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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그 많던 '노빠'는 어디로 갔는가?

by 수레바퀴 2005. 6. 29.
“열린우리당은 핵심 지지층이 없는 정당이 됐다”.

 

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최근 “우리당 지지율의 급속한 하락은 외연의 축소가 아니라 핵심 지지층의 붕괴에 따른 것”이라면서, “낮은 지지율 등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한 후 완전한 재출발”을 요구했다.

 

유 의원의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인터넷 공간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인터넷은 ‘노사모’와 개혁 성향을 견지하는 ‘논객’들의 무대로 집권 초기 이들의 열렬한 지지가 뒷받침됐다.

여의도에서 대선승리 1주년을 기념해 노사모가 주최한 "리멤버1219"행사에 참석한 노무현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 이후 친노(親盧) 사이트들은 현안에 따라 사분오열하면서, 그 영향력도 줄어들어 여권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북송금 특검법 수용,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 민주당 결별 등의 과정은 반노 기류의 대표적인 기폭제로 분석되고 있다.

 

또 집권 중반 전후 과정에서 측근들의 비리 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지지층의 급속한 이탈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과거 탄핵 정국서 여론향배를 좌우한 노사모, 서프라이즈, 오마이뉴스 등 참여정부 지지층을 결속시켜 온 친노 사이트의 영향력도 예전만 못하다.

 

■정치냉소·반노 흐름

 

인터넷 순위 사이트 랭키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인터넷신문 데일리서프는 전반적인 하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오마이뉴스는 한때 ‘주간 일 평균 방문자수’가 50만명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18만여 명까지 떨어졌다. 정치웹진 분야에서 군림하는 서프라이즈도 전체 순위와 방문자수가 감소해, 현재는 6만여 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서프라이즈 논객 김동렬 씨는 “서프라이즈가 잘 안되는 것은 한 마디로 여당의 개혁이 부진하고 내세울만한 스타도 부재한데 있다”면서, “여기에다가 게시판 ‘알바’도 늘어나고, 차기 대선 주자를 둘러싸고 논객들마저 줄서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며 최근의 난맥상을 우려했다.

 

그는 “논객들의 힘이 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사기저하는 집권당이 어떻게든 새로운 혁신을 실천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에서 친노 세력 침체는 일시적인 것으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가 누가, 어떻게 부상하느냐에 따라서 곧 만회될 것”이라며 낙관했다.

 

이에 대해 브레이크뉴스 전 편집장 변희재 씨는 “그동안 개혁 성향 네티즌들은 반한나라당 정서에 기대어도 수월하게 주도권을 쥘 수 있었지만, 이 같은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면서, “인터넷 여론은 단순해서 참여정부의 각 정책별 실패가 이어져 반노(反盧) 경향이 걷잡을 수 없이 누적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올해 들어 노 대통령이 독도 발언 등으로 한때 급상승세를 탔지만, 최근 한일정상회담처럼 발언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더욱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남북정상회담 등 큰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으면 인터넷상에서 정치냉소와 반노 흐름들을 역전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반노 성향 또는 중도 보수 계열의 매체가 늘어난 것도 주목될만한 현상이다.

 

지난해 4월 창간된 인터넷신문 ‘데일리안’ 등 중도 보수 매체들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처럼 정부의 주요한 정책들에 대해 반박하는 논조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더욱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 개혁 성향 네티즌들의 전유물이던 패러디물도 주역이 뒤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변희재 씨는 “기존의 친노 매체와 논객 사이트들의 담론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강도 높은 정권 비판 콘텐츠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인기를 끌지 못하는 데 있다”면서도, “사실 반노 매체들은 많아졌지만, 곧바로 한나라당 지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청·당 인적쇄신 목소리 높여

 

한편, 과거 노사모처럼 한 정치인에 집중돼 여론이 조성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지지가 아니라 다원적인 관점이 우대되는 한국사회 전반의 권력분산 흐름과 연결된다. 특정 사이트나 논객에 치중되는 것은 담론 수준을 높이는 데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외면 받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인터넷신문 대표는 “정권의 지지도와 인터넷 매체 및 논객들간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면서, “참여정부가 못하고 있어서 지지 매체의 접속률이나 논객들의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당시 광화문빌딩앞에서 개표상황을 보며 환호하는 노사모 회원들.

그는 또 “보수 중도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당파적인 부풀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나라당 디지털 전략 수립과 관련 조언을 아끼지 않은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는 “‘노빠’ 사이트라고 불려온 우리 홈페이지의 10~20대 젊은 층들 게시물을 봐도 민심이 참여정부를 완전히 떠났다. 더 이상 ‘노빠’는 없다”며 정면 반박했다.

 

김 대표는 이어서 “다음 대선 때도 이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어떤 현안이 나와도 지속적으로 노 대통령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게 요즘 인터넷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우리당의 한 386 의원은 “우선 청와대와 당의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 여론의 핵심이 그것 아니냐”며 ‘처방책’(?)을 내놨다.

 

김동렬 씨도 “솔직히 노 대통령 측근들은 탄핵사건의 종결과 동시에 2선 퇴진해야 했다”면서, “네티즌에게 감동을 줄만한 인재등용의 문이 막혀 있다”고 동감을 표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과 우리당의 든든한 지지 기반인 인터넷 여론이 급변하고 있어 조기에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나라당의 인기가 박근혜 대표를 향한 동정론에 기초한 ‘거품’에 불과하다는 낙관론과, “백약이 무효인 상태”라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 뚜렷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의 위기는 온라인에서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2005.6.27. 주간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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