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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기자 블로그의 과제와 전망

by 수레바퀴 2005. 11. 25.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쓸 것도 없습니다"

한 종이신문 기자가 블로그를 접한지 한달여만에 내뱉은 말이다. 현재 중앙일간지 10개사 중 기자블로그를 운영하는 곳은 7개. 절반이 훨씬 넘는다.

2004년은 기자 블로그 도입이 본격화한 해로, 올해는 그 정점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로그 서비스의 만족도에 대해선 좋은 평점을 매길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 기자 블로그의 특징은 첫째, 기존 업무 중심적이다. 다시 말해 특별한 내용이 없다. 자신이 쓴 기사를 보완하거나 풀 텍스트를 쓰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아예 신문기사를 그대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블로그에 대해 단순히 '기록'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과거 웹 사이트의 홈페이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배우자의 사진이나 아기 등 가족의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즉, 대단히 사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진들이 어떤 테마를 갖지 않고 단지 올려놓는 것에 그친다는 점이다. 쇼핑센터에 가서 찍은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올리는 경우도 많다. 기자 블로그는 다르겠지, 하고 들른 이용자에겐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셋째, 웹이란 공간에 맞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콘텐츠만 올리고 있다. 물론 일부 기자들은 이미지를 올리는 등 디지털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텍스트 위주이거나 사진을 올리더라도 어떤 경향이나 노력없이 '툴'에 의존, 그대로 올린다.

넷째, 대부분의 기자 블로그에서 나타나는 공통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일방향적이라는 점이다. 폐쇄적인 자사 사이트 내에서 로그인한 이용자에게만 댓글 등 소통을 허락하는 것은 차치하고, 이용자가 올린 글에 대해 대꾸하는 기자 블로거를 찾기란 극히 드물다.

온라인미디어뉴스(11월25일)에 따르면 기자 블로그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도 적절한 관리나 운영의 묘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식 부족과 전통적 업무 패러다임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

개선책은 없을까?

기자 블로그는 국내 종이신문의 유일한 마케팅 창구로 해석하는 적극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기자 블로그를 통해 얼마든지 브랜드 제고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 인구의 역동성이 다른 나라의 경우보다 훨씬 평가받고 있다.

이들과 소통하는 장치에 대해 기자가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일선 기자는 물론이고 중견기자, 논설위원 등 신문사의 대표적 저널리스트들이 보다 전문성을 발휘, 이용자인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담당 기자와 업무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현재 단순히 속보를 올리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게시판, 토론장, 블로그 등으로 업무의 폭과 전략을 넓혀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기자 업무 내용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기사를 쓰는 기자에서 기사가 돋보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저널리스트로 정체성이 재조정돼야 한다.

그것이 블로그 서비스를 도입한 원래의 취지에도 부합하고, 보다 좋은 결과물을 내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또다른 낭비에 불과하다. 상금을 걸어놓고 블로그를 하도록 유인(?)하는 것도 볼썽사납고, 그래도 블로그를 할 수 없는 기자들이 태반인 상황에서 블로그 운영의 의미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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