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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검색어는 무한 루프"

by 수레바퀴 2007. 3. 20.

"일종의 루프(loop) 같은 것이지요"

"콘텐츠 트레이닝 장치는 어떨까"

"기사 생산 앞단의 고민을 인위적으로 심어주고 있어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검색어와 관련된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7일 KBS 디지털뉴스팀과 함께 진행한 인기검색어 조작 가능성 실험은 포털미디어와 인기검색어가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봤다.

수업시간인 6시까지 모인 수강학생은 모두 47명.

촬영 기자들은 강의실에 카메라 2대를 설치했다. 방송 리포팅을 진행한 취재기자는 학생들에게 이 실험의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다시 당부했다.

정치인 OOO는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국회의원이었는데 학생들에게 일제히 이름을 치고 검색을 실시한지 10분이 지나면서 순위에 진입했다. 

네이버 인기검색어 리스트에 아예 없없던 정치인 OOO은 10위에 오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8위까지 올랐다. 이른바 '광클' 프로그램을 설치하기도 전에 순위에 오른 것이다.

야후!코리아에서는 네이버보다는 짧은 시간에 역시 톱 10 안에 들었다.

KBS 기자는 실험 실시 이전에 네이버 관계자로부터 "인기검색어 조작 가능성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의문을 품었다.

이미 여러차례 이용자들과 언론이 의혹을 제기했고 실제로 비슷한 실험을 한 커뮤니티의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14일 저녁 촬영분이 16일 밤 9시 뉴스에 방송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쳤다. 데스크의 검토도 있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회여론의 왜곡 가능성이 판단되면서 톱 뉴스에 배치됐다.

이 과정에서 직접 들어본 언론 및 개발자 심지어 포털사이트 내부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실시간 인기검색어 부작용에 대한 경계와 조롱 그 자체였다.

한 미디어 업계 전략 담당자는 "인기검색어 조작은 기술적으로 얼마든 가능하다"면서 "네이버가 주요 매체들의 기사 생산단계가 아닌 앞단의 고민을 자꾸만 인위적으로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 중앙의 경쟁에서 이제는 대다수 매체들이 일반적인 기사-저널리즘 행위가 아니라 인기검색어를 염두에 둔 기사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결국 그것은 네이버의 검색 및 트래픽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네이버 실시간 인기검색어 서비스는 "기술적, 인위적 필터링이라는 측면 보다는 전략적, 선택적 판단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을 갖는 네이버에게 '실시간 인기검색어'라는 장치는 검색 점유율을 더욱 높이는 장치인 것이다.

톱 블로거로 다수 선정된 바 있는 한 기자는 "이것은 무한루프입니다. 모두들 인기검색어에 말려들어서 자꾸 검색어에 얽혀 순환되는 것이지요"라고 설명한다.

이 기자에 따르면 네이버의 실시간 인기검색어 서비스는 관심없는 사안들마저 검색하게 만드는 덫과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즉, 검색이 검색이 아닌 클릭과 페이지뷰로만 확장되는 것이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은 본인의 검색어보다 타인의 검색어를 보고 싶어 한다"면서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노리는 함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부가가치'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네이버가 인기검색어 관련 오프라인 매거진을 발행하면서 공공성으로 포장하지만 얄팍한 수"라고 비판했다.

또 한 언론사 관계자도 "인기검색어 서비스는 네이버가 만들어내는 모든 장치들이 네이버를 위해서만 고안되고 운영되는 것처럼 그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네이버 인기검색어용 기사 생산 구조까지 생기면서 언론사, 이용자가 모두 포털미디어의 전략 프레임에 가둬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실시간 인기검색어를 비롯 뉴스 댓글 등은 포털미디어가 창조한 신종 서비스다. 언론사들은 이것을 더 떠받들고 있고 이용자들은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각의 배경에는 지난해 총 매출 5733억원에 영업이익 2296억원을 자랑하는 네이버에 대한 산업계 전반의 불만이 담겨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인터넷 서비스와 그 미디어의 본질에 대해 원점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미디어는 과연 언론인가? 복합 장사치인가?

실시간 인기검색어는 포털사이트를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면서도 아닌 것처럼 기만하고 있는가? 아니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왜 오픈미디어를 지향하는 포털사이트는 내부 서비스의 형식과 내용 전반(알고리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를 꺼리는가? 그것은 정말 영업기밀인가, 아니면 허점 때문인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제 포털미디어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책과 법제화가 다뤄지고 있다. 마침 공정거래위원회는 포털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조사하고 나섰다.

포털사이트 플랫폼의 지능적인 상업화와 대중영합주의의 '때'를 벗기고 진정한 참여와 공공성을 찾아 줄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이용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참여와 감시의 행동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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