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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마지막 요구'

by 수레바퀴 2004. 12. 23.

지지자들의 열린우리당 비판이 극점으로 치닫고 있다. 분기탱천한 지지자들은 우리당에 더 이상 애정의 화살을 보낼 것 같지 않다. 그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국가보안법 폐지없는 개혁없다"는 것이다.

이참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보안법은 다수결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한 걸음 더 나서며 우리당 지지자들을 자극한다. 우리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파동'으로 보안법 폐지의 호기를 잡았던 우리당은 스스로 주도권을 상실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지지자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이런 정당에게 갈채를 보낼 '바보'는 없다.

이번 일로 우리당은 결국 150석의 국민적 '힘'을 발휘하지도, 할 수도 없는 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보안법 폐지'는 우리당의 정체성, 나아가 죽느냐, 사느냐의 테제이다.

스스로 무너지는 당은, 당을 일으켜 세우는 것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쪼개진다. 더 늦기 전에 우리당 지도부는 이번 일에 대해 설득력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보안법 폐지를 못해도, '여야 합의'를 다시 뭉개도 따가운 여론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초현실주의적인 '합의'를 파기하는 편이 낫다.

이런 가운데 노대통령과 여권 핵심은 국정기조가 개혁보다는 통합으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단 '국정기조'에 새삼스런 변화가 있을 수 없다며,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하는 '경악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지지자들은 이 대목에서도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야 했다.

이번 人事는 여러가지 억측과 계산법이 오고 가지만, 노대통령 집권 초기 대북송금 특별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함'을 뛰어 넘는 권력 핵심의 '선택'과 '집중'이 지배한 흔적이 짙다.

그러나 국내 보수파를 껴안거나 미국의 보수파와 대화창구를 원만히 확보한다거나 하는 서술은 지지자들의 '충격'을 달래지는 못할 것 같다.

중앙일보는 노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물론이고 '개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도한 反盧 매체 중 하나였다. 경영과 편집이 분리돼있다는 고색창연한 확인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은 홍회장을 (개혁의 장도에)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개혁'이 과연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 근원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지지자들 또는 제3자가 보기에도 이 전격적인 인사에 따른 원치 않는 부담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처럼 노대통령과 우리당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최근의 작품들은 지지자들에게 개혁에 대한 안도보다는 무력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고도의 전략인가, 아닌가에 대한 비평의 텍스트는 논외로 하겠다. 다만 이제 노무현號는 한국사회에 보다 구조적인 개혁을 열망하는 지지자들에게 상당한 빚을 지게 됐다.

지난 탄핵국면과 총선에서 지지자들은 노무현號를 부활시켰다. 거기에다 이번의 빚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대통령과 우리당이 심기일전해서 본때나게 '개혁'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자면 보안법 폐지 외엔 지지자들의 충격과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 거기서부터 개혁세력의 장기집권을 향한 범개혁연대도 가능하다.

"국회에서 (연내에 개혁입법을) 완수하기 전까진 우리를 찾지 마라" 지지자들의 마지막 요구다.

 

2004.12.23.

출처 : http://www.dailyse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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