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의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대개 한 지점으로 회귀한다. “이미 규제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정보통신망법, 형사 명예훼손, 방통심의위 제재, 플랫폼 사업자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까지 각종 장치가 있으니 굳이 새로운 제도를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질문은 “규제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규제가 실제로 작동하느냐,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충분하냐”에 가깝다.
최근 언론중재위가 연 ‘유튜브 뉴스 시대, 언론중재법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제기된 쟁점도 이 지점과 닿아 있다. 발제를 맡은 표시영 강원대 교수는 상위권 뉴스·정치 유튜브 채널이 이미 전통 언론에 준하는 신뢰 기반과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하위 채널도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급부상해 여론 형성에 개입한다고 진단했다.

공적 사안을 다루고, 보도 형식을 갖추며, 일정 수준의 구독자·조회수와 수익 구조를 가진 유튜브 채널은 기능적으로 언론과 다르지 않으니, 언론중재법을 개정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채널을 피해구제 제도 안으로 포섭하자는 제안이다.
강한 규제 요구와 과잉규제 우려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허위보도·허위조작보도’를 정의하고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000만 원, 반복 보도·인용·매개 언론사에는 최대 10억 원 과징금을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 개념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안들이 통과되면 유튜브 채널은 물론 기성 언론도 강한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토론자들의 입장은 조금 엇갈렸다.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변호사는 언론사 유튜브는 이미 언론보도로 볼 수 있어 언론중재법으로, 비언론 유튜브는 정보통신망법으로 규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체계만 잘 적용해도 상당 부분 제어가 가능하니 추가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튜브 채널 ‘취재편의점’을 운영하는 장윤선 기자는 다른 우려를 제기했다. 정치권이 언중위 조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소·고발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남발하는 관행을 지적하며, 공익적 보도와 권력감시는 강한 규제에서 예외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현 광주고법 판사는 민법·형법·망법을 종합하면 유튜버 책임을 묻는 데 법적 수단이 부족하지 않다며, 표현의 자유를 전제로 언중위 조정 대상을 넓히는 정도의 완만한 개선을 제안했다.
즉, 피해구제와 제도 편입의 필요성, 표현의 자유 위축과 과잉규제, 권력의 징벌적 규제 남용 경계 목소리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관점에 기본적으로는 공감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규제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규제가 실제 피해를 예방·완화하는 실효성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다.
‘규제 vs 표현의 자유’라는 가짜 쟁점을 넘어
지금의 규제 체계를 보면, 방통심의위의 임의적 사후 제재, 플랫폼의 자율규제, 이해당사자의 신고가 거의 전부다. 이 구조로는 조직적·반복적으로 허위조작정보와 혐오·증오를 유통시키는 채널을 지속적으로 억제하기 어렵다. 유튜브 ‘가짜뉴스’ 논란이 선거 때마다, 사회적 갈등 이슈에서마다 되풀이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규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곳이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규제의 정확한 목표다. 문제의 핵심은 상식선의 비평과 주장 채널이 아니다. 민주주의 공론장을 노골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혐오를 조직적으로 생산하는 채널, 특정 집단을 겨냥한 증오·차별 선동 채널,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와 허위조작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뿜어내는 채널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정치·상업적 목적의 ‘프로젝트’로 움직이며, 헌법 질서와 기본권을 정면으로 부정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논평 채널까지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공포, 규제가 곧바로 ‘정권의 입막음 도구’가 될 것이라는 단정은 절반의 진실이다. 그런 위험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 "조금만 바꿔 보자"는 식의 결론으로 귀결된다면 더 큰 문제다.
문제는 표현의 다양성 확보를 넘어선 허위·조작·증오의 체계적 유통이다. 이 점을 모호하게 둔 채 ‘규제 vs 표현의 자유’라는 이분법으로 몰아가면 논의는 끝없이 원점으로 회귀한다.
악의적 채널만 겨냥하는 ‘표적 규제’가 필요
현행 규제는 거의 전적으로 ‘사후적’이라는 점에서 피해의 양상이 심중하다. 특히 유튜브의 알고리즘 구조는 체류시간 극대화, 감정적 반응 유도, 자극적 콘텐츠 우선 추천을 통해 극단적 콘텐츠가 구조적으로 확산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이 구조 속에서 악성 정보는 개인 창작자의 편견을 넘어, 플랫폼의 설계와 결합한 시스템적 위험으로 변한다. 특정 개인·집단에 대한 명예훼손과 혐오 선동은 순식간에 확산되고, 한 번 퍼진 왜곡은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낙인을 남긴다.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핵심 절차가 영향을 받는다면 그 피해는 단순한 개인 피해를 넘어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지금의 사후규제 구조를 정확히 묘사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방향은 무엇인가. 첫째, 표적 규제(Targeted regulation)다. ‘유튜브 전체’나 ‘모든 비평 채널’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 규제가 아니라, 악의적 허위조작·증오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조직적으로 유통하는 채널만을 겨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네 가지 기준이 동시에 충족될 때에만 강한 규제를 발동하도록 좁혀야 한다.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배치되는 허위성, 반론 제기와 사실 확인 요구를 반복적으로 무시한 고의·중과실,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차별 선동, 그리고 개인·집단·민주주의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거나 그 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다. 이 네 가지가 겹치는 행위에 대해서만 과징금·징벌배상·채널 제재 같은 강한 수단을 검토하는 것이 ‘정밀 규제’의 출발점이다.
행위·영향력·책임 분담으로 보는 기준 정립
둘째, 행위와 패턴을 봐야 한다. 한 번의 오보·실수와, 허위·왜곡을 채널 정체성 그 자체로 삼아 장기간 반복하는 행위는 구분돼야 한다. 특정 정치인이나 집단을 겨냥해 지속적으로 조작·비방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광고·후원·멤버십 등과 결합해 수익 모델로 삼는 채널, 선거와 정책 이슈에서 조직적 여론 조작을 수행하는 채널이 우선적인 규제 대상이 돼야 한다. 이렇게 설계하면, 사실에 기반해 비판·논평을 하는 채널은 자연스럽게 규제의 강한 수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셋째, 영향력 기준이 필요하다. 표시영 교수가 제시한 ‘기능적 언론성’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공적 사안을 다루고, 보도 형식을 갖추며,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게시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구독자·조회수와 수익을 가진 채널이라면 유튜브든 기성언론이든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반대로 영향력과 정기성, 수익성이 미미한 소규모 채널·개인 계정은 기존 민·형사 법리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
강한 규제를 도입하려면 절차적·제도적 안전장치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첫째, 모든 책임을 유튜버나 언론사에만 돌릴 것이 아니라 플랫폼, 언론중재위·법원,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나눠야 한다. 채널과 언론사는 정정·반론·사과 의무를 지고, 반복 위반 시 과징금·광고 제한·채널 정지까지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구조를 갖추면 된다. 플랫폼은 악성 채널의 추천 제한, 수익 배제, 경고 라벨링, 언중위·법원 결정에 대한 신속한 이행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중재위는 유튜브 채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기능적 언론성 기준을 충족하는 채널을 조정·중재 대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역할은 직접 개입이 아니라, 제도 설계와 감독, 통계 공개, 규제기관의 독립성 보장에 맞춰져야 한다.
규제의 관문은 ‘숙의’와 ‘안전장치’다
둘째, 표현의 자유를 위한 안전장치를 법제화해야 한다. 공직자 부패·인권침해·공공정책 비판 등 공익성이 큰 보도는, 악의성과 허위성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징벌적 손배와 대규모 과징금에서 원칙적으로 예외로 해야 한다. ‘해할 의도’를 추정해 반대로 언론이 무고함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는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대기업이 징벌배상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청구권을 제한하거나 반복·악의적 허위가 입증된 경우로 좁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제재 또한 경고·정정·반론 → 조정·중재 → 손해배상·과징금 → 채널 정지 순으로, “가장 덜 자유를 제한하는 수단부터 단계적으로” 쓴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혐오·증오·허위조작정보가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시대에, “이미 규제가 있다”는 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규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를 하지 말자는 것도, 무작정 세게 하자는 것도 아니다. 공론장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정교한 설계다. 규제가 핵심이 아니라, 규제를 잘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이 모든 기준과 조건은 책상 위에서만 만들 수 없다. 언론학·법학·정보학·인권 전문가, 규제기관, 유튜브·뉴스채널 운영자, 기성언론, 플랫폼 사업자, 시민단체·피해자 단체, 일반 시민 패널이 함께 참여하는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허위조작정보·악의적 정보의 섬세한 정의, 피해 유형별 제재 단계와 상한, 플랫폼 책임 범위, 공익 보도의 예외, 언론중재법과 망법의 역할 분담 등을 투명하게 논의해야 원만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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