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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197

낙인 찍기, 나락 보내기...한국 연예인 보도의 위기 한국 연예·대중문화 보도는 어디까지를 저널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연예인의 연애, 성적 이슈, 가족 문제, 과거의 일탈을 파헤치는 보도는 독자의 피로감도 심하다. 대개 이러한 보도는 부정적인 결말-끔찍한 일로 향하기 때문이다. 즉, (단독) 폭로, 포털·유튜브·SNS에서 증폭, 2차·3차 가공 기사-누리꾼 반응, 과거 발언 재조명, 광고·방송·출연 정지, 사실상 업계 퇴출 등으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범죄자이든, 단순히 ‘도덕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든, 심지어 사실관계가 불완전하든 상관없이 ‘사회적 매장’이 이루어진다. 무혐의, 오보, 과장이 나중에 드러나더라도 피해는 거의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을 갖는다. 광고와 클릭에 의존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이런 ‘화살촉’은 대중의 호기심.. 2025. 12. 7.
“이미 규제가 있다”는 말이 더 위험하다 – 유튜브 채널 규제 방향은? 유튜브 채널의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대개 한 지점으로 회귀한다. “이미 규제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정보통신망법, 형사 명예훼손, 방통심의위 제재, 플랫폼 사업자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까지 각종 장치가 있으니 굳이 새로운 제도를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질문은 “규제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규제가 실제로 작동하느냐,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충분하냐”에 가깝다. 최근 언론중재위가 연 ‘유튜브 뉴스 시대, 언론중재법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제기된 쟁점도 이 지점과 닿아 있다. 발제를 맡은 표시영 강원대 교수는 상위권 뉴스·정치 유튜브 채널이 이미 전통 언론에 준하는 신뢰 기반과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하위 채널도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급부상해 여론 형성에 .. 2025. 12. 6.
한국 언론의 지속가능성, 해외 사례 쳐다보지 말고 리더 바꾸면 열린다 한국 언론이 위기라는 말은 오래됐다. 이 위기는 종이신문 판매 감소, 뉴스 회피, 포털-유튜브 같은 플랫폼 의존 현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아날로그 마인드에 고착된 리더십이 디지털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조직 전체를 붙들어 매고 있는 심중한 위기다. 이 리더십이 교체되지 않는 한, 뉴스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없다. 첫째, 지금 한국 언론 경영·편집 리더십의 뿌리는 여전히 '광고주 먼저, 독자 나중'에 머물러 있다. 수익 구조의 80~90%를 대기업·공기업 광고와 협찬에 의존해온 관성은, 언론을 시민이 아니라 광고주를 응시하는 조직으로 만들었다. 이 리더들은 오늘도 '광고주와 정치권 인맥', '협찬 따오는 영업력'을 핵심 역량으로 평가하며, 독자 데이터를 읽는 능력, 이용자 여정을 설계하는 역량, 커뮤니티를 .. 2025. 11. 28.
언론은 또 시민을 배신하는가? 언론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중립적 통로가 아니라,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물을 서사화하며, 감정과 시선을 조직하는 사회적 장치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괴물도 영웅도 만든다. 왜냐하면 언론은 현실을 ‘보도’하는 동시에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첫째, 서사화(narrativization)다. 언론은 인물을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 구원자와 파괴자 같은 도덕적 이분법 속에 배치한다. 복잡한 현실은 제거되고, 극적인 드라마 구조 속 캐릭터로 가공된다. 괴물은 공포를, 영웅은 희망을 상징한다. 둘째, 감정의 조직(framing)이다. 언론은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분노, 연민, 환호, 혐오 같은 감정을 호출한다. 괴물은 두려움과 분노의 대상으로, 영웅은 감탄과 신뢰의 대상으로 설계된다. .. 2025. 5. 25.
'김어준'의 시대, 전통매체는 자기 성찰을 모른다 조선일보는 4월12일자 '김어준은 어떻게 하루에 5000만원을 벌었나' 칼럼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당일 유튜브 채널 (이하 김어준채널)이 수퍼챗으로 5천5백만 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얻은 점을 거론하며 김어준채널을 “괴담에 가까운 가짜뉴스”, "생떼에 가까운 선동" 등으로 비난했다. 전통매체에서 김어준채널을 ‘음모론의 무대’로 낙인찍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김어준을 언론인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제도 언론에 소속된, 객관성과 검증의 규율을 따르는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어준처럼 제도 밖에서, 해석 중심의 정치적 담론을 수행하고, 익명 제보나 진영 논리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은 전통매체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언제든 해야 한다. 김어준은 언론인가, 선동인가 이.. 2025. 4. 17.
AI 생태계에서 지역 언론의 지속가능성 "인공지능으로 저널리즘 경쟁의 질 높아진다" 3월 첫 월요일 지역 언론사를 찾았다. 강연 주제는 'AI 등 기술 주도 생태계에서 로컬 저널리즘 전략'이었다. 이 신문사는 최근 2년 새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에도 경영지표가 나빴던 적이 있었으나 현재 경험하고 있는 상황은 공포 그 자체였다. 종이신문과 방송사 경험을 한 이 신문사 대표는 기자 등 구성원들이 모인 월례 회의에서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다"고 에둘러 말했다. 시장의 분위기는 지역과 서울을 가리지 않는다. 현재는 트래픽이라도 건져야 한다는 것 이상의 현실적인 대책은 없다는 아우성이다. 이 판국에 진화하는 AI(인공지능)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지역 언론사는 개발자도, 예산도 바닥이다. 수습기자 선발도 가뭄에 콩 나는 형국이다. 뉴스룸은 늙.. 2024.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