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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포털규제 흐름과 표현자유의 가치

by 수레바퀴 2007. 8. 1.

올해 들어 인터넷 포털사이트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정보통신부 등 국가기관이 기존 규제장치를 들어 포털사업자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정치권 일각에서 ‘검색서비스사업자법’ 등 포털사업자의 핵심 비즈니스 영역을 다루겠다는 태세여서 포털사업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등 포털규제에 나선 주무부처가 확대되는 것과 함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전자금융거래법,저작권법,정보통신서비스중독및예방에관한법률 등 포털사이트와 관련된 법제도들도 속속 재개정되고 있다.

 

여기에 한미FTA 후속조치, 대선 관련 미디어 및 선거관련 규제정책, UCC 규제정책, 방통융합 정책(망중립성, 온라인디지털콘텐츠 관할 주체 및 규제방향 등)에서도 포털규제 방안이 깊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하반기에 포털규제 입법화를 밝힌 정보통신부는 11개 소규모 작업반으로 구성된 ‘포털규제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불법 인터넷광고, 검색어 조작, 이용약관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또 대부분의 포털사이트는 인터넷게시판과 댓글 등에서 제한적 본인 확인제(실명제)를 시범 적용하고 있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초부터 포털사업자가 콘텐츠 제공업체(Contents Provider)에 대해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가격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CP들은 포털사이트를 거치지 않으면 인터넷 비즈니스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포털사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시장지배적사업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2005년 기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 3사의 매출액 합계가 전체 포털업계의 87%에 이를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포털사업자들은 CP와의 관계가 경쟁적인 것인지 상호보완적인 것인지 진단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즉, 시장획정은 단순히 포털매출로 보는 시장이 아니라 콘텐츠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를 전담하는 뉴미디어산업팀을 신설한 문화관광부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기류는 포털을 언론매체로 규정해 현행 언론 관계법 수준에서 다루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포털뉴스는 언론” 공감대 확산

 

공직선거및부정방지법(이하 공선법)에서 “(기사를)매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경영, 관리하는 자를 인터넷 언론사”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 기사생산 조항을 뺀 신문법 개정안 등이 원안대로 처리되면 포털사이트가 언론인가라는 논란은 법리적으로는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선거보도심의 대상에 판도라TV, 곰TV 등 동영상 UCC 서비스업체 일부를 인터넷언론(특수언론)으로 처음 지정, 논란을 빚은 데서 보듯 인터넷상의 뉴스 매개 서비스 개념화를 두고 첨예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관위가 UCC 그 자체가 심의대상이 아니라 뉴스매개 행위에 대해 제한적 관리 감독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판도라TV 등 사업자들은 “자체 뉴스 채널도 없는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업체를 언론사로 분류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여야 의원들이 내놓은 신문법 및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경우 포털뉴스가 언론사 기사를 재매개하는 것 외에 뉴스편집 행위를 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인터넷포털을 인터넷신문 즉, ‘언론’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언론사의 동의 없이 기사내용을 수정하거나 자의적, 선정적으로 편집할 경우 벌칙조항도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포털사업자는 인터넷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뉴스 재매개 부분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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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규제 필요성의 사회적 맥락

 

대포털 규제 논의가 확산되는 것은 포털사업자가 그동안 혜택만 누리고 공적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공감대에서 연유한다. 이는 포털-CP, 포털-이용자간의 소통이 미흡한 상황에서 개방적 웹 환경을 역행하는 ‘가두기식’ 서비스, UCC 영역에서의 저작권 침해, 검색결과 조작 의혹 등이 지속되는 것만 봐도 포털사업자의 책임이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자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노력해왔다는 포털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기사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 인기검색어를 통한 여론왜곡 시비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법원이 기사 댓글의 관리 소홀 책임을 들어 포털사업자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조치는 대표적인 사례다.

 

법원은 포털측이 편집기준에 따라 중요도를 반영한 편집행위와 그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 편집판의 물리적 특성을 고려해 제목수정을 하는 점, 댓글로 기사 자체의 내용을 넘어서는 여론이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점, 언론사보다 정보 전달자의 영향력이 더 큰 점 등을 들어 비록 언론사 기사에 대한 책임은 언론사가 전적으로 진다는 계약에도 불구하고 포털측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이 같은 지적은 법원이 포털뉴스의 ‘영향력’이라는 현실에 기초해서 단순한 뉴스유통에 그치고 있다는 포털측의 일관된 논리를 일축했다는 점에서 유의할 대목이다. 포털의 뉴스편집 행위 그 자체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또 법원은 뉴스 뿐만 아니라 포털 검색 서비스(지식In 포함)와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비록 이용자에 의해서 피고 김모씨의 정보가 계속 게재되긴 했지만, 너무 많은 불법적인 내용이 인지된 상황이라면 직접 삭제 등 피해의 확산을 즉각적으로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면서 포털사업자측의 강도높은 관리책임을 물었다.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독창성 훼손”

 

이에 대해 포털사업자들은 법원의 조치가 첫째, (문제가 있거나,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는) 언론사 기사를 임의적으로 편집할 수 없는 포털뉴스 서비스의 특성상 과도한 방지노력을 강제할 경우 언론사의 저작권 및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둘째, 이용자들의 뉴스 댓글 뿐만 아니라 블로그, 카페 등 커뮤니티 서비스 게시물까지 포괄적인 관리책임을 묻고 있지만 그 책임의 내용과 근거가 없어 자칫 이용자들의 콘텐츠를 과도하게 검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포털 서비스의 폐해나 부작용에 대한 규제의 정당성이나 그 기준이 아니라 이번 판결이 갖는 정치사회적, 문화적 통제 논리이다. 왜냐하면 법원의 이번 판결은 익명성, 쌍방향성, 즉시성, 비대면성 등 사이버 공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특질과는 별도로 그것들을 개념화하고 구조화하는 모든 기준은 철저히 현실세계에 복무한다는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포털측의 일부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그 가치기준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한마디로 가상세계는 현실세계에 종속된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했다.

 

“규제 정당성 표현자유보다 가치 크지 않아”

 

법원은 “현실세계에서 위법한 것은 가상세계에서도 위법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 공인이 아닌 사인의 경우에는 어느 경우에도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점, 영리활동을 하는 포털사이트의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는 점, 사상의 자유시장 논리에 기댈 것이 아니라 불량한 정보 유통을 방지하여 인터넷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는 인터넷의 다양성, 다차원성, 탈계급성 등 완전하고 새로운 ‘자율성’을 지향하는 관점이 아니라 현실세계의 집중적인 통제와 관리 및 규칙을 수용해야 한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포털사이트가 갖는 위상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기사-댓글-커뮤니티-이용자 등에 대한 관리의 성실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표현된 내용물 그 자체 즉 이용자 콘텐츠(User Genarated Content)를 간섭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표현 및 언론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포털사업자가 이용자 게시물 등을 손쉽게 삭제하는 편을 택할 경우 표현의 자유 및 국민의 알권리가 제약받을 수 있고, 제3자가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지만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폭넓은 독자성을 전제하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그 판결의 칼날이 자책의 진정성이 부족한 포털사업자만 향했다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포털사업자와 그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포털이 매개하는 뉴스 댓글을 포함, 다수 이용자의 표현행위를 억압할 수 있어서이다. 또 규제장치는 포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일반에 확대 적용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일정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조치와 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다.

 

김기중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에 일부 제한적으로 도입되었던 인터넷 실명제는 정보통신망에 확대, 도입됐으며,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적 글에 대한 임시조치제도는 다시 공직선거법의 개정안에 반영된 것”이라며 규제장치의 확장 가능성을 우려했다. 결국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인 포털의 책임과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어떤 방법으로 조화롭게 정의할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 일부 시민운동단체 등은 “이미 입맛대로 콘텐츠를 선별해온 포털 측은 이용자들에게 책임만 전가하고 있는 만큼 신문법 개정, 검색서비스사업자법 입법을 관철해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논리에 조건없이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접근은 포털사업자의 인터넷 생태계 왜곡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용자의 표현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포털사업자의 성찰적 서비스 필요

 

사실 포털규제 논리 저변에는 포털사업자의 합리적인 변화를 주문하는 시장 문화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앞만 보고 성장한 뉴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포털사업자들이 외부 전문가나 이용자들로 구성된 ‘이용자 위원회’를 앞다퉈 구성한 것이나 음란물, 성인물 모니터링 강화도 포털사업자의 인식변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UCC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형식적인 기구 도입이나 기술적 관리 의존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이용자 운동이나 건전한 서비스 육성을 위한 공공적 투자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포털사업자가 앞으로는 ‘성찰적’ 서비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첫째, CP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 콘텐츠 기업이 함께 살 수 있는 내부적 장치를 마련하고 둘째, 이용자 제작 콘텐츠 등으로 발생하는 유무형의 이익을 이용자에게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환원하는 시스템을 확보하며 셋째, 공익적, 공공적 서비스 발굴과 확대를 위해 언론, NGO 등과 지속적인 서비스 채널을 늘려가는 것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때 포털사업자의 성찰적 서비스 뿐만 아니라 포털규제의 내용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왜냐하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는 단지 포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미디어 환경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서 변화무쌍한 미디어 환경에 걸맞는 미래지향적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의 ‘포털규제’ 논의처럼 ‘표현 자유’의 억압 가능성을 열어놓는 흐름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뉴미디어와 플랫폼, 소통구조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 설령 규제장치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중복은 피하고 최소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공정거래, 시장독과점의 영역에 한정하고, UCC 등 인터넷 플랫폼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는 상식선에서 규제논의가 전개돼야 한다.

 

간과해서 안되는 것은 포털사이트는 물론 인터넷 전반에 참여지향적이고 공공적인 서비스를 지지하는 흐름이다. 규제가 그것을 무너뜨리는 쪽으로 가서는 안될 것이다.

 

덧글. 이 포스트는 미디어퓨처 7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고 작성시기가 6월 초순임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트는 무단으로 퍼가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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