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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기사 페이지에 하이퍼링크를 심어라

by 수레바퀴 2023. 4. 24.

하이퍼링크는 뉴스 가치 높이는 출발선
서비스 마인드 부재, 정보 독점 심리 만연
독자 관점의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 혁신

웹페이지에서 다른 웹페이지로 넘어가는 하이퍼링크(hyperlink)[1] 또는 링크 기능이 적용된 것은 1990년대 초다. 인터넷 대중화 시기는 아니었지만 실험적인 사람들은 링크의 유용성 등 잠재력에 주목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언론사 웹사이트 서비스가 본격화 하면서 미국, 유럽 언론사를 중심으로 기사 페이지에 링크 걸기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0년 BBC는 아예 자사 편집자 블로그에서 '뉴스 링크 정책'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BBC 웹사이트의 기사 페이지에서 추가하는 외부 링크는 스토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했다. 당시 BBC는 기사와 관련된 외부 채널 링크를 모은 작은 박스를 운영했다. 또 주로 배경 및 분석 기사의 텍스트에 링크를 추가한다는 방향이 정리돼 있었다.

하지만 최상의 접근 방식을 설정하기 위해 세부적인 고민들을 더했다. BBC가 링크에 대해 주로 강조했던 부분들은 아래의 것들이다.

  • 어떤 외부(즉, BBC가 아닌) 링크가 우리 기사에서 가장 중요합니까? (예: 정부 보고서 및 과학 논문의 원본 자료 링크, 기타 관련 뉴스 보도 링크, 관련 논평 및 분석.)
  • 링크가 어디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스토리 텍스트와 약간 분리되거나(예: 텍스트 옆에 있는 상자) 또는 텍스트 자체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좋은가? 우리 자신의 콘텐츠든 다른 곳의 기사든 링크를 모든 이야기의 본문 텍스트에 넣는 것이 가능한가?
  • 과학 논문(처럼 발표된 연구물)은 저널의 첫 페이지나 과학 논문 자체 또는 둘 다에 링크해야 하는가? 전체 논문을 열람할 수 없다면, 최소한 내용을 볼 수 있는 초록 페이지로 연결해야 하는가?
  • 링크된 항목에 접근하려면 (회원)등록이 필요한가? 또는 페이월 뒤에 있어 구독 또는 결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고 있다면 링크에 그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려야 하는가?
BBC 뉴스링크 가이드(2019년 버전)

BBC는 이를 통해 논쟁의 여지가 있거나 공공 정책 문제를 다루는 기사 페이지에서 링크 적용은 해당 주제에 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견해를 나타내는 외부 사이트에 한해 링크를 제공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단 제3자 사이트에 연결할 때는 잠재적인 법률 위반 사항(예: 명예 훼손 또는 인종적 증오 선동, 피해 및 범죄에 대한 BBC 지침)을 고려할 것도 주문했다.

또 당시 유료 구독 사이트에 링크를 걸 경우는 유료라고 밝혀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링크를 클릭했을 때 새 창에서 여는 방식은 사용자의 브라우저 창의 수와 사용 방법 등을 간섭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류됐다.

2010년 하반기 BBC 내부 인트라넷에 등록된 링크 운영 가이드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2]

  • 외부 링크

- 뉴스 스토리 : 보고서, 문서, 신문 기사 등 주요 출처에 인라인(inline, 본문 텍스트 내) 링크를 추가한다.

- 기능 및 분석 : 뉴스 스토리의 가치를 높이는 엄선된 외부(및 내부) 소스에 대한 인라인 링크를 추가할 수 있다.

- 인라인 링크는 항상 어디로 연결하는 것인지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예를 들면 상원 군사위원회, 미국 국무성 등

  • 내부 링크(외부 링크 내용 포함)

- 전체 기사가 매우 짧거나(여섯 단락 이하) 적절한 링크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기사에 미니 하이퍼(자체 심층 보도로 연결되는 상자) 등을 추가한다.

- 관련 스토리를 링크로 추가할 때 동일한 주제에 대한 최신 아카이브 뉴스 기사나 동일한 스토리의 이전 버전이 아닌 가치를 더하는 스토리 또는 배경 정보를 선택한다.

BBC에서 링크의 위상은 꽤 높다. 관련성 있는 소스 자료와 유용한 추가 콘텐츠를 링크하는 것은 훌륭한 온라인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 또 BBC는 제공하는 링크는 잘만 활용하면 보도에 가치를 더한다는 확신도 있었다.

시간을 들여서 좋은 링크를 추가하는 것은 기사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다. 가령 기사에 인용한 주요 보고서가 몇 시간 후에 새롭게 갱신되는 경우 새로운 링크로 실시간 스토리를 업데이트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

이렇게 BBC가 기사 페이지에 링크를 적용하는 목표는 BBC가 다루고 있는 기사와 이슈에 대해 웹의 다른 곳에 있는 출처 자료, 추가 정보 및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로 올라서는 데 있다. 링크 논의를 하던 초기에는 다른 사이트로의 아웃링크 '클릭 수'를 두 배로 늘리는 것도 염두에 뒀다.

이러한 논의들을 거쳐 '외부 링크'를 기사 페이지에서 표현하는 스타일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3] "외부 링크는 인라인(inline 본문 텍스트 내)에 추가하거나 기사 끝에 목록으로 그룹화 할 수 있다. 링크 아이콘 크기는 함께 제공되는 텍스트의 캡 높이와 같아야 하고, 아이콘과 링크는 스타일 특성을 단일하게 공유한다" 등이다.

링크의 장점. 니먼랩 자료 재가공.

"링크는 불법" 등 한때 비판적 목소리 커

2010년 BBC 웹사이트 편집자는 "링크는 뉴스 스토리에 추가하는 가치의 일부"라고 링크의 의미를 규정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주요 언론사들의 분위기는 "놀라울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렸다."

서구 언론에서 딥링크 즉, 웹사이트의 특정 페이지의 주소(url)로 연결하는 이슈가 크게 불거진 것은 1996년 스코틀랜드 지역의 매체 간 벌어진 소송 사건이다. 셰틀랜드 타임즈(Shetland Times)는 셰틀랜드 뉴스(Shetland News)가 타임즈 기사를 무단으로 링크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4]

법원은 링크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링크의 합법성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에 두 매체의 발행인이 몇 가지 원칙을 적용해 링크를 양해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그리고 이 논란은 다른 지역의 언론계로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주로 링크를 지우는 선에서 이해당사자 간 해결도 있었고, 굵직한 소송도 이어졌다. 구글 등 검색엔진이 언론사 기사 제목(일부 리드문, 보도사진 이미지) 링크를 노출하는 문제로 확산되기도 했다. 이것은 지금까지도 플랫폼사업자와 언론사 사이에 갈등의 불씨를 남겨둔 상태다.

상호작용성, 신뢰성 촉진하는 요소로 평가

링크는 인터넷 문서의 연결성을 키우는 기능이지만 세계적으로 항상 합법적이거나 환대받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뉴스 통신사 AP의 경우 2010년 무렵만 해도 기사 페이지에 인라인 링크를 포함하지 않았다. 로이터도 링크를 처리하는데 인색했다. 링크를 통한 추가 정보 확인 없이도 신뢰할 만한 뉴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자신감 덕분이었다.

뉴스통신사들이 링크에 부정적이었던 것은 마주하는 사업 환경 탓이 컸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뉴스 전재계약을 맺은 전 세계 언론사의 시스템은 낙후했다. 디지털 기반의 신디케이션 환경과 다르게 인쇄 시대의 인프라는 기본적인 링크 처리를 받쳐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같은 좋지 못한 여건을 딛고 현재 각 뉴스통신사들은 자사 기사 페이지에 외부의 권위 있는 기관과 소셜미디어로 가능한한 딥링크를 걸고 있다. [5] 과거 100년 넘게 훌륭한 저널리즘은 링크 없이 지내왔지만 이제 링크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필수적인 요소로 부상했다.

기사 페이지에 링크를 사용할 때 이용자의 뉴스 신뢰성은 높아지고, 링크가 있는 뉴스에 노출된 이용자는 링크가 없는 뉴스에 노출된 이용자보다 더 높은 정보 검색 의지를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등장했다.

국내외 주요 언론사 기사 페이지 내 링크 적용 건수. 무작위로 열어본 10개 기사에서 걸린 링크 개수를 종합해서 기사 1개 당 평균 링크 개수를 표시했다.

해외 언론, 기사에 10개 넘게 링크 쓰기도

4월6일 오후 3시 기준 국내외 8개 언론사 웹사이트의 기사 페이지에서 하이퍼링크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톱 기사를 포함하여 10개 기사를 프론트 페이지에서 무작위로 선정했다.[6]

일단 해외 언론사 두 곳은 많은 링크를 사용했다. 유료화를 시행하지 않는 가디언은 인링크를 풍부하게 적용했다. 기사 읽기를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개 기사 페이지당 인링크는 평균 2.5건, 외부 링크(아웃링크)는 평균 1건 정도였다. 주로 국제뉴스에서 외부 출처가 명백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아웃링크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뉴스 섹션별로 칼라 타입 등 링크 스타일을 다르게 지정했다.

뉴욕타임스는 1개 기사 페이지당 인링크는 평균 3.9건, 프리미엄 페이지로는 평균 1.8건을 적용했다. 종량제 유료화 모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아웃링크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링크 적용 여부는 편집자 재량으로 처리한다.

반면 국내 언론사의 기사 페이지 내 링크 적용은 사실상 없었다. 조선일보는 기사 하단에 관련 기사 목록을 배치하는 것을 제외하면 기사 페이지 내에 링크 적용은 전혀 없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연합뉴스도 사정은 동일했다. 다만 경제지는 증권 관련 뉴스에서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종목에 링크가 걸려 있는 정도였다.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에서 적용한 외부 링크가 그대로 적용된 야후 기사 페이지.

국내 언론은 0...포털조차 링크 허용 않아

한겨레는 온라인 기사 1개에서 인링크 1건이 나왔다.[7] 링크를 건 문장에는 하늘색 배경에 볼드체와 밑줄로 표시했다. 한겨레 디지털 부문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링크 스타일은 있지만 링크 관련 편집 지침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최근 온라인 전용 기사에 한해 링크를 거는 것이 신뢰도 확보 측면에서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오가는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해 유료 구독 기반의 '중앙플러스'를 출시한 중앙일보 디지털 부문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링크 적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기자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한다"고만 설명했다.

정순한 에너지경제신문 디지털국장은 "국내 언론사의 기사 페이지에 링크 적용 사례가 드문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기자들의 정보 독점 심리다. 자신만 아는 정보 소스를 굳이 공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정 국장은 "다른 하나는 특히 베끼기 관행이 만연한 온라인 기사는 속보 경쟁 때문에 추가로 취재를 해서 소스를 찾아 붙이는 수고를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언론사도 링크에 무관심하지만 뉴스 유통 시장을 점유한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 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한국의 뉴스 이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포털뉴스 기사 페이지에 링크 노출이 불가능한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8] 포털은 링크가 나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이용자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네이버의 아웃링크 도입 연기 논란에서도 정작 언론사가 제공하는 기사 내 링크 적용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다.

한겨레 기사 페이지에 적용된 링크
가디언 기사 페이지에 적용된 링크
뉴욕타임스 기사 페이지 내 링크 박스

링크 가치 공유하는 문화부터 형성해야

지금은 인포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등 (텍스트) 디지털 기사에 가치를 보태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링크다. 오늘날 언론사들은 일반적으로 자사의 기사 페이지에 링크 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CMS도 링크 적용 기능은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사는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원본 문서(페이지)가 있는 데도 링크를 거는 데 인색하다. 특히 다른 외부 사이트로 연결할 경우 독자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지금까지도 여전하다.[9] 여기에는 링크가 이용자의 정보 이용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덧붙여진다.

뉴스 유료화를 검토 중인 한 경제지 디지털 부문 관계자는 "중요한 경제 뉴스는 대체로 다루고 있고, 전문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증권사나 외부 기관 특히 다른 경쟁 매체로 링크를 걸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단독이나 특종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매체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보도하는 판에 다른 매체를 존중하거나 독자를 생각하는 링크 문화가 형성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링크는 기본적으로 독자 관점 서비스 마인드에서 출발한다. 외부에 관련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소스에 링크하여 독자가 필요한 곳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자와 매체(브랜드)에 좋은 인식을 심어준다는 이해가 깔려 있다. 링크의 설정값부터 위치, 스타일 같은 세부적인 '뉴스 링크' 정책은 아니더라도 링크 활성화가 왜 가치 있는 일인지 공감대 형성부터 추진해야 한다.

1. 하이퍼링크 또는 링크는 이용자가 클릭하거나 탭하여 다른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디지털 주석이다. 하이퍼텍스트는 하이퍼링크가 있는 텍스트다. 대부분의 하이퍼링크는 대상 문서가 표시된 문서를 바꾸도록 하지만 일부는 대상 문서가 새 창(또는 새 탭)에서 열리도록 표시된다. 인링크, 아웃링크처럼 링크의 목적지가 다른 웹사이트로 이동하는지를 놓고 구분되기도 한다. 딥링크는 웹사이트(홈페이지)가 아니라 특정 페이지로 인도하는 링크를 의미한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특정 페이지에 도달 할 수 있는 모바일 딥링크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2. 2010년 10월 '링크는 웹의 본질'이라는 철학으로 BBC 링크 지침이 마련됐다. 현재 버전은 2019년이다.

3. 이 스타일은 독자가 링크를 클릭하면 BBC 도메인 외부로 이동한다는 사실과 정확히 어느 도메인으로 이동하는지 명확히 드러내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지 장애가 있거나 보조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4. 소송은 서구 언론이 초기에 링크를 검토할 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는 사례가 됐다.

5. 주요 글로벌 뉴스통신사의 기사를 집배신 시스템에서 수신하는 국내 언론사의 경우 링크가 그대로 딸려 오는 경우는 없다.

6. 정치 및 국제 섹션 기사는 각각 2개, 문화 및 스포츠 기사도 각각 1개로 하고 나머지는 사회, 경제 기사로 꼽았다.

7. 국내 언론사 가운데 일부는 최근 뉴스 내 링크를 적용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8. 네이버가 5월 시행하려는 뉴스콘텐츠 제휴약관 변경에도 링크는 홀대를 받고 있다.

9. 일부는 아예 '링크 해제'를 주장하거나 인라인 방식이 아니라 기사 하단 또는 본문 내 별도 박스로 관련 링크를 묶어서 처리하는 절충론도 내세운다. 허가 없이 링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여전하다. 반면 외부 채널에서 자사 기사에 링크를 거는 것을 '허용'하고 원칙을 정리한 문서를 공개하는 언론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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