다. 뉴스를 중심으로 혐오와 증오, 적대와 반목의 전선이 형성됐다. 포털사이트는 공론장이 아닌 편향뉴스의 전시장으로 흘렀다. 뉴스 불신이 되풀이됐지만 성찰은 부족했다. 정치권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논의를 자초했다. 

한국경제신문의 주요 뉴스레터 목록. 이 신문과 조선일보는 편집국 내 '뉴스레터' 담당 부서를 신설하며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7. 뉴스레터 서비스 부상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뉴스레터'가 부상했다. <한국경제>는 WSJ를 벤치마킹한 특정 타깃-기업의 CHO, CFO, CMO 등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레터를 잇따라 내놨다. 3~4년 전부터 뉴스레터에 공을 들여온 <중앙일보>도 카테고리를 늘리는 등 재정비했다. <조선일보>도 명상(종교) 국방 등 전문기자를 앞세운 뉴스레터 서비스를 오픈했다.

뉴스레터는 이메일 구독방식으로 새로운 뉴스소비 습관 형성 기반으로 재도약했다. 주로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는 국내 뉴스 이용자에게 얼머나 호응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자와 독자 사이의 소통도구인 만큼 커뮤니티 구축 등 섬세한 독자관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8.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동 논란

전·현직 기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사회이슈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피력했다. KBS, SBS 등 지상파방송사와 대형 신문사들은 내부 구성원들의 SNS 활동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회사 방향과 다른 기자들의 (정치적) 견해 표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는 회사의 미투사건 관점과 배치되는 보도로 '정직' 징계를 받았다. 강 기자는 페이스북으로 '정직일기'를 게재하고 사측의 맹목적인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을 비판했다.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검찰개혁 지지칼럼을 낸 뒤 논설위원 배제 인사통보를 받았다. 사표를 낸 직후 페이스북에 소감을 밝히자 응원댓글이 쏟아졌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이 기획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유튜브 저널리즘 세미나 강의가 열렸다. 유튜브코리아는 유튜브가 단순히 콘텐츠를 배포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지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에 우후죽순처럼 개설된 언론사 채널의 미래가 힘겨워 보인다. 

9. 더 확산되는 유튜브 뉴스소비 

방송사 제작뉴스, 디지털언론사 제작뉴스, 인플루언서 제작뉴스, 개인 제작뉴스 등 이른바 '유튜브 저널리즘'이 범람했다. 미국 대통령선거 개표 라이브 방송 등 주요 이슈에서 지상파방송사보다 동시접속자 수가 많은 유튜브 채널이 등장했다. 정치선동을 일삼는 채널 구독으로 확증편향 우려도 커졌다. 유튜브가 저널리즘의 도구가 될 수 있을지 논의도 일었다.

현재 주요 언론사의 유튜브 전략은 광고(PPL 포함), 유료구독 연계 등 매출목표 외에도 정기적으로 시청하는 구독자 확보로 매체 인지도를 높이는 브랜드 마케팅으로 나뉜다. 주요 신문사들도 전담인력을 두고 오리지널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내년에도 유튜브를 중심으로 동영상 콘텐츠 생산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사무소를 내는 글로벌 언론의 채용공지. 링크드인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12월 28일 현재 뉴욕타임스에 1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들 언론의 서울발 디지털 서비스가 국내 온라인저널리즘 지형에 긍정적 에너지로 작동할 수 있을까?

10. 해외언론, 서울 입성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의 홍콩지사 일부 인력이 2021년 서울로 옮긴다. 이들은 뉴욕타임스 디지털 뉴스 담당인력이다. 워싱턴포스트 서울 사무소도 신설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글로벌 속보 뉴스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런던과 함게 서울을 선정했다. 이들 매체는 서울에서 기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에는 100명 이상이 지원했다. 

2015년 일본 닛케이에 매각된 파이낸셜타임스(FT)도기자를 채용 중이다. 글로벌 언론사가 버티기 어렵다는 한국 뉴스시장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해외 유력 언론의 서울 입성은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 지형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도 있다. 독보적인 저널리즘으로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한국어 뉴스 생산 또는 서울발 뉴스를 늘릴 경우 '서울의 BBC 특파원'처럼 극적인 독자 반응이 잇따를지 모른다. 

한국언론은 '신뢰도 개선'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2021년을 맞는다. 온라인저널리즘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다. 기술투자는 제한적이고 전문인력의 고용환경도 불확실하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위기구조는 심각하다. 팬데믹은 그 불확실성을 고조시켰다. 이용자의 뉴스 이용행태를 제대로 수렴하는 일관된 전략과 성과 사레도 드물다.

낡은 리더십과 조직문화는 디지털 부문 종사자들의 의사결정권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온라인저널리즘은 가욋일과 부차적 일로 다루는 곳이 많다. 시장과 독자를 정확히 진단하지 않은 채 콘텐츠 개발에 나서거나 치밀한 준비 없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언론사 내부에 혼선과 동요도 일었다. 

이렇게 디지털 부문은 해묵은 숙제들도 많지만 새해에는 보다 깊은 고민거리들도 생길 것이다. 다음은 주요 언론사 디지털 담당자들이 꼽은 '결정적'인 이슈다.

1. 구독, 후원, 멤버십 등의 선택의 시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 기자들의 온라인 활동이 증가할수록 적절한 평가모델이 필요하다.

3. IT 개발부문은 물론 마케팅, 비즈니스 등에서 디지털 인재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4. 디지털 어젠다가 커지는 반면 의사결정구조에서 디지털 전문가의 관여가 제한적이다.

5. 현재의 뉴스조직에서 '제품'으로서의 뉴스, 콘텐츠를 해결할 수 있는가?

6. '우리의 독자'를 발견, 개발하고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7. 제대로 포털과 협력하는 거래, 제대로 포털에서 독립하는 도전이 공존한다.

 

'제9회 디지털저널리즘어워드'에서 수상했던 한 신문사 디지털 담당자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의문하지 않았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사실 기존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단지 전쟁터였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전장에서도 희망의 뿌리를 찾는 것이 디지털 부문 종사자들의 숙명이다. 

2021년은 독자와 시장이 검증한 공감의 뉴스가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경향신문 홈페이지 회사 소개 페이지 캡쳐. '공명정대'란 글자가 촛불집회 이미지 위에 뚜렷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에 진보-보수라는 언론지형은 묽어지고 '받아쓰기' 언론만 창궐하는 상태다. '받아쓰는' 부분이나마 '사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최근 4~5년 간 세계에서 한국언론의 신뢰도가 '꼴찌'라는 기록과 연결해볼 만하다. 유감스러운 것은 언론 자유도는 개선되는 상황에서 언론신뢰도는 곤두박질치는 일이다. 특히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사 내부에서 보도 경향을 놓고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자들의 경쟁인식이 낮다. 기자 선발과 취재보도의 내용이 매체의 역사성과는 별도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시니어 기자와 주니어 기자 사이에 공감하는 지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가을 한 진보언론 관계자는 '조국사태'로 뉴스조직 내부가 시끄러운 가운데 찾아왔다. 그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조직이 되었다"고 말했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그 혼란의 원인으로 '후배권력'을 꼽았다. 단지 위 아래의 '서열'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이질감이 커졌다. 진영언론이라고 할 배경이 사실상 부서졌다. 매체를 '리셋'하는 수밖에 없다. 기자들은 현재의 매체환경과 주변 상황에만 매몰돼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의 서사가 사라졌다.  

둘째, 독자를 존중하고 앞세우는 전략이 없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 뉴스 소비 시장이 압도하지만 전통적 플랫폼의 엉성한 비즈니스 모델에 기대고 있다. 교양의 시민은 물론 자신의 독자조차 버렸다. 그저 숫자의 노예가 됐다. 네이버 언론사 편집판 구독 설정자수에 환호하며 네이버 댓글과 기사 랭킹에 작약한다. 거대한 '네이버 언론'을 숭배한다. 네이버에 '언론사 브랜드'가 뜨면 안심한다. '독자'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네이버 알고리즘에 길들여지고 네이버 독자에 주목하는 '네이버즘'의 유령에 잡혔다. 

새 뉴스 소비처로 부상한 유튜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장과 독자를 이해하는 과정이라지만 내부는 상업적으로만 타협한다. 공동체에 절실한 저널리즘은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다. 기자들의 자존심이면 족하다. 생태계에서 자신을 과시하면 그만이다. 스스로의 뿌리와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문법에 길들여지는 식이다. 더 많은 디지털 뉴스 생산과 더 많은 네이버의 눈길에 드는 것이다. 이렇게 진보언론의 모든 혁신은 저널리즘과는 동떨어졌다.

비단 진보언론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유독 진보언론의 내상이 심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그들의 비범한 독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품위를 잃었다. 언론이 네이버즘을 맹종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은 단순 지표의 추종이다. 트래픽에 열광하고 있다. 가장 혁신적인 한 신문사의 기사입력기(CMS)에는 실시간 네이버 인기기사 순위표-점유율이 표시된다. 어떻게 하면 네이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콘텐츠는 네이버의 코스와 타임라인에 완벽히 맞춰졌다. 

이 과정에서 진보언론은 스스로 다잡고 가야 할 '어젠다'를 상정하는 전략적 노고도 접었다. 지독한 자기 성찰도 없고, 고귀한 자신의 독자를 찾는 노력도 없고, 장엄한 한국 민주주의의 얼굴도 없다. 대화도 토론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의 이름으로, '언론'이라는 형태로 생존이 가능하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짜뉴스'다. 

'87년 체제' 직후 창간한 한겨레신문, 1998년 사원주주회사로 변신한 경향신문, '2002년 체제'와 동행한 오마이뉴스 등 진영으로서의 진보언론은 '2017년 체제'는 온전히 수렴하지 못했다. '2017년 체제'란 지연되는 정의를 제자리에 올리고, 공동체의 미래진로를 세우며, 시민의 교양을 채우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매체와 그 종사자들은 역사적 의미를 소실하며 불거지는 사안은 태만하게 다뤘다. 한국언론의 신뢰 추락에 미친 책임이 못지않다. 

'진영언론'의 '허위'를 벗고 '진보언론'의 '전모'를 입을 때다. '진보언론'은 첫째, 정의의 고장과 지연을 막는다. 둘째, 민주공화정의 부식을 제거한다. 셋째, 미래 공동체의 가치 균열을 메운다. 넷째,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는다. 다섯째, 시민의 교양을 키운다 등의 원칙을 가다듬는다. 

이 시기에 진보언론 상정은 한국의 진보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오직 그 에너지를 알뜰히 쓰고 가득히 충전하는 뉴스룸의 호응이 절실하다. 그래서 교양의 시민이 향하는 대언론 여정은 강단있는 진영언론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교양의 시민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진보언론 재건으로 나아가야 한다.

 

언론의 '내부 혁신'은 뉴스 검증과 평가가 관건이다. 기자 개인, 조직 환경, 진로 등을 재정의 하는 과정이다.

 

"'팬데믹'으로 기업의 신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기존 사업 확장도 시간적 공간적으로 장벽이 생겼다. 내년 초 전후로 '코로나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다. 인력 감축은 이미 시나리오다. 기업을 오래 경영해왔지만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런데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보면 현실감이 없는 것 같다. 기업이 처한 상태를 모른다기보다는 기업과 언론 관계를 낙관하고 있더라. 나는 기존의 언론사를 통해 경영 정보를 취득하지 않는다. 신문 지면은 안 본 지가 진짜 오래됐다.

글로벌 미디어도 아니고 (국내 언론에) 알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방송은 시청률도 낮지. 손자놈은 프로그램을 다 토막으로 본다. 신문지면을 든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직원들한테 차라리 '펭수'를 만나라고 한 적이 있다.

요즘 들어 언론사가 온라인으로 행사를 하는데... 기업은 협찬을 한다. 솔직히 그게 무슨 근거가 있는 일인가. 나보다 젊은 임원들이 정말 '성가신다'고 하더라.

언론사가 너무 많아서 집중도 안 된다.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 별로 없다. 한국 언론 신뢰도가 바닥이라고 들었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우리가 그걸(언론사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이게 맞는 처신인가 싶다.

팬데믹으로 기업이나 사람들은 다 힘들다는데 언론사는 요즘 (혁신)하는 게 무엇이 있는가?"

얼마 전 한 기업체 최고경영자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다. 한 사람의 말을 옮겨 상황을 극화하려는 게 아니다. 전통매체 주변이 확실히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단 걸 전하고 싶었다. 최고의 오픈 저널리즘과 지향점을 가져왔던 <가디언>조차 편집국 인력을 비롯 200명에 가까운 인력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후원하는 사람들이 80만명이 넘는 매체다.

반면 시장에서 거둔 성과도 그 내용이 썩 변변치 않은 한국 언론사들은 뻔뻔하다. '자기' 독자들을 아예 팽개치는 언론사도 있다. 이 신문사 구성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지금까지도 자신의 뉴스를 퍼뜨리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언론과 기자의 낮은 경쟁인식이 팬데믹은 물론 공동체 이슈의 진로를 어둡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언론의 진영주의와 상업주의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사실을 훼손하는 자기 자신의 부정행위다. 거창하게 역사까지는 아니지만 독자를 존중한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언론의 문제는 기자(뉴스조직), 저널리즘, 독자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첫째, 기자는 '경쟁'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교정해야 한다. 무엇과 경쟁하고 있고 무엇으로 보상받고 있는지 냉정한 자기 검증이 필요하다. 그래야 독자와 시장이 제대로 보인다. 지금은 기자 혼자서 미친 듯이 일하는 것뿐이다.

둘째, 저널리즘을 뿌리까지 살펴야 한다. '머릿속 생각'을 넘어 '프레이밍'의 늪에 빠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것은 사실과 부합한 것인지, 상업주의와 폭로주의의 장벽을 넘어 대안과 희망을 말하는지 끝까지 챙겨야 한다. 뉴스는 만만한 쪽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이 아니다. (트래픽) 장사도 아니다.

셋째, 독자를 제대로 봐야 한다. 우리의 독자부터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독자를 이해하는 공정을 내부 프로세스에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독자를 넘어 세상의 변화를 짚어야 한다. 이때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뉴스에 독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우리 독자에 대한 존중심이 없는 언론은 가장 먼저 망한다.

그런데 생태계로 하루 수만 건씩 배출하는 대부분의 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명이 다한다. 이 현실은 '모르쇠' 한다. 독자의 '진영 소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던데 그건 어디서나 비슷한 상황이다. 구질구질해지는 진짜 이유는 (언론사가 쿠킹한) '훼손된' 정보가 몹시 많다는 데 있다.

매일 해외 미디어와 콘텐츠, 통계를 인용하는 혁신가들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언론의 '본류'는 썩어서 구린내가 진동한다. 언론단체는 날마다 엉뚱한 소리를 한다. 진정으로 바뀌기를 원하지도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며칠 전 한 방송사의 '저널리즘' 관련 프로그램 담당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뉴스의 범람'을 넘어 '뉴스의 폭력'이 심각했다. 그저 부끄러웠다. 사실 젊은 기자들은 저널리즘 이슈에 시쳇말로 '나이브'하다. 또 오래된 기자들은 관성적이다. 뉴스조직 내부에 신구 세대 간 소통은 엷어졌다. 이름을 걸고 쓰는 뉴스를 제대로 평가하고 성찰하는 일이 있기라도 한가?

지금 필요한 건 얼렁뚱땅 식의 변화가 아니다. 지독한 변신이다. 시장, 조직, 기자, 뉴스 등 모든 부분에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한다. 곧 '코로나 쓰나미'가 밀어닥친다. 정상적이라면 언론을 도와줄 '친구'들은 1997년, 2008년보다 극히 드물 것이다.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 버티고 있다. 진정한 비극은 시작됐다.

  1. 이의진 2020.07.24 23:18

    안녕하세요 기자님 언론사 입사 준비생입니다. 판에 들어가기 전에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해답을 찾고자 골몰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인턴으로 일하며, 관련 연구와 기록을 찾아보며, 기자님 말씀처럼 독자와 소통하고 그 관계 속에서 브랜딩이 되는 시스템이 과연 가능한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조직 문화, 지금 조직 관행, 지금 조직 시스템에서 기자 개인이 경쟁력을 갖추려 이것저것을 시도하는게 가능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게 되려면 어떤 식으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그 변화가 가능한 시나리오인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레바퀴 2020.08.04 08:56 신고

      한마디로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조직문화, 리더십 혹은 오너십, 생태계 등이 얽혀 있는 난제가 많습니다. 오롯이 기자의 열정이 필요합니다. 저도 그랬지만 기자로서 첫 발을 떼는 순간부터 초심을 잃지 않는 노력을 한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건투하시길.

    • 이의진 2020.11.02 16:16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같이 공부하시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큰 힘이 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디지털 이슈를 알고 공부하면서 좌절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쓰고 싶고,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는데 이대로 포기하는 건 나약하고 멍청한 생각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다시 선생님께서 하셨던 작업을 복습하며 전의를 다지려는 중 답글을 달아주신 걸 확인했습니다. 정말 힘이 되는 답글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쉬지 않겠습니다. 역량부터 갖추도록 애쓰겠습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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