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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신문기업 위기, "혁신만이 살길"(I)

by 수레바퀴 2005. 9. 14.

언론사가 살아 남는 법 (1)
신문사의 위상 약화,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신문기업의 위기구조가 반전되지 않고 있다. 격감하는 구독자수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광고시장에서의 위상도 약화한지 오래다. 인터넷신문 등 새로운 공간에서 성장하는 매체들로 인해 한국의 신문기업들이 가진 정치사회적 영향력도 옅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와 플랫폼 다변화를 제언하면서, '블루 오션'이란 탐스런 용어로 유혹하지만 신문기업의 대응은 아직도 미흡하다. 물론 신문기업은 지난 10여년간 나름대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효과적인 시장진입, 즉 이니셔티브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신문기업이 낡은 전통을 고수하면서 조직과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었고, 대전환을 상징하는 뉴미디어 전략도 종합적인 비전의 틀 속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문기업과 그 종사자들에게는 '혁신'이란 과제는 여전히 낯설고 두려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통신, 방송 등 대기업들은 위기국면을 체감하고 플랫폼과 콘텐츠에 대한 변화를 주도했다. 오늘날 미디어의 성장 동력은 그간 업계를 주름잡던 신문기업이 아니라 이들에게 온전히 쏠려 있다.

사람과 조직, 자원의 집중과 선택에서 신문기업의 낡은 방식과는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패턴을 견지했다. 신문기업의 전통적 조직을 견인하는 학연과 지연 등 연고주의에 젖은 연공서열은 실적과 능력을 중시하는 팀워크가 동력이 된 뉴미디어 기업들의 빠른 의사결정과 거시적인 통찰력 앞에서는 한 마디로 오합지졸의 뿌리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신문기업의 뉴미디어 인프라는 신문기업 안에 유기적으로 착근하지 못한 채 떠돌이처럼 배회하는 유령이 돼 왔다. 최근까지도 신문기업의 뉴미디어 조직과 인력은 차별과 소외, 질시와 비판의 대상에 불과할 뿐 '주역'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신문기업이 콘텐츠 전략과 마케팅을 위해 만든 거의 대부분의 조직, 예컨대 연구소-센터-TF팀 등은 신문기업 안에서 종합적으로 조율되기는커녕 정기적인 피드백조차 확보하고 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신문기업 내부의 콘텐츠 전략이 대단히 국소적이며, (내부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정치적으로만 소통되고 있는 증거로 해석된다.

한 예로 신문사닷컴 구성원들의 이직률은 상대적으로 다른 미디어기업에 비해 높다. IT붐과 함께 혜성처럼 나타난 2000년초 신문사닷컴 초창기 멤버들은 신문기업의 권위적이고 고답적인 업무처리, 조직문화에 지쳐서 대부분 떠났다. 지금까지도 신문사닷컴 또는 뉴미디어 부서에 존재하는 인력들은 극히 드물다.

뉴미디어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온 신문기업의 인프라가 아직도 무의미하게 변방에 걸쳐져 있음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특히 현재 신문기업이 처한 경영위기, 투자여력 감소라는 변수를 감안할 때 조기에 의미 있는 콘텐츠 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것들을 설득하고 전개할 수 있는 내부기제가 어디에도 온전히 자리 잡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뉴미디어 전략가들의 본지 귀환(?)과 아예 신문기업 외부로의 이탈도 두드러진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뉴미디어 담당 부서나 닷컴사 인사 조치에 대해 ‘낙마’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다.

이러한 관점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 신문기업(과 그 종사자인 기자들)은 앞으로도 첫째, 종이신문의 콘텐츠의 형식과 내용 변화에만 골몰할 것이고 둘째, 기자들의 가치척도도 종이신문에만 매몰될 것이며 셋째, 뉴미디어에 적합한 콘텐츠 퀄리티 제고 노력보다는 "돈벌이를 강권하는" 현실적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신문기업이 현재까지 유지해오던 모든 관행과 조직, 인식을 혁신해야 한다는 명제는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현재의 조직, 사람, 시스템으로 뉴미디어 시장에 진입한 결과 영향력과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신문기업의 혁신은 생존의 핵심적 화두이다. 궁극적으로 신문기업의 혁신은 다양한 플랫폼에 녹아들 수 있는 혁신적인 콘텐츠의 생산과 관리, 유통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인적 혁신 둘째, 조직(시스템)의 혁신 셋째, 자원재분배의 혁신이 필요하다.

인적 혁신은 사람의 교체도 포함하지만 재교육 프로그램으로도 뒷받침돼야 한다. 오피니언이 실종되고 사회적 영향력이 떨어지는 기자들의 정체성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뉴미디어 업무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 신문기업의 인적 혁신은 교체-교육의 두 축으로 업무 패러다임 전체를 새롭게 짜야 한다.
이 업무 패러다임 혁신에는 종전의 기자 선발 과정에 대한 심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제는 콘텐츠 생산(기사 작성)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의 관리, 마케팅을 포괄하는 전략가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의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다양한 전문 인력이 기사 생산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현재 기자들은 콘텐츠 및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진지성이 결여돼 있다. 오래도록 수직적으로 내려온 조직문화에 따라 기사를 작성하고 있으며, 업무가 완결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는 창조적인 콘텐츠가 나올 수 없다. 기자들의 업무 패러다임이 확장되는 동시에 다원화하면서 종전의 업무 과제가 새롭게 펼쳐질 수 있도록 ‘기자에 대한 재정의’가 요청된다.

이것은 다시 조직의 혁신 과정과 연결된다. 조직의 혁신은 통합의 관점에서 일어나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조직인 편집국의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편집국은 현재의 시스템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보완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만들어낸 콘텐츠가 아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설계돼야 한다.

온오프라인 편집국 통합 문제도 제기된다. 여기에는 신문사닷컴과의 관계 설정도 보다 전략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예컨대 중앙일보가 조직의 통합보다 콘텐츠의 통합이라는 점에서 최근 JES라는 콘텐츠 허브 개념을 가진 회사를 출범시킨 것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콘텐츠 통합 조직이 곧 조직의 소통구조를 합목적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판단때문으로 보인다.

조직 혁신의 문제는 곧 지금의 상명하복식의 구조가 아닌 팀워크에 의존한 미디어기업으로의 변신을 추동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NBC News의 합자회사(joint venture)인 MSNBC는 이를 위해 ‘상호소통 콘텐츠 디렉터’(Director of Interactive Content)라는 사람들을 통해 조직과 사람들을 설득하고, 창조적인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들은 완벽한 팀으로 구성돼 있다. 글을 잘 아는 숙련된 편집자, 사진이나 동영상을 편집하는 미디어 프로듀서, 국내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주체성을 확보한 그래픽 디자이너, 인터랙티브 프로듀서 등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또 이러한 콘텐츠는 내부에서 완전한 기획과 토의에 의해 더욱 생명력을 갖는다.

여기에는 충분한 대화의 과정이 삽입된다. 뉴미디어 콘텐츠는 수평적 팀에 의해서지, 수직적 조직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웹 사이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있지만, 지적인 숙련도와 카운슬러의 상담으로까지 연결된 조직문화의 완성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꾸준한 대화와 설득 대신에 일방적 지시와 미시적 접근이 횡행한 탓에 콘텐츠의 완결성, 통합성, 확장성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

자원재분배 과정의 혁신도 일어나야 한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곧 자원(예산과 조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뉴미디어 분야에 대한 집중과 선택이 전사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서 오너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문기업의 오너는 단순히 경영자가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플랫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위기 국면에 처한 기업환경을 개척해 나아가려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신문기업의 리더들은 생존과 미래 전략의 초점이 조직의 혁신 이외에는 없음을 명백히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낡은 조직과 기자들의 업무, 콘텐츠의 수직적 생산 구조 등은 뉴미디어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 신문기업 내부의 참모들 대신에 전문성이 풍부한 외부 기관이나 전문가들로부터 조력을 얻는 수순을 밟을 필요가 있다. 오늘날 신문기업은 단순히 콘텐츠의 승부라기보다는 사람, 조직, 자원이 총체적으로 결집된 거대 플랫폼과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플랫폼을 요리하는 거대 기업들은 신문기업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아주 생산적인 조직과 문화를 수립하고 있다. 신문기업의 경쟁 상대는 동종업계가 아니라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기업들이다.

결국 발상의 전환, 블루 오션 등 신문기업의 내외벽에 달라붙은 새로운 각성어들은 리더와 조직의 변신을 주문하는 말들이다.

따라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또 그것을 어떻게 수용자들과 접점을 유지하도록 할 것인가 등 신문기업의 혁신 즉, 종합적 전략 제시는 과연 현재의 조직, 문화로 가능할 것인지의 의문으로부터 다시 냉정히 출발해야 할 것이다. <계속>

출처 : 유미디어클럽 www.umedia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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