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해석의 차이, 그리고 표현자유를 둘러싼 첨예한 이념적 대립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인터넷을 바라보는 권력과 집단지성간의 헤게모니 경쟁으로 볼 여지가 있다. 권력의 배후에는 언론과 지식계 등 20세기의 지식생산그룹들이 후원하고 있으며 집단지성은 인터넷으로 형성된 네트워크와 새로운 미디어들이 지지하는 양상이다.

이 두 세력의 갈등은 한국사회내 지식생산구조의 변화국면에서 나타난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것이다. 사실 지식생산구조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중대한 전환이 전개된지 오래다.

첫째, 지식정보의 과잉, 유사 지식정보의 범람 등 그동안의 지식체계가 감당하기에는 힘든 기술적, 문화적 쓰나미가 형성됐다. 지식을 건조하고 유통하는 양태가 변모했기 때문이다.

둘째, 전통적 지식그룹인 언론과 지식인들의 발언권이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동시에 새로운 소통장치와 유통플랫폼을 수렴하지 못함으로써 그간 유지돼왔던 지식생산과 사회적 영향력이 후퇴했다.

셋째, 지식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재가공하는 집단지성의 힘이 커진 반면 이들과의 중재나 협업은 부재했다. 전통적인 지식생산 그룹들은 집단지성을 무릎꿇리는데 치중했으며, 집단지성은 언론과 지식인을 비판하면서 생기는 '평판'에 매료됐다.

미네르바 사태는 이같은 양측의 힘겨루기로 결국 상호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가능성이 짙다. 왜냐하면 양측은 물러날 곳이 없는 지점에서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침체하는 전통적 지식그룹은 집단지성의 '불확실성', '불투명성'을 놓고 마지막 포화를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반면 집단지성은 권력과 전통적 지식그룹의 부당하고 부자유한 측면을 공론화하면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통해 '정당성'을 지켜내려고 할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 두 세력은 서로 다른 특질과 경향을 갖고 있어 '화해'의 접점을 형성하기는 아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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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과 전통적 지식그룹의 비교


우선 집단지성은 블로고스피어나 다음 아고라 같은 ‘광장’에서 자신과 생각이 비슷하거나 다른 인터넷 이용자들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이들과 ‘친구맺기’를 통해 동질한 문화를 생산하고 있다.

이것은 주관적이고 정파적 의견의 형태를 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굳어진 것들은 아니다. 그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든 영향력의 행사로 언제나 정제되지 않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안팎에서 감수해야 한다.

반면 전통적 지식그룹은 가치중립적, 객관적(으로 포장되는) 식견을 공개적으로 발표한다. 이들의 주장은 자주 언론을 통해 인용되고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해간다.

문제는 정치적 포섭과 동맹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이들은 종종 변질되고 정치사회적인 무대로 전향(轉向)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들은 종전의 지식체계 내부에 의존하며 단계적이고 현학적인 수사에 매몰되기도 한다.

특히 지식인과 언론간의 협업이 주도한 20세기 지식생산구조에 대한 정면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때로는 산업적 위기담론에서 제조된다. 집단지성과 소통하지 않으면 전통매체의 미래가 없다는 전망 때문이다.

전통매체가 지식생산구조의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여전히 전통적 지식그룹 체계에 놓인다면 정보의 생산은 물론이고 유통시장내 지배력, 부가가치 형성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당수 전통매체가 집단지성의 참여를 주요한 의제로 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언론계는 뒤늦게 착수한 집단지성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 그것은 언론이 집단지성과 제대로 손잡지 않고 단지 ‘걸치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통적 지식체계에 의존하는 뉴스생산구조를 혁신시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언론이 집단지성과의 소통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면서 경영위기 구조의 심화를 자초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언론에 대한 집단지성의 근본적 불신체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더 이상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부분들을 신방겸영 등 산업적 측면으로 풀어가자는 의견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지식생산구조의 측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한 요원할 것이다.

그것은 정부의 역할모델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지식인과 전통매체를 주요 파트너로 놓고 사회적 의제를 다뤄왔던 '웹1.0‘형 정부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웹2.0‘형 정부의 등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의 변화양상이 과연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부호를 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네르바 체포에서도 드러나듯이 정부가 새로운 지식생산구조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인터넷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상당수 부처가 블로그 개설 등 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집단지성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 도입 논란처럼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시도 때문이다.

그러한 접근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집단지성과 더 많은 소통과 감동이 요구된다. 하지만 정부의 소통은 공직자 없는 ‘대행’ 소통, 열정 없는 ‘냉정’ 소통, 교감없는 ‘일방’ 소통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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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1.0 정부와 웹 2.0 정부


특히 정부가 집단지성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인터넷의 발언자들을 이념적으로 관찰한다면 지난 10여년의 유산으로만 간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집단지성은 전통적 지식체계보다 훌륭한 논쟁문화를 통해 편향적 참여자들을 ‘분별’하고 있다. 긍정적 부분을 더 많이 부각시켜서 생산성,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인터넷 발전에 따른 사회적 기회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미네르바의 경우는 비록 ‘허위사실’ 유포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지식생산구조가 낳은 ‘적자適者’이다. 미네르바로 상징되는 집단지성과는 제대로 된 소통이 필요하다. 미네르바의 신원을 알아내기 이전에, 체포하기 이전에 그와 인터넷으로 만난 정부의 감동적인 온라인 소통체계는 없었다.

미네르바에 대한 ‘처벌’보다는 ‘교감’을, 집단지성을 향한 ‘공격’보다는 ‘공존’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전통미디어 산업의 위기 가속화는 물론이고 권력의 위기도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미 집단지성은 인터넷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인터넷에 대한 통제'는 결국 지식생산구조를 놓고 벌이는 전쟁이라고 할 것이다. 미네르바를 놓고 벌이는 격돌 속에서 부상하는 또다른 담화구조는 전통적 지식그룹과 집단지성 양자 모두에게 21세기의 소통 역량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미네르바'는 결국 정보 생산과 유통, 소통의 참여자들에게 '새벽'을 준 것이 아니라 해묵은 '과제'를 던진 셈이다.

덧글. 그리고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이 미네르바의 예측이 정확했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와 언론들이 이 부분에 대한 과학적 검증 없이 허송세월을 보내다 결국 미네르바가 '희생양'이 된 측면이 있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이 새로운 소통구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오프라인의 지식인들이, 그리고 언론이 "잃을 것이 없는" 인터넷 논객들을 비방하고 인터넷 소통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식견을 표현하는데 아낌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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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떡이떡이 2009.01.14 16:09

    멋진 글인데요...^^ 잘 읽었습니다.

  2. LieBe 2009.01.15 10:55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 수레바퀴 2009.01.15 11:03

      고맙습니다. 자주 오셔서 말씀나누었으면 합니다

  3. 747 2009.01.15 13:21

    저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수레바퀴 2009.01.15 13:34

      `747`은 의미있는 닉네임이신지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4. 그만 2009.01.17 02:01

    실시간으로 못 보고.. ^^ 지금에서야 끝까지 봤네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재미있네요.. 세상.. 참..

    • 수레바퀴 2009.01.17 08:10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사람들을 알아간다는 것처럼 더 아름다운 일은 없지 않겠어요? 얼굴도 못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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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경제 예언자로 네티즌은 물론이고 신문, 방송 심지어 정부로부터 경외와 비난을 한몸에 받았던 미네르바가 사법부의 제단에 올랐다. 그의 발언은 대체로 경제상황을 적중시켰고 극적인 반향을 불러 모았다. 마침내 그의 존재는 전통매체와 경제학자의 역할에 무용론을 제기하며 신성神聖이 됐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능력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미네르바의 주장은 경험적이고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어떤 의문을 다는 것이 부끄럽고 참담할 지경으로 한국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미네르바는 존재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그는 더 이상 익명에 숨을 수 없었다.

정부도, 언론도, 네티즌도 미네르바의 주위를 에워쌌다. 마침내 그에 대한 정보들이 나왔다. 전직 금융계 종사자, 50대 등 미네르바의 신상은 그 스스로에게도 부담이 됐던 듯 그는 절필을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그 역시 과장되게 자신을 묘사했다. 그러나 현재 알려진 미네르바는 대부분의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초라했다.

검찰에 검거된 미네르바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미네르바라면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네르바는 그 일차원적 감정의 지평을 뛰어넘고 있다. 인터넷 여론은 벌써부터 (사법의 판단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대부분 탁월했으며 정확했던 그를 옹호하고 있다. 그를 가두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10여년의 인터넷 역사에서 익명의 사이버 논객이 지속적으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이는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 집중했으며 그가 말한대로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잃을 것이 없던 그의 사명감은 비록 '허위사실'이라는 냉혹한 법조문 앞에 창백해졌으나 미네르바의 '예측'은 여전히 생생하게 자리잡고 있다.

현재 그가 '불운의 예언자(prophet of doom)'가 될지 행운의 전문가로 귀환할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미네르바를 둘러싼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우리 모두의 미네르바를 잃지 않으려 한다. 경쟁의 정글에서 사투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제치고 왕성하며 날카롭던 그의 글을 계속 구독하려 한다.

여기서 확실한 것은 미네르바를 처벌하는 것은 정부의 품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를 암담한 곤경에 처하도록 만들만한 힘도 지위도 없는 익명이라는 망토 뒤에 숨은 초라한 시민일 뿐이기 때문이다. 일개 논객을 향한 거대한 포위는 정부의 힘과 권위에 대해 빗발치는 조롱을 이끌 수 .

또한 권력이 그를 심판하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소통의지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제기하게 될지 모른다. '부정적인 의견이나 전망'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터넷은 이 여파로 또다른 심원의 갈등이 번지고 있다. 미네르바로 인해서 인터넷이 고요해진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평화'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정부의 소통은, 적어도 인터넷의 소통정책은 강요된 평화가 아니라 수많은 미네르바의 논쟁 속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미네르바가 영어囹圄에 갇힌들 한국경제는 숱한 위기와 도전을 견뎌야 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자신과 글을 일부 거짓으로 하였어도 그가 힘주어 말한 현실마저 포기해선 안된다.

이명박 정부를 지켜보는 상당수 네티즌들은 정부의 쌍방향적인 소통이 주는 감동에 목말라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덧글. 사진 이미지는 지혜의 여신. 출처.

덧글. 서울지방법원은 10일 오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미네르바' 박 아무개씨를 불러 영장실질심사를 진행, 그가 한국정부의 신인도를 실추시켰다고 판단해 구속을 결정했다.  

덧글. 이 포스트는 일체의 인용을 사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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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진지한 '목격자'로서 충실하게 '기록'하고 '전달'한다. 철저한 제3자 관점은 기자의 직업윤리 중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 공정한 잣대를 갖고 들여다보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이다. 공정보도야말로 언론이 신뢰를 얻는 핵심적 명제가 되는 것이다.

품위유지, 취재원 보호, 갈등-차별 조장 금지 등 기자단체나 언론사에서 전통적으로 확립하고 있는 직업윤리들도 마찬가지다.

한국기자협회도 기자협회 규약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통해 기자의 제1사명은 공정보도이며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진실보도를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저널리즘의 기본기에 충실할 때만 권력 비판과 견제, 부조리 고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자가 갖는 특별하고 엄격한 '윤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이 경우 기계적 중립으로 나타나는'서비스 저널리즘' 즉, 립 서비스형의 정보 전달이 만연해져 시장과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게 될 수 있다.

PD저널리즘처럼 기자가 아닌 PD들이 특정한 주제의식을 갖고 스토리를 만드는 보도가 나온 것도 그런 연유에서 출발한다.

고착화된 보도가 아닌 심층적인 접근으로 사안의 문제점을 발굴해내고 비판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 경우 완전한 객관성에 근거하는 전통적인 저널리즘보다 '오보'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면 PD수첩의 '쇠고기 광우병' 방송의 경우 객관적 사실 보다는 '어떤 목적'을 갖고 무리한 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의 처지에서는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에 접근하는 노력이 밴 저널리즘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사실보도에 매달릴 경우 결과적으로 권력과 자본의 의견만 반영, 사회정의라는 가치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들은 저널리즘을 둘러싼 다양한 공방들 속에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뉴스룸은 전통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변수들로부터 완벽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화는 전통매체의 사실보도, 공정보도의 근간을 붕괴시키고 있다. 자본과 권력의 입김은 더욱 거세다.

뉴스룸이 이것들로부터 자유와 독립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생존'과 '경영'이라는 측면은 언제나 '타협'을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뉴스룸은 그러한 타협을 완강히 거부하고, 기자들 역시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려 노력한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때로는 기자들도 추궁받고 있다. 집단지성이 주도하는 인터넷 영향력이 커질수록 행간의 숨은 뜻과 의도적인 밀착들이 발각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가 됐다.

이러한 시장의 압력은 20세기 기자와 뉴스룸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오디언스의 비판에 직면한 기자들의 새로운 과제는 이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설득하고 또 설득당해야 한다. 또 '흙을 묻히며' 논쟁해야 할 것을 주문받는다.

이렇게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뉴스룸과 기자의 정체성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일방적인 정보전달자가 아니라 시장이 공감하는 文化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대표적이다.

물론 그동안 기자와 기자사회가 누려왔던 기득권이 해체되는 가운데에도 전통적 저널리즘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발언하는 무대를 갖게 됐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 또한 적지 않다.

미디어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는 신문의 생존전략이 바로 시장내 '저널리즘의 신뢰도'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저널리즘의 주체인 기자가 어떻게 재생(再生)되고 회자되는지 볼만한 사건이 생겼다.

바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에서 미국 대통령을 향한 아랍 기자의 신발 투척 사건이다.

15일 이라크를 방문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졌던 알바그다디아 TV의 문타다르 알 자이디 기자(29, Muntadar al-Zaidi
)는 미군의 점령을 증오해왔다고 한다.

알 자이디 기자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듣는 자리에서 '분노'한 것은 기자의 직업적 윤리를 버린 행위다.

기자는 기사와 보도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면 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렇게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와 맞닥뜨리기도 한다.

문제는 그가 단지 '기사를 만드는 노동자'가 아니라 양심적으로 판단, 실천하는 지식인임을 보여준 대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이다.

이미 알 자이디 기자의 분노는 이라크를 '열광'시키고 있다. 이라크 시민들은 '열사'라고 칭송하고 있다.

알 자이디 기자의 분노는 한 사회가 처한 마지막 인내의 지점에서 표출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YTN 노조, MBC 노조 등 최근 한국사회의 기자들도 저널리즘이 아닌 정치적 행동으로 권력에 맞서고 있다. 이들은 권력이 객관 저널리즘을 위협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그런데 기자들은 기사로서만 자신을 드러내는데 익숙한 직업인이다. 정작 그의 목소리를 보여주는 것은 서툴다.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해온 기자의 직업적 정체를 돌아볼 때 기자의 분노가 현장에서 표출되는 것은 대단히 하기 힘든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 선호도,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확인된 팩트를 그대로 써야만 하는 기자는 현장에서, 뉴스룸 안에서 분노를 참는데만 능한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자의 분노가 늘어나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기자, 뉴스룸, 전통 저널리즘의 위상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특히 시장내 신뢰와 소통의 위기 그리고 정치적 변인들을 안은 한국 저널리즘이 기자의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염려이다.

중요한 것은 웹2.0과 같은 새로운 저널리즘이 충만해지는 미디어 시장에서 성숙한 저널리즘의 구현을 기자들만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기자들이 저널리즘으로 세상을 전하기만 하면 충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미디어, 저널리즘, 기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기자의 분노를 외면해선 안된다는 말과 통한다.

기자의 분노는 곧 세상의 분노이기 때문이다.

덧글. 이미지 출처(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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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운 길에 놓여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흔들리는 한국경제를 원상회복하는 데만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집권 기간 절반을 경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 리더십 이미지 하나로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의 처지에서는 경제를 놓치면 모든 것을 실패하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이 상황을 역으로 해석하면 경제 이외의 것에는 대중의 관심이 없어져 다른 부문에서는 자유로운 처신이 가능해진다. 

즉, 이명박 정부는 경제영역을 뺀 나머지 국정과제는 초반부터 얼마든지 밀어부치기 할 여지가 많은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IMF 체제를 넘어서는데 전력하다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을 실기했고,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 해체에는 일정하게 성공했으나 이른바 조중동 패러다임에 갇혀 개혁입법을 역시 마무리하지 못했다. 5년의 집권이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라는 교훈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집권 초부터 준비한 미디어 관계법 개정의 경우 방송, 인터넷, 신문 '장악의지'를 드러냈다는 야당, 언론단체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으나 정부측의 관철 의지가 워낙 완강하다.

또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논의, 과거사위원회 정비추진방안, 4대강 정비사업 추진도 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지만 주요 의제로 실행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대화와 소통이 부족해 시민사회가 '촛불'을 다시 들고 나올 시한폭탄들이 계속 장착되고 있다는 비유까지 나온다.

하지만 경제침체가 장기화하면 대중적 관심은 정치와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인터넷 여론은 이명박 정부에게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그의 집권 이후 이뤄진 각급 선거의 결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났다. 민주당의 지지율도 10%대에서 고착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경제침체가 질서의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와 자본의 의지를 부상시키는 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같은 경향은 대중으로 하여금 본질보다는 표면적인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을 이끌어 간다.

재임기간 수개월에 불과한데 비판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그러한 맥락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정과제 중 일부는 진정성이 있다는 여론도 나온다. 수질개선이 시급한 4대강 정비사업의 경우 꼭 대운하와 연관지어 반대해야 하느냐며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은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다는 보수진영의 개혁세력 비판론도 탄력을 얻을 조짐이다. 이에 따라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3당 '민주연합' 제언도 정치권에서 현실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신통치 않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

'김대중+김정일(DJI)' 연대라는 주홍글씨를 매긴 해묵은 헌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고스란히 경제위기에 주눅든 대중에게 밀려 들어간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정권교체 이후 대중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 담화자가 진중권 교수 이외에는 없다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한국정치의 역설은 정당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지식대중의 산실 블로고스피어(다음 아고라의 미네르바 등)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 있다.

이 네트워크의 미래도 도마 위에 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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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토 2008.12.02 15:43

    참...기계적인 중립이군요...

    안타깝고도, 안습입니다..

    • 수레바퀴 2008.12.02 16:05

      그렇게 보셨나요?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도 일방통행의 의지가 강한 만큼 한국사회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 시민사회단체의 행보가 설득력을 얻고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토대가 없는 점도 고통스러운 대목입니다.

      21세기 네트워크의 힘을 신뢰하는 한 그래도 희망은 있겠지요.

      뼈아픈 지적으로 받아들입니다~

  2. bao 2008.12.14 09:09

    대중에 대한 정치적 담화자가 진중권 뿐이라는 데에서 '털썩'하게 되는군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그 역동적이던 논객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준만씨는 아카데믹한 쪽으로 빠지는 듯하고... 다들 지치는 걸까요.

    • 수레바퀴 2008.12.14 12:02

      지식사회의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요. 그러나 희망을 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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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13일 법조언론인클럽(회장 조양일) 주최로 열린 '사이버 모욕죄 신설,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 관련 포스트입니다.

저는 이날 사이버모욕죄 등과 같은 인터넷 규제장치 도입이 그 시기와 방법, 정부의 행태를 감안할 때 이용자들로부터 설득력을 잃고 있다면서 신중히 접근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최근 정보당국이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의 신상정보를 파악한 점 등을 볼 때 인터넷 규제 논의를 표현자유 침해 등 민주주의 위축 등으로 받아들이는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법규제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방법이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추진될 때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래 포스트는 이번 토론회를 위해 제가 준비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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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모욕죄 등 규제 법안 도입의 배경

- 잘못된 사실 게재 등 악성 댓글에 따른 私人, 공인의 명예훼손 침해 등으로 빈번한 사회문제화

- 정치적 공방이 있는 사안에 대해 포털 등 이용자가 몰리는 사이트의 관리 부재로 여론 왜곡 가능성 상존

*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촛불시위, 故최진실 등 현안에 의해 긴급히 처벌조항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다분히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

* 그러나 한편으로는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높은 이용률 등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올바른 인터넷 이용 문화의 정착을 위한 불가피한 진통으로 해석하는 일반의 이해가 깔려 있음

* 결국 일정한 수준의 규제법안 도입의 필요성은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일정한’ 수준을 찾는 합의의 시간과 장이 필요

* 법안 도입과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 역시 인터넷 이용자의 적극적인 동의 구하지 못하면 현실과 부조화하고 있는 또다른 ‘국가보안법’이 될 가능성이 있음

  

□ 포털규제 논의과정의 문제점

- 정보통신망법이용촉진및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 논의 과정이 성숙하지 못한 상황

- 지난 5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초안이 의결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과도한 규제를 놓고 위원간 이견이 그대로 노출

- 포털의 댓글, 게시글 모니터링 의무화 및 위반시 처벌조항 강화 등에 대해 국회심의로 공을 넘겼으나 여야간 공방 불가피

-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대통령령 상에서 규모를 확정하는 것으로 개정초안이 만들어져 사실상의 전면 실명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음

* 이 경우 법무부가 하루 방문자 1만 이상 사이트라고 하자고 주장한 바 있어 추가 확대 가능성이 있음

- 정치권이 다루는 인터넷 관련 법규는 정략적으로 다뤄질 수 있으며 심의과정에서 이용자 및 시민단체 의견 배제 가능성 있음

* ‘최진실법’ 논란에서 보듯 규제법안 논의의 진정성보다는 한건주의, 기회주의적 시도가 만연


□ 이용자는 어떻게 느끼나?

- 이용자는 인터넷 규제 논의 과정과 별개로 기존 법제도(포털의 임시조치)에 의해서도 최근 직접적인 표현자유 피해를 자주 겪고 있음

* 2007년 정보통신망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임시조치 현황자료(최문순 의원실)에 따르면 다음의 상반기 삭제요청 증가폭이 네이버에 비해 크게 나타났음


 

[‘07년 하반기,’08년 상반기 임시조치 요청건수](단위:url건수)

구분

07년 하반기

'08년 상반기

증감율

명예훼손

25,529

35,442

39%

초상권

1,795

3,539

97%

<자료: 네이버(naver)>


[‘07년 하반기,’08년 상반기 임시조치 요청건수](단위:url건수)

구분

07년 하반기

'08년 상반기

증감율

명예훼손

4344

6509

50%

초상권

1227

2098

71%

<자료: 다음(daum)>


* 다음의 경우 7월에 권리침해로 삭제요청을 받은 건 중에서 실제로 삭제처리한 건수는 1,471건으로 올해 전체 삭제건수의 53%에 해당(10월기준). 또 올 상반기 임시조치 요청건수 대비 평균 삭제율은 19%이나 7월은 50%에 이름

- 즉, 이용자들은 (기존 법제 하에서도) 정부의 강경 분위기에 편승한 포털이 앞장서서 임시조치를 취하고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음

- 특히 포털사업자들은 심의기관인 방통위의 삭제명령 또는 권고를 전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 네이버의 경우 임시조치를 요청받고 정통망법에 명시된 30일 이내에 당사자로부터 재개시 요청이 없을 경우 자동 삭제처리하고 있음

- 네이버 내규에 의한 처리결과 임시조치 요청게시글의 삭제율이 95% 이상임 

* 이용자들은 망법 개정으로 포털의 모니터링 의무화, 피해자 요청시 무조건 30일간 가리는 조치가 이뤄지면 인터넷 게시글문화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음


□ 인터넷을 둘러싼 상반된 시각

-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지면 전통매체의 위상과 기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정치사회적 연계 프로그램(전자투표제도 등)과 1인 미디어는 되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물결

* 인터넷의 긍정적 가능성을 믿는 쪽에서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고 확산시키는 진지로 하자는 기대감이 큰 상황

- 현재의 인터넷은 포털사이트 등 소수의 채널 집중도가 높아 시장의 왜곡이 있으며 자유가 지나쳐 방종으로 흐르는 인터넷 문화를 타율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음

- 지금과 같은 인터넷 문화가 계속되면 사회적 일탈과 범죄가 양산되고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음

* 부정적인 인터넷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보다 더 강력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는 관점

- 양극단의 시각이 맞서면서 정작 사이버 토론 문화, 정보 신뢰성 구축 등 합리적 문화 조성과 같은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은 침체

* 즉, 이명박 출범 이후 인터넷 이용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법을 법률적인 측면에서 찾는 기능론적 해법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


□ 대안은 무엇인가?

- 제한적 본인 확인제 확대 실시가 악플 등을 해소하는 근본적 문제는 아님

* 사실상의 실명 확인을 거치고 있는 주요 포털사이트의 경우 소수의 악플러들을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기법들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 (예) 1인 1 ID, 악플피신고횟수 기준 초과자 일정기간 게시 보류, 주요포털간(현재 제한적 본인확인제 실시 사이트) 블랙리스트 공유

* 전면적 실명제 도입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그것은 (미국 등에서 보듯) 국가가 아닌 온라인서비스제공자와 이용자간의 계약(약관)에서 규정할 부분으로 인터넷 서비스에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어 ‘장악’, ‘지배’의 의혹을 불식하기 어려움

- 반의사불벌죄 등 가중처벌 성격의 사이버모욕죄는 민주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는 입법 논의로 실제 도입 여부는 신중할 필요가 있음

* 정보통신망법 또는 형법에 두느냐 여부도 논란이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가 등에 의해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보완책 마련이 절실 

* 일부에서는 이 법 도입을 촉발하게 된 데에는 (국가가) 故최진실 씨의 자살의 원인을 모욕(명예훼손 악플)에 두려 한다며 이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 즉, 자살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책임 범위에 있는 데도 이를 사회적 타살-악플로 몰아가려 한다는 것

* 형벌권 강화는 시민사회의 동의는 물론이고 과학적인 실증 조사를 거친 뒤 입법화하는 것이 순서

* 특히 모욕행위에 대한 구제절차를 법률적으로 전개하는데 있어 개인보다는 국가 등 거대 권력이 도맡아 전개할 수 있어 법안의 실효성도 의문

- 기존 정보통신망법, 형법체계로도 충분히 처벌하거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이고 문화적 접근이 요구됨

* 현재의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효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서비스 규약들을 만들어야 함

* 인터넷 바로 활용하기 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서 확대 도입해야 하며 제도화 논의를 서두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

-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를 확대해서 교육, 문화, 언론 등이 함께 논의를 주도해야 함

- 한편, 최근의 인터넷 규제 입법 논의가 잇따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포털사업자 등의 자율적 노력이 형식적이었기 때문

- 포털사이트의 다양한 여론 기능 서비스와 UCC 채널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데 급급할 뿐 제대로 된 관리와 개선은 뒷짐

* 1~2년전 주요 포털사업자가 설치한 이용자위원회는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 인터넷 문화 정립과는 거리가 먼 임시적인 기구로 포털 방어막에 불과하다는 지적

- 메이저 포털사업자가 운영하는 각 서비스 영역의 수준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실질적인 기능을 하는 연구기관을 신설

* 게시문화의 건전성, 생산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수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재원을 조성해 민관 협력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음

□ 다시 ‘인터넷’이 무엇인가?

- 인터넷은 미디어이기 이전에 생활 그 자체일 정도로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종합 서비스임

- 인터넷은 오프라인 공간과 다르게 개인의 자율성, 활동성, 독립성, 창의성이 뛰어난 곳인 만큼 이러한 가치를 장려하는 원칙이 중요

- 인터넷 또는 포털을 제도화하려는 것은 이것이 오프라인의 ‘질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성장했다는 반증으로 분명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부분이 존재함

- 최근 규제논의는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재단하려는 것으로 인터넷의 잠재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음

- 특히 인터넷에 대한 기존 전통미디어의 부정적인 보도태도는 질적 경쟁이 아닌 정치를 동원한 압박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비겁한 태도

- 인터넷 또는 포털의 순기능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역기능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음

* 인터넷 여론조사를 과학적, 객관적으로 설계(IP(대역폭 감안)당 1표제)해 여론을 확인하는 장으로서 오류가 없도록 하고 언론보도로 신뢰의 틀로 정착

* 우수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서는 언론, 교육기관, 시민사회단체, 정부부처 등이 영역별로 시상하는 등 ‘담론’의 생명력 확보

-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이용자 중심의 모델을 추진하되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알고리즘을 설계해 사회적 리스크를 줄여 나가고 이를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에 검증받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음

* 예를 들면 특정 인터넷 게임의 사행성, 중독성 여부를 실증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공표하며 발견된 문제점과 개선점을 서비스에 반영하고, 정부는 제대로 검증, 개선한 인터넷 기업에게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지원


□ “모든 인터넷 관련 제도는 이용자 관점에서 시작해야“

- 인터넷 이용자들이 제한적 본인 확인제 더 나아가 전면적 실명제를 표현자유 침해의 요소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한 그것은 지속적인 갈등의 요소로서 위헌시비에 노출되는 불완전한 법률로 이른바 21세기의 국가보안법이 될 수 있음

- 인터넷 이용자들이 사이버모욕죄나 포털사이트를 앞세운 게시글 임시조치에 대해 ‘인터넷 이용문화의 개선’이라는 측면보다는 ‘정치적 음모’로 보는 한 인터넷상에 실효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어려우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인터넷 공론장의 ‘종언’으로 나타나 전체 여론시장, 민주주의의 퇴보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

- 인터넷 이용자들은 기존의 관련 규제도 지나치게 보고 있지만 개선점을 찾는 논의는 없고 또다른 강도 높은 규제 논의로 이행하고 있음을 못마땅하게 판단하고 있음

- 그러나 인터넷 이용자들 중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인터넷 규제 입법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는 만큼 일시에 모든 법률을 한꺼번에 처리하기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음

* 현재 논의 중인 인터넷(포털) 규제 법률은 신문법, 언론중재법, 검색서비스사업자법, 저작권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큼 다른 법률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함

* 특히 인터넷 이용자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중인 제도화 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 상태로 입법화 전후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과 혼선이 우려되는 만큼 일괄처리보다는 이용자들의 수렴 여부를 봐가면서 단계적인 처리가 바람직  

 덧글. 사진출처 - 뉴시스 

 덧글. 미디어비평지 미디어오늘이 현장에 와서 취재한 기사를 14일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또 기자협회보도 14일 인터넷판으로 처리했다.

 덧글. 지난 11일 228명의 법학자와 언론학자·법조인 등은 사이버모욕죄 도입 반대 전문가선언을 하였다.
 
 덧글. 지면 이미지는 위에서부터 미디어오늘, 기자협회보의 11월19일자 관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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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옥수동쓰레빠 2008.11.17 15:39

    왼쪽 끝에...

    어디서 마니 보던 사람일세~~ㅋㅋ

  2. hannah 2008.11.19 01:55

    글, 잘 읽었습니다.

    사이버 모욕죄..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언어의 자율성이 필요하되,
    언어를 비틀지는 말아야 할 것 같더군요.

    공인의 명예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치명적 언어는
    살인에 이른다는 생각입니다.

    규제의 필요성이 절실한 때라는 생각이지요.
    여기 와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인터넷에 대한 전문지식을..감솨..ㅜ.

    • 수레바퀴 2008.11.19 08:15

      규제 필요성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다만 규제 일변도로 인터넷 정책을 전개하는 데에는 반대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기적으로도 또다른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법과 내용을 좀더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한나님이 글을 남겨주시니 반갑네요^^

  3. hannah 2008.11.20 02:46

    여기는 전문가만 글 남기는 곳인가 하는 생각 때문에 못 남겼어요.
    인터넷에 대하여 잘 모르는 부분이 아직도 너무 많습니다.

    최선생 블로그는 철학서만큼이나 충실하고 튼튼하여 공부가 됩니다.
    예쁜 딸과 부인에게도 안부 전해 주고요. 늘 건필하기를빕니다..ㅜ.

    • 수레바퀴 2008.11.20 08:07

      별 말씀을요. 그런 것이 아니라 광고성 스팸 댓글 폭탄을 여러 차례 맞아 부득이 로그인뒤 승인제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일이 관리할 만큼 시간도 없고요. 그러나 좋든, 나쁘든, 이용자들이 올린 글은 삭제하지 않고 승인하고 있습니다. / 항상 한나님의 세심한 영혼에 평온이 깃드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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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 사이에 자료 유출 논란의 진위와 자료열람권 보장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논란은 전직과 현직 사이의 갈등이기 이전에 '노무현'이란 정치 지도자의 '봉하마을 이후'를 가늠케 한다는 대목에서 유의할만하다.

사실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은 친노 지지층에겐 지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서울과 떨어진 터라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좀더 공세적으로 현실정치에 개입해주기를 내심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직접적인 현실정치 개입보다는 현재의 방식에 매료되는 형국이다. 즉, 봉하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이 유쾌하고 서민적인 행보를 펼쳐 보이면서 대중적 호감도가 재임중보다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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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2.0 프로젝트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영남의 지역민 속에 뿌리를 내리면서 구현되는 생활정치야말로 진정한 미래 정치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삶과 집권기의 행적은 현직 대통령과 곧잘 대비되면서 회자되고 있다. 밀어 부치기식 정치행태가 닮았다는 지적도 있고, 또다른 측면에서는 소통의 유무에 따라 상반된다는 평도 나온다.

한데 이제는 전·현직 대통령을 비교할 때 한 가지 더 우열을 가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옛 친구를 만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은 한 마디로 노무현 콘텐츠의 강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당시 '눈물'을 흘렸던 영상이나 봉하마을에서 친구와 포옹하는 사진 역시 일관성을 갖는다. 한없이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던지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메시지 그 이상의 '감동'을 준다고 주장한다.

노 전 대통령이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갖는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권위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박정희식' 모방과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는 진단이 곁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인공섬 팜아일랜드 건설 현장 방문 때나 2006년 10월 독일 방문 모습은 대표적인 이미지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이명박'과 밀짚 모자를 쓴 '노무현'은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표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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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러한 컨셉트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혹은 아직 극복이나 완화의 기미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일방적이며 지시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것은 이명박 브랜드의 심각한 정체(停滯)라고 할만하다.

특히 2개월여 이상 진행되는 촛불시위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은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처신을 고수했다. 상호소통적이며 공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노 전 대통령에 비하면 콘텐츠 연출력이 크게 뒤쳐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콘텐츠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말만 앞선다거나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또 인터넷을 잘 아는 전직 대통령과 인터넷을 잘 모르는 현직 대통령 모두 아주 불명예스런 '별칭'이 따라붙는다는 약점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두 대통령 사이의 가치 지향이 아주 대조적이라는 점이다. DJ-노무현 콘텐츠에 유사성이 발견되는 반면 노무현-이명박은 극단적으로 벌어져 있다.

이때문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한국사회에 무엇을 기여했는가라는 냉정한 평가가 있기도 전에 추억에만 동조하는 사회는 결코 생산적이라고 볼 수 없다.

비록 노 전 대통령이 끊임없이 대중과 만나면서 감동을 주고 있지만 그것 이상으로 진화하기는 한계가 명백하다. 나머지 많은 부분은 이 대통령의 몫이다.

설사 이 대통령이 새로운 가치를 담는 콘텐츠를 제시할 능력과 태세가 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현실정치에서 그 해답을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역량과 위상을 사회화하기 이전에는, 그리고 그것을 일정하게 합법공간으로 견인해내기 이전에는 (부인하고 싶겠지만) 그는 역사의 전면에서 퇴임한 한 정치 지도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분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의 장점도 수용해야 한다. '잃어버린' 10년의 프레임에 이 대통령이 동승해서는 절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21세기에 부합하는 가치와 철학을 제시할 역사적 책무가 있어서이다. 그가 단지 어떤 정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의 지도자임을 지향하는 한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감동'을 주고 있다면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감동의 콘텐츠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지난 수개월여의 집권기간에 대한 통절한 성찰의 기초 위에 설 때 가능하다. 그래야 국민은 이 대통령과 현 정부에 감동할 준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덧글.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은 각각 2007년 4월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 들러 인공섬인 팜아일랜드 건설 현장을 방문했을 때와 2006년 10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사진 출처는 각각 뉴시스와 중앙포토의 것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은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의 것임.

  1. 미고자라드 2008.07.15 00:17

    여기서도 또 80년대 기조를 갖고 있다는게 드러나는군요. 시대가 어느시댄데 아직도 권위주의를..

    • 수레바퀴 2008.07.15 07:06

      대중이 '권위적'으로 느낀다는 것과 이 대통령이 '권위적'이라는 것은 차이가 있겠습니다마는,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권위'를 내세우기에는 시대가 너무 변했기 때문에, 다른 메시지와 이미지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2. 하치 2008.07.15 11:10

    사실 선거부터 지금까지의 현직 대통령의 모습을 볼 때 진실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좀더 긍정적으로 빠르게 흐를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청계천과 같은 깜짝 쇼가 아니라 이 땅에서 일어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서 후대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수레바퀴 2008.07.15 11:32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중 대중이 한 지도자의 역사관, 철학, 삶과 문화의 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각성한다면 그만한 학습 효과도 없을 것입니다. 또 이 대통령도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그가 지난 10년과 대척점에 서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요한 본령은 지켜야 하는 것인지 자각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2개월여의 촛불이 이 대통령에게 분명히 메시지를 전해주었길 기대해 봅니다. 그 나머지는 이대통령의 몫이지만 말입니다. 물론 앞으로 국민의 선택도 남아 있겠지만 말입니다.

  3. 저는 2008.07.15 17:45

    그래도 우리나라 대통령이니까 앞으로는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 퇴임때까지 어려울 듯 합니다

    강부자 고소영 내각과 청와대 참모를 두고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한 것을 보면서
    기대를 할 상대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보좌관들과 장관들을 임명하고도 전혀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는 사고도 문제고
    주위의 참모진 등 인적 구성 자체가 싹수가 노란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 말이죠

    아 참

    노 전대통령과의 비교는 실크와 변소의 신문지 쪼가리 비교처럼
    비교의 대상이 아닌듯 합니다

    • 수레바퀴 2008.07.15 18:05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려운데, 여론이란 것의 속성상 크게 변화할 수 있는 변수는 많습니다. 이 대통령이 하기 나름이겠지만요. 노 전 대통령과 비교는 '편의상' 한 것이라고 이해해주십시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4. 나우리 2008.07.16 13:38

    겉으로 보면 차이가 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노명박 닮은 꼴의 프레임이 있습니다.
    두가지를 같이 분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별다른 기대가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과도한 자기확신으로 자신을 교정하기 보다는 남을 교정하려는 자세가 몸에 베어 있어서 문제에 대한 학습과 수정이 안되고 있습니다.

    글쎄요.. 변화하길 기대하지만 가능성에는 의문입니다.

    • 수레바퀴 2008.07.16 13:51

      말씀하신 부분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대중의 역할 중에는 정치가 교정되고 진화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여론이라는 것이지요. 대통령이 무능하다면 유능하게 바꾸는 방법도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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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 '촛불 2008과 미디어 리더쉽' 마지막 세션 종합토론에 참석했다.

나는 이날 촛불 그 자체에 집착해서는 안되며 촛불 이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부조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소통단절과 왜곡의 체제에도 불구하고) 촛불에만 의지하고 안주(安住)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촛불 이후, 촛불의 사회화에 대해 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오늘 이 시각에도 서울과 전국에서는 '촛불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공권력과 마찰이 계속되면서 반민주 정권 심판으로 촛불의 방향이 바뀌는 점도 나타난다. 또 전통매체에 대한 반목과 거부는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 무슨 말을 하든 살아 있는 자들은 미안하다. 촛불이 한국사회의 위기를 상징하는 한.

아래는 이날 토론을 위해 사전에 준비한 메모를 재구성한 것이다.

[토론 요약]

촛불에 대한 의미 평가와 분석이 분분하다. 그런데 우리는 촛불 이면에 있는 그림자도 점검해야 한다고 본다.

2개월여 계속되고 있는 촛불에 대해서 사회 전체가 껴안는 노력이 부족하게 보인다.

정치와 전통매체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 전체에 과연 중재의 리더십이 존재하는지, 그런 콘텐츠가 있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설득과 소통의 체계보다는 갈등과 대결의 기법이 정교해진 것은 아닌지 개탄스럽다.

지식인의 책임이 크다. 사회적 리더의 역할이 존재하지 않고 방치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촛불로 대변되는 시민과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정권의 능력과 성실성의 문제로 일시적인 이슈일 수 있다. 정치는 우여곡절이 있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촛불이 전하는 메시지를 사회화하는 노력이다. 매번 촛불을 드는 것이 대견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촛불 그 자체가 아니라 대화와 숙의, 제도화의 틀에서 완성된다.

촛불에 안주하는 것은 안돼

물론 촛불은 내부에서 스스로 소통하면서 힘을 축적하고 있어 보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촛불은 도덕성과 비폭력성, 순수성이라는 가장 완결시키기 어려운 것들로 시작됐다. 촛불을 든 이유,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경향이 훼손되면 언제든 촛불의 진정성이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이미지다. 최근에 촛불 모습들에서 평정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촛불의 사회화가 필요하다. 촛불 이후 시민운동의 전열이 정비돼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의 가치를 꺼내든, 환경주의의 호소가 되든, 반신자유주의의 노선이든 간에 촛불이 아닌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촛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표정과 징후들을 정리해서 사회적인 네트워크로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정당이든 시민단체이든 말이다.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을 처리하는 촛불 안주를 경계해야 한다.

미디어 리더십 변화는?

이번 시민기자포럼에서 촛불이 미디어 리더십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들이 있다. 틀리지 않는 진단이다. 전통매체는 (한때) 촛불에 백기를 들었고 촛불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적으로 정립될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전통매체도 혁신이란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적으로, 문화적으로, 기자 스스로 변화를 절감하고 있다.

전통매체가 상처 입은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1인 미디어의 분발의 속도보다 빠르게 리더십을 만회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촛불의 과제는 영향력의 전환 그 자체가 아니라 한국 언론의 저널리즘에 깊이 다가서야 하는 부분이다.

뉴스 콘텐츠를 향한 지속적인 미디어 비평 운동이 제안돼야 한다. 이제 시작돼야 한다. 1인 미디어들이 해줄 수 있을 것인가?

전통매체는 어떻게?

그렇다면 전통매체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전통매체에 대한 뉴스 소비자의 거대한 거부감을 체험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일단 촛불의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등 수세적인 소통으로 전환한 것은 종전의 전통매체의 태도에 비해서는 놀라운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뉴스룸과 기자들의 업무 내용 즉, 보도 내용에 근본적인 변화의 재료가 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촛불의 본질보다는 폭력행사나, 건물훼손 등 일부의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 이것은 또다른 불화와 긴장을 낳고 있다.

촛불의 참여자들과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상당한 기간 동안 디지털 미디어 세계는 세 개의 전선이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통매체 뉴미디어(포털) 그리고 1인미디어들이다. 때로는 이들간에 협력도 유지되고 또한 갈등도 형성될 것이다.

누가 안전하고 훌륭한 공생의 모델을 만드느냐가 3자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일단은 전통매체가 뉴미디어와, 또 뉴미디어와 1인미디어간의 연합이 형성될 것이다.

뉴미디어는 전통매체를 압도하면서 성장할 것이고 1인 미디어도 나름의 영역을 지킬 것이지만 전통매체는 협력의 대상을 잃고 허둥댈 것이다.

한편으로는 1인 미디어와의 공존 패러다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혁신하는 전통매체 뉴스룸과 종사자들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장 문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풍경들 중 하나는 1인 미디어가 전통매체와 협업관계를 가지는 부분이다.

원대한 온라인 저널리즘의 길이 열릴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포털 '중립성' 이미 사라져

촛불이 켜진 2개월 동안 한국의 포털에 중요한 변화가 진행됐다. 시장 2위인 다음의 '아고라'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네이버는 주춤거렸다.

네이버는 해명글을 공지하는가 하면 뒤늦게 '촛불' 콘텐츠에 합류했다. 하지만 만연한 반네이버 정서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용자들은 이미 네이버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서비스 개편을 통해 촛불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기구의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라 게시글에 대한 '임시조치'가 계속되고 있다.

다음도 스스로 검열을 확대하고 있다. 정보 유통자를 내세우며 중립적 정책을 내세우는 포털의 기만은 끝이 없다.

네이버가 중대 사안들에 대해 엄격하게 움직였다는 것은 스스로 중립성이 없는 것에 다름없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뉴스 댓글 일원화를 한 부분이나 촛불과 관련된 뉴스편집을 지나치게 신중하게 처리한 점은 '중립성'이 아니라 '친권력'형이었다.

다음이 더 이상 이용자들의 움직임이 아니라 정부의 입김에 따라 정책과 관리를 바꿔가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포털이 말하는 '중립성'은 철저한 상업적 이해에 다름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포털은 앞으로 더 강화된 규제조치들 앞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포털이 자의적인 편집의 패러다임을 벗고 완전한 이용자의 수중으로 작동된다면 국가의 규제가 발붙일 근거가 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포털이 앞으로는 중립성을 외치고 안으로는 교묘한 치우침을 지속할 경우 국가의 규제와 동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이용자의 표현자유 침해와 공론장의 위축으로 전개될 것이다.

촛불의 참가자들이 포털의 철저한 배신을 통해 더욱 거대한 공론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결국 우리는 촛불에서 새로운 세계를 향한 첫 걸음을 뗀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향후 몇 년 동안 현재의 촛불이 감당하고 있는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묶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정치 무관심과 보수화의 거대한 물결이 촛불 이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칼라TV'에서부터 국회까지 전 부문에서 강력한 연대를 체결하지 못한다면 촛불의 경험과 교훈이 지금처럼 '격찬'과 '경외'의 대상이 되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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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 파동으로 2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촛불문화제가 내일(10일)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촛불문화제와 관련된 다양한 분석들이 이뤄지고 있다. 국민축제, 참여민주주의의 회생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선동과 광기라는 비판점까지 이 새로운 현상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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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도 시국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크게 인사, 정책, 문화(소통) 등 세 가지 해법들을 궁리하는 듯이 보인다.

 

인사 문제는 ‘고소영, 강부자 내각’에 대한 불만부터 청와대 수석 등 일부 권력실세를 겨냥한 비판까지 보태져 최대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국정 쇄신을 참신한 인물 중용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정책 부분도 고유가 대책에서 보듯 서민의 생활과 직결된 것부터 풀어가자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는 대운하 추진도 사실상 보류 또는 중단하는 뉘앙스를 담은 발언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질타에 대해서도‘눈 높이를 맞추자’는 자성이 일고 있다. 배후론부터 음모론, 괴담과 광기로 몰고 갔던 촛불문화제를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인식도 적지 않다.

 

그러나 ‘노무현 책임론’, ‘재협상 불가론’ 등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거나 민심을 자극하는 발언들이 대통령과 권력층 일부에서 계속 나오면서 그 같은 해법들만으로 문제를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종교계를 비롯 사회 각계 각층과 만남은 좋지만 인터넷 비접속세대인 올드보이(Old Boy)들과의 대화창구만 열렸다는 비판도 사고 있다.


이명박 퇴진론까지 확산 어려울 듯

 

이미 집회는 반정부 성격으로 치달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10%대로 곤두박질쳤다. 일각에서는 정상적인 대통령직 수행이 어렵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만한 사안이 대통령직을 걸만한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헌정질서’를 감안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쇠고기 협상 문제로 이 대통령이 사퇴하거나 탄핵되는 등의 일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는 일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을 고려할 때 아주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더 실책을 범해 만회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것은 좀더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예를 들면 국민의 다수 의사와 반(反)한 채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여론 제압을 하는 경우다.

 

일단 촛불문화제가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식화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세력에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당연히 원만한 방법들을 제시할 것이다. 특히 향후 계속되는 선거 등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빠른 시일 내 진정시킬 과제가 있다.  

 

이 대통령은 아직 기회의 시간이 충분하다. 무지몽매한 방식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일단 이명박 정부가 현재의 위기를 인사, 정책, 소통 등 세 가지 해법을 통해 풀어갈 것은 명백하다.

 

집단지성, 스스로의 문제 다루는 세대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21세기 한국사회의 완연한 보수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지역, 전 세대에서 지난 10년의 집권 공과가 완전히 평가절하되는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압승은 진보세력에겐 회복할 수 없는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불과 수개월만에 진보세력을 결집시키는 실착을 범했고 유권자층의 ‘정치적’ 관심을 증진시키면서 스스로 입지를 축소시켰다.

 

여기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착오가 있었다. 첫째,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거나 배후에 있는 사람들을 소수의 이데올로기 진영으로 보는 부분이었다. 이것은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보여줬던 군사독재 정부의 시각이나 다름없었다.

 

초기 사태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부와 간격이 벌어질대로 벌어진 촛불문화제는 자생력을 얻게 됐다. 군중들은 이 과정에서 정부의 쇠고기 협상 실패가 단지 쇠고기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당연히 촛불문화제는 집권세력이 제시하거나 강조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반대하는 쪽으로 흐르게 됐다. 대운하 건설 문제는 대표적인 것으로 향후 이명박 정부가 이 이슈를 다시 들고나올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지금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매체를 타격하는 미디어 운동

 

둘째,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무지였다. 현재의 집권세력은 20세기 미디어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편이지만 현재 펼쳐지고 있는 미디어에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보여진다. 현 집권세력 내부에는 인터넷 전문가가 전무하다.

 

최근 청와대에서 관련 직책을 신설할 움직임을 내비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포털사이트 댓글과 관련된 압력행사 의혹을 받고 있는 점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심의 방침을 적극적으로 밝힌 점은 인터넷을 적대시하고 있는 현 정부 안팎의 기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 오늘날 시민은 주류 언론과는 대척점에 서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이슈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집단지성이라는 점을 간과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집단지성은 기득권의 오만함과 불손함을 비정치적으로 타격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80년대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인터넷의 풍부한 콘텐츠로 간접경험하고 있다. 이들에게 공권력의 폭력성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물리력이다. 불법 과격시위 엄단을 강조한 정부 발표 이전에 자성론이 형성될 정도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는 그룹이다.

 

이들은 언론을 직접 비판하고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역량을 갖췄다. 심지어 광고주들도 공략하고 있다. 시장의 길목, 중요한 고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21세기형 집단지성인 것이다.

 

지식인, 전통매체의 공동 책임

 

문제는 촛불문화제 전 과정에서 정부의 태도 변화가 크지 않아서 앞으로도 21세기 시민그룹과 ‘불화’할 것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다만 이들도 정부와의 관계,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정치화하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한국 정당정치 더 나아가 정치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소통의 사회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촛불문화제는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물론 시민들이 정치사회적 소통 전 과정과 역량을 홀로 당당하고 있어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당연히 이들은 사회에 제기된 문제를 제도화하는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우려는 전통매체와 지식인은 사실상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숨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일반적인 언론은 여론을 사실 그대로 수렴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언론은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 국민을 일방적으로 계도하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전통매체는 영리한 시민들과 영원히 간격을 좁힐 수 없을 것이다.

 

또 지식인들 상당수도 기존 정치 시스템에 합류하거나 기생하려고만 하지 시민들과 연계해서 네트워크를 통해 대안그룹이나 생산적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20세기형 한국 보수정치 문제점 드러날 것

 

결국 위상과 역할이 높아진 집단지성과 집권세력이 격돌하는 상황이 계속될수록 이명박 정부의 단방향 소통 시스템 뿐만 아니라 20세기형 보수정치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는 특정한 집권세력의 문제점으로 한정되고 있지만 다양한 무대에서 일어나는 불화관계는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시작했다. 지난 재보궐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일어난 한나라당 의원측과 시민간의 충돌이나 대운하 추진 논의를 실명 폭로한 김이태 연구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 하나 국가적 통제가 여의치 않다는 사실을 체감할수록 보수정치는 중앙집권화, 통제화하는 식으로 기반을 안정화하려 들 수 있다. 예컨대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를 통제하려 드는 방식으로 다가설 수도 있다.

 

촛불문화제에 위수령을 발동해 대응해야 한다거나 “국민에 항복할 필요가 없다”는 보수논객의 발언이 나온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가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겨냥 ‘사탄의 무리’로 묘사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접근하는 보수 야당인 통합민주당의 경우도 뚜렷한 콘텐츠를 산출하지 못한 채 촛불문화제에 뒤늦게 가담하는 형국이다. 김대중-노무현 이후 뚜렷한 대중적 정치지도자를 내지 못하면서 지지기반의 심각한 이반을 겪었던 민주당이 촛불문화제 이후 어느 정도의 대안세력으로 재부상할지는 불투명하다.

 

대안없는 정치를 향한 시민의 선택은?

 

콘텐츠 경쟁을 한 것이 아니라 지도자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정당운동의 한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촛불문화제를 둘러싸고 대통령의 지지도는 급락했지만 어느 정당도 뚜렷하게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 구성단체에 대한 총체적 불신임은 정당제도, 선거제도 같은 한국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로 이어지고 있다. 복지제도 같은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개발도상국임에도 정치가 안정된선진국과 다름없는 투표율이 나오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시민의 정치 시스템 참여 거부는 한국적 보수정치를 향한 경고 메시지나 다름없다. 시민이 없는 정당, 투표 없는 선거는 결국 민주주의의 골격을 해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시민의 정치를 회복, 위기에 빠진 한국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역설적이지만 이명박 정부가 내놓았거나 추진이 예상되는 여러 공약과 프로젝트는 시민사회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할 요소들이 다분한 것들이다.

 

우선 대운하 개발은 이미 친환경, 생태주의적 관점의 반대 여론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또 의료보험이나 공기업 민영화 등도 제공되는 서비스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독점을 야기, 시민의 삶의 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들은 쇠고기보다 더한 일상적 부조리를 제기할 공산이 높다. 즉, 쇠고기 협상 논란으로 촉발된 이번 촛불문화제는 단순히 반이명박으로 방점을 찍을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치가 선택하는 의제 전반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대목이다.

 

예를 들면 그러한 관심과 참여를 통해 교육, 환경 문제를 포함한 ‘사회복지’가 국민들에게 중요한 권리이며 국가에게는 당연한 의무로 인식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치가 삶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쇠고기 협상이 보여주듯이 촛불문화제의 풍경은 단지 과격시위 논란, 소통 부재 따위로 끝날 부분이 아닌 것이다. 촛불문화제는 21세기 한국정치의 전면적인 쇄신을 당부하는 저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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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pay 2008.06.09 22:15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너무 정확하게 사안을 보시는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정부가 하루빨리 무너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거든요.

    • 수레바퀴 2008.06.09 22:28

      '정권 퇴진론'이 설득력을 갖추려면 정권이 국민과 소통을 차단하고 군대 등 물리력에 의존해서 정보를 통제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것은 헌법 즉, 민주주의가 보장하고 있는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명백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선출된 권력을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권교체라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핑퐁' 게임처럼 안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촛불문화제로부터 출발한 한국 보수정치의 심각한 결함들로부터 뼈저리게 얻은 교훈을 투표 등의 실천으로 이어가야겠지만 말입니다.

      '날카로운' 말씀 감사히 생각합니다.

  1. 마나각 2008.06.02 11:47

    부끄러운 시대상입니다 씁쓸하군요

    • 수레바퀴 2008.06.02 12:43

      한국의 민주화史, 그리고 지난 10년의 민주주의와 현재의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케 하는 영상입니다.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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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오늘 오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를 앞두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이제 대학가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총학 찬반투표 실시했다고 함) 이런 현상, (시위가 전 세대로 확대되는 것) 어떻게 보나?

-이 사안의 본질은 반미, 친북 등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식탁에 오르는 먹을 거리에 대한 즉, 기본적인 생활상의 문제. 삶의 내용에 대한 문제입니다.

초기 이 문화제는 10대를 중심으로 시작한 집회였는데, 그런 만큼 순수성이 강했습니다. 여기에 경찰의 진압, 정부의 소통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반감이 커졌고요.

그래서 이제는 30~40대 직장인, 주부까지 가세하는 양상입니다. 심지어 인터넷 한 사이트에는 유모차 끌고 아줌마들이 집회한다는 공지문도 나오더라고요.

여기에 대학생들까지 움직임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히 확산 조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서울대는 비운동권 총학생회인데도 동맹휴업 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최근 상당히 보수화된 것으로 보는 대학가에 대한 판단이 무색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제대로 정확히 전해야 하는 언론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괴담이나 광기로만 끌고 가다보니 중재자, 관찰자가 마뜩하지 못하다고 보고 인터넷을 정점으로 폭발하는 양상이죠. 언론에 대한 소비자 운동도 일고 있어요. 광고 모금이 확대되고 있죠.

단지 세대나 계층의 확대 문제가 아니라 접근 태도도 과거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의 시민사회가 많이 무너졌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집단지성으로 대별되는 새로운 디지털세대가 다시 복원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습니다.

Q2. 민주노총 대치 상황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회원 100여명은 장관고시 직후부터 냉동창고에 집결하겠다고 밝혔거든요. 지금 이 냉동창고에는 미국산 쇠고기 1862kg이 저장돼 있으며 수입업체들은 고시 직후 검역을 의뢰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민주노총 관계자는 "쇠고기 협상무효와 정부고시 철회 및 전면재협상 등의 요구사항이 관철 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 여기에 배치된 경찰들과 충돌을 배제할 수 없다 말이지요.

이미 경찰 관계자는 "집회가 아닌 단순한 항의 방문으로 알고있다"며 "불법 시위를 벌일 경우 즉각 연행하는 등 엄정대응 할 방침"이라고 밝혔고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3. 또한 국제 엠네스티는 정부가 거리 시위 연행자들을 구속할경우, 인권 조사단을 파견해 인권 침해 실태를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런 방침이 시위대나 정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나?

우선 국제 엠네스티가 어떤 조직인가 하면 전 세계 160개 국가에 80개 지부를 둔 세계최대 인권단체잖습니까. 매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침해하는 국가와 그 사례를 공개해서 특정 국가의 집권세력에 도덕적인 불명예를 안기지 않습니까.

이번에 한국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인권을 침해하고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은 2008년 연례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최근의 이슈와 맞물리면서 집회 참가자들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는 결과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즉, 헌법 21조 2항이 언론·출판·집회·결사에 대한 자유를 인정한다는 점을 들어 "헌법에 따르면 시위에 대한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지요. 특히 한국지부는 이 보고서에는 담기진 않았지만 최근 경찰의 강경대응에는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항의서항 전달 검토 등을 시사했지요.

이들이 (시위에서) 구속자가 발생하면 국제 앰네스티 차원의 조사단 파견과 석방요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대목은 한나라당이 최근 "민심을 감안해 시위자들에 대한 구속은 신중하게 해달라"는 입장을 청와대와 정부에 전달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경찰의 대응 방침에 어느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촛불문화제 양상이 격화되거나 확대될 경우는 종전의 입장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Q4. 엿일 계속되는 쇠고기 반대 시위, 경찰이 시위참가자들을 연행하는 등 강경 대응이 시작되자, 시위참가자들의 대응도 바뀌고 있는데요. '닭장 투어'라는 용어까지 생기는 등... 자발적인 영행 움직임도 있거든요. 달라지는 시위 문화, 어떻게 분석하나?

그렇습니다. 이번 촛불문화제는 기존 집회, 시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비정치적인 세대와 계층이 많이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죠. 중고등학생, 주부들 같은 경웁니다.

또 과거에는 쇠파이프, 벽돌, 화염병이 전부였잖아요? 이제는 촛불, 구호가 담긴 종이, 기발한 문구가 쓰인 스티커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대단히 표현력이 강하기도 하고요. 스스로 중계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위, 집회를 하나의 유희, 표현공간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도 받는데요.

그런 데다가 이들은 공권력에 대해서 주눅들지 않아요. 주장하는 내용이 정당하고 정부가 불합리했다면 떳떳하다는 거죠. 노무현 정부 이후 특히 권력의 일방적인 권위가 해체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런 문화, 세대의 트렌드를 짚지 못하면 정책이나 정치의 영역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Q5. 정부의 고시 발표 소식에, 시민들의 촛불 시위는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습니까? 게다가 집에 현수막을 달거나... 시위 생중계를 보면서 리플을 다는 등.. 잠정적 시위 참가자들도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앞으로 시민들의 촛불 시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하나는 정부의 대응 태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일단 고시가 예정돼 있고 미국산 쇠고기 유통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결국 정부가 재협상을 기대하는 여론을 어떻게 진정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보는데요.

좀더 자신감 있고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민 즉 소비자에게 안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미국측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요구하고 정비하겠다는 쇠고기 본격 수입 이후의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하나는 결국 이 문제는 소통의 과제를 남기는데요. 10대들이 촛불집회하는데 배후론 음모론이라고 주장한 것은 지나쳤고요. 반미 구호가 나오지 않는데도 좌파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비약이라고 보고요.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부족했다고 봅니다. 괜히 자극하고 감정을 격화시킨 책임이 있거든요. 결코 80년대 90년대 방식으로는 소통할 수가 없거든요. 진정으로 어루만지는, 따뜻한 마음이 보이지 않거든요. 좀 몸을 낮추고 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끝으로 이 사안을 정치적인 것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정책판단의 문제, 국민과의 소통 미흡의 문제는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서 심판이 가능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모쪼록 평화적인 촛불문화제를 견지하면서 여론을 전달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이 지속되길 바랍니다.

출처 : MBN 월~금 오후 1시, <김희경의 라이브 투데이>.

덧글 : 원래 정리했던 내용인데 실제 8분여 진행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빠진 부분이 많았습니다. 감안하십시오.

  1. 나우리 2008.05.29 23:39

    현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10년 전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2.0의 기제를 아는 사람들 이라면 이런 터무니 없는 행동들은 하지 않을텐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수레바퀴 2008.05.30 07:11

      말씀 감사합니다. 소통을 하기엔 너무 많은 차이가 있는 사이가 아닌가 합니다. 또 국민이 아주 빨리 진화했다는 생각도 갖습니다.

  2. mepay 2008.05.30 02:01

    글씨가 커서 읽기가 좋네요.

  3. 최정우 2008.06.08 04:14

    교수님, 저는 아직 촛불시위에 한번밖에 못다녀왔지만 다녀오면서 드는 생각이...
    옛말에 어른들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지 않습니까?

    일전에 부모님께서 제가 대선 때 이명박을 안 찍었다고 했더니
    "너희 세대는 아직 어려서 뭐를 잘 모른다" 며 언짢아(?)하셨는데...
    부모님은 이명박을 지지하셨거든요. 어른들이 잘못 생각하셨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요? 일이 이렇게까지 되는 걸 보면...

    • 수레바퀴 2008.06.08 09:09

      세대, 계층 등에 따라서 투표성향은 어디서나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나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잘잘못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입니다. 그 가운데에서 최대한 좋은 방향을 도출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오늘날 문제가 되는 '소통'이 아닙니까. 우선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현실에 대해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아직은 부모님 세대에게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 소통이 이뤄지더라도 부모님 세대가 아직 현 정부에 대해 어떤 특정한 기대치가 있다면 더 지켜보시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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