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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올드 미디어 "자신부터 알아야"

by 수레바퀴 2006. 3. 9.

포털 사이트에 대한 '거친' 관심이 어느때보다 고조되는 분위기다.

주요 신문, 방송이 포털 사이트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고민이 대단하다. 최근 몇몇 언론사로부터 포털 사이트에 대한 자문을 요청받고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국은 포털 사이트의 위력에 대한 '경계심'을 품격 있게 포장하는데 모아졌다.

지난 8일 경향신문은 '포털 뉴스 공급은 신문 제 발등 찍기'라는 기사를 통해 "신문기업이 현재와 같은 기사제공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가장 먼저 '포털 뇌관'을 터뜨렸다. 물론 그 기사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 정리한 것에 불과했지만 현재 올드 미디어-포털 간의 촉발적 상황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올드 미디어 관계자들은 "포털 때문에 우리가 고통받는다"는 볼 멘 소리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올드 미디어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 언제든 기사는 빼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문제는 콘텐츠의 차별성이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으니까 먼저 빼지도 않은 채 포털만 비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포털들 "신문 콘텐츠 수준 형편없다"

또 다른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사실 올드 미디어의 콘텐츠 수준이 워낙 낮다"면서, "몇 개 언론사만으로 구성해도 전체 트래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가 됐고,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업계는 현재 언론사들이 언론시장 왜곡, 저널리즘 훼손 등을 둘러싸고 포털 공격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는 콘텐츠 공급단가를 높이겠다는 단기적인 이슈에만 매달린다고 보고 있다. 당장에 급한 '밥 그릇'에 천착한다는 지적이다.
 
메이저 포털 사이트의 한 중간 간부는 "미국에는 언론사들이 포털 사이트와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국면인데 국내는 지식대중의 등장이라든지 큰 환경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올드 미디어와 포털 사이트간의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공급단가의 현실화 문제는 가장 낮은 단계의 파트너십에서 나올 수 있는 이슈다. 포털 사이트에서 가령 1년에 10억을 받는다고 해서 언론의 위기가 극복되는 것은 아닌 데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여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아웃링크한다고, 돈 더 준다고..."

포털 사이트 업계의 이야기는 한 발 더 나간다. "구글처럼 링크 아웃으로 바꾼다고 해서 언론사(닷컴)의 경영난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작 중요한 올드 미디어 콘텐츠 혁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지의 올드 미디어들은 사람, 조직, 자원의 혁신을 지난 10년간 준비해오면서 기자들의 인식 변화에도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그런 노력보다는 임기응변적인 마케팅에만 매몰됐다.

최근 네이버의 최휘영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브랜드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의 관계자는 미디어다음이 제안한 '언론사별 페이지'(온라인미디어뉴스 보도)나 '아웃링크' 서비스 등을 위해 1년여 전부터 고민했지만 근본적인 관계 개선이 아니어서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기사를 빼거나 서비스 방식을 바꾸거나 하는 것이 언론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 먼저 체질 개선 시급

결국 올드 미디어와 포털 사이트간의 문제는 우선 올드 미디어 스스로의 혁신이라는 과제를 던진다. 올드 미디어는 지난 세기 내내 신뢰도를 쌓아온 종이신문 플랫폼에 전력투구해야 하고 거기서 새로운 시장에의 진입전략도 도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조선일보는 콘텐츠 가격보다는 젊은 독자들에게 조선일보의 콘텐츠를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유포시킬 수 있는지 포털과의 연계성 속에서 고민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최종 기사 페이지 하단에 조선일보 사이트로 넘어오는 '링크 박스'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또 조선일보는 최근 창간기념호를 통해 '종이신문이 더 신뢰감있는 매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종이'를 강조했다.

미디어 환경 변화의 핫 키워드는 '포털'이 아니라 지식 대중의 등장이라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한 메이저 포털 관계자는 "(다시말해)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역학관계의 문제인데, 포털 사이트는 Web2.0 등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가장 먼저 주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 중요한 것은 문제는 패러다임의 변화지만, 그럴수록 과거의 가치는 더 선명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신뢰라는 면에서 올드미디어가 회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변하려고 한다면 뉴미디어들도 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올드 미디어는 확실한 신뢰도가 있는 기반인 종이신문에서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만부를 찍기 보다는 1만명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 신문들이 1만명과 소통해야 한다는 차분함으로 만들어진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뉴스룸보다 오만함부터 철폐해야

그렇게 되면 포털 뉴스에 올라오는 기사도 그 중심이 될거고 전체적으로 컨텐츠의 질이나 정보유통의 질 자체가 올라가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연히 이용자들의 반응도 달라진다.

올드 미디어는 현재 통합 뉴스룸이나 비디오 뉴스 제작 등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와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 뉴스룸을 한다고 동영상을 찍는다고 위기가 타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담도 될 수 있다.

이용자들이 올드 미디어를 떠난 것은 포털 사이트때문이 아니라 올드 미디어 자신에게 있다. 스스로를 혁신하지 않고 외양만 바꾼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최근 "(뉴미디어의 득세 속에서도)신문의 미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혁신하는 신문에게만 미래가 있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어디까지나 스스로를 재평가하고 재설계할 때 포털 사이트와의 관계도 미래 전략도 생산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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