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 이후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보수성향 시민단체 들의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정치권 외곽에 자리잡기 시작한 뉴라이트 운동이 대권 주자들과의 연관설과 함께 점차 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486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와 지난 4월 충청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한 ’뉴라이트 충청포럼’을 필두로 서울, 충북, 대구 등에서 지역포럼을 결성한 뒤 8월 출범 예정인 ‘뉴라이트 전국연대’, 그리고 6월 30일 출범식을 한 ‘뉴라이트 전국연합준비위‘(대표 김진홍 목사) 등 분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우선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북한민주화 네트워크, 한국기독교 개혁운동(준) 등 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자유주의 연대’는 출범 이후 한나라당 소속 일부 의원들과 개별 접촉을 하는 등 물밑 활동을 벌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뚜렷한 정치적 색깔을 나타내고 있지 않지만, 정가에서는 대북문제에서 유연한 입장을 취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표도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면서 화답한 바 있는 데다 한때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의지“라면서 자유주의 연대의 모색을 높이 평가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박세일 전 의원의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이 ‘수도이전 반대’로 정치현장에서 후퇴하면서 접점이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자유주의연대 한 관계자는 “진정한 보수 우파 혁명을 위해선 과거와도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하며 포퓰리즘 정치는 배격해야 한다”면서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일부 대권주자 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권 주자들과의 ‘빅딜설’이 나도는 최근 뉴라이트 운동조직 들에 대해 금 긋기를 시도하면서 ‘선(先) 사회이념운동-후(後) 정치결합’ 노선을 재강조했다. 자유주의연대 측은 “뉴라이트 전국단체를 표방하는 두 조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정치인들과 뜻을 모은 적도 없고 공동행동을 도모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대선서 일정역할 포석
이처럼 자유주의연대가 조심스런 행보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뉴라이트 전국연합준비위’는 출발부터 참여자들의 면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공동대표 장기표), ‘수도분할반대 투쟁위원회’(공동대표 박계동, 심재철)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전국연합(준) 측은 시민운동에 목적을 둔 운동이지 현실정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도이전 반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나라당 수투위 출신 의원이 발기인대회에 대거 참석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재오, 박계동, 김애실 의원 등은 대표적인 ‘이명박계’이므로 언제라도 연결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장기표 대표는 “운동본부는 이명박 시장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수도분할에 반대하는 순수한 시민단체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김진홍 목사도 ”뉴라이트 운동을 정치운동으로 보고, 한나라당 쪽에 줄을 서서 정권 교체를 꿈꾸는 시도라고 보는 시선이 있는데 이는 오해 중의 오해“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수투위가 운동본부에 공식 참여하고 있고, 향후 운동도 함께 해나간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나라당내 수도이전 반대파' 등이 한나라당 박 대표 책임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 외곽의 압박카드가 될 공산이 농후하다.
자민련 출신 중부권 출신 정치인들이 참여, 지난 4월 12일 출범한 ‘뉴라이트 충청포럼’은 ‘뉴라이트 전국연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충청 지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분열된 지역정서를 규합하고 이념적으로는 정통보수를 회복해 2006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겠다는 전략이다.
일부에서는 충청포럼이 이미 ‘2005년 말 신당 가시화’를 선언한 심대평 충남지사 측의 중부권 신당론 및 고건 대망론과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충청포럼 한 관계자는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 중이므로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다.
특히 중부권 신당론과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국연합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지만 최근 정치권의 신당논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여운을 남겼다. 재기를 노리는 이인제 의원도 “중부권 신당 움직임은 새로운 불꽃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정형근 의원 등 영남 보수층 일각에서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통한 정권창출 논의도 뉴라이트 운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과거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이회창 전 총재의 복귀 시나리오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조갑제, 황장엽, 서정갑, 이동복 씨 등의 정통보수 규합설까지 제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보수 층을 중심으로 한 각개 약진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3선 의원은 또 다른 ‘분열’이라고 진단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현재 여권에서 내각책임제, 선거구제 개편 등 다양한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는데 당장의 이해관계 때문에 오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력간 주도권 다툼 치열해질 듯
열린우리당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기류다. 우리당의 한 386 의원은 “참여정부를 좌파로 매도하고 있는 것은 수구세력의 주장과 같다”면서 “한나라당 대권주자군의 각축전으로 뉴라이트 세력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유주의연대 등 기존 뉴라이트 추진 세력은 현재 정파와는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체 보수 층을 함께 결속시켜가야 한다는 쪽과 정통 보수세력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는 쪽이 본격적인 세 겨루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과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짙은 한나라당 대권주자 들의 ‘짝짓기’가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최진순 한경 미디어연구소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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