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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인터넷 실명제' 도입?

by 수레바퀴 2005. 9. 13.

포털 사이트 게시판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본인(실명) 확인절차를 의무화하는 '인터넷실명제' 도입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또 이해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한 분쟁 게시물에 대해서는 우선 차단조치하고, 제3의 기관이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는 '인터넷 가처분제도'도 도입이 예고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12일 '익명성 폐해 최소화 및 피해구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대책 토론회'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터넷 익명성에 의한 역기능 해소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결과 내용에 따르면 개인 또는 민간기업, 정당 게시판 등은 예외가 인정되고, 기사 댓글 및 게시판에는 소비자 피해신고란 설치가 의무화되고 이와 관련된 담당자를 둬야 한다.

특히 '사이버 가처분 평가단'의 판단에 따라 분쟁이 된 내용에 대해선 차단조치하고 이의조치가 없을 경우 영구삭제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여기에 기업들의 운영방침을 포괄하는 '인터넷기업행동강령'과, 이용자 참여 활성화 기구도 추진된다.

최근 전여옥 의원의 인터넷 기사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예방하는 '그린박스' 도입 논란에 이은 당국의 이번 '제한적' 실명제 연구내용도 논란의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비록 연구차원의 권고안으로서 나왔고, 구체적인 것들이 부족한 편이지만 그 파급력과 상징성 때문이다.

이미 시민사회단체들은 '인터넷 실명제'의 사실상의 전면도입이라며 반발할 조짐이다. 인터넷에 대한 비전문적 접근, 여론과 의견 등 이용자들의 견해에 대한 일방적 개입과 차단, 포털 등에만 국한시키는 불균형성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사이버 공간 상의 피해문제를 이용자들의 책임으로만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게시물은 이용자들의 자율적인 정화노력으로 걸러질 수 있는 노력은 등한시하고, 법률의 문제로 회부시키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포털 또는 오픈미디어의 성격을 갖는 포털 게시판과 블로그 등 커뮤니티 상의 의견 장치들에서는 익명의 '고발'을 중심으로 사회적 이슈가 생성되고 여론으로 부상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참여 민주주의, 개방적 미디어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실명제가 전격 도입된다면 이용자들이 만드는 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의 양이 대폭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것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포털에겐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물론 포털의 기사댓글과 커뮤니티 등의 글들로 인한 사회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를 '사이버 가처분 평가단'이란 기구를 통해 분쟁을 조정한다는 발상도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들이 무슨 역할과 근거로 분쟁을 파악하고, 조정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용자들에게 '실명제'라는 허점 투성이의 제도를 강권하는 대신, 당국과 기업, 이용자들이 궁극적으로는 사이버 공간상의 에티켓과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현재의 교육시스템에서 적절히 수용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거시적인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포털이 자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피해최소화 노력들을 사이버 공간에서 확산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또 이용자들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콘텐츠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파지티브한 정책도 제시돼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이버 문화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은 '인터넷 실명제'의 부재에서가 아니라, 사이버 교육의 미흡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엔 기성 지식인이나 미디어가 사이버 공간을 지나치게 경계와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선입견'도 거들고 있다.

또 인터넷기업들이 실명제나 가처분제 도입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설정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도 든다. 끝으로 무엇보다 인터넷 실명제로 인한 무분별한 개인정보의 수집은 위헌적 소지로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논의과정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다.

덧글.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 상당수 시민사회단체는 특히 선거기간 중 실명제 적용을 반대해왔었는데, 정통부의 검토와 연구가 앞으로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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