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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신탁, 아카이브사업 "긴 관찰 필요"

by 수레바퀴 2006. 2. 3.
한국언론재단이 지난해 5월 일부 신문사 닷컴들과 컨소시엄을 맺고 추진해왔던 디지털 뉴스 저작권 신탁 및 아카이브 사업(일명 아쿠아 프로젝트 이하 아쿠아)이 우여곡절 끝에 오는 3월께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그간 언론사들은 포털 사이트가 정해 놓은 단가에 손도 써보지 못한 채 뉴스 콘텐츠 유통 시장의 변방에 머물러야 했다. 아쿠아이용자 이탈 및 매체 브랜드 가치의 해체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끝에 희망의 의제로 떠 오른 것이다.
 
사실 왜곡된 뉴스 콘텐츠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업계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대안모델이 수 차례 논의돼 왔다. 그 중 언론재단 카인즈(KINDS) 기반의 사업모델은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아쿠아는 그 연장선상에서 전개된 것으로 디지털 뉴스 저작물에 대한 효과적 관리, 뉴스 유통 및 소비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저작권신탁을 포함 뉴스 표준화를 통한 패키징 상품 서비스 등 추진배경이나 방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만하다.
 
그러나 아쿠아는 디지털 유통 시장에 대한 업계 내 상이한 시각 차이를 좁히지 못해 주요 언론사들의 동참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뉴스 유통 시장은 크게 속보 중심의 뉴스 시장과 콘텐츠 중심의 뉴스 시장으로 구분돼 있는데, 포털 집중도가 높은 속보 시장은 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시장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언론사들은 속보 시장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을 통해 포털과의 관계 재정립을 꾀하고, 콘텐츠 시장에 대해서는 잠재 시장의 개척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신탁 및 아쿠아 사업은 기사 무단전재로 뉴스 콘텐츠 시장의 ¼, 연간 341억원 규모를 잃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신문관련 콘텐츠 매출 425억원, B2G 정보시장 937억원 등과 결부시켜 전체 사업 매출 규모를 예측했다.
 
이에 대해 지나치게 과도한 추정치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즉, 디지털 뉴스 저작물을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요처 및 규모는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고,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 신탁만 해도 이것 자체가 언론사의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탁만으로는 사업 성공을 가늠하기 어렵다. 또 신탁을 해야만 저작권을 보호하고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논리는 위험하게 보인다.
 
오히려 신탁 보다는 대리 중개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5일 이내의 콘텐츠는 신탁 대상이 되지 않는데, 신디케이션 전문가들은 이 영역의 콘텐츠 매출이 실제로 대단히 많은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아쿠아에서는 속보 시장에 대한 신탁을 포기해 큰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언론사들이 포털에 속보를 제공해 주면 포털은 다양한 콘텐츠 조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반면, 신탁기관은 이보다 5일 뒤의 콘텐츠를 가지고 제한적인 사업모델만 진행하게 된다. 지금보다 대포털 종속구도를 더 심화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차라리 언론사의 콘텐츠가 언론재단으로 모여 대리중개로 배포된다면 이 자체로도 저작권 보호가 가능할 수 있다. 유통경로의 통합, 원천 공급자의 단일화, 표준화 등 전제조건들을 충족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언론사들은 대리중개를 재단에 허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포괄적 판매대행-단순한 배포대행 등 대리중개의 세분화를 통해 언론사의 직접적인 영업행위를 보장하는 방법 등 별도의 옵션들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쿠아에 포털 사이트가 참여하는 부분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하다. 언론사들이 포털을 활용하는 것하고 포털에 의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포털은 B2C, B2B 부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시스템 구축을 빌미로 포털이 개입된 것은 언론사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당초의 원칙을 거스르는 일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아쿠아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첫째, 참여 주체와 사업 영역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대리중개 등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둘째, 시장 내 영향력 있는 매체사들의 참여를 위해 협력과 상생의 테이블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보다 정밀한 사업전망과 프로세스가 뒤따라야 한다. 아쿠아 2년만에1천억 매출을 예상하지만, 100여개사 이상의 매체가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100~200억원대 매출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여전하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아쿠아를 신문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상정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신탁 및 아카이브 사업이 과연 장밋빛인지 의문부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좀 더 긴 호흡과 안목을 가지고 아쿠아 호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 soon69@paran.com
 
덧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매월 발행하는 저작권문화 2006년 2월호에 게재될 내용입니다. 실리는 원고와는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원고는 아쿠아 아카이브 및 신탁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아니라 보다 건실한 진행을 위해 지적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카이브 사업과 저작권 모듈이 결합함으로써 뉴스 소비 문화 변화와 비즈니스 모델 정착의 계기로 평가하고 있지만, 포털 참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포털과 언론사간 협력관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형태는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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