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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개인화는 자신의 관심사를 전할 때 시작

by 수레바퀴 2022. 10. 28.

개인화 완성도는 조직 내부의 협업 수준이 좌우
엉성한 기술 인프라, 취약한 데이터도 문제지만
단편적인 정보 수집은 개인화 서비스 좌초시켜

디지털 뉴스는 독자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 다가서는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독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뉴스를 분류하는 것부터, 독자의 범위를 형성하는 것까지 아우른다. 뉴스의 '개인화'는 맞춤 서비스라는 디지털 시장의 작동 원리와 직결되며 점점 보편화하고 있다. '구독 모델'로 성장하는 언론사 간 개인화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다.

현재 개인화는 기본적으로 전 연령대가 기대하는 서비스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한국의 독자들이 경험하는 미디어 플랫폼은 대부분 개인화로 성장해 온 플랫폼이다. 개인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면 기회와 경쟁력을 잃고, 경쟁에 따른 위한 지출 비용도 더 커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뉴스 시장도 뉴스를 일괄적으로 배포하는 모델(과거 TV가 뉴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개인화된 모델(개별적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언론사 디지털 뉴스 서비스에서 개인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일단 개인화는 독자를 특정하는 것이 출발선이다. 그것은 연령대로 선별할 수 있고, 지역(공간), 시간, 주제도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교집합이어도 된다. 가령 '주부로서(자녀 양육), 직업인으로서(사회적 성취) 성공을 바라는 30대 여성'처럼 세분화하고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언론사 웹사이트(앱) 서비스에서 개인화 여정은 다양하다.

뉴스 조직에서 확실한 개인화 과정은 독자에게 그들의 배경과 관심사를 직접 묻는 방법이다. 쉽고 단순한 시작은 날씨, 골목 상권의 이벤트 같은 지역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우편번호, 주소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물론 언론의 개인화 서비스 여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이렇게 독자의 개인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를 수집할 것인지 아니면 콘텐츠 허들을 낮추는 조건으로 할 것인지는 순방문자수나 재방문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

더 나아가는 개인화는 독자가 특정 주제, 기자(필자)를 확인하는 단계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한 관심사와 기호를 갖는 독자를 하나의 큰 그룹으로 정의하는 모델은 개인화의 완성도가 낮다. 또 모든 독자가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독자를 구분하고 그룹을 만들수록 선택지를 더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다. 언론사의 선택과 집중, 큐레이션이 중요하다.

개인화에 초점을 두는 뉴스조직은 대상 고객에 독창적이고 어울리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목표를 갖는다. 뉴스레터, 서브 카테고리 개발 등이다. 또 웹 사이트를 찾는 독자의 지리적 위치(IP 포함)를 기반으로 페이지에서 노출하거나 제공하는 콘텐츠 내용과 위치를 바꾸는 방식도 있다. 로그인을 통해 독자가 미리 선호하는 메뉴에 자동으로 접근하는 환경 제공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개인화 콘텐츠는 적절한 시기나 주기에 업데이트 하고 맞춤형 이용자 경험을 담보하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에 '동적 콘텐츠'(dynamic contents)로 부른다.

이때 개인화는 독자의 뉴스 이용 행태 데이터(어떤 뉴스를 읽거나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를 바탕으로 고도화가 이뤄진다. 독자가 특정 페이지에서 보내는 시간 등을 파악해 흥미롭거나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콘텐츠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독자 타겟팅 및 프로파일링으로 트래픽, 이용을 측정하여 독자의 정보 요구에 과학적으로 대응한다. 특정 구독 모드를 선택하거나 특정 주제를 지정하는 등 독자의 결정을 중심으로 개인화를 설계하려면 데이터 수집과 분석 역량이 관건이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콘텐츠, 서비스의 '개인화' 여정은 내부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

일반적으로 콘텐츠 개인화를 구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독자 데이터는 세 가지 유형이다.

첫째, 행동 데이터(Behavioral data)다. 언론사의 미디어 채널에서 독자 활동으로 획득한 정보다. 행동 데이터 분석은 독자의 뉴스 소비 시간, 조회수, 가입과 댓글 등 중요한 상호작용 지표를 보여준다. 행동 데이터의 소스는 모바일 앱, 웹 사이트, CRM 등을 활용한다. 국내 주요 언론사도 어느 정도의 수집 능력을 갖췄다.

둘째, 컨텍스트 데이터(Context data)다. 독자의 배경 정보이다. 채널을 방문하기 전 어떤 곳에서 왔는지, 이벤트(캠페인)로 가입했는지, 신규 또는 재방문자인지, 모바일 독자인지, 뉴스를 클릭하기 전 포털에서 검색한 키워드는 무엇인지 등이다. 독자 의도를 이해는 데 도움을 얻는다. 한국언론의 경우 이런 정보를 서비스에 수렴하는 민감도와 채택 정도는 낮다.

셋째, 인구학적 데이터다. 성별, 소득, 연령, 결혼 여부, 종교, 교육 수준 등과 같은 데이터다. 주로 설문 조사에서 얻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정기적으로 사용자가 웹사이트 등 서비스 채널에서 만족하는지를 파악하면서 기본적인 인구학적 데이터를 얻는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대형 신문사들조차 손을 놓은 상태다.

물론 한국 언론이 이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과 그 수준을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이제 걸음마 단계를 내딛고 있어서다. 개인화 서비스를 언론사 디지털 경쟁력으로 간주하는 상황도 아니다. 뉴스 유료화에 적극성을 띠는 한 중앙 일간지 관계자는 "데이터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성원들은 여전히 극소수"라고 할 정도다.

BBC는 자사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그 질문이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독자의 참여와 관심사를 유도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개인화 전략의 기본은 '진정성'이다. 제품, 마케팅, 독자 관계 등 모든 부문에서 독자에 대한 밀도가 좌우한다.

첫째, 제품의 우수성에 앞서 독자의 요구 사항을 수렴하고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프로세스 유무다. 구독 여부에 관계없이 독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전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화는 두말할 나위 없이 개인을 존중하는 태도 그 자체다. 독자에게 다가설 때는 '소중한' 독자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

숫자로서가 아니라 개성 있는 특별한 개인을 상대하듯 말을 건네고 들어야 한다. 구독 비즈니스를 채택한 언론사라면 독자 관계 증진에 필요한 소통 전략을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언론사의 유료화 로드맵에서 간과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독자 개발 부서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그 서비스는 어떠한가 점검해야 한다.

둘째, '고객 여정 기반' 콘셉트를 일관되게 제공하는지 여부다. 독자가 채널을 방문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 각각 어떻게 콘텐츠를 정렬하느냐의 지점이다. 관련 기사는 물론이고 관심 주제를 배치하는 접근이다. 예를 들면 '추천 항목' '추가로 보기' '파트너 스토리' '새로운 관점' 등 개인화된 하위 섹션을 설계하는 것이다.

각 하위 섹션에는 일반적으로 기사에 대한 3~5개의 링크를 포함하며, 종종 기사 관련 이미지를 비롯 시각적인 요소를 함께 노출한다. 독자의 이용 행태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주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 제공도 포함한다. '개인화 추천시스템'에서 알고리즘의 역할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매체들의 역량은 기사 뷰 페이지의 '깊이'에서 확인 가능하다.

셋째, 기술 부서의 역량이다. 시스템 기반의 개인화는 일반적으로 알고리즘을 지칭하는데 독자 추천 콘텐츠를 찾는 과정에서 독자가 이미 읽은 콘텐츠를 활용하지만 진화한 알고리즘은 유사한 콘텐츠가 아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한다. 알고리즘 편향성을 보정할 때도 활용된다.

기존의 행동적 접근(독자가 주로 무엇을 보았는지)에서 콘텐츠 기반 접근(독자가 좋아한 콘텐츠의 주제와 같은 ‘특성’을 고려)으로 진화하는 형식이다. 수준 높은 개인화 추천 시스템은 이러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계속 고안하면서 이용자 선호도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능력을 보유한다.

물론 시스템 개인화는 독자 이용 행태 데이터 중심의 개인화와 병행한다. 대표적인 독자 중심 개인화는 주로 이메일 기반 업데이트를 꼽을 수 있다. 독자가 로그인 월을 통과한 뒤 자신이 흥미롭게 볼만한 주제를 선택하여 자신만의 맞춤형 뉴스 피드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있다.

뉴스레터의 주제 목록이 다양해지는 것처럼 그 주제는 더 많을수록 좋다. 이후 유익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특정 기사를 '즐겨찾기' 혹은 '저장'으로 설정하고, '최근 읽은 기사'를 따로 볼 수 있는 개인화 옵션도 제공한다.

중앙일보 뉴스 유료화는 독자가 관심사를 선택한다. 데이터가 쌓이면 관심사를 더 세부적으로 추천하고 이용 행태를 반영하는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개인화에서 특히 중요한 대목은 개인화를 전개하는 뉴스 조직에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가이다.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나 인물 등을 알려줄 때 역동적인 개인화를 담보할 수 있어서다. 반면 뉴스 조직이 일방적으로 독자(가 일부 공개한 데이터에서) 관심사를 추정하는 소극적인 개인화도 있다. 이런 수동적인 상황에서는 알고리즘은 인구학적, 지리학적(위치 기반 정보) 데이터에 의존하여 작동한다.

역동적인 개인화는 특정 유형의 콘텐츠를 필터링 하거나 관리하며 독자의 이용 경험을 능동적으로 선별한다. 그 결과를 정교하게 분석하면 유료 구독 모델로 나아갈 수 있다. 단, 개인화 자체가 '상품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화에서 독자가 상당한 이익이 있다고 받아들여야 유료화로 전개할 수 있다.

유료화는 '개인화'에서 확보된 관심과 습관을 토대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활동이다. 콘텐츠, 고객 관계, 경쟁 여건, 조직 문화와 역량 등에서 유료화를 모색할 수 있다.

디지털 구독 모델을 가장 선도적으로 이끄는 <뉴욕타임스>는 올 3월 더 가치 있는 경험 제공을 위해 개인화 제품팀(product team)과 함께 일할 실험 및 개인화(Personalization)팀을 보강했다. 이 팀은 프런트 페이지의 알고리즘을 테스트하며 적용한다. 편집국 데스크 및 제품팀, 알고리즘 추천그룹과 협력하면서 실험 및 개인화 실험과 우선 순위를 결정한다.

개인화 제품 이사(Director)는 뉴스룸, 데이터 과학자, 개발자 등과 개인화 기능을 적용하며 개인화 제품팀을 총괄한다. 머신러닝을 바탕으로 독자의 요구를 수렴한 개인화 솔루션 구축을 맡는다. 알고리즘 추천그룹은 데이터 전문가로 활동한 인물이 이끈다. 개인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품, 편집, 디자인, 기술 부문의 협력이 관건임을 보여준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말 조직도에서 '상품전략팀' '데이터팀' '마케팅팀'을 함께 꾸린 것은 인상적이다. 해외 매체는 콘텐츠 자체뿐만 아니라 모든 접점에서 이용자를 소통하고 파악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여러 플랫폼에서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게 실시간으로 '온디맨드' 뉴스를 제공할 때 팀워크는 중요하다.

개인화의 지렛대는 기술 역량이지만 결정적인 매듭은 내부 조직문화에 달려 있다. 엉성한 기술 인프라, 취약한 데이터는 개인화의 시작을 더디게 하지만 느슨한 협업 환경, 단편적인 독자 소통으로는 개인화 서비스 자체를 좌초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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