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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국내 경제 뉴스 미디어 장밋빛일까?

by 수레바퀴 2010. 5. 20.


경기 불황기에는 경제 뉴스만한 의지처가 없는 것일까? 불과 몇 년 사이 국내 뉴스 미디어 시장에 경제 매체 창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SBS그룹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가 미국 금융·비즈니스 전문 방송 채널 CNBC와 손잡고 케이블TV를 개국한 것은 경제 뉴스 미디어 시장에 대한 기존 언론사들의 식지 않은 관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래 경제 전문 케이블TV는 경제 신문과 인터넷 경제 매체가 미디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적 카드였다. 일찌감치 케이블TV를 개국해 시장 내 입지를 다져온 매일경제(mbn), 한국경제(한경TV)에 이어 인터넷 경제 매체나 소규모 경제 신문들이 앞다투어 케이블TV 시장에 들어선 것도 그 때문이다.

2007년 이데일리TV, 2008년 서울경제TV SEN·MTN(머니투데이)이 이에 해당한다. 경제 매체뿐만 아니라 종합 일간지도 쉽게 손을 댄 것이 경제 분야 케이블TV이다. 조선일보 비즈니스앤(2007년), 국민일보 쿠키TV(이상 2008년) 등도 모두 ‘경제 정보’를 표방한다.

사실 국내 경제 뉴스 미디어 시장은 인터넷, 모바일 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신속성과 전파력이 큰 인터넷 기반에서 경제 뉴스의 효과는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에서 경제 뉴스 시장을 좌우하는 머니투데이, 이데일리 등도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를 읽은 매체들이다. 당연히 기존 경제 신문들도 인터넷 분야에 맞대응을 하고 나섰다. 매경과 한경은 각각 온라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별도의 전담 조직을 두고 하루 평균 3백여 개의 속보를 생산하는 진용을 갖추었다. 신문 지면도 마찬가지다. MBA, 생활 경제 등 차별화할 수 있는 경제 섹션도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TV, 신문, 인터넷 쪽만 불이 붙은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무기력해보이던 출판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2년 전 경제 매거진 폐간 경험을 가진 한겨레신문은 지식과 교양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로 재도전에 나섰다. 수준 있는 담론과 전망을 내세웠다. 동아일보의 격주간지 <동아 비즈니스 리뷰>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손을 빌려 고품격을 표방하고 유료화 흐름을 탔다.

이렇게 언론사들이 ‘경제 뉴스’에 쏠리는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대다수 경제 매체는 승부처를 증권사 HTS(홈트레이딩 서비스) 시장으로 보고 있다. 다른 언론사들이 넘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100% 출자한 ‘조선경제i’에서 서비스하는 인터넷 경제 매체 ‘조선비즈닷컴’도 전체 기자만 100명 정도로 구성해 이 시장을 넘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통의 유력지 USA투데이를 제친 데 이어 세계적 경제지들이 전반적으로 광고 매출 및 가판 판매 증가 등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것도 그런 분위기를 키우고 있다.

최근 뉴스 유료화 논의를 주도하는 쪽도 경제 매체들이다. 루퍼트 머독은 월스트리트저널 유료화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전문성이 높은 경제 뉴스의 퀄리티 저널리즘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간과해서 안 되는 부분은,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니케이 신문,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유력 경제 매체들은 풍부하고 독보적인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시장 및 기업 데이터는 물론이고 다양한 경제 지식 정보를 구축해 이것을 뉴스와 연계하고 있다.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우도 유럽 시장 관련 정보를 잘 구현해주고 있다.

콘텐츠 부족·비과학적 비즈니스 등 문제점

하지만 국내 경제 뉴스 미디어의 속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디지타이징, 아카이빙 등 하드웨어 인프라가 적절하게 구현되어 있지 않고 내세울 만한 데이터베이스나 킬러 콘텐츠도 미흡하다. 그간 양적이고 형식적인 승부에 치중한 탓이다.

시장의 이해관계자나 독자들이 원하는 뉴스를 만들기 위한 기초적인 조사도 없이 공급자 관점의 일방적인 뉴스 생산에만 의지하는 상황이다. 주요 경제 신문들이 종합 일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해외 경제 뉴스 미디어에 비해 기본기가 취약한 것은 미래를 결코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또, 인터넷 경제 매체의 경우는 더욱 치열해진 시장에서 제 살 깎아 먹기나 광고 및 콘텐츠 강매 등과 같은 비과학적 마케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인터넷 경제 매체는 구성원 간 처우 문제나 경영 다툼 등 내홍으로 조직 안정성까지 지적받고 있다. 내세울 만한 수익성을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안팎으로 도전만 거센 형국이다.

특히 경제 전문 케이블TV의 경우 앞으로 종합편성 채널이 등장하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상대로 한 채널 편성 협상이 더욱 힘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자칫 부대 비용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시장 구조적으로도 한계가 뚜렷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TV 수상기를 합친 전체 케이블TV 방송 가입자는 2009년 말 현재 1천5백30만명 정도이나 한두 개 채널을 제외하고는 실제 경제 전문 채널 시청이 가능한 가입자는 절반을 넘기기 어렵다. 광고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청률도 1%를 넘기가 버겁다.

현재 국내 경제 뉴스 미디어의 호황은 일시적이어서 오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콘텐츠와 마케팅에 일대 혁신이 없다면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 비록 경제 매체의 생존 가능성이 크다지만 경영의 효율성에 의지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과거의 구태의연한 비즈니스 모델에만 안주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경제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월스트리트저널에 가 있다. 그 정도 수준에 올라서지 않으면 경제 매체들의 난립으로 지쳐가는 국내 뉴스 미디어 시장의 앞날은 결코 장밋빛이 되지 못할 것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시사저널> 최근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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