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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이제 뉴스는 클릭되지 않고 학습된다

by 수레바퀴 2026. 2. 6.

뉴스의 여정. 포털 생태계에서 소셜미디어를 거쳐 AI가 조작하는 블랙박스로 들어간다. 이미지: 노트북LM 생성.

업스테이지의 다음 인수 추진 소식은 한국 디지털 뉴스 생태계 25년 역사에서 하나의 변곡점이다. 이는 기업간 인수 차원을 넘어 정보 권력의 성격이 '유통 지배'에서 '지능 독점'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사건이다. 정보를 다루는 플랫폼의 본질이 '트래픽을 이전하는 유통업자'에서 '데이터를 학습하여 지능을 만드는 생산자'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지난 20년간 네이버와 다음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라는 독특한 한국적 모델을 구축했다. 언론사의 콘텐츠를 매개하면서 광고수익을 독점하는 역설적 구조였다. 포털은 언론진흥법상 언론사가 아니면서도 언론사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언론사는 포털 트래픽에 종속되어 왔다.

업스테이지가 만들어낼 변화는 이 비대칭을 더욱 심화시킨다. 포털이 추구했던 것이 '트래픽 극대화를 통한 광고 수익'이었다면, AI 기업이 추구하는 것은 '데이터 학습을 통한 지능 모델 구축'이다. 거대언어모델 '솔라'의 고도화를 위해 다음이 보유한 방대한 한국어 콘텐츠, 특히 언론사가 공급하는 정제된 뉴스는 핵심 학습 자료가 된다.

정보 생태계 리셋...유튜브 그리고 숏츠 영상

이때 한번 생산된 뉴스는 포털의 한 메뉴에 얹혀지는 여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AI 학습에서 뉴스는 처절하게 분열되어 미궁에 빠진다. 

그 혼돈의 아수라장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데이터 학습 논쟁에서 지상파 3사 간 소송에서 드러난 바 있다. 뉴스 저작권 침해를 입증하는 데서도, '공정 이용'의 대의를 다투는 데서도 불리한 점이 있다. 카카오에서 분사한 AXZ가 언론사들과 진행 중인 전재료 협상에서 '데이터 정보 이용' 조항도 마찬가지다. 

사실 포털 뉴스 생태계는 불완전하나마 일종의 순환 구조를 유지했다. 언론사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포털이 이를 유통하면, 사용자가 클릭하여 언론사 사이트로 유입되어 최소한의 트래픽과 광고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포털이 압도적 우위를 점했지만 언론사에게도 생존의 여지는 있었다.

하지만 AI 기업이 주도하는 생태계는 이를 붕괴, 재설계한다. 업스테이지의 솔라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은 수만 개의 기사를 학습하여 지식을 내재화하지만, 그 결과물에서 원본 기사의 흔적은 일단 사라진다. 사용자가 AI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과정에서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할 이유가 소멸하는 것이다.

AI의 땔감으로 쓰이는 뉴스(언론)의 위상은 기로에 섰다. 이미지: 노트북LM 생성.

사용자 역할의 이동...선택자에서 질문자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추출이 영구적이라는 점이다. 포털은 매일 새로운 기사를 필요로 했고, 이는 언론사의 지속적 생산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AI 모델은 한 번 학습한 내용을 무한히 재활용한다. 오늘의 뉴스가 내일의 AI 답변이 되고, 그 답변은 영구적으로 재생산된다. 언론사는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야 하지만, AI 기업은 자산으로 계속 누적한다.

언론사는 이중 삼중의 손실 게임에 처한다. 콘텐츠가 AI 성장의 원료로 무상 또는 과소 보상되면서도, 그 AI 서비스로 인해 자신의 트래픽과 수익이 감소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언론사 뿐만 아니라 뉴스의 독자도 그 위상과 성격이 달라진다. 포털 시대 사용자는 제한적이나마 '선택자'였다. 검색 결과에서 어떤 기사를 클릭할지, 어떤 언론사를 신뢰할지, 댓글을 통해 어떤 의견을 표출할지 결정할 수 있었다.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편집이 비판받았던 것도 이러한 선택권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한데 AI 시대의 사용자는 '질문자'로 축소된다. "최근 경제 상황은 어때?"라고 물으면, AI는 수천 개의 기사를 종합하여 하나의 '최적화된' 답변을 제시한다. 사용자는 이 답변이 어떤 언론사의 어떤 기사에 기반했는지, 어떤 관점이 배제되었는지 알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용자가 점점 이를 알고 싶어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언론의 존재론적 위기...지식의 땔감으로 소실

이러한 변화는 정보 소비의 수동성을 극대화한다. 포털 시대에도 알고리즘 추천이 문제였지만, 적어도 여러 기사의 제목과 언론사를 볼 수 있었다. AI 시대에는 이마저 사라진다. 포털 검색창이나 뉴스 페이지를 중심으로 하던 정보 소비가 단 한 번의 AI 검색으로 종료되며, 사용자의 정보 이용 종착지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AI 기업의 뉴스 플랫폼 인수가 언론계에 던지는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즉, 언론의 존재 이유 자체를 재정의한다. 포털 시대에 언론사는 종속적이었지만 여전히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할 수 있었다. 독자가 기사를 읽고, 언론사 브랜드를 인지하며, 특정 기자의 기사를 찾아보는 일이 가능했다.

AI가 주도하는 생태계에서 언론사는 '이름 없는 데이터 공급자'로 전락한다. 뉴스가 AI 모델 깊숙이 흡수되어 원형을 알아볼 수 없게 변형되면서, 저널리즘의 핵심인 '크레딧'과 '책임'이 모호해진다. 뉴스는 형체와 맥락이 사라진 채 AI 서비스의 '중간재'로 분해되는 것이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의 붕괴는 더욱 직접적이다. AI 학습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가 없고, 설령 있다 해도 협상력의 비대칭으로 인해 제대로 된 대가를 받기 어렵다. 계약 단계부터 AI 모델 학습 조항을 별도로 논의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언론사들의 공동 대응은 미궁에 빠지기 마련이다.

언론과 뉴스를 선택하는 경로를 떠난 사용자는 '수동적인 질문 행위자'가 된다. AI 검색 결과에서 뉴스 출처는 거의 의미가 없다. 이미지: 노트북LM 생성

공공성의 위기...기술이 저널리즘을 조각한다

업스테이지가 기존 포털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비판받으면서도 '강소언론 제휴', '지역언론 지원', '댓글 관리' 등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왔다. 이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서 받는 사회적 압력과 규제의 결과였다.

그러나 2026년 IPO를 목표로 하는 AI 스타트업에게 이러한 공공성은 사치다. 연 매출 200-300억 원의 기업이 3,000억 원대 매출의 다음을 인수하는 것은 철저히 밸류에이션 극대화를 위한 전략이다. 상장 시 3-4조 원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외형 확장이 목표인 것이다.

이들에게 뉴스는 AI 모델 성능을 높이는 데이터일 뿐,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공공재가 아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구체적 정책으로 나타날 것이다. 비용 부담을 이유로 한 언론사 제휴 축소, 편집 기준의 불투명성 증가, AI 학습 정책의 일방적 결정 등이 예상된다.

업스테이지의 다음 인수가 만들어낼 가장 우려스러운 결과는 새로운 형태의 정보 권력 탄생이다. 포털이 '게이트키핑' 권력을 행사했다면, AI 기업은 '인식 형성' 권력을 갖게 된다. 사용자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AI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투명성 없는 지능에 맞서는 네 가지 과제는?

AI 서비스의 치명적 약점은 설명 불가능성에 있다. 솔라가 한국 뉴스를 학습하고 답변을 생성할 때, 그것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특정한 해석을 제공한다. 문제는 이 해석 과정이 완전한 '블랙박스'라는 점이다. 어떤 기사가 더 큰 가중치를 받았는지, 어떤 관점이 배제되었는지, 왜 특정 결론에 도달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인 정보의 다원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포털 시대에는 최소한 다양한 언론사의 상반된 주장을 볼 수 있었고, 시민들이 이를 비교하며 자신의 판단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가 제공하는 단일한 답변은 이러한 비판적 사고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표면상 투명한 AI 기술이 실제로는 정보의 '검은 상자화'를 가속화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업스테이지의 다음 인수는 한국 정보 생태계가 '포털 이후(post-portal)' 시대로 진입했음을 선언하는 사건이다. 20년간 유지되어온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체제가 AI 기업의 데이터 추출 체제로 대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는 콘텐츠 생산자에서 데이터 공급자로, 사용자는 선택자에서 질문자로, 뉴스는 공공재에서 학습 자료로 그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AI 시대에도 저널리즘의 가치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둘째, 정보의 다양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셋째, 좋은 언론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넷째,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알권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포털 이후(Post-Portal) 시대, 4가지 질문. 이미지 출처: 노트북LM 생성

포털 이후의 과제...뉴스에 가치를 지불할 때

업스테이지는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보 인식을 좌우할 권력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포털 뉴스의 공공성 구현 방안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언론사들은 개별적 생존을 넘어 저널리즘 생태계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집단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AI 시대의 정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규범과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한국처럼 포털 뉴스가 정보 습득의 주요 경로였던 사회에서, AI 플랫폼이 뉴스를 대체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포털 시대의 종언은 이미 시작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무엇이 올 것인가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느냐이다. 익숙한 뉴스의 진짜 종언이 오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가 우리에게 "세상은 이런 곳이다"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고 했다. 포털 시대에는 그 속삭임이 '메인 화면 배치'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이제 눈앞에 있는 AI는 '완결된 답변'의 형태이다. 과거 미디어 운동은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감시하며 '공정성'을 요구했다. 이제 그 감시의 눈은 '알고리즘의 투명성'에 있어야 한다. 

AI가 관통하는 플랫폼을 향해 "왜 이 뉴스를 나에게 추천했는가?", "이 답변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생성되었는가"를 묻고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포털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나 '이용자위원회'가 있었듯, AI 시대에는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윤리성을 감시할 '시민 주도의 알고리즘 감시 기구'로 대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좋은 보도에 대해 정당한 대가(구독료, 후원)를 지불하는 '가치 소비'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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