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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모바일 패러다임에 선 뉴스의 운명

by 수레바퀴 2010. 7. 28.

ABC뉴스가 최근 론칭한 아이패드 어플리케이션. 지구 모양의 원형 이미지 속의 각 뉴스 콘텐츠. 팽이를 치듯 터치하거나 기기를 흔들면 돌아간다. 입체적인 프론트 페이지는 아이패드 이용자들에게 뉴스보기의 묘미를 주고 ABC의 창의성에 경외감을 갖게 한다. 이용자들의 경험은 ABC 뉴스를 바로소 상품으로 인식하도록 이끈다.


최근 전면적인 뉴스 유료화를 단행한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의 성적표가 공개됐다.

유료 등록회원 15,000명. 지난 5월 말부터 1개월 가량 무료 가입기간을 진행해 무려 150,000명을 추가 회원으로 확보했지만 실제 유료화에는 단 10%만 동참한 것이다. 또 유료화 시행 후 웹 사이트 트래픽은 66% 감소했고 지난 2월 데이터와 비교하면 거의 90%나 격감했다.

<더타임스> 측은 그러나 아이패드 버전에 유료결제한 12,500명이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다. 아이패드가 니치 디바이스(niche device)임을 고려할 때 긍정적이라는 진단이다. 웹 사이트 유료 구독자도 아이패드에서 같은 콘텐츠를 보려면 10 파운드를 더 지불해야 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수치라는 것이다.

<더타임스> 전면 유료화의 초라한 결과

비록 몇 주간의 결과이지만 <더타임스>의 사례는 신문과 디지털의 결합이 충분한 성장을 거론하기엔 이르다는 쪽으로 기울게 한다.

<더타임스>, <선데이타임스> 등 두 종이신문판은 지난해 6월과 대비할 때 총 45,448부가 감소했다. 웹, 아이패드 등 온라인 유료화에 참여한 27,500명은 부수 감소분의 절반을 조금 넘은 수치이나 이들이 다음 달에도 결제할지 불확실하고 다수의 경쟁매체가 무료를 고수하고 있어 낙관적인 수치는 아니다.

이미 웹 사이트와 모바일에서 유료화를 시행중인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 전문지가 아닌 일반 일간지인 <더타임스>의 유료화 성적표에 대해 “더타임스 웹사이트 방문자수가 2/3 감소했는데 전문가의 전망치인 90% 감소보다는 작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시장을 개척하는 리딩 컴퍼니인 FT, WSJ의 유료화를 맹목적으로 벤치마킹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고, “모바일 광고시장도 SNS와 LBS 기반에서 성장하겠지만 실제 신문사업자에게 수혜가 돌아갈 기미는 없다”며 파이낸셜타임스의 냉소를 거들고 있다.

6월 현재 앱스토어 어플리케이션은 20만개로 신문사업자가 어플리케이션 제공시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확률은 0.0004%라는 분석도 나왔다. 4천만원 투자해서 연 85만원 번다는 앱 스토어 경제학도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국내 신문사업자들은 OS별, 기기별 어플리케이션 개발로 최소 1천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개발 이후 서비스 운영비도 만만치 않고 앞으로 얼마나 들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만들수록 돈 안되는 앱스토어 경제학

일단 메이저 신문사들은 모두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비메이저 신문사들은 검토 수준에만 머무르는 등 시장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수익 모델의 부재라는 장벽 때문이다.

하지만 뉴스 유료화를 모바일에선 성사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내 대다수 언론사들은 웹 사이트에선 뉴스 유료화를 시행하지 않고 있지만 모바일 에디션(edition)에선 이미 유료화를 부분적으로 시행했거나 추진 중이다.

지난 6월과 7월 동아, 조선, 매경 등 신문사들이 유료화를 시행한 것이 본격적인 신호탄이다. 지면보기 서비스에 한정하거나 출간한 단행본, 매거진, 포토사진과 영문뉴스 등 일부 전문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양상이다.

이들 앱의 가격대와 과금방식은 언론사 별로 조금 다르다. 뉴스 카테고리에 등록된 국내 언론사들은 평균 최소 0.99달러에서 최대 4.99달러까지 편차가 있다. 아이폰앱 신문지면보기 서비스의 경우는 월 2,000원으로 굳어졌다. 앱 다운로드시 한번 유료결제를 하면 계속 무료를 이용 가능한 경우도 있고, 한달마다 기간 체크를 해 결제가 되는 앱도 있다.

모바일 뉴스 유료화를 시행한 언론사들은 실제 유료결제를 한 이용자의 숫자를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고 있으나 성적표는 초라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6~7월에 유료화를 시행해 유의미한 통계는 될 수 없지만 수백 명에서 수천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온라인 유료 독자가 조금이라도 생기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다. 여기에 모바일 광고 비즈니스의 잠재력이 꿈틀거리는 점도 설레는 부분이다. 기존 검색기반의 온라인 광고시장을 어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전환해 효과적인 타깃 광고가 가능한 장점이 거론된다. 특히 앱을 통한 멀티미디어형, 쌍방향성-참여형(이벤트형) 광고모델은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모바일 광고, 그 가능성과 한계

해외 사례지만 USA투데이는 아이패드 앱에 50달러의 CPM(Cost per Mille)을 부과하고 있다. 현재 USA투데이 웹 사이트 CPM이 10달러 수준이고 한 페이지 지면 광고에 발행부수 1,000부당 103달러 광고비를 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꽤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뉴욕타임스 아이패드 앱에 소득수준 상위 15%를 겨냥한 신용카드 사피르(Sapphire)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뉴디바이스의 타깃층을 고려한 컨셉트 광고인 것이다.

이 광고는 게재 후 60일간 CTR(광고노출 횟수대비 클릭률. click-through rate)이 15%에 달했다. 통상적인 웹 디스플레이 광고의 평균 CTR 0.1%를 훨씬 뛰어 넘은 수치다.

와이어드나 GQ 매거진을 발행하는 콩드 네이스트(Conde Nast)는 자사 아이패드 앱 이용자의 월 평균 사용시간이 60분이라고 밝혔다. 이는 GQ.com 방문자의 월 평균 체류시간 3.8분에 비해 20배나 많은 시간이다. 아이패드 광고효과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다만 광고주, 광고대행사, 미디어렙사, 매체를 모두 거쳐야 하는 복잡한 프로세스, 대기업 네트워크에 종속된 광고 대행사의 구조 등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다. 물론 플랫폼 사업자의 개방성에 따라서 밸류 체인에 일정한 변화 가능성도 예고된다. 많은 사업자들이 시장에 등장해 언론사에게 기회를 제공할 여지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리서치&컨설팅 전문기업인 스트라베이스 최근 보고서는 경청해 볼 가치가 있다. “올드미디어가 아이패드 앱을 통한 광고수익을 올리려면 우선 이용자가 오랜 기간 앱을 사용하도록 할 만큼 호소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웹 사이트를 통한 무료 뉴스 제공도 이용자 이탈이란 부담은 있지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처음부터 뉴스상품을 재정의할 때

이러한 문제의식의 저변에는 뉴스 공급자의 일방주의가 지목받고 있다. 고만고만한 뉴스를 만들면 사볼 것이라고 하는 안이한 생각이 그것이다.

우선적으로는 뉴스상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뉴스를 상품화할 수 있는 즉, 이용자들이 뉴스는 공짜라는 경험을 바꿔놓을 만한 우수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 부담이 가로막고 있다. 특히 기술의 선택과 집중에 이르면 대단한 각오도 필요하다.

지난 23일 조선비즈닷컴이 주최한 ‘태블릿 부활과 콘텐츠 산업 빅뱅’에 연사로 나온
어도비(Adobe) 사의 폴 버네트(Paul Burnett) 테크놀러지 솔루션 매니저는 자사의 디지털 퍼블리싱 솔루션(Digital Publishing Solution)이 아이패드 서비스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도비의 에어(Air), 인디자인(Indisign) 등 소프트웨어가 <와이어드> 아이패드 버전에 적용된 점을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 사업자만 배불려서는 안된다”며 뉴스의 형식에 주력하는 것은 뒤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뉴스를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꾸미는 것은 시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랙티브 서비스 같은 테크놀러지와 디자인의 동원은 진정한 자기 경쟁력의 산물이 아니므로 잘게 조직화된 콘텐츠 DB를 활용해 수준 높은 콘텐츠 제공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사실 각 논리는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테크놀러지가 결합한 뉴스, 텍스트 기반의 뉴스 모두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온라인저널리즘은 뉴스를 새롭게 정의해가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테크놀러지를 과감히 결합하면서 아트워크(art work)로서의 뉴스가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아이패드는 콘텐츠의 역동성, 양방향성을 강조하고 있어 뉴스포맷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물론 뉴스를 재정의하는 작업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또 투자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유료화나 수익모델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가령 뉴스 시장의 환경, 문화, 이용자 경험과도 결부된다. 뉴스에 부가가치를 싣는 노력을 한다해도 유료화가 가능한 시장이 있고 그렇지 않은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많은 실험과 실패를 겪은 뉴스룸만이 성공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부터 국내 언론사들이 기존과는 다른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어 주목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연합뉴스, 중앙일보의 인터랙티브 뉴스다. 뉴스에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창조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테크놀러지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뉴스룸 동료와의 협업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SNS를 활용하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로 뉴스 전송 기능을 추가한 것은 물론이고 트위터를 통한 뉴스 유통도 보편화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한 경우도 있다. 한 언론사는 페이스북으로 대형 컨퍼런스 준비를 마무리했다.

테크놀러지와 마케팅에서 새로운 시선을 가진 외부 전문가들의 언론사 입성도 두드러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뉴미디어본부를 신설하고 외부 컨설팅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영입했다. 일부 언론사는 포털 출신 경력자를 닷컴이나 편집국 인력으로 채용했다. 전에 없는 외부 수혈은 뉴미디어 시장에 대한 접근방식의 변화로 읽힌다.

특히 현재의 모바일 패러다임에서 시장이 요청하는 것은 좀더 흥미롭고 창조적인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하나의 현실이 되고 있지만 언론사 뉴스룸은 NGO나 SNS 이용자들과 함께 30~40페이지의 레포트를 전자책으로 출간할 수 있다. 기획기사 묶음도 마찬가지다. POD(Publish on Demand) 시대에는 기자들의 역할을 확장하는 것이 유익한 결과를 낳는다.

또 기자들은 출입처 책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도비나 삼성전자, 애플, 구글의 테크놀러지 매니저들과 전략을 짜야 할지 모른다. 조사자료팀이나 정보를 분류하는 담당자들과 디지타이징, 아카이빙에 대해 격론해야 할지 모른다. 초지역적인 뉴스생산을 위해 서울 신촌이나 홍대, 강남대로를 누비는 뉴스팀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언론사들이 시장의 소비자들과 친화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SNS에서 기자들과 독자간 자연스런 소통으로 시작하겠지만, 이후에는 CRM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종이신문 구독자, 웹 사이트 유료 가입자들에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매체가 보유한 열성적인 독자들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뉴스 유료화 보다는 (기존) 시장을 지키는 전략이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적지 않다. 종이신문 구독자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언론사들은 마치 살얼음 위를 걷듯 컨버전스 미디어 생태계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다. 이 순간에는 주변이 한없이 조용해지다가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이 터진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이 한 순간에 결정되는 셈이다.

모바일 패러다임에서는 창의적인 실험을 주도하며 실패를 많이 겪은 언론사만이 성공할 수 있다. 혁신과 성찰은 언제나 감동의 드라마를 원한다. 모바일 패러다임은 그 증명무대가 될 것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기자협회보 온앤오프(54)회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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