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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Wired 아이패드 버전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by 수레바퀴 2010. 6. 9.

표지에 해당하는 페이지. 올해 여름방학 때 전 세계에서 상영될 토이 스토리 3을 조금 볼 수 있는 동영상 클립이 연결돼 있다. IT, 기술 잡지이면서 문화를 자극한다.

다국적 잡지 출판 기업인 콩드 나스트 퍼블리케이션즈(Condé Nast Publications, Inc.) 계열의 IT-기술 매거진인 <와이어드(Wired)> 6월호가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출시 9일만에 인쇄잡지판 판매 부수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까지 4.99달러짜리 앱이 79,000 다운로드가 기록됐다. 아이패드 앱만으로 매출 30만달러는 족히 넘은 것이다. <와이어드>의 서점, 가판 판매부수는 82,000부 정도고 정기 구독부수는 65만부다.

전문가들은 곧 가판 판매 부수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와이어드> 아이패드 앱은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팔리는 것일까?

첫째, 뉴스를 '기술'과 진지하고 깊이 결합시켰다. <와이어드> 아이패드 앱의 뉴스들은 뉴스라기보다는 테크놀러지이다. 모든 것은 이용자들의 액티비티(Activity-활동성)를 고려한 기술이 적용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뉴스의 하이퍼 링크(hyper link)가 동원됐다.

<와이어드> 앱을 다운로드한 이용자들은 인터넷 뉴스보다 더 양방향적이고 멀티미디어적인 기술의 향연에 넋을 잃는다. 디지털스토리텔링된 뉴스가 살아 숨쉬며 손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뉴스를 건드리면 <와이어드>는 비디오, 그래픽으로 껴안는다.

지면 제작 단계부터 디지털을 위해 충분히 고안됐다. 아기자기한 캐리커처와 화려한 색감들은 눈과 손, 가슴을 만진다.

둘째, 뉴스를 '미적으로' 승화시켰다. <와이어드> 아이패드 앱의 뉴스 페이지들은 시각적으로 지루하지 않다. 다양한 원색을 쓰고 멋지게 조합했다. 마치 스케치북에 무지개 색을 구석구석 잘 해놓은 것처럼 화려하다. 

이용자들은 <와이어드>의 뉴스와 광고 페이지들을 마치 그림 전시회에 온듯 거닐게 된다. 때로는 오른쪽으로 때로는 아래쪽 계단으로(scroll down for next page) 전시회장을 다닌다. 많은 작품들을 눈으로 읽어 가면 피곤함을 잊는다. 퀼트(quilt) 같은 느낌도 들고 명품을 구경하는 쇼핑객이 된다.

숫자 버튼을 누르면 다음 스토리가 진행된다.

셋째, <와이어드>는 뉴스를 '스토리'로 다룬다. <와이어드 뉴스룸>에는 스토리 에디터(story editor)가 두명 있다. 스토리 에디터는 원래 영화사나 TV 조직 내에서 존재하는 직책으로 콘텐츠를 구성하고 창의적으로 가공하는 일을 맡는다. 또 카피 에디터(copy editor : 영미권 뉴스룸 직책으로 뉴스를 정확하게 다듬는다),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지원역할인 리서치 에디터(research edi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트 디렉터 등 상호협력적인 직책과 업무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뉴스를 6하 원칙에 따라 무미건조하게 다루는 진부함을 벗어날 것임에는 분명하다. 30여명의 아티스트, 30여명의 전문 사진작가, 30여명의 테크놀러지스트, 그리고 그밖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인력들... 심지어 어도비(Adobe)사의 기술을 연동한 보이지 않는 손길들. 그래서 <와이어드>는 총 70만부 이상의 오프라인 잡지가 팔려나가고, 앱 다운로드 횟수가 8만건에 이르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와이어드를 만들고 와이어드를 재창조시켰다. 특히 기술과 예술을 위한 거대한 진용은 경외스럽다.

외신들은 신문·잡지가 아이패드용 앱에 유치한 광고 단가가 인터넷 광고의 5배에 이른다는 보도를 내놨다. USA투데이 아이패드 앱은 메리어트 호텔 광고를 1000회 노출하면 약 50달러를 받는다며 기대감을 선점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3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뉴욕타임스 앱의 JP모건 체이스 카드 광고는 이용자의 15%가 클릭했다는 통계도 거들먹거렸다. 미국 시장에서 일반적인 웹 광고 클릭수의 10배에 해당한다는 사족을 덧씌우며.

그러나 생각해보라. 국내에 어떤 올드미디어 뉴스룸이 전형적인 보도사진이나 찍는 기자들을 내보내고 전문 프리랜서들을 고용할 것이며, 오후 두세시부터 본격적인 조판짜기에 나선 편집기자들을 새로운 테크놀러지스트로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인가. 출입처에 나가 1~2개의 아티클(article)을 쓰는데 헉헉거리는 취재기자들의 업무를 재편할 수 있을 것인가.

광고 페이지. 광고주들은 동영상을 제공한다. 광고 콘텐츠도 와이어드를 빛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광고주들은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에서 다양한 광고를 실험해볼 것이다. 광고 주목도가 높은지도 파악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와이어드>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어쨌든 태블릿 PC가 신문출판업계의 근본적인 위기구조를 타개하기보다는 하나의 자극과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징검다리라는 평가까지는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징검다리인 아이패드를 통해 물살이 센 강을 넘을 것이냐는 점이다. 놀랍고도 화려한 <와이어드>의 '성공'은 두 말 할 나위도 없이 혁신이었다. <와이어드>의 편집장이자 <롱테일 경제학>과 <FREE>의 저자 크리스 엔더슨(Chris Anderson)은 아이패드 버전을 내놓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There is no finish line. Wired magazine will be digital from now on, designed from the start as a compelling interactive experience, in parallel with our print edition. Wired is finally, well, wired."

올드미디어 뉴스룸의 사람, 조직, 자원에 대한 혁신을 <와이어드> 아이패드 앱은 다시 강력히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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