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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대통령의 개혁 책임

by 수레바퀴 2005. 1. 7.

극도의 '개혁 피로감'과 '상실감'이 참여정부 지지자들에게 엄습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도 확산되고 있다.

대북송금 특검법 수용, 이라크 파병, 개혁입법 처리 무산,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주미대사 내정, 이기준 교육부총리 임명 등 정권 출범부터 최근까지 지지자들의 정의(情意)를 훼손시키는 사안들 때문이다.

이것은 참여정부가 전개하는 개혁의 진로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사실 대북송금 특검법과 이라크 파병은 국내외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 대목은 지지자들에게 일정한 수준에서 수렴될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 처리 무산과 중앙일보 홍회장의 참여정부 동승(同乘), 이기준 교육부총리 '고집'은 참여정부의 무능과 오류, 기만으로 해석될 여지가 농후하다.

국보법 폐지는 할 수 있다면 가능한 것이었고, 못한다면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을 기대감으로 고무시켜 놓고선 당은 사분오열하고 말았다.

또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기용은 참여정부 정체성에 대한 심중한 혼란을 던졌다. 집권세력 일각에서 제시되는 '실용주의'가 현실화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보수진영을 향한 일방적 구애로 비쳐졌다.

최근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사(人事) 과정의 진통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부총리에 대한 여러 의혹들은 참여정부의 브랜드와 콘텐츠를 추락시킬 수 있었는 데도 이를 '무성의하게' 결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권세력의 인사 및 개혁조치들이 번번히 지지자들을 모욕시키고 있지만, 노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지지자들을 설득하거나 보상하는 실질적 조치를 행사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지자들은 두 번 실망하고 있다. 우선 개혁이 실종되고 있는 점,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지지자들에게) 충분한 위로-개혁에 대한 열정과 집념을 포함해서-조차 없는 점에 따른 것이다.

지지자들은 이 시대가 참여정부의 시대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등 자기 혼란에 직면해 있다. 의석 150여석으로 이뤄 놓은 것도 없고, 지지도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개혁’이 아니라 ‘실용주의’에서 찾고 있다.

또 집권세력은 ‘지지 계층’과 커뮤니케이션하기보다는 지난 시절의 기득세력과 조우하는 기회를 늘리고 있다. 열정을 지녔던 지지자들의 소외감도 만만찮다. 더 이상 지지자들과 격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노대통령 자신에게 지지자들의 개탄과 항의가 쏟아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노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직접 위로해야 할 때라고 본다. 지지자들은 여전히 ‘노무현’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정 분리라는 엄연한 원칙의 천명에도 우리당의 부조리함은 고스란히 노대통령에게 부채로 연결되는 시점에서, 떠나는 지지자들을 되돌릴 '노무현 주연의 드라마'가 필요하다.

앞으로 집권여당은 당권과 차기 대권의 분위기로 과열될 수밖에 없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당이 당분간 개혁의 진정성에 충실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지지자들을 대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때문에 지지자들의 좌절감은 더 커져 갈 것이고, 그럴수록 노대통령을 향한 비판과 기대도 함께 고조될 것이다. ‘개혁의 전도사’로서의 노대통령이 보다 더 많은 정치행위와 장면에 등장해야 할 원리도 명백해진다.

그러나 우리당에 실망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번민은 이 지점에서 투사된다. 참여정부 집권 기간 동안 ‘노무현’이라는 에너지를 남김없이 ‘개혁’에 써서, 구시대의 막차로 떠나보내야 하는 ‘노무현’ 호의 운명에 대한 서글픔 때문이다.

이 난마 같은 정국을 푸는 노대통령의 카드가 늦기 전에 지지자들에게 제시돼야 한다.

2005.1.7.

 

출처 : 데일리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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