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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강금실`

by 수레바퀴 2006. 4. 4.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5.31. 지방선거 참여로 '정치판'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거의 '하나마나'일 것이라는 예상 속에 강 전 장관이 합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미 여야 정당이 '강금실'을 두고 난타를 시작하면서, '이미지 정치'-'신비주의 마케팅'-'이벤트 몰이' 등 비판적인 의견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강 전 장관의 인기는 거품이라는 분석에도 일부 사람들의 우호적 평가가 지속되고 있다.

법무장관을 그만 둔 이후 한번도 정치와 연결되지 않았으면서,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입장정리에 뜸을 들였으면서 돌아온 그녀의 캠프는 '상징'을 정하며 전열을 정비하고 나섰다.

강 캠프는 품격을 의미하는 '보라'와 투명함을 뜻하는 '흰색', 상징꽃으로는 '무지개의 여신'을 뜻하는 '아이리스'를 택했다. '아이리스'는 미래를 개척할 힘을 상징한다고 한다.

강 전 장관은 그런 눈부신 미사여구들을 등에 업고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선거에 지더라도) 자유는 얻을 수 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강 전 장관은 남성 블록의 사회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여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검사들과의 날선 대립도, 자신만만한 의회에서의 모습도 인상적으로 오버랩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현재 여야의 지지도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두배 또는 그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당이 상황을 역전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대통령 선거도 아닌 지방선거에서 이변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 그녀가 출마를 준비했다. '강금실'이 시대와 맞아 떨어지는 코드인지 논란을 접어두고서 그녀의 등장은 어떤 다른 상징들보다 월등한 상품성을 갖고 있다. 콘텐츠라는 범주에서 강금실의 것이 훨씬 더 아름답고 재미를 준다.

과거의 정치가 '역사'와 같은 거대서사를 읊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정치는 '행복'의 콘텐츠에 집중된다. 위대한 것의 개념이 바뀌었다. 영웅이 필요한 시대는 정보가 독점되는 70,80년대의 풍경이다.

21세기는 이념과 계급보다는 '싸이월드'처럼 '유대'에 의해 일상이 설계된다. 라이프 스타일 말이다. 소비 패턴에서부터 삶을 즐기는 레저 취향까지 그것은 어떤 가치보다 소중한 동질감을 준다.

그것이 실현되는 것은 미시적인 영역이다. 다양한 '강금실론'이 나올 수 있지만 그녀의 등장은 DJ-노무현에 이은 또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해석된다.

DJ는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 정치권력의 역전을, 노무현은 인터넷과 같은 지식대중의 부상을 표상한다. '강금실'은 성(gender)이라고 하는 전통적이고 낡은, 고착화된 패러다임을 극복한 또다른 '화두'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강금실을 둘러싼 함의를 보고 실제 지지할지는 알 수 없다. 젊은 유권자들이 강금실의 '춤'을 사랑할지, 화려한 옷맵시에 매력을 갖게 될지 등등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사실 '노무현'도, DJ도 그랬다. 명백한 것은 한국사회가 그들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앞선 시대의 지도자들의 공과를 생각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 전 장관이 '역사 승리의 세대'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어떤 드라마를 만들게 될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 일만 남은 셈이다.

덧글. '역사 승리의 세대'. 2002 한일월드컵으로 한국사회는 새로운 주체적 능동적 국가 정체성을 갖게 됐고, 그 현장에서 젊은 세대는 종전의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행동과 사고 패턴을 갖게 됐다. 그들은 전전세대와 전후세대, 386 민주화세대와도 또 다른 동선을 갖고 있다.

인터넷과 같은 가상공간에서 분산돼 있으며 실체를 정의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목표가 결정되면 강력히 결집한다. 그러한 세대 전반이 노무현 집권세력을 탄생시켰고 뒷받침하고 있다.

덧글. 강금실 전 장관의 이미지는 오마이뉴스에서 인용. 최근 연세대 강연 당시 캠퍼스에 등장한 강 전 장관. 회색 코트, 검정 재킷 안에 받쳐 입은 흰색 셔츠. 그리고 어깨에 걸친 붉은 핸드백 코디. 그녀는 스스로 코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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