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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디지털 리더 등장·신뢰 및 제품 경쟁 나서야 ‘탈포털’ 시작

by 수레바퀴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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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 2022년 3월호 커버스토리.

언론사는 뉴스를 제공하고 포털 사업자는 대가를 지불하는 단순한 관계 모델은 ‘포털 종속’ 23년의 어두운 역사를 썼다.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는 ‘탈포털’이 길어도 2~3년 내 이뤄질 것이란 장밋빛 이야기가 나온다. 주요 매체의 독자 채널 강화 흐름에 포털 뉴스 서비스의 성격 과 위상의 변화가 맞물리면서다. 

그간 탈포털 추진 사례는 있었다. 첫 장면은 5대 스포츠신문이 2004년 양대 포털인 네이버, 다음을 떠났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아쿠아 프로젝트(2005)와 뉴스뱅크(2007) 등 언론사 연합 모델이 추진됐다. 한국신문협회 공동 뉴스포털 논의(2008)로도 이어졌다. 

네이버 뉴스캐스트(2009), 뉴스스탠드(2013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2015) 출범으로 언론과 포털은 냉·온탕을 오갔다. 2010년 전후 주요 신문사들이 나서 네이버 모바일에 뉴스 제공을 끊기도 했다. 포털 뉴스의 아웃링크 전환 요구(2018)도 거세게 일어났다. 하지만 언론의 셈법은 전재료 등 계약 조건 개선에 맞춰졌다. 당시 언론은 탈포털 청사진이 없었다.

현재는 시장, 이용자, 언론 내부에 탈포털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한 편이다. 첫째, 크고 작은 기성 언론은 타깃 독자를 상정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둘째, 유튜브 뉴스 이용이 증가하는 등 이용자의 정보 소비 채널이 다변화하고 있다. 셋째, 미디어 스타트업을 비롯 다양한 영역에서 구독 생태계가 펼쳐지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탈포털 현실화에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포털 엑소더스는 실제로 가능한가?

그러나 언론에게 포털은 뉴스 비즈니스의 경쟁자이면서 사업 파트너다. 협력과 갈등의 요소가 다방면에 걸쳐 있다. 포털 뉴스에 대한 진단과 해법 역시 매체의 규모와 역량에 따라 다르다. 디지털 부문 매출이 아쉬운 언론사는 당분간 포털과의 공존을 선택해야 한다. 기성 언론의 ‘포털 엑소더스’를 여전히 부정적으로 예상하는 배경이다. 

포털에서 경쟁 매체의 뉴스만 노출될 경우 포털 뉴스에 입점하지 못한 언론사와 구성원의 심리적 위축도 거론된다. 포털 주도의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서 이탈하면 매체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얼마 전 네이버에서 퇴출과 복귀를 겪은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사례는 언론사의 위기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때문에 탈포털은 대다수 언론의 포털 탈퇴라는 큰 그림보다는 작고 좁은 범주로 해석한다. 일부 매체만 포털사이트를 떠나고 다수 매체는 포털 뉴스 서비스에 잔류하는 방향이다. 이 경우는 대다수 기성 언론이 포털 뉴스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포털 뉴스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재 여건에서 유효한 탈포털은 △포털에 뉴스 제공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 △생산하는 뉴스의 일부만 제공하는 것 △전면 아웃링크 등 포털 뉴스 서비스 정책에 따르는 것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뉴스 유료화를 검토한 한 매체 는 포털에 유료 구독에 따른 기술적인 협력을 요구한 적도 있다. 독자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매체도 탈포털보다는 포털 활용에 기울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개별 언론사 또는 언론계 전체가 스스로 대포털 관계를 180도 바꾸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부담스럽다. 일단 언론사는 포털뉴스의 전면 아웃링크를 바란다. 물론 일부 대형 신문사는 뉴스 제공 전면 중단 또는 일부 뉴스 유통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어떤 선택에도 포털 에 뉴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벌어들이는 현재의 수익 모델과 그 규모를 포기할지는 유보 상태다.

포털 뉴스 서비스가 ‘구글 방식’으로 바뀌더라도 언론사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해야 한다는 속마음이 들어 있다. 구글 뉴스 서비스는 인공 지능(AI)으로 뉴스를 추천 및 배열하고,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하는 아웃링크 모델이다. 포털 뉴스에 전면적 아웃링크가 적용되더라도 지금처럼 언론이 뉴스 사용료를 받는다면 탈포털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포털 뉴스 서비스 특성.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랭킹 뉴스 등 포털에서 오래도록 유지한 뉴스 소비 유발 장치는 매체 간 얕은 경쟁을 부추겼고, 포털 뉴스 이용자 경험은 뉴스 소비의 파편화라는 그늘을 드리웠다. 콘텐츠 가치와 이용자 관계를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언론의 시장 경쟁력은 하향 평준화됐다.

얕은 경쟁 환경과 더딘 디지털 전환

포털 뉴스 서비스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어렵다면 탈포털의 동력은 언론의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다. 디지털 경쟁력을 가늠하는 콘텐츠 품질은 뉴스의 형식과 내용에서 좌우된다. 콘텐츠는 크게 온라인 속보 뉴스, 종이신문과 방송에서 보도된 뉴스, 멀티미디어 뉴스-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등으로 나뉜다. 

속보 뉴스는 주로 포털 검색어나 발생 이슈를 바탕으로 생산된다. 말 그대로 신속성이 중요하다. 제목이나 내용 등에서 파격적인 형식을 취할 때가 많다. ‘한줄 보도’ 같은 경우다. 종이신문과 방송에 보도되는 뉴스는 상대적으로 일정한 기준이 있다. 적정한 분량 등 전형적인 규칙을 따른다.

멀티미디어 뉴스는 대체로 동영상, 오디오 등이 뉴스 본문에 삽입되는 형태다. 그런데 기술과 데이터 등 디지털 제작 요소를 투입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기술 표준과 이용 환경의 제약으로 포털뉴스에서 걸러진다. 또 포털 뉴스 알고리즘은 뉴스의 심층성보다는 뉴스 생산량, 최신성을 우대 한다. 포털 뉴스 서비스는 애초에 매체 및 콘텐츠의 차별성을 부상시키지 않는 셈이다. 

2000년 5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종이신문이 유통한 네이버의 뉴스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 언론사는 특정 시간대에 뉴스를 집중 송고하는 등 종이신문 발행 중심 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1) 2~3년 사이 ‘디지털 퍼스트’ 확산에도 뉴스 품질은 그대로였다.3) 부서별로, 개인별로 뉴스 생산 건수를 할당하거나 생산 주기를 단축하는 변칙 행보만 반복됐다.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언론사 자체 채널도 포털에 공급하는 뉴스가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한국의 뉴스 이용자들은 포털 사이트(검색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에서 온라인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세계 평균의 두 배를 넘고 있다.2)

반면 디지털 구독 모델을 안착시킨 해외 언론은 콘텐츠를 다루는 관점과 체계를 쇄신하며 고객을 창출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료 구독 모델을 전개해온 글로벌 뉴스 미디어는 제품담당책임자(CPO)를 두고 제품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를 전문화-전담화-전사화 했다. 뉴스 조직, 마케팅 조직, 독자 개발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다.

콘텐츠를 ‘제품’의 지평으로 다루기

지난해 말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사 최초로 제품 부서를 신설했다. 전략 담당 산하에 상품전략팀, 마케팅팀, 데이터팀 등을 뒀다. 고만고만한 뉴스가 아니라 유료 구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의 발견’이 목표다. 또한 데이터 분석으로 기존 콘텐츠의 이용 행태를 파악하고 신규 서비스 기획에 반영한다. 일방적으로 제작하고 배포 하는 뉴스에서 고객 관점으로 콘텐츠를 설계하는 ‘오디언스 퍼스트’다.

오디언스 퍼스트는 고객이 쉽게 콘텐츠에 접근·공유·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콘텐츠를 매개로 상호작용의 경험(experience)과 고객 관계(relation)를 증진한다. 콘텐츠-커뮤니케이션-커뮤니티의 사이클을 설계한다. 탈포털 이후 언론사의 경쟁력을 담보하려면 콘텐츠를 일회적으로 소비시키는 생산 조직 기반이 아니라 입체적인 제품 관리 조직을 갖춰야 한다.

제품 관리 조직에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드는 제품 부서와 멤버십을 다루는 고객 개발 부서를 들 수 있다. 공통 과제는 고객에게 풍부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각적 스토리, 데이터 저널리즘, 분석 기사 등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할 만한 요소를 강화하고, 지불 의사가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타깃 콘텐츠에 더해 대학생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금까지 국내 언론의 주요 목표는 트래픽 및 방문자 수 증가에 국한됐다. 구독 모델에 초점을 맞추면 중요 성과지표(KPI)는 이용자당 평균 매출(ARPU)로 대체된다. 이용자당 평균매출에 집중하면 미확인 방문자 수 줄이기, 회원으로 전환하기, 구독 모델 제시하기 등 구체적인 방법에 따라 조직과 업무를 나눈다.

언론사 웹사이트나 앱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파악이 가능하도록 쿠키 설정 동의, 회원 가입, 유료 결제 제안 등 세부적으로 기획한다. 전체 방문자를 비롯 휘발성 이용자, 재방문자, 유료 이용자 등 단계별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회원 전환을 이끄는 콘텐츠 개발과 이용자 데이터 분석이 핵심 과제다.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지난해 각각 종량제와 특정 콘텐츠에 대한 로그인월 방식으로 디지털 회원 모집에 나섰다. 2~3년 전부터 구독 기반 뉴스 레터에서 출발한 언론사의 ‘고객 만들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가입 이용자(RU, Registered User)-로그인 이용자(LU, Login User)/서비스를 사용한 이용자(AU, Active User)-유료 이용자(Purchasing User)를 구분하는 접근이다.

`탈포털`과 `포털 종속`의 특성은 완전히 다르다. 포털 종속은 포털에 경제적으로 의존하지만 탈포털은 독립적 생존 즉, 구독 모델을 지향한다. 탈포털은 품질과 신뢰의 경쟁을 지향한다. 콘텐츠와 고객, 조직과 리더십, 기술과 데이터 주도의 패러다임이다. 탈포털 화두는 전통매체에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촉구한다.

조직 문화와 관행 바꾸는 디지털 리더십

탈포털은 언론사 브랜드, 콘텐츠, 기자 평판이 좌우하는 시장 환경이다. 뉴스 조직 내부에 제품 생산의 공감대 확보와 디지털 구독 모델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존 뉴스 조직과 상품 조직의 관계, B2B와 B2C 등 비즈니스 대상의 정의, 세부적인 고객 분석, 상품 및 가격 정책 등을 매만지는 활동이다. 

포털 뉴스 서비스는 ‘언론사 줄 세우기’의 연속이었다. 포털 뉴스 안의 전광판으로 매체 간 자존심 경쟁을 유발했다. 그럴수록 언론사의 포털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은 커지고, 플랫폼 사업자의 이용자 데이터의 통제권은 더 강해졌다.3) 이용자의 포털 뉴스 충성도는 상승했고 언론사 브랜드 가치는 하락했다.

포털에 뉴스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 또는 포털 뉴스 서비스의 아웃링크에 희망을 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경쟁 질서를 반전시 킬 수 있는 카드는 포털 뉴스 게임의 규칙을 벗어나는, 언론 고유의 경쟁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첫 시작은 탈포털 이후의 경쟁 질서를 엄중하게 인식하는 일이다. 탈포털은 제품의 경쟁인 동시에 신뢰의 경쟁이다.3) 개인화·전문화·차별화 등 제품 수준을 높이는 한편 브랜드 평판을 바꾸는 저널리즘 경쟁이다. 탈포털이 촉구하는 디지털 전환은 경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콘텐츠, 독자, 데이터와 기술, 조직과 업무, 의사결정구조 전반의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 

사람, 콘텐츠,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탈포털은 시장 그리고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열린 경쟁의 패러다임이다. 독창성과 디지털 리더십을 확산해야 한다. 새로운 경쟁 환경에 걸맞는 디지털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디지털 리더는 조직 내부에 창의적인 영감을 불어넣으며, 테크놀로지 활용을 장려하고 안팎의 협업을 키운다.

한국 언론은 아직 탈포털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 상태라면 또 흐지부지된다. 혁신과 전환을 철저하게 전개해야 비로소 ‘탈포털’을 시작할 수 있다. 저널리즘(신뢰)과 콘텐츠(제품)를 원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구독 생태계를 주도할 것인가, 낡은 문화에 안주할 것인가. 탈포털의 진짜 질문이다.  

1)   송해엽·양재훈·오세욱, <포털 뉴스 발행시간을 통해 본 언론사 뉴스 생산 관행>, 한국언론학보, 64권 2호(184~216쪽), 2020.
2) ‘국내 이용자들의 포털 뉴스 이용비율은 72%로 조사 대상국 46개국 평균 인 33%의 2배를 넘었다’, <디지털뉴스리포트 2021>,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2021.
3)   류시원, <디지털 플랫폼 시대 언론산업의 구조적 경쟁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 의 검토>, 선진상사법률연구, 93호, 2020.

덧글. 이 포스트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 방송>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고 작성시점은 2월 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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