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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인터넷신문 '레디앙' 유감

Politics 2006.04.03 13:46 Posted by 수레바퀴 수레바퀴


진보적 인터넷신문 '레디앙'(http://www.redian.org/)이 3일 창간됐다.

이 신문은 2004년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이 한국정치의 지형을 바꾼 것이었다면, 레디앙의 출현은 '언론지형'을 변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는 '발행인' 편지를 내놨다.

레디앙은 유명 논객들을 일부 확보하는 등 진보적 시각의 담론화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는 다짐도 했다. '열정과 진보 그리고 유혹의 미디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레디앙'은 '시민주주'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신문의 발칙하고 신선한 도전기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오마이뉴스'가 온라인 뉴스 제작 방식의 주체와 형식, 모럴을 바꾸고 '대안'저널리즘을 시장에 내놓은 이후 상대적으로 더 묵중한 진보를 견지하는 매체들의 영향력은 크게 신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보수적 시각의 인터넷 언론들의 등장과 도전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엔터테인먼트와 멀티미디어적 요소들로 무장한 새로운 매체들에 의해 영향력도 줄어 들었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레디앙'은 대중적 관점을 견지하는 오마이뉴스보다는 훨씬 진보적인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의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레디앙'은 고급스럽고 선별된 콘텐츠를 시장에 공급하면서 '진보'의 목소리를 재구성하는 언론으로 자리매김할지 모른다. 또 가볍고 일상적인 이슈로 변화한 진보의 테제를 보다 무겁고 본질적으로 조명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레디앙'이 국민대중의 보수적 성향, 보수거대 언론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점거한 시장 상황을 극복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레디앙'의 콘텐츠와 인터넷 이용자들간의 거리가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레디앙이 다루고 있는 콘텐츠를 '유혹'과 '열정'으로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은 상당히 넌센스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온라인 뉴스 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한 냉정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

'진보'만 내세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특히 뉴스 서비스는 '인터액티브'와 '멀티미디어'가 강조되고 있다. '레디앙'이 이러한 뉴스를 시장에 내놓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부정적이다.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이 요즘 이용자들과는 한마디로 따로 놀고 있다. 이용자들을 끌어들일만한 논쟁적 이슈가 전무하다. 판에 박힌 '사이트 편집 솔루션'은 레디앙인지 아닌지조차 헛갈리게 할 정도다.

사람들에게 '주주' 모집을 희망하는 팝업창을 내걸고 있는데, 오랜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대단히 순진한 접근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문화일보가 지난해 11월 차기정부 이념성향 선호도를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보수안정'이 49.4%, '진보개혁'이 46.0%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를 원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진보 콘텐츠'의 환골탈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레디앙'이 진보 인터넷신문으로 오래 생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종전의 진보담론을 생산하고 소통하던 진보진영의 자세를 혁신하는 정신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진보진영만을 기쁘게 하는 한 인터넷신문이 아니라 언론지형을 바꾸겠다는 '도발'을 한 처지이니 보다 강력한 자기혁신을 주문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도무지 진보를 21세기에 어떻게 전달해야 할 것인지를 모른 채 '인터넷'이라는 무대에만 나서면 다 될 것이라는 상상력이 판을 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적 인터넷 신문은 '강금실'이냐 '민주노동당'이냐 'FTA'냐도 아니다.

'진보'라는 시선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내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레디앙'을 비롯해 현재 한국의 인터넷신문들은 '함께' 묶어내는 '네트워크'가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독야청청'의 진보 매체 '대접하기'로부터 진보진영이 해방돼야 한다. 그때 '언론지형' 변화를 운운해도 늦지 않다.

덧글. '진보'를 앞세운 발언이 전부 정당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진보'가 하나 나오면 덮어 놓고 환대하는 것은 오히려 진보를 멍청하게 만드는 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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