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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편 싸움하는 정치웹진

by 수레바퀴 2005. 8. 11.
 

이제 곧 언제 어디서나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U 폴리틱스’가 도래한다. 한국전산원은 지난달 ‘정당활동 지원시스템’ 구축작업에 들어가 열린우리당ㆍ한나라당 등 각 중앙정당과 국회위원회·지역 지구당간 영상회의 및 영상전화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각 정당들은 ‘디지털정당’으로의 혁신을 계획하면서 이미 본격적인 사이버정치 모드로 진입한 상태다.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 됐고, 일부 정치인들은 인터넷신문 등 정치웹진에 필자로 참여하는 등 네티즌들과 교감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지털 전쟁 본격 점화

특히 대선에서 연거푸 실패한 것을 인터넷 여론전에서 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한나라당은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김문수, 남경필, 전여옥 의원 등 소속 의원 10여 명은 한나라당 홈페이지의 ‘한나라칼럼’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스스로 ‘정치웹진’을 만든 것이다.

다양한 이벤트와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했던 디지털정당위원장인 김희정 의원은 “당론과 다른 자유분방한 의견이 키 포인트”라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라야 네티즌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밀리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지난번 자체보고서를 통해 “당 홈페이지 정상화, 당 홍보라인 일원화, 지식기반 정당 시스템 구축, 포털 대응방안 및 온라인 의정활동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쇄신방안을 마련했다.

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디지털 전쟁 아직도 우리는 승자인가’라는 자료를 내면서 “당의 자세와 의지에서 일대 전환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의원 홈페이지는 ‘올드 모델’인데, 신형 모델인 싸이월드나 블로그에서 우리당이 열세”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각 정당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인터넷 전략을 전담하는 보좌진이 생기고 있다. 또 우리당 이광재·임종석 의원,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원희룡 의원 등은 모바일을 이용 홈페이지나 정보 전달에 뛰어 들었다.

정치웹진 우후죽순 난립 시대

이런 가운데 정치현안과 관련된 정보와 칼럼을 전하는 정치웹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정통 인터넷신문과의 틈새 영역에서 나름대로 사이버 폴리틱스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 정치웹진은 내로라하는 논객들의 정치현안 토론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대립각을 형성해 여론시장에서 무시 못할 존재가 돼 있다. 현재 정치 웹진은 네티즌과 지식인, 그리고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심지어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 운영하는 곳까지 5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정치웹진이 당파성에 치우친 나머지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고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지지·비판하는 경향은 강화되고 있다. 또 정치권도 이들 매체에 대해 거리감을 두기보다는 활용하려는 측면도 적지 않아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정치웹진들은 이미 그 성향이 치우쳐 있다. ‘서프라이즈’, ‘노하우21’, ‘라이브이즈닷컴’, ‘참여정치연구회’ 등은 친노 개혁성향, ‘뉴라이트’, ‘기자 조갑제의 세계’, ‘프리존’, ‘짱노’, ‘민주코리아’ 등은 보수 반노성향으로 파악된다.

또 여기에 친민주당 개혁성향 ‘남프라이즈’, ‘중프라이즈’, ‘이너모스트’, ‘e-아고라’, ‘폴리티즌’이 있고, ‘OK좋은나라닷컴’은 친한나라당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밖에도 진보성향을 띠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영원한 재야 ‘장기표’ 씨가 필자로 참여하고 있는 ‘사이버정치마당’도 손꼽힌다.

서로 편가르기만…객관성 실종

지난 대선 당시만 하더라도 ‘노사모’ 등 친노 성향의 논객과 웹진들이 득세했지만, 탄핵정국 이후부터 반노 보수 성향의 웹진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후 대북특검 수용, 이라크 파병, 신당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지층이 이탈했고, 특히 호남-DJ 지지자들의 반발로 해석된다. 결국 친노 세력의 중심이던 ‘서프라이즈’는 ‘동프라이즈’, ‘시대소리’, ‘남프라이즈’로 분화됐고, ‘동프라이즈’는 다시 ‘남프라이즈’로 쪼개졌다.

이 가운데 ‘서프라이즈’는 노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헤아린다는 논객들과 우리당 국회의원들의 글이 쏟아져 독보적인 인기를 모으는 곳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몇몇 386 의원들을 중심으로 노 대통령이 즐겨 찾는 사이트에서 글을 쓰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또 노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옹호하는 글들만 다뤄지고 있고, 비판글은 아예 차단해 일방적인 여론만 통용된다는 볼멘 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노 대통령 집권 이후 서프라이즈 일부 논객과 청와대 인사가 만난 소식이 알려지면서 도덕적인 상처도 입었다.

새로운 보수의 기치를 내건 뉴라이트는 그 반대로 노 대통령과 우리당 비판 인사들의 글만 게재해 눈총을 사고 있다. 우리당의 한 386 의원은 “’뉴라이트=반노’라는 컨셉은 한마디로 실소를 자아내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즉, 뉴라이트가 집권에 성공한 386 세력 일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등 정치웹진의 정체성을 특정세력 격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덧셈과 삶의 정치로 승화해야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일부 정치웹진이 자기들 구미에 맞는 글을 싣는 것 그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개혁이나 보수나 지식인들 전체가 당파성에 매몰돼 편향된 정보만을 강요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치웹진과 논객 사이트들은 아직 매체적인 정의가 되지 않은 ‘신생 미디어 양식’으로 아직 다듬어나갈 것이 많다.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는 “스스로 아젠다를 만들어내던 초기의 정치웹진들에서 많이 변질돼 있다”면서, “여의도 정치논리에 종속돼 휘둘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비슷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끼리 자기만족적인 콘텐츠를 양산하면서, 흑백논리에 매몰돼 대중의 외면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기계적인 중립성을 답습할 필요는 없지만 차별화된 저널리즘을 표현해야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나온다”면서, 운영자와 이용자들의 성찰적 자세를 주문했다.

한국 사회의 복잡다단한 가치체계와 문화적, 세대적, 지역적 차이들을 심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다루면서, 정파의 논리가 아니라 덧셈과 삶의 정치로 연결시킬 때 생명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조언은 정치권과 정치웹진 이해 관계자들이 음미할 대목이라고 하겠다.

최진순 한경미디어연구소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2005.8.8.

덧글 : 본 포스트는 해당 매체의 허락없이 퍼가서는 안됩니다. 원래 이 기사의 제목은 "U 폴리틱스 시대 도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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