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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신문의 위기, '종이'를 포기하는 각오로 혁신해야(II)

by 수레바퀴 2005. 9. 26.

종이신문은 이제 던져 버려라

언론사가 살아 남는 법 (2)

by 최진순 기자 (한국경제미디어연구소, soon69(at)paran.com)


신문기업을 비롯 전통적인 미디어기업의 위기는 리더십과 장기적 전략의 부재, 권위적 조직에서 움텄고, 지금도 거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I)편에서 쓴 바 있다.

이 위기의 본질에는 신문기업이 주로 다루는 콘텐츠가 시대와 조우하지 못한데 있다. 다시 말해 뉴스의 역할과 가치가 달라지고 있는 데도 이러한 흐름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종이신문이 다루는 콘텐츠가 백화점식 정보 배열에 그치는 것은 물론이고 낡은 이데올로기에 집착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또 아침이면 구문(舊聞)이 되는 데도 특색 없는 사실 전달에 치중하고 있는 무수한 종이신문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대부분의 신문기업이 뉴스의 생산과 관리, 유통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 첫째, 조직 내부에 뉴미디어 관련 전략을 연구하는 부서를 독립적으로 두고 있으며 둘째, 뉴스를 이용자들의 휴대 매체로 전달하기 위한 기술혁신에 투자하고 있고 셋째, 기존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을 새로운 플랫폼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가공과 변화에 주목해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몸부림에는 뉴스 콘텐츠가 가진 고정적 관점이 달라지고 있어서이다. 아래는 그것을 도식화한 것이다. (그림 생략)

즉, 앞으로의 뉴스는 전통적인 조직에 의해 독점되고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용자와 전문가, 집단에 의해 창조되고 대체된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뉴스'가 삶에 가장 밀착된 것들이며, 이것들을 가장 발빠르게 전달할 있는 조직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역량이 진부하며 폐쇄적이기 때문에 새 미디어 환경을 주도적으로 견인해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원천적인 한계가 도사린다. 이 한계는 혁신을 위한 가장 거대한 암초라고 (I)편에서 진술한 바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이 부상하는 저널리스트들(의 조직)과의 결합을 어떻게 시도하고 이를 기존 매체 조직과 연계시키는 문제가 부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혁신의 과정에서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뉴스 콘텐츠의 제작 과정 전체를 바꿔야 하는 명제에 가까이 서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할 때만 콘텐츠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조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예고된다.

예를 들면 과거 뉴스는 데스크의 엄격한 통제에 의해 짜여진 기사만이 전달됐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뉴스는 본지의 데스크가 결정낼 시간과 공간을 갖고 있지 않는 보다 다른 수위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뉴스를 담당하는 기업 또는 조직은 본지가 견지하는 논조(tone)와 경향을 벗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조선닷컴은 탈정치적 뉴스 콘텐츠를 앞다퉈 다루고 있거나 독자적으로 어떤 때는 본지보다 더 강렬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인터넷은 뉴스 서비스의 내용을 연예 오락 스포츠로 집중시킨다. 이처럼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다뤄지는 콘텐츠의 형식과 내용이 종이신문과 차별성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웹 미디어나 모바일 등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종이신문을 고수하는 이미 소수가 돼버린 이용자들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 인터넷으로 창간을 선언한 한 경제신문은 오프라인 매체 창간도 고려하고 있는데, 이때 오프라인 매체의 콘텐츠는 해설과 시각으로만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온라인은 국제뉴스와 속보, 전문 뉴스로 채우면서 콘텐츠의 양상을 달리 가져갈 것으로 알려졌다.

공간적인 해석에 따라 방향을 잡는 경우도 있지만, 이용자가 만드는 콘텐츠에 주목하기도 한다. 중앙일보가 JES라는 콘텐츠 회사를 통해서 목표하는 것 중에 하나는 뉴스에 대한 이용자 반응이다. 이용자들이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돼 콘텐츠 생산의 한 역할을 맡게 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은 뉴스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의 의견을 ‘마니아 분석’등을 통해 기존 뉴스 페이지에 접목시키고 있다. 즉, 콘텐츠에 대한 지식대중과의 피드백 과정 그 자체가 또다시 새로운 정보이며 전혀 다른 개념의 뉴스생산을 자극한다.

포털사이트 등 오픈 미디어에서 빈번히 도출되는 이용자 생산 콘텐츠(UCC-User Created Contents)는 뉴스 콘텐츠의 파생화를 주도한다. 이 파생화는 두말할 것도 없이 부가가치를 뜻한다. ‘뉴스 콘텐츠 플러스 알파’형 콘텐츠는 향후 미디어에 권력과 수익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경우는 미국 등 해외 언론에서 보다 전략적으로 쓰여진다. 워싱턴포스트닷컴, 뉴욕타임스, ABC 등의 웹 사이트에서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 기자와 논설위원 등이 참여하는 블로그, 칼럼 페이지가 존재한다. 이 서비스의 이면에는 이용자와의 소통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내재한다. 이용자와의 소통은 절락하는 종이신문이 시장에서 브랜드 밸류를 유지시킬수 있는 유일무이한 대안이다.

이처럼 종이신문의 콘텐츠 혁신은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과 뉴스가 소비되는 공간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통적인 미디어기업인 신문은 똑 같은 콘텐츠를 지난 10년간 시장에 쏟아냈다.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스스로 낮춘 것이다.

부랴부랴 인터넷방송이며, 비주얼뉴스, 연예오락 뉴스 등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결여된 즉흥적인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한 메이저 신문은 인터넷방송을 위해 수십억~일백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아직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독립적인 조직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하나의 고립된 부서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콘텐츠에 대한 창조적인 전환이 아니라 일차원적인 대응의 결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문기업의 온오프라인 편집국 통합만 해도 그렇다. 일부 신문에서 통합의 전(前)계로 편집국 내 인터넷뉴스 부서 신설이나 닷컴사 인력을 본지로 데려 오고 있지만 썩 좋은 방식은 아니다. 뉴욕 타임즈가 향후 2년내 뉴스룸 통합을 선언한 이면에는 종이와 온라인에 대한 정서적, 문화적 통합까지를 가정하는 상당히 정교하고 긴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을 비롯, 한겨레신문 등에서 인터넷뉴스 담당 자와 부서를 설정하지만 큰 기대를 할 수 없고, 지금도 그러하다.

국내 신문기업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데스크 통합을 상정하는 것은 재정적인 결합 정도에 불과하다. 뉴미디어 담당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종이신문 기자들과의 차별에 허덕이고 있다. 낮은 보수는 열정으로 이길 수 있다지만 조직 내 ‘왕따’는 심각하다.

이렇게 일시적이고, 정치적이며 산술적인 결합 가지고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는 없다. 전혀 다른 콘텐츠는 새로운 정신과 경험을 통해 나오는 것은 명백하다. 아직도 출입처를 고집하며, 진부한 방식과 경험으로 콘텐츠를 다루는 종이신문의 기자들에겐 미래가 없다.

이러한 풍토에서는 통합은 전부가 아니다. 신문기업이 앞으로 5년 이후, 10년 이후 어떤 미디어가 될 것인가를 상정하고 내부 구성원들이 숙의해야 한다. 한 로컬신문이 몇 년 뒤에도 특색없는 신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역정보를 부가가치화할 수 있는 정보기업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기업도 우리가 견지한 이데올로기와 콘텐츠를 버릴 것인가, 아니면 보완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을 만들어서 새로운 미디어 기업으로 탄생할 것인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통합과 콘텐츠 혁신이 제대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미디어 기업이 될 수 있는 환경에서 허약하고 오래된 조직과 철학으로 둘러싸인 신문기업의 위기의 심연은 그래서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종이를 포기한다”는 각오로 신문기업의 성격과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지난번 서울 도심에서 있었던 '코끼리 탈출 소동'은 전통적인 저널리스트에겐 한 때의 '해프닝'으로 분류됐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서 ‘코끼리 뉴스’는 혁신하는 미디어와 그 종사자들에게 주목되는 콘텐츠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그것은 첫째, 이용자의 일상의 밑바닥에서 경험되는 콘텐츠를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 둘째, 이러한 콘텐츠를 어떻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보유할 것인가 셋째, 뉴스를 넘어선 뉴스 즉, 뉴스 복합 콘텐츠의 레이아웃을 기획하기 위한 투자와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

현재 종이신문의 섹션과 기구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으로 쪼개져 있다. 그러나 발전하는 시장을 장악하는 외부의 콘텐츠 및 플랫폼 기업들은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직 비디오, 게임 등으로 전략화, 집중화하고 있다.

종이신문의 콘텐츠 혁신은 이러한 기업들을 따라갈 이유는 없다. 다만 미디어의 진화 속도와 양상을 고려할 때 종이신문이 고수했던 콘텐츠에 지금도 집중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코끼리 뉴스’와 같은 삶과 밀착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수고를 들여야 한다.

종이신문이 가진 기반들인 종이(오프라인), 인터넷(온라인)은 물론이고 우리 눈앞에 다가온 DMB 등 유비쿼터스 환경의 국면에서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진로는 동물원-학원-병원-지하철 등 공간에 진입하는 이용자들의 동선을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과연 종이신문에게 미래는 있는가? 저널리즘(오피니언)이 실종되는 뉴미디어에서 영향력은 유지될 것인가? 비관적인 자승자박을 끝내고 몸과 마음을 진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래야 콘텐츠가 보이고 희망이 탐조된다. <끝>

출처 : www.umedia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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