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사이버 공간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면서, 주 활동 영역이 온 라인으로 옮겨간 듯한 양상을 띠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인의 프로필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던 홈페이지들이 블로그와 미니 홈피로 발전하면서, 활발한 정치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을 기점으로 더욱 관심이 커진 인터넷 정치에 대한 정치권의 각별한 관심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의견 교환에서 정치적소신 피력까지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이 당론과 배치되는 소신을 피력하거나 상대 당 또는 동료 정치인과 갑론을박하는 이른바 ‘리플 정치’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는 ‘광화문 현판 교체’에 대한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과 유홍준 문화재청장 사이의 공개서한. 김 의원은 1월 26일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kimhyongo.do)를 통해 유 청장에게 “승자에 의한 역사 파괴로 보여지는 광화문 현판 내리기는 안 된다”며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유 청장은 다음 날 “현판 교체 건은 이미 1995년에 계획된 것”이라며 “광화문은 정치적 맥락과는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대 67학번 동기 동창 사이인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 김 의원이 “광화문 현판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는 지금부터”라는 세 번째 서한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아산이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복기왕 의원이 “현충사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같은 곳”이라고 언급했던 유 청장을 비판하는 일도 생겼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은 물론이고, 소신을 피력해 당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하고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전여옥 사이버 스테이션 오케이 톡톡’으로 명명된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박근혜 대표를 비판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뺑덕어미 보듯 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 당 대변인이라는 당직 때문에 당 연찬회 때 할 수 없었던 소신을 인터넷으로 공개한 셈이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블로그(blog.naver.com/wonheeryong.do), 이재오 의원 홈페이지(www.leejo.net) 등은 당론과는 다소 다른 ‘속마음’을 전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두 의원은 한나라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들을 잇따라 게재해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비평해 관심을 모은 이계진 의원 블로그(blog.naver.com/kjl533)는 방송인 출신답게 비주얼하고 문화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처럼 정치인의 솔직한 감정이나 주장이 부쩍 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미니홈피에는 1년여만에 230만명 가량이 방문했다. 이러한 열기에 고무된 한나라당은 네티즌들을 잡기 위한 전략 수립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 돌출 발언 등 개인적인 노선을 사이버에서 잘 드러내는 반면,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앞선 우리당의 ‘온라인 전략’은 인기 정치 웹진이나 관련 시민 단체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 여야 국회의원 온라인 특징














구분열린우리당한나라당
활동 성향노선 지향
(이데올로기)
개성 노출
(퍼스낼리티)
콘텐츠 성향논리적·구체적인간적·감정적
장점유명 정치인 중심·시민단체 등 정치사이트 연계현안 반응 즉시성·당대표 등 지도부 적극성



‘유시민의 인터넷 진지’로 이름 붙여진 유 의원 홈페이지의 자유 게시판에 오르는 게시물 수는 하루 평균 200개를 훌쩍 넘고, 개인 의견을 담는 ‘아침편지’는 평균 수 만 건의 조회를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 당권 도전 여부가 주목되는 국민참여연대 명계남 의장의 블로그(blog.naver.com/bionuno.do)는 지난해 개설 당시 지지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던 곳 중에 하나이다.

특히 386 그룹이나 475 세대 등 노선별로 분화한 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경우 함께 교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970년대 긴급조치 세대 출신인 노영민, 노웅래, 민병두, 선병렬 의원 등 12명은 아침이슬(www.morning70.com) 블로그 안에 모여 있다.

200여명의 정치인 홈피운영

현재 홈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www.nanjoong.net) 등 약 200명으로, 이 가운데 블로그는 약 60곳이다. 또 상당수 정치인들은 블로그는 물론이고 카페, 홈페이지 등 2~3개 이상의 사이버 영토를 갖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인터넷을 선점했던 우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두드러지는 데 최근 블로그 열풍에 따라 종전에 운영하고 있던 홈페이지는 부실해지는 경우도 생겼다.

한편, 온 라인 활동에서 알게 된 네티즌들을 오프라인으로 초대해 적극적인 정치 접목을 시도하는 정치인들도 늘고 있다. 우리당 구당권파를 대표하는 신기남 의원(blog.naver.com/its_reform.do)은 오프라인 재기에 앞서 블로그로 조용히 기지개를 펴다가, 지난 달엔 이웃 블로거들과 직접 만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넷심’을 파악하고 함께 하는 것이 현대 정치 행위의 중요한 측면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례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인터넷 정치 강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이른바 4대 입법 협상 과정에서 ‘처리 지연’ 의혹에 휘말렸던 법제사법위원장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 사이버 공간(www.choiyh.com)은 당시 네티즌들의 항의 글로 몸살을 앓았다. 언론사 기자 블로그에서 제기된 의혹으로 잇딴 시련을 겪고 있는 우리당 김희선 의원(www.imhere4u.or.kr)의 경우, 안티 팬과 지지자 간의 충돌 장으로 변질됐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블로그 등 사이버 공간으로 정치인들의 진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현안에 대해 유권자인 네티즌들과 생산적인 소통 공간은 부재하다”면서 “표에 대한 욕망이 커지면서 대안제시보다는 선정적인 측면으로 흐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정치 문화 발전을 함께 짊어진 네티즌들과 머리를 맞대는 진정성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

여하튼 간에 정치권은 앞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온 라인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돼 사이버 폴리틱스는 계속 논란 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최진순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2005.2.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