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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미디어뉴스/해외

"우리는 뉴스를 팔려는게 아니다"

by 수레바퀴 2010. 5. 27.

영국의 일간신문 더 타임스. 경쟁 신문에 비해 프런트 페이지에서 노출되는 뉴스의 수를 줄였다. 모든 뉴스를 전하는 방식은 피한 셈이다.


뉴스 코퍼레이션 계열의 <더 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가 25일 각각 새로운 웹 사이트를 오픈했다.

<더 타임스>나 <선데이 타임스>는 이번 리뉴얼에서 뉴스-스토리마다 사진, 영상 등을 결합하는 등 멀티미디어에 초점을 뒀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화이트 톤의 배경에 '신문'의 질감을 느끼게 하는 <더 타임스>나 매거진 스타일로 비주얼이 강조되는 <선데이 타임스>에 대해 훌륭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두 사이트는 스토리간 연계성도 탁월하다. <더 타임스>의 경우 주요 기사와 관련 기사간 링크가 쉽게 배열돼 있다.

특징적인 것은 '라이브 채팅' 기능이다. 정치, 문화, 비즈니스 스토리와 관련 기자들이 직접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 두 사이트는 분명히 서로 다른 브랜딩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선데이 타임스>는 블로그, 콘텐츠, 기획기사 등이 매일 업데이트 될 뿐만 아니라 문화 가이드(culture planner)를 자처하고 나섰다.

다양한 예술 공연, 이벤트, TV프로그램들을 추천하고 인터랙티브한 일정 캘린더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독자들에게 예약 티켓과 뉴스코퍼레이션 계열사인 Sky를 통해 TV 프로그램 녹화기능을 제공한다.

주말을 즐기려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선데이 타임스>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선데이 타임스>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통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리뉴얼된 <선데이 타임스>는 일단 비디오 콘텐츠가 풍부하게 제공된다. 비주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선데이 타임스> 데이비스(Davies)는  "우리는 기사제목이나 백화점처럼 나열하는 전통신문과는 다른 방식을 택해야 했다"면서 "간식처럼 경쾌한 느낌을 주는 매거진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과 비디오는 새로운 디자인의 핵심이다. 가장 재미있는 인터뷰나 인터랙티브 서비스같은 주요 콘텐츠는 '멀티미디어 갤러리'로 소화된다.

특히 <선데이 타임스>는 문화 가이드 툴(digital culture planner tool)을 제공한다. 웹 사이트에서 주요 공연예술 정보를 서비스하며 이용자의 셋톱 박스에서 예약할 수 있는 디지털 위성방송 Sky(스카이) TV와 연동시켰다.

2001년 설립된 스카이 디지털TV는 개인용 비디오 녹화(PVR) 서비스 기능을 지원하는 셋톱박스 Sky+(스카이 플러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 현재 590만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iPad), 아이폰에서도 수개월 내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디지털 구독료가 적용된다.  이 구독료엔 타임스+ 억세스는 포함되지만 스페셜 타임스+ 패키지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일요일에 발간되는 선데이 타임스.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화려한 비주얼 콘텐츠가 눈길을 끄는 웹 사이트를 오픈했다. 가판 가격은 2파운드다.

이 사이트들이 오는 6월 유료화에 나서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주 지능적인 구독료 정책을 세우고 있다고 평가할만하다.

구독료는 1일 1파운드, 1주 2파운드로 확정됐다. 월 구독이나 연 구독시 별도의 할인은 적용되지 않는다. 참고로 <더 타임스>는 가판에서 1파운드에 판매된다.

우선 이용자들은 약 4주 즉, 1개월간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지만 등록 절차는 마쳐야 한다. 포드캐스트용 콘텐츠는 물론이고 웹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가 유료화되는만큼 앞으로 1개월간이 중요한 상황이다.

가디언은 뉴스 유료화를 추진하는 <더 타임스> 관계자의 말을 빌려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전략이라고 전했다. 그럴만한 것이 구글 뉴스처럼 포털 검색에서도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더 타임스>는 영국 ABC협회의 웹 사이트 인증도 포기했다.

<더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의 유료화는 구글 같은 뉴스 어그리게이터에게 치명상을 입힐지도 관전 포인트다. 애초 예상과는 다르게 <더 타임스>는 검색엔진으로부터 뉴스가 수집되는 것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타임스'의 경우 일단 제목만 노출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아주 제한적인 목록만 넘겨주게 돼 구글로서는 메타 데이터 추출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아직 <월스트리트저널>이 뉴스의 처음 한 두 단락에 해당하는 부분의 노출을 허용한 뒤 회원 등록 과정을 요청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디언>이 뉴스 검색을 포기하는 것 즉, 트래픽을 사양한 것은 포털로 유입되는 이용자가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료화를 통해 확보되는 진정한(royalty)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더 타임스>는 이용자가 뉴스 댓글을 올릴 때는 '실명(real name)'을 적용토록 했다. 커뮤니티의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용자 프로필도 더 많이 공개해 광고주들이 타깃 광고를 하는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더 타임스> 관계자는 웹 사이트에는 종전보다 훨씬 적은 뉴스-스토리를 배열한다. 많은 언론사 사이트들이 기사 제목을 나열하는(headlines [and] list-driven) 방식은 답습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더 타임스> 편집자 화이트웰(Whitwell)은 "우리의 디지털 전략은 뉴스 수집자나 소셜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며 지난 18개월간 유료화 검토 과정의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하루 4,000개 뉴스를 제공하는 구글뉴스처럼 모든 뉴스를 이용자에게 보려주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가진 것(take)을 제공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화이트웰은 "기자와 독자간 관계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굳이 독자들에게 실명과 신상정보를 요청하는 것도 가치있는 관계, 커뮤니티-로열티가 충만한 본산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이번 유료화는 <더 타임스>가 목표로 하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셈이다. 신문은 진정으로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말이다.

루퍼트 머독은 줄곧 퀄리티 뉴스는 유료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었다. 특히 뉴스룸에 일관된 디지털 저널리즘을 강조해온 것은 유료화 국면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다.

우선 <더 타임스> 기자들은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물론 <더 타임스> 뉴스에 대한 하이퍼 링크들이 유료화 등록 페이지로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타임스> 편집 책임자 다니엘 핑켈스타인(Daniel Finkelstein)은 "편집 부문도 디지털 통합이 이뤄졌었다"면서 "웹 사이트의 섹션과 신문지면의 동일 섹션에 대해 각 편집자들은 함께 책임지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료화 시행은 뉴스룸 기자들로 하여금 웹 사이트에 대해 더욱 먼저 그리고 깊이 고려하는 단계로 이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는 디지털 저널리즘을 확장하면서 분명한 좌표를 껴안았다. 다니엘의 말을 그대로 전하면 아래와 같다.

뉴스를 팔려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세일즈해야 한다("We are not selling them [readers and users] news, we are selling them the Times and Sunday Times.")는 것이다.

그것은 신뢰도가 충만한 퀄리티 저널리즘을 위한 뉴스룸 컨버전스, 독자들을 위한 충분하고 만족스런 서비스, 마침내는 기자들과의 소통으로 확보되는 충성스런 관계의 구조로 완성될 것이다.

오픈 플랫폼을 취하며 유료화에 반대해온 <가디언>은 이번 <더 타임스>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다른 매체들도 따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타임스>의 유료화 실험이 국내 언론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더 타임스>의 18개월간의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을 감안할 때 유료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유료화 그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유료화에 이르는 단계들에서 엿보이는 메시지가 있다. 뉴스룸이 고집스럽게 지켜온 종전의 철학을 포기한 것, 누구나 이야기하지만 결코 이루지 못하는 '완전한 혁신'의 풀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 뉴스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 전면 유료화(Paywall). 이용자가 콘텐츠에 접근할 때 지불 벽(창)이 생긴다는 의미다. 유료회원이 될 경우만 뉴스를 볼 수 있다.
 
- 부분 유료화(Semi-Permeable Paywall). 프리미엄 서비스, 예컨대 모바일이나 풀 뉴스는 유료회원에게만 오픈된다. 무료회원은 제한적으로 열람이 가능하다. 루퍼트 머독이 주장하는 퀄리티 저널리즘엔 돈을 지불해야 한다와 궤를 같이 한다. 투자가 부담이다.

- 종량제(Metered System). 일정 개수 이상의 뉴스를 볼 경우 구독료를 내야 한다.

- 광고 비즈니스. 뉴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 매출을 올린다. 어느 수준의 트래픽이 유지돼야 하고 시장 규모가 관건이다. 영어권 유력 매체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유료화 논란을 과열시켰다. 최근에는 타깃 광고로 광고주들을 유인한다. 문맥광고나 충성도 높은 이용자 커뮤니티가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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