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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38

언론은 또 시민을 배신하는가? 언론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중립적 통로가 아니라,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물을 서사화하며, 감정과 시선을 조직하는 사회적 장치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괴물도 영웅도 만든다. 왜냐하면 언론은 현실을 ‘보도’하는 동시에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첫째, 서사화(narrativization)다. 언론은 인물을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 구원자와 파괴자 같은 도덕적 이분법 속에 배치한다. 복잡한 현실은 제거되고, 극적인 드라마 구조 속 캐릭터로 가공된다. 괴물은 공포를, 영웅은 희망을 상징한다. 둘째, 감정의 조직(framing)이다. 언론은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분노, 연민, 환호, 혐오 같은 감정을 호출한다. 괴물은 두려움과 분노의 대상으로, 영웅은 감탄과 신뢰의 대상으로 설계된다. .. 2025. 5. 25.
"팩트는 저널리즘의 기본"…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 화제 인터넷신문 가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각 후보자들의 공개 발언 내용이 과연 사실에 부합한지 확인하는 ‘팩트 체크(fact check, 사실 검증)’를 시행 중이어서 화제다. 해외의 주요 언론사는 선거와 같은 빅 이벤트에 대해 실시간으로 팩트 체크에 나설 정도이지만 국내에선 아직 초보단계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주요 신문사가 '팩트 체커'라는 직무를 도입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기도(?) 해서 처럼 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사실 검증'에 나선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팩트 체크를 맡고 있는 ‘사실검증팀(사진·팀장 황방열(가운데), 기자 홍현진·박소희·구영식(사실검증 반장)·김도균(사진 왼쪽부터))’은 모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편집국 상근 취재인력(펜pen 기자 기준)의 규모가 30여명 정도이니 꽤 비.. 2012. 12. 11.
6.2. 지방선거의 시사점-정치 콘텐츠의 관점에서 지난 밤 6.2 지방선거 결과는 정치공학적으로 여야 모두의 셈법을 복잡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서울, 경기 광역단체장을 건졌기 때문에 실리는 챙겼지만 상처가 깊다. 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공조로 충청권과 수도권, 강원권에서 이겼지만 서울, 경기 광역단체장은 끝내 오르지 못했다. 얽히고 섥힌 대권구도와 개헌 이슈,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는 경우에 따라선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비쳐진다. 수도권 밑바닥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중요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면 필패의 서울 강남을 가졌다고 해도 불안해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이 내건 콘텐츠들로 계속 게임을 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북풍'이라는 콘텐츠에 집착했다. 경기 침체와 취업난을 호소.. 2010. 6. 3.
표현의 자유와 소셜미디어 규제 논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일부 언론사는 지금까지도 국민-시민의 것이 아닌 언론사를 위한 표현의 자유로 그 의미를 축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사는 미디어 수용자를 발행부수나 시청률처럼 계량화하는 수치로만 표시되길 원하지 그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참여 행위의 주인공으로서 일상적-정기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아서이다. 가령 공익에 대한 논의 - 선거이슈에 대해 언론사는 더 많이 그리고 독점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길 원한다. 하지만 선거를 포함해 공익에 대한 논의를 시민이 주도할수록 언론은 자신들의 영향력이 급감할 수 있음을 경계하게 된다.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상황은 미묘해진다. 웹2.0과 같은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언론은 미디어.. 2010. 5. 25.
정권교체가 남긴 것 1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운 길에 놓여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흔들리는 한국경제를 원상회복하는 데만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집권 기간 절반을 경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 리더십 이미지 하나로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의 처지에서는 경제를 놓치면 모든 것을 실패하는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이 상황을 역으로 해석하면 경제 이외의 것에는 대중의 관심이 없어져 다른 부문에서는 자유로운 처신이 가능해진다. 즉, 이명박 정부는 경제영역을 뺀 나머지 국정과제는 초반부터 얼마든지 밀어부치기 할 여지가 많은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IMF 체제를 넘어서는데 전력하다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을 실기했고,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 해체에는 일정하게 성공했으나 이른바 조.. 2008. 12. 2.
이명박과 노무현의 콘텐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 사이에 자료 유출 논란의 진위와 자료열람권 보장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논란은 전직과 현직 사이의 갈등이기 이전에 '노무현'이란 정치 지도자의 '봉하마을 이후'를 가늠케 한다는 대목에서 유의할만하다. 사실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은 친노 지지층에겐 지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서울과 떨어진 터라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좀더 공세적으로 현실정치에 개입해주기를 내심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직접적인 현실정치 개입보다는 현재의 방식에 매료되는 형국이다. 즉, 봉하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이 유쾌하고 서민적인 행보를 펼쳐 보이면서 대중적 호감도가 재임중보다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2.0 프로젝트가 본격화한 것 아.. 2008.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