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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인터넷언론과 '올드미디어'의 시각차

by 수레바퀴 2005. 10. 28.


지난 24일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노충국씨 사건'. 군 병원에서 위궤양 진단을 받고 제대한 뒤 보름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아 투병하다 27일 결국 숨졌다. 그러나 주요 언론은 이번 사건을 다루지 않거나 노씨가 숨진 뒤에야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가 그 이유를 분석한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지난 24일 오전 <오마이뉴스>는 제대 후 보름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노충국씨 사연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노씨가 군대에서 두 차례나 위궤양 진단을 받은 뒤 제대 보름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27일 아침 노씨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오마이뉴스는 후속 보도를 통해 군과 유족들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전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주요하게 게재한 <네이버> <다음> <네이트> <엠파스> 등 포털의 게시판과 오마이뉴스 독자의견란에는 군 당국의 의료부실을 문제삼는 네티즌들의 분노와 항의글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노씨를 돕자는 격려와 후원의 물결이 이어져 27일 오후엔 후원금이 900만원을 넘었다.

인터넷공간에서 '노충국'은 검색어순위 상위에 오를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뉴스생산자로서의 인터넷신문과 뉴스유통업자로서의 포털이 어떻게 여론형성을 합작해나가는가를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인터넷언론이 아닌 '올드 미디어'들은 노충국씨 사건에 대해 첫 보도 후 이틀간이나 일제히 침묵했다.

올드미디어의 첫 반응은 26일밤 KBS2의 <시사투나잇>에서 나왔다. 노씨가 숨진 27일에는 연합뉴스가 노씨가 보훈처로부터 상이등급 판정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짧게 다뤘다. 이날 밤 KBS 9시뉴스는 노충국씨 사건을 '집중취재'로 다뤘다. 올드 미디어의 첫 본격 조명이었다.

이어 28일자 조간에서 <한겨레>와 <국민일보>가 이 사건을 사회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이신문과 KBS 이외의 방송은 이번 사건을 줄곧 외면하고 있다.

국방부 출입기자 "<오마이뉴스>의 여론만들기는 입지 재확인 위한 조작"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침묵의 이유가 궁금해 군과 국방부를 출입하는 주요 언론사 기자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들은 노씨 사건에 대해 "오마이뉴스가 오버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신문기자는 "남아있는 의무기록과 군 관계자의 해명을 보면 반드시 군 당국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노씨가 주장하는대로 군 병원만의 문제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공정성이 중요한 저널리즘의 잣대인데 오마이뉴스의 보도는 과도하게 앞서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왜 기사를 쓰지 않는지에 대해 다른 신문기자는 "군이 고의적인 과실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있다. 인터넷언론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면 모든 것이 선이고 정의인 줄 착각하는 것 같다. 노씨 사안은 개인적으로는 딱하지만 (군의 대처와 위암말기 처지 사이의) 인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종이신문의 인터넷뉴스를 담당하는 기자는 "쌍방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의료문제다. 또 취재와 접근이 어려운 군 문제다. 오마이뉴스 같은 인터넷언론이 초기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접근하고 구조적인 분석과 해설을 다루는 데는 미흡함으로써 (주류언론이 다가서는데) 차단막을 치게 됐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를 오래 출입한 한 기자는 "(노씨의) 사안을 다루는데 있어 오마이뉴스나 인터넷언론은 네티즌 의견을 여론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무모한 동시에 자신들의 입지를 재확인하려는 조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류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시각에 대해 포털 뉴스팀의 관계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개똥녀'나 '유영철 사건' 등에서 주류언론이 보여준 파격성과 선정성에 비하면 이번 노충국씨 사건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조용하다"면서 "주류언론은 어떤 때에는 인터넷이란 공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인격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사진과 기사를 보내오는데, 자제를 요청해도 막무가내"라고 비판했다. 즉, 주류언론이 신뢰성, 공정성을 운운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종이신문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노충국씨 보도는 감각적이었지만, 중량감이 떨어진다. 더 심층적으로 기사를 다듬어서 1신을 내보내는 것이 우리들"이라면서, "우리라면 첫 보도부터 군 관계자와 의무기록 등 보다 객관적인 틀을 제시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인터넷언론이 속도만 앞세운다고 꼬집은 것이다. 

한 종이신문 기자 "노충국씨 사건 뜨겁게 달굴 만한 것 아니었다"

설령 오마이뉴스의 1신에서 어떤 부족감을 느꼈다면, 자체 취재해 더 완성도 높은 보도를 하는 것이 주류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이번 사안은 노충국씨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군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사안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류언론은 이번 사건에서 이를 외면했다. 꼭 지면이 아니더라도 기자 블로그, 기자 칼럼, 기자 커뮤니티 등 독자들과 교감할 공간이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마련돼 있는데도 말이다.

한 종이신문 기자는 "내 블로그에 한 이용자가 노씨 사건에 대해서 좀 알아봐달라고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지만 그냥 내버려뒀다"면서 "사실을 알고 보니 오마이뉴스의 보도처럼 뜨겁게 달굴 만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이신문 기자는 "훈련된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인터넷으로 전달돼야 하는데, 한국은 검증되지 않는 기자들이 언론으로 둔갑해 기사를 마구 쓰고 있어 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류언론의 잣대와 태도에 대해 인터넷시대를 맞아 지식대중으로 성장한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주류언론 기자와 조직은 온라인저널리즘, 인터넷언론을 힐난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무능과 게으름, 피상적인 관찰과 같은 허물을 덮으려고만 한다는 비판을 당할 수 있을 것이다.

"1인 미디어의 시대는 죽은 노충국씨를 일으켜 세우고 진실과 정의를 우뚝 세울 것"이라는 인터넷 공간의 한 댓글은 주류언론 기자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하겠다.

출처 : 오마이뉴스 2005.10.28.

덧글 : 본 포스트는 27일 저녁 주요 일간지 기자들과 포털 관계자들을 상대로 전화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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