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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복잡한 뉴스를 어떻게 다루는가

by 수레바퀴 2023. 4. 21.

해외 미디어 독창적인 스토리 형식 구현에 계속 투자
차별성 없고 일과적 프로젝트에 그치는 한국 언론
챗GPT 부상에 뉴스룸의 콘텐츠 차별화 중요해져

기존의 뉴스를 새로운 형태로 표현할 때 쓰이는 용어 '디지털 스토리텔링(Digital Storytelling)'은 내러티브 구조(스토리)에 다양한 디지털 요소를 결합한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불린다. 이때 기존의 정적인 표현 방식(평면적인 텍스트)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디지털 요소(비디오, 일러스트레이션, 3D, 애니메이션)를 활용한다. 시각적 효과를 키우는 만큼 비주얼 저널리즘(Visual Journalism)이라고 한다.

'스크롤링'과 '스토리텔링'의 합성어인 스크롤리텔링(Scrollytelling)은 이용자가 웹사이트를 스크롤할 때 펼쳐지는 동적인 멀티미디어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웹 디자인 형식을 뜻한다. 스토리 전개를 개선하고 가독성을 높이는 웹사이트 구조다. 이런 특성으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저널리즘과 디자인의 결합'으로 설명한다. 여기에는 정보의 간섭과 중복을 피하면서 스토리의 중심으로 안내하는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UX)이 중요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스튜디오(WSJ Custom Studios)가 선보인 네이티브 애드 '코카인 경제(Cocainenomics)'는 전형적인 뉴스 기반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독자를 압도하는 시각적 장치와 인터페이스를 비롯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인터랙티브 맵을 그 안에 적절하게 담았다.

이용자가 스토리 구조 안에서 클릭하거나 텍스트를 쓰면 스토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등 이용자 행동(action)을 유도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강점 가운데 하나이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스토리 전개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이용자의 관여도를 기준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유형

가장 손쉽게 접근하는 것은 선형적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다. 말 그대로 선형적 스토리는 구조는 이용자의 클릭 한 번으로 스토리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사건이나 문제에 대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기도 하고 문제의 경과를 시각적으로 나타낸다. 타임라인의 슬라이드 바, 플레이 버튼을 이용자가 누르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일반적으로는 상하, 좌우 방향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줌인, 줌아웃 기능을 지원하기도 한다. 많은 내용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연대별이나 주제별, 인물별 또는 기승전결 구성으로 재구성해 그룹핑한다.

미국 대통령 취임사에 쓰인 단어의 빈도를 시각화한 스토리텔링

미국 역대 대통령을 시대 순으로 열거하고, 취임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들을 나타낸 뉴욕타임스의 초기 스토리텔링 사례. 단어의 크기는 가장 많이 사용한 빈도 순으로 나타냈고, 평균보다 많이 사용한 단어는 노란색으로 중요 표시를 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스토리에 인터랙티브 강조하고 몰입감 높인다

이용자가 다수의 버튼이나 마우스 이동으로 스토리 전개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정보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레이아웃 구성이 중요한 만큼 품이 많이 든다.

전체적으로 메시지나 내용을 알 수 있는 인터페이스에서 이용자가 훨씬 더 많은 행동(active)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암시적인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도 있다. 직관적인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다.

게임, 퀴즈 방식을 사용하는 오락적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이용자의 적극적인 인터랙션을 유도한다. 또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해서 구현하는 인터랙티브도 있다. 키워드를 입력하면 거기에 따라 내용이 표출되면서 스토리가 흘러간다.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는 스토리텔링도 있다. 몰임감을 강화해서 몰입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이라고 한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디지털스토리텔링의 일반적인 코스로 자리잡았다. 일반적으로 인포그래픽이나 지도(map)가 등장한다.

VR 스토리 등 새로운 형식에도 저널리즘 원칙 지킨다

뉴스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에서 VR 콘텐츠는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메시지를 보여주고 교감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문제를 담고 있다. VR 기술은 이용자를 직접 현장 속으로 안내하는 것을 지향한다. 대신 소식을 전해주는 대신 아예 직접 경험케 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뉴스 속에 직접 개입 또는 참여하려는 이용자의 욕구를 가장 잘 해결해줄 수 있는 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헤드마운트 장치를 착용하고 모션 센서를 몸에 부착한 다음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 직접 상황을 체험한다.

가상현실에 참여한 이용자는 단순한 몰입 뿐만 아니라 실재하는 디바이스를 이용해 동작이나 명령을 가하는 등 가상현실 속에 구현될 것들과 상호작용한다. 이용자가 정보를 경험하는 선택권이 있다. 비행훈련 시뮬레이션, 사용자의 의지가 반영되는 세컨드라이프 등과 맞닿아 있다.

미국서 2015년 전후 본격적으로 다뤄진 VR 저널리즘은 속보로 대응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제작과 편집, 기획과 연출이 중요. 엔지니어 5명이 달라붙어 최소 48시간을 제작해야 하나 구현 완성도에 따라선 2개월이 소요된다. 예산이나 인력 등이 갖춰진 곳을 중심으로 1차 뉴스를 생산한 이후 보완적이거나 일과적인 프로젝트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다룬 뉴욕타임스 인터랙티브 페이지 캡쳐

과도한 디자인과 기술 결합은 메시지 부각 못할 수도

360도 VR 영상으로 제작한 뉴욕타임스의 뉴욕 걷기는 독자에게 현실감을 증폭한다. 전쟁으로 난민이 된 어린이의 현실을 체험하는 영상도 있다. 모두 VR 기기를 사용해서 시청해야 한다.

그런데 재연 과정에서 몰입도에 치우치면 팩트와는 다른 내용이 담길 수 있다. 작가 등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관점과 시각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효과음, 자극적인 영상을 사용하는 문제 등 저널리즘의 윤리 이슈를 낳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VR을 이용해 시리아 내전 당시 자살폭탄 테러를 3D 애니매이션으로 일어난 상황을 재연한 '프로젝트 시리아'가 꼽힌다. 재연방식은 신고 전화를 녹취해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현장을 재구성했다. 사진과 글을 VR과 3D 영상으로 바꾼 것이다.

생생한 체험 과정에서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고민 없이 제작하면 예상하지 못할 불신과 불평에 직면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장비를 쓰고 콘텐츠에 몰입하면 정서적, 신체적인 문제(simulator sickness, 사이버 멀미)를 일으킬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가상현실 저널리즘 체험기기를 보급하는 문제로 정보 부익부 빈익빈과 계층간 정보 비대칭성을 심화할 수 있다.

증강현실에 대한 기대와 실험을 담은 해외 언론사들의 초기 사례 가운데 두 가지를 소개한다.

-증강현실 활용한 매거진 에스콰이어(2009)
-가디언 증강현실 전용 섹션

VR 저널리즘에 비해 비교적 적용 사례가 덜한 편인 AR 저널리즘은 2010년 전후부터 시작됐는데 실제 세계에서 특정한 정보를 투영해서 보여준다. 즉, 현실에 가상의 정보를 입히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한 명이 빠진 것을 가정하고 홀로그램으로 대체하는 형식이나 거리에 있는 건물들에 추가적인 관련 정보를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것을 가정하면 된다.

제품이기 전에 예술(Art) 작품으로 평가되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전 세계 언론사에서 매우 능숙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이 10년 넘게 시도해온 새로운 기사 형식은 강력한 이용자 그룹을 구축하고 브랜드의 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

새로운 기술을 수용한 스토리텔링은 결국 이용자 경험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탁월한 장점이 있다. 종이신문에서 PC,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이동한 이용자는 종종 1000자가 넘는 기사에 거부감을 갖는다. 감각적인 사진이 여러 장 펼쳐지는 포토 슬라이드, 15초 분량 안팎의 숏폼 영상이 주목받는 소셜미디어는 언론사의 전통적인 콘텐츠 형태를 무너뜨린지 오래다.

한반도 소리없는 위성 전쟁-머리 위 감시자들

이용자 관여도, 시각적 효과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소셜미디어가 주요 뉴스 소비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목록형(listicle) 뉴스, 카드뉴스, 세로영상 등 플랫폼에 최적화 한 형식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데이터 시각화, 영상 기반의 롱 폼 스토리텔링 등도 비교적 정기적으로 제작됐고 관련 팀을 신설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360도 VR 영상을 실험하는 뉴스조직도 있었다.

이후에는 챗봇뉴스 등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된 뉴스들이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영역으로 밀려들어왔다. 사실 국내 언론사의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디자인, 이용자 참여 기능, 시각적인 측면 등 완성도에서 개선이 이뤄져 왔다. 또 기자와 조직 안팎의 전문가 그룹과 협업하는 일도 늘었다. 중앙일보 '기후재앙 눈앞에 보다' 연재 시리즈는 총 15편의 기사 꼭지와 함께 영상, 사진 등 멀티미디어 요소가 강조됐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관련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일단 더 이상 끌고 갈 명분이 사라지는 내부 조직문화 탓이 크지만 뉴스 시장이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형성돼 언론사 고유 브랜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앗아간 점도 거든다. 이때문에 언론사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사례가 있더라도 넓게 확산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2020년 전후 공개된 국내 언론사의 롱 폼 스토리텔링 가운데 시각적 효과, 이용자 관여도, 주제의 사회성을 고려해 4건의 작품을 소개한다(무순).

한반도를 관측하는 인공위성 700개를 추적했다. 지구와 밤하늘의 인공물체를 시각화한 인트로 화면은 놀라움과 동시에 황홀감을 준다. '스크롤리텔링'으로 드러나는 콘텐츠는 위성 현황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위성뷰어 보러가기'(인공위성 추적뷰어) 페이지로 이동하면 잠깐의 로딩 이후 지구 전체를 도는 위성궤도의 동적 화면을 경험한다. 화면을 클릭하면 관련 위성의 상세 정보가 별도 상자(box)에 뜬다.

마우스를 움직이며 지구 크기를 넓혀 인공위성 정보에 다가갈 수 있어 남다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필터 옵션을 사용하면 위성의 상태, 궤도, 역할(임무), 국가별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다양한 주제로 넓어졌어도 이용 경험 확대는 기대 못미쳐

구글 어스에 반환해야 하는 주한미군기지 82곳의 위치 및 면적, 그리고 관련 협정의 내용을 표시했다. 구글 어스로 접속하면 조금의 로딩 시간을 거쳐 전국에 산재한 미군기지 정보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구글 어스 사용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정보 이용도에서 격차가 생길 수 있다. 또 미군 기지 반환 현황을 조금 더 상세하게 연결할 필요성도 있다.

지방에서 여고를 졸업한 동창생들의 졸업 후 행적을 조사해 지역소멸의 현주소를 짚었다. 졸업 앨범을 통해 여고생의 현 거주지역과 직업을 구성했는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눠서 확인할 수 있다.

졸업 앨범에서 각각의 인물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팝업 형태로 뜬다. 또 각자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수도권 중심의 한국사회의 문제와 대안을 좇는 메시지는 부각되지 않았다.

산업재해 사망 사고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각 재해자의 상세 재해 정보를 시각화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각각의 사고유형 텍스트와 그래픽 이미지로 구성했다.

또 동적 인포그래픽으로 연도별(일자별), 기업별, 시간대별 재해자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 재해발생 장소 매핑은 관련 정보와 연결되지 않았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분류

한국 언론의 디지털스토리텔링에는 차별성이 없다

지난 10년여의 국내 언론사의 디지털스토리텔링은 첫째, 아이콘, 내비게이션, 버튼은 물론 대체적으로 동일한 레이아웃으로 언론사별로 차별화가 보이지 않는다. 둘째, 애니메이션, 모션 그래픽 등 동적인 요소의 완성도가 낮다. 이는 절대적으로 전문가 부족에서 기인한다.

셋째, 주로 텍스트와 인포그래픽(데이터 시각화)으로만 처리하고 있는데 비디오, 오디오 등 다양한 포맷의 사용과 조합이 이용자 경험에서 중요하다. 특히 내레이션, 배경음, 효과음 등 청각적 요소를 곁들인 시도가 필요하다.

넷째, 지도(map) 이미지 위 관련 정보(data)의 단순 매핑에 그치고 있다. 실제 거리 사진으로 표현하는 등 더 고민이 필요하다. 다섯째, 이용자 인터랙션을 유도하는 장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 결과와 표현방식에서 독창성이 보완돼야 한다.

여섯째, '특집' '기획' 같은 프로젝트와 전국적인 이슈에 치중하고 있다. 반면 해외 언론은 역사적 사건사고를 소재로 하는 것 외에도 최신의 뉴스를 디지털 스토리텔링하거나 초지역적 이슈를 파고들 때 활용하고 있다. 물론 투자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화형 서비스 등 AI 기반 스토리텔링 확대될 것

일부에서는 인공지능(AI)이 결국 저널리즘을 "점령"하여 숙련된 인간을 영혼 없는 데이터 스크래핑 기계로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AI를 통해 더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주요 언론사도 6~7년 전부터 AI와 콘텐츠의 접목으로 분주하다. 이미 대화 형식의 인터페이스와 VR 스토리에서 인공지능은 몰입도를 배가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뉴스조직이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고민할수록 AI는 공동의 창작자 또는 보조적인 도구로서 쓰임새가 커질 것이다. 레거시 미디어는 챗GPT를 사용하는 새로운 청중을 만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챗GPT가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

취재 시작할 때부터 멀티미디어 기반으로 구상해야

앞으로의 과제는 언론사 안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체계적으로 심화하는 일이다. 이것은 오디언스 퍼스트 전략을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온전하게 채택함으로써 가능하다. 그 토대 위에서 뉴스조직은 충분하고 폭넓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제작 환경을 구현해야 한다.

첫째, 처음부터 멀티미디어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교본으로 칭송받는 뉴욕타임스 '스노우 폴(Snow Fall)'의 저자 존 브런처(John Branch)는 한 인터뷰에서 모든 디지털 매체를 적절하게 혼합해 생생한 스토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의 구성원들은 사진, 그래픽, 비디오 등 모든 편집기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논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눈 사태를 소재로 입체적인 디지털 스토리를 만들려면 처음부터 모든 자료와 보고도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마치 뉴스 유료화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제품 사고를 가져야 하듯 취재(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디지털스토리텔링을 둘러싼 배경

창의적인 콘텐츠 조직이 디지털 비즈니스 좌우

둘째, 6개월여의 장기 프로젝트였던 '스노우 폴'은 당시 내부 자원을 할애할 수 있는 뉴욕타임스였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러한 작업을 왜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과 답이 있었다. 이러한 확고한 좌표는 뉴스룸이 역동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브랜드가 디지털 미디어라는 점을 시장과 오디언스에 인식시킨다.

셋째, CMS와 같은 도구를 개선하거나 CMS 이외의 도구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익숙해야 한다. 이것은 디지털에 의지하는 많은 언론사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혁명과도 같은 일이다. 익숙한 것들로부터 결별을 원치 않는 관성과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막연하고 불확실한 것들을 감수해야 한다. 때로는 생소한 기술과 외부의 파트너를 찾아야 하고 비용 투자도 필요하다. 이같은 절차를 회피한다면 (창의적인 변화를 막는) 저항과 불만이 항상 이기게 된다.

넷째, 저널리즘의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구현은 우수한 창의적인 콘텐츠 조직에서 출발한다. 뉴스와 오디언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개발자,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비디오 저널리스트, 제품 사고에 놀라운 역량을 가진 기자 등이다. 뉴스조직에서 콘텐츠 전달 방식을 위해 투자하는 일은 매우 드물고 실제로 진행하더라도 좋지 못한 결과로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기피한다면 새로운 기회는 기대하기 어렵다.

챗GPT 결과물과 뉴스룸 디지털스토리텔링의 비교

챗GPT는 빠르지만 입체적 해석, 표현에 한계

나날이 정교해지는 챗GPT는 분명히 인상적인 기술이지만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있어 독창성, 관계성, 공공성, 책임성을 고려하는 기자의 손길을 대체할 수는 없다. 기자가 생산하는 창의적인 콘텐츠는 인공지능에 비해 정서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문화적으로 적절하며 특정 청중에게 맞춤화된 내러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취재보도 경험과 디지털 기술 활용 역량을 가진 뉴스룸의 구성원들은 독자가 뉴스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 필요한 깊은 통찰력, 비판적 분석, 예술적 요소를 제공할 수 있다. 챗GPT 사용자의 요구와 결과물의 한계를 감안하면 사람이 응대하는 소통과 몰입감 있는 경험은 앞으로 중요하다.

인간이 만든 디지털 스토리에는 대화형 의사 결정 포인트, 리치 미디어(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맞춤형 상호 작용과 같은 요소를 내재화 할 수 있는데, 챗GPT 모델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설정해서 동일한 수준의 뉘앙스와 감정적 영향을 재현하거나 관계 모델을 고안할 수 없다.

이제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실험'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스토리 형식을 제공하는 일은 오디언스와 열띤 소통의 기회를 낳는 첫 기점이다. 디지털 미디어 기업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언론사일수록 집중과 선택에 나서는 배경이다. 정보 생태계의 새로운 경쟁자인 챗GPT와 공존하려면 뉴스조직은 독창적인 제품 생산으로 경쟁력의 우위에 서야 한다. 동시에 이 경쟁자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적 기술적 투자를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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