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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그래픽 텔링' 도전과 과제..."지면 그래픽팀 기자들이 디지털 콘텐츠 만든다"

by 수레바퀴 2020. 6. 12.

<중앙일보>는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면서 '디지털 스토리텔링' 형식의 콘텐츠를 많이 개발해왔다. '그래픽 텔링'은 종이신문 그래픽 부문 기자들의 열의를 모은 것이어서 그 전도가 주목된다.

한 언론사의 '움직이는 뉴스'가 포털 뉴스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어 화제다. 바로 <중앙일보>의 이슈 패키지-'그래픽 텔링'이다. 평면적인 이미지를 뜻하는 기존의 2차원(2D) 그래픽에 모션 효과를 줘 뉴스를 시각화한 콘텐츠다.

사진, 지도, 데이터 시각화 등 그래픽 요소가 스토리를 이끄는 '그래픽 스토리'와 각 단계의 시각화나 텍스트가 서로 연계되면서 전체의 스토리가 이뤄지는 '디지털스토리텔링'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4월부터 중앙일보M 뉴스룸(편집국) 그래픽팀 기자들이 참여해 현재 40건이 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얼마 전 선보인 '재난지원금 ‘약발’ 안먹히는 지역, 서울엔 딱 네군데 있다'는 텍스트 기사 사이에 시각화된 정보를 품었다. 움직이는 글자와 이미지가 지도에 펼쳐지는 방식이다.

네이버 뉴스댓글에는 "그래픽 전달력이 좋다" "이런 뉴스는 (포털에서) 처음이다" 등이 달렸다. 독자의 호기심이나 관심을 높이는 전달방식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언론사 뉴스 댓글에서 이용자의 '칭찬'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픽'에 주목한 독자들이 의견을 남긴 것만으로도 특별하다.

<중앙일보>의 '그래픽 텔링'은 사각형 박스 안에 다양한 정보를 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형태가 기본 인터페이스로 자리잡았다. 지도, 그래프 등에 수치나 정보를 담으며 표출하는 게 대표적이다. 포털뉴스에서도 온전히 시각화 형태로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언론사의 비슷한 사례들도 있지만 신문지면 그래픽팀을 맡고 있는 기자들이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래픽팀을 총괄하는 조문규 중앙일보 비주얼 디렉터는 "중앙일보는 디지털 환경변화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왔다. 종이신문의 정적 그래픽에서 디지털의 동적 그래픽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문규 비주얼 디렉터는 "그래픽팀 구성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데 적극성을 띠었다"고 덧붙였다. 별도로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애플 키노트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기술을 익히는 등 스터디를 계속했다.

'그래픽 텔링'은 처음엔 글자만 모션 효과를 적용했다. 지금은 이미지 등에 모션효과를 주는 등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가고 있다. 그래픽 담당 기자들이 스스로 배우고 연구하는 상황이다.

안팎에서 넘어야 할 과제는 있다. 중앙일보 뉴스룸의 A 취재기자는 "그래픽팀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기자의 디지털 업무 부담이 늘었다. '그래픽 텔링'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실제 디지털 협업에 뛰어드는 것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의 과정에서 '번 아웃'에 처한 한 기자의 목소리다.

다른 대형 신문사의 B 취재기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건넸다. "하루에 몇 건씩 기사를 짜내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시각화 뉴스의 과제는 밖에도 있다.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뉴스 생태계의 한계다. 아무리 좋은 스토리텔링도 많은 이용자를 흡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속보나 이슈를 중심으로 뉴스가 소비되는 구조다.

또 포털 뉴스 뷰페이지는 언론사가 생산하는 비주얼 포맷을 거부하고 있다. 이용자가 컴퓨터나 모바일 화면을 스크롤하거나 터치, 클릭하는 등 상호작용으로 바뀌는 시각화 형식인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는 포털사이트에는 나오지 않는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언론사별 다양한 포맷을 표준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텍스트 기사나 분류코드처럼 서비스 관리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퍼링크만 해도 광고게시 등 악용 가능성이 상존해 부정적이다.

중앙일보 A 기자는 "(이러한 뉴스유통 환경에서는) 비주얼 콘텐츠의 특장점 자체를 어필하는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사에 묻어가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시도가 많았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소셜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적으로 구현되는 그래픽 텔링.

다음은 조문규 비주얼 디렉터와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Q. 중앙일보 '그래픽텔링'의 개념은?

‘그래픽 스토리텔링’의 줄임말이다. ”뉴스를 어떻게 표현하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출발한 스토리텔링이다. 기존의 2D그래픽에 모션 효과를 줘 뉴스를 시각화한 콘텐츠다.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뉴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형식으로 작성되고 있다.

Q. '그래픽 텔링'을 시작한 배경은?

중앙일보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왔다. 이 연장선에서 "디지털 구독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멈춘 적이 없다.

Q. 종이신문 그래픽 업무를 처리해온 구성원들의 디지털 기술 습득은?

지면이 한정된 공간이라면 디지털은 무한의 공간이다. 디지털은 동적인 비주얼 요소가 중요하다. 디지털 생태계의 확장을 지켜보며 그래픽팀은 새로운 기술 습득에 적극 나섰다. 현재는 그래픽팀 모든 구성원들이 '그래픽 텔링'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픽 기자들은 관련 기술은 대부분 습득했다. 더 나아가 스터디 그룹 등의 형태로 공유하며 노력하고 있다.

Q. '그래픽 텔링' 업무 과정은?

신문사의 텍스트 기사 출고 과정과 도일하다. 자신의 뉴스를 ‘그래픽 텔링’ 형식으로 보도하기를 원하는 중앙일보 뉴스룸 기자들이 기사를 발제하는 단계에서 작업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취재기자들은 그래픽 기자들과 소통하며 가장 효과적인 표현방법을 수정, 보완한다.

Q. '재난지원금 ‘약발’ 안먹히는 지역, 서울엔 딱 네군데 있다'는 구현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가?

줌(zoom, 이미지를 확대하는 기능) 등 여러 요소들이 섞여 있어 6시간 남짓 걸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표현 방법의 수준이 높을수록 작업시간은 비례한다.

Q. '그래픽 텔링'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그래픽 텔링’은 디지털 독자 관점에서 제작한다. 텍스트 뉴스를 비주얼하게 제공할 때 독자가 흥미있게,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게 전달하는데 목표를 둔다.

Q. 안팎의 반응은?

처음엔 빠르게 움직이는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모션 시간을 조정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

이후 '시리즈'로 매일 출고되고 자리를 잡아가면서 "눈이 즐거운 기사에 감사하다" "움짤 넣은 거 재미있다" "신선하다" 등 스트레이트성 뉴스의 댓글에선 잘 볼 수 없는(?) 반응들이 늘었다.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그래픽 텔링’은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의 하나다. 중앙일보 ‘그래픽 텔링’은 흥미로우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사진ㆍ지도ㆍ애니메이션 등 많은 비주얼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섞어 좋은 표현방식을 찾아내려 한다. 앞으로 인터랙티브(interactive) 요소를 접목해보고 싶다. '훌륭한 뉴스 퀄리티'가 기본이라는 점도 유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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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의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텔링은 포털 뉴스 뷰페이지에 구현이 되지 않는다. 한 포털사이트 정책부문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을 마다하는 포털사업자는 없다. 다만 포맷의 문제가 걸림돌이다. 각 언론사들의 다양한 포맷을 균질하게 제공하는 게 관건인데 이를 표준화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인터랙티브 뉴스 스토리처럼 품이 많이 들어간 언론사 콘텐츠를 별도의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는 있다"면서도 "이 경우 콘텐츠 수급의 지속성 뿐만 아니라 균형성 논란도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사안일 경우 제작여건이 있는 언론사의 것만 노출될 수 있고, 업데이트 자체가 뜸해지는 등 서비스 관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포털 뉴스 뷰페이지의 '하이퍼링크'는 '광고 악용' 가능성을 들어 전면 적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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