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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운동권 의원들 서로 갈라지나

by 수레바퀴 2004. 12. 23.

한나라당 보수파의 표적이 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은 1987년 결성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의 1기 멤버로 정책위원을 지냈던 대표적인 ‘전대협 세대’국회 의원이다.

이 의원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 싼 정치권의 갈등에서 불거진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성격을 ‘좌파’로 규정해 온 보수 진영의 총공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참여 정부 내각과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회까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진출해 개혁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 의원처럼 전대협 출신이 정치권 전면에 부상한 데 대해, 한국 정치 주류의 교체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랐다.

현재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전대협 1기부터 3기까지 의장을 지냈던 열린우리당 이인영(고려대 84학번), 오영식(고려대 85학번), 임종석 의원(한양대 86학번) 등이 대표적이다. 1987년 6월 항쟁과 이후 통일 운동을 이끈 장본인들이다.

또 전대협 1기 간부인 우상호(연세대 81학번ㆍ부의장), 김태년 의원(경희대 83학번ㆍ상임운영위원), 전대협 2기 연대사업국장과 학업자주화투쟁위원장을 역임한 백원우(고려대 85학번)·최재성 의원(동국대 84학번), 1989년 미대사관 점거 시위에 참여했던 정청래(건국대 85학번),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지낸 이기우(85학번), 원광대 총학생회장 한병도 (86학번), 명지대 총학생회장 복기왕(86학번) 등 모두 12명의 전대협 출신 의원이 우리당에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전대협 출범 당시 비서역할을 했던 이철우 의원(서울시립대, 84학번)은 전대협 최고참 학번인 우 의원보다 두 살이나 나이가 많아 ‘전대협의 맏형’으로 통하고 있다. 이 의원은 당시 “‘반미청년회’활동을 하다가 안기부에 끌려가 당시 정형근 차장보를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때 안희정(고려대, 83학번, 반미청년회 조직국장) 씨를 알게 됐다.

국보법 폐지안 처리 탄력붙나?

여당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의 인간성이나 위상을 감안할 때, 전대협 출신 의원들이 이 의원 공방으로 겪고 있을 정신적 고통의 무게가 엄청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처리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전대협 출신 의원들의 표심이 당권 향방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대협 결성 당시 복학생 신분으로 참여했던 우상호 의원은 “송영길(연세대), 김영춘(고려대, 이상 81학번), 한나라당 고진화(성균관대 총학생회장, 82학번) 의원 등 80년대 전반기 운동권 세대와 전대협 세대 간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있어 앞으로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이 의원 사건이 확대되면서 여야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교감 기류도 연출됐다. 특히 전대협 후배들을 우호적으로 보는 야당 소장파 의원들의 흐름이 두드러진다.

전대협보다 강성으로 평가되는 삼민투위 위원장을 지낸 고진화 의원은 지난 1985년 미 문화원 점거 사태의 배후 기획자로,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철우 대응’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원희룡(서울대, 82학번) 의원도 “과거의 아픔을 껴안지 못하는 당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면서, “박근혜 대표가 천막당사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해 강경파의 반발에 다시 직면했다.

80년대 초반 ‘광주 항쟁’과 ‘서울의 봄’에 참여했던 운동권 출신 의원들로는 우리당의 송영길, 김영춘 의원을 비롯해 정봉주 의원(한국외대 80학번), 김현미ㆍ 우원식(이상 연세대 81학번), 안민석ㆍ 윤호중(이상 서울대 81학번), 이화영(성균관대 81학번), 조정식(연세대 82학번), 강기정 의원(전남대 삼민투위원장 82학번), 이광재(연세대 83학번) 의원 등이 손꼽힌다.


전대협·긴급조치세대 등이 중추로 성장

특히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걸쳐 활동한 ‘긴급조치 세대’인 우리당 유기홍 의원(서울대 총학부활추진위 총무부장 77학번)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서울대 총학생회장 77학번)은 ‘80년 서울의 봄’당시 함께 투쟁한 동지였지만, ‘이철우 공방’으로 상호 비판을 하면서 25년간의 우정에 금이 갔다.

심 의원은 12일 기자 회견을 통해 “한 때 주사파였던 이철우 의원이 노동당의 선전기구인 한민전 노선에 따르는 지하당에 입당한 사실이 있는 데도 우리당은 동료애만 내세운다”고 먼저 주장했다.

이에 우리당 유 의원이 “고문을 통한 용공 조작이 횡행했던 역사가 아직 생생한데, 과거의 동지와 후배들을 간첩으로 몰고, 거짓말쟁이로 몰아 또 한 번 죽이려는 파렴치한 짓에 부역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이밖에도 우리당 신계륜(고려대 총학생회장 74학번), 배기선(국민대 74학번), 김부겸(서울대 76학번), 노영민(연세대 76학번), 안영근 의원(인하대 77학번), 선병렬(충남대 77학번), 유시민(서울대 78학번) 등도 80년대 초반 민주화운동의 장면들 속에 등장하는 운동권 인사들이다.

특히 1980년 당시 서울역에 집결한 시위 인파의 회군을 결정한 심재철 의원과 이를 반대한 유시민 의원은 한국 학생운동사에서 큰 논란 거리를 제공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또 현존하는 운동권 가운데 가장 앞선 ‘민청학련 세대’로는 우리당 한명숙(이화여대 63학번), 서울대 출신인 김근태(65학번), 유인태·최규성(이상 68학번), 이호웅(69학번), 원혜영(71학번), 이해찬 의원(72학번), 장영달(국민대, 69학번)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표적인 6.3 세대로 민통련 – 민청련 - 전민련 등 한국 운동권의 족적을 두루 거쳤다.

한나라당 소속 운동권 선배로는 고문 수기를 통해 과거 공안 당국의 용공 조작을 강도 높게 비판한 이재오(중앙대 64학번), 김문수(서울대 70학번) 의원 등이 손꼽힌다.

당내 비주류인 이 의원은 “(이철우 의원 문제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것이고, 이 의원도 민족해방애국전선 가입을 시인해서 죄를 받을 만큼 받았는데 국조를 해서 뭣 하나”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경론을 펴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의 김 의원은 이렇다 할 만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당은 민중당 출신 이재오·김문수 의원의 사상 문제도 짚고 넘어갈 수 있는 강경한 입장이고, 야당의 운동권 출신들도 당내 역학 구도 때문에 ‘이철우 구하기’와 ‘국가보안법’처리 문제에 대해 원만한 타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운동권 출신 정치 세력이 여전히 암중모색 수준의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고 있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사라진 상생정치" 비판의 목소리 커져

반독재민주화운동에 뿌리를 둔 학생 운동은 1980년대 NL-PD 논쟁을 거쳐 전대협과 한총련으로 통합되다가 주사파 논란이 터지면서 1998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 속에서 전개된 학생 운동 진영의 정치권 진입은 지난 총선에서 결국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과거의 동지조차 냉랭한 적으로 바뀐 현실 속에서 미래지향적 상생 정치는 운동권부터가 내팽개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처 : 주간한국 200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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