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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우리당 지도부 공백 부른 노선투쟁

by 수레바퀴 2005. 1. 12.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1월 3일 4대 입법 처리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과 관련 일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했다. 이 의장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하지 않고 개별적 집단적 이해관계에 집착하며 과격 상업주의의 타성에 젖어 있는 과격노선과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당내 ‘강경파’를 겨냥했다.

이는 여권 내부에 복잡한 갈등의 골을 짐작케 하는 단면으로 “이 의장 등 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지도력 부재는 인정치 않은 채 (향후 당권경쟁을 의식해) 당내 개혁세력에게 책임만 전가하고 있다”는 ‘강경파’의 현실 인식과 거리가 멀다.

 

우리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강온 노선 경쟁은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이하 안개모)’ 출범에서 본격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안개모 출범 후 당 지도부와 중진 일각의 느슨한 법안 처리 태도 등 심상치 않은 행보가 자주 목격됐다”고 주장했다.

사실 당 지도부의 이른바 속도조절론, 대체입법론 등은 안개모를 비롯 당내 중도ㆍ보수 성향 중진들을 중심으로 뒷받침됐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속도와 강도의 조절이 필요하다”면서, “개혁주체세력은 더 많이 희생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타협론’을 옹호했다.

재야파·386·친노그룹 내부서도 시각차

이처럼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된 당내 각 계파간의 시각 차이가 현저해진 것은 중진그룹들의 부상 때문이다. 이들은 국보법 대체입법 등 ‘3 + 1’안을 수용한 대표적인 세력군으로 여기엔 임채정 의원 등 재야파, 염동연·문희상·유인태 의원 등 친노그룹, 정세균·이강래 의원 등 당권파가 망라돼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도부의 국보법 폐지 연내 유보방침을 어렵고 힘든 결정”이라며 추켜세운 친노그룹인 이광재 의원의 실용적 노선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1970년대 긴급조치세대 모임인 ‘아침이슬’, 이인영·이경숙 의원 등 재야파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 김원웅·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파는 국보법을 연내에 폐지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꺾지 않으면서 240시간 농성투쟁을 주도했다. 당권파 중에서는 천정배 전 원내대표가 이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 여기에 소장파인 임종인·정봉주 의원이 가세했다.

이러한 ‘내분’양상은 한나라당의 ‘이철우 의원 간첩설’의혹 제기,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등은) 천천히 풀어가도 된다”는 발언을 거치면서 계파간 미묘한 의견 차이가 양산되는 등 한바탕 홍역을 겪었다.

먼저 한나라당의 이철우 의원 ‘간첩설’의혹 제기는 우리당 내부에 잠시 강경파의 힘을 실어주는 계가가 됐다. “한나라당은 시대착오적인 ‘색깔공세’를 중단하라”고 중도파를 포함 우리당 전 계파가 일사불란한 모양새를 취하며 ‘이철우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흥정과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강기정 의원은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국보법 직권상정’등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또 당 외곽에 있던 이기명 노무현대통령후원회장 등 친노 그룹까지 가세하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안개모는 “이철우 사건으로 상당히 흥분돼 있는 상태”이지만, “국보법 문제는 신중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강경파 주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또 노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 의원 등은 “지금은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며 지도부를 감쌌다.

 

여기에 노대통령의 발언은 386 그룹 내의 동요를 불러 일으켰다. 386 의원들마저 “국보법 폐지라는 원칙에는 찬성하나 지도부에 협상의 재량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 흘러 나왔다. 중앙위원들을 제외하면 진보개혁파로 분류된 ‘아침이슬’, ‘참여정치연구회’, 일부 재야파 의원들의 지도부 비판도 강도가 약해졌다.

짝짓기 뒤 당권 전면전 본격화 예상

농성에 참여한 한 의원 보좌관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쇼맨십을 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받는 등 불순한 의도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당내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이 “거대 야당이 있는 의석 분포를 감안할 때 국보법 폐지 연내 처리가 어렵다는 걸 미리 알면서도 국민들만 선동해놓고 있다”는 ‘현실’을 내세운 비난도 만만찮았다.

이처럼 국보법 당론을 정하고, 연내처리 불가에 이르는 과정에서 진행된 우리당 내부의 논란은 개혁의지 후퇴라는 의문부호를 낳으면서 충돌을 격화시켰다. 김형주 의원은 “우리는 국보법이 당의 정체성을 가르는 중차대한 문제로 보기 때문에 지도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선병렬 의원은 “국보법 연내 처리는 소장파의 당론이 아니라 우리당의 당론 아니냐”, 정봉주 의원은 “우린 강경파가 아니라 원칙을 지킨 당론고수파”라며 온건파와 마찰을 빚었다.

 

한 386 의원은 “결국 (지도부 퇴진 사태는) 당의 체질을 조기에 변모해 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개혁입법 처리에 나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당의 정체성 회복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여권 한 중진 의원은 “이번 협상과정은 당권경쟁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경쟁’이었다”면서, “지난해 11월 중순 반(反)안개모-비(非)참정연을 밝힌 노사모 중심의 국참연이 개혁 선명성을 내세우며 친노 그룹인 참정연과 분화되는 전선을 형성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개모 등 당내 온건-중도파의 저변이 확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386 그룹 및 친노 강경파 사이의 노선갈등이 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돼 중도성향의 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공산도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노 대통령이 “올해는 원칙을 중시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우선 당정분리 원칙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한 점도 ‘강경파’의 입지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즉, 당권 경쟁이 조기 점화할 것으로 보이는 당과는 일정한 거리를 둬 ‘노심(盧心)’을 둘러싼 파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국정연, 참정연, 바른정치실천연구회, 안개모 등 각 계파에 무언의 압력으로 행사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우리당은 2월 열리는 임시국회 때까지는 입법 협상 파고를 함께 넘는 등 내부적으로 한 호흡을 정리한 뒤 전면적인 당권 경쟁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계파별 탐색전과 짝짓기가 여하한 수준으로 격상되느냐에 따라 날카로운 대립각들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200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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