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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up3] 기사 어뷰징과 네이버 가이드 라인

by 수레바퀴 2007. 3. 29.

Q : 네이버가 검색 어뷰징에 대해 언론사를 모니터링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간 일부 매체들이 검색어 장사 기사를 남발한 데 따른 대책이라고 보여지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A : 언론사가 납품한 포털용 뉴스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 불거지니까 납품업자한테 "잘 만들어라"고 한 것 같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포털 뉴스 서비스의 문제점들은 개선하지 않는 대신 이렇게 납품업자의 탓을 하는 겁니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기사 어뷰징에 대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팽배하다면서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는데요. 이를 지키지 않으면 모니터링 한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납품업자한테 기사 제대로 잘 만들지 못하면 불량 납품업자로 공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참 애매합니다, 언론사가 포털 뉴스 이용자들을 상대로 해서 좋은 뉴스를 생산해 낼 의무는 없거든요. 이용자가 많은 뉴스들 중에서 보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한 게 포털이 지향해 온 뉴스 서비스  아닙니까.

문제가 생기니까 이용자들이 불만을 갖는다면서 말을 하는데 좀 지나치다는 느낌입니다. 인기 검색어 서비스나 뉴스 댓글 같은 게 전부 기사 어뷰징을 만드는 매개제임을 인정하지 않고 왜 여기에 집착하느냐고 물으면 좀 난감한 거지요.

검색 아웃링크를 통해서만 언론사에 트래픽을 보전해주니까 트래픽을 늘리려면 어떡합니까. 그런 기사를 만드는 게 당연한 거죠. 책임을 또 절묘하게 언론사로 전가한다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애초부터 검색 아웃링크를 하면 언론사간 서열화니 '제목장사', '선정성' 등 옐로우 저널리즘 따위의 무한 경쟁이 예고돼 왔습니다. 드디어 그런 문제가 불거진 건데 그 책임을 언론사한테만 넘긴 셈이 되는 겁니다.

Q : 가이드 라인을 지켜먼서 검색어 기사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겠습니다.

A : 그렇습니다. 네이버는 마치 밑밥은 계속 던지면서 물고기더러 오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수용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더욱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언론사가 수준 있는 온라인저널리즘을 만들 여건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포털에 의존하는 뉴스 생산 구조만 계속 존재하는 겁니다.

어쨌든 언론사가 포털 뉴스 생태계를 뛰어 넘는 환경을 갖추기가 요원한 실정에서 네이버 어뷰징 가이드라인은 현실과 부조화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더구나 네이버가 언론사한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용자 불만을 빙자해서 뉴스 생산의 방향까지 왈가왈부하는 건 납득할 수 없습니다.

특히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언론사를 공개한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포털이 언론사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으로 비쳐질 정도입니다.

물론 포털이 언론의 온라인 저널리즘과 관련 분석, 평가, 조언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고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그 전제가 언론사가 전적으로 잘못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주면서 훈수를 두는 식이 돼서는 곤란합니다.

마치 "우리 포털은 공들여 잘 가꿔 놨는데 당신들(언론)이 물 흐리잖아" 이런 식이니까요.

더 안타까운 것은 언론사도 "네이버의 지적에 대해 잘 지키겠다"고 반응하는 겁니다. 참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국내 뉴스조직 전반이 포털 종속형 온라인 저널리즘이라는 것에 완전히 내성화한 것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포털 뉴스 이외에는 더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럴수록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적 성장은 더 멀어지는 것이고요.

끝으로 말씀드릴 것은 사실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의 천박성은 규모가 제한된 시장에서 많은 언론사들이 경쟁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구조로부터 비롯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력도 부족하고요. 이러다보니 온라인 뉴스조직과 그 종사자들은 더욱 더 정체성의 위기를 느낄 거 같습니다.

덧글. 이 포스트는 '네이버 뉴스 아웃링크 영향 분석' 자료와 관련 온라인미디어뉴스의 보도 이후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한 것들을 정리, 재구성한 것입니다. 30일 한겨레신문의 인터넷판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덧글. 최근 포털사업자 또는 포털미디어의 서비스와 관련 사회적 비판여론이 비등한 것은 "포털사업자가 자초했다"는 포스팅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사 스스로 인터넷 뉴스와 저널리즘을 훼손하는 태도와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사실 포털의 디지털 뉴스 콘텐츠 유통시장 과점의 상당 부분은 언론사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웹2.0 등 점점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언론사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포털-언론의 진정한 공생관계의 도래도 먼 미래는 아닐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덧글. 이미지는 '네이버 뉴스 아웃링크 영향 분석' 마지막 페이지 캡쳐

덧글. 이 포스트는 밤 열시경에 재수정했습니다. 문장을 매끄럽게 했을 뿐 전체 내용의 변화는 없습니다.

덧글. 미디어오늘 4월4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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