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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실용주의'가 '개혁'을 농락하다

by 수레바퀴 2004. 12. 31.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등 집권세력의 최근 제안들은 '실용주의'로 압축된다. 노대통령 측근들과 우리당 중진의원들 사이에서 '실용주의' 노선이 자주 언급되고 있어서이다.

이때문에 지지자들 사이에서 여권 핵심의 실용주의는 개혁후퇴의 조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노대통령의 정치노선이 원래 실용주의라면서 국정기조의 변화가 아니라고 부인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기용하는 것은 심상찮은 흐름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실용주의 그 자체보다는 실용주의에 이르게 된 대목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집권세력이 舊기득권에 밀린 나머지 '개혁'을 할 수 없는 또는 개혁의 내용에 수정을 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자괴적인 분석도 나온다. 현실 정치라는 것은 '수'의 정치라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인만큼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실용주의는 진보와 보수의 공약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리에 따르면, 수구냉전세력이 그간의 보수이데올로기에 '반성'의 재료를 녹이고, 그리고 현 집권세력의 개혁노선에 '속도론'을 첨가하면 결국 '실용주의'로 맞닿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사실 진보든 수구든 실용주의를 표방할 수 있다.

문제는 실용주의 그 자체가 아니라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다. 특히 지지자들을 모욕하는 차원의 정치행위다. 한국자본주의에 대한 집적된 비판은 '천민자본주의'라는 테제에 있다. 빈부격차의 심화-사회적 양극화 현상은 박정희 개발독재의 모순성에 치명적 사망선고를 날린 IMF 구제금융 이후 더욱 심화했다.

그후 DJ-노무현으로 이어진 비주류세력의 집권은 IMF라는 경제적 고비가 억제된 민주주의를 복원시키면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집권한 두 지도자는 그간의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IMF-에서 DJ는 대북포용정책을 구사했고, 노대통령은 사회개혁을 추동하고 있다.

즉, 노대통령의 시대정신이 개혁이라는 점은 의심할 수 없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집권 초기 거대 야당에 밀리면서 '대북송금 특검법'도 수용하고, 제대로 된 개혁을 구사하지 못하면서 허둥대다가 탄핵까지 맞게 됐다. 이후 노대통령의 특유의 정면돌파로 총선승리를 이뤄내자 지지자들은 한껏 고무됐다.

그러나 우리당은 의회에서 한나라당에 '중과부적'의 한계를 드러내는 무능함을 보였고, 지지자들의 우려와 개탄의 소리에 직면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의 보수화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데도 실용주의로 비쳐지는 등 정치적 주도권까지 잃었다.

이제 와서 집권세력 내부에서 실용주의를 운운하는 동안 사법-행정 등 각 부문에서 보이지 않는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집권세력은 고의성까지 의심되는 사법부의 판결로 의회의 과반수를 잃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고, 경찰-교육-지자체 등을 가리지 않고 집권세력을 향한 린치에 무방비 상태다.

신자유주의에 의존한 나머지 장기간의 불황 국면을 되돌리려는 집권세력의 노력에 대한 감정적 불신과 훼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역기반이 불분명한 참여정부의 '지역개발정책'이 '지역이기주의'-'지역갈등'으로 심화하고 있어 노무현의 가치-지역감정 타개를 위해 노력한 정치인-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무얼 해도 들어맞지 않고 진척이 없어 '개혁 피로감'에 '집권세력 불신'이 한해에 기승을 부렸다. 이런데도 권력 핵심은 실용주의를 무기로 내세울 것이 유력하다. 집권세력의 내부 그룹중 386 운동권의 일부도 이미 그 노선 속에서 '4대입법' 전투장 안에 보이지 않는 등 내부의 노선 균열도 구체화하는 양상이다.

현재 한국정치에서 실용주의가 성과가 있으려면 구기득권의 반성적 실용주의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실용주의를 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공세화한다. 순서가 맞지도 않을 뿐더러 내용적으로도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의 함량에 미치지 못하는 쭉정이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결국 오늘 한국정치, 더 엄밀하게는 집권세력의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없으면, 수구냉전적 관점과 세력에 의해 실용주의(라는게 있다면) 그 자체마저 산산조각날 공산이 크다. 이 금쪽같은 개혁세력의 집권기간을 허비한다면 그 누가 '개혁'을 신망할 것인가?

 

2004.12.31.

출처 : www.dailyseopri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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