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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펌] 국내 일간지 통합뉴스룸 도입현황

by 수레바퀴 2005. 11. 2.
"통합뉴스룸 도입은 뉴스 생산 시스템의 변화다. 정서적 합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문사의 정체성과 향후 방향까지 결정하는 일이다. 비용도 발생한다. 조직개편과 인력재배치도 불가피하다. 기자들의 재교육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독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된 기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물리적 통합 아닌 화학적 통합 중요
국내 일간지 통합뉴스룸 도입현황

지난 8월초 뉴욕타임즈는 통합뉴스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07년까지 오프라인 편집국과 온라인 편집국을 일원화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하루 발행부수가 100만부가 넘는 일간지와 하루 페이지뷰가 5억 4,000건에 이르는 온라인 사이트가 앞으로는 온오프의 구분 없이 하나의 편집국 시스템의 의해 기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뉴욕타임즈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언론사다. 그래서 국내 언론사들이 뉴욕타임즈의 행보에 유독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자극받은 모습이 역역하다. 최근 한겨레를 비롯한 몇몇 일간지는 온오프 통합뉴스룸을 도입하겠다고 공표했다. 다른 신문사들 역시 통합뉴스룸 도입을 준비중이거나 이를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멀티플랫폼 시대의 성장엔진
하지만 ‘통합뉴스룸’이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뉴욕타임즈가 세계최초로 통합뉴스룸을 도입하는 것도 아니다. 외국의 경우 2000년 이전부터 통합뉴스룸이 도입되어 몇몇 언론사들은 이미 통합뉴스룸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직 ‘통합뉴스룸을 도입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일간지는 없다. 그러나 메이저 일간지들을 중심으로 통합뉴스룸에 대한 실험이 꾸준히 계속돼 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다르다. 신문사들은 통합뉴스룸을 미래의 중요 생존전략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독자가 감소하고 있다. 종이신문의 영향력도 약해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터넷 신문이나 포털 뉴스 서비스 등 온라인 매체가 급성장하고 있다. 자연스레 인터넷은 신문과 독자가 만나는 중요한 접점으로 부상했다. ‘종이신문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예측이 정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결국 신문사가 언론기업으로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무게중심으로 옮겨야할 시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통합뉴스룸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통합뉴스룸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s)의 핵심에 있다<그림1>. 이제 뉴스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된다는 것을 전제로 생산돼야 한다. 그리고 개별 매체의 특성에 맞게 가공돼야 한다. 새로운 매체가 계속 등장하는데 종이신문에 맞춰 생산한 기사를 그대로 보낼 수는 없다. 독자가 외면한다. 그리고 독자를 잃은 신문은 정보사업자로서 존재가치를 잃을 수밖에 없다.


건국대 신방과 황용석 교수는 통합뉴스룸 도입을 “신문산업의 멀티플랫폼화를 대비하는 엔진 개조작업”이라고 정의한다. 통합뉴스룸의 중요성을 자동차 엔진에 비유한 것이다. 덧붙여 황 교수는 “데일리 헤드라인 체제가 갖는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과 세계적인 탈규제 추세를 고려하면 통합뉴스룸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차원적인 온오프 합동작전
외국과 한국의 통합뉴스룸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외국은 탈규제 성격이 강하다. 미디어 교차소유가 가능한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통합뉴스룸이라고 하면 단순히 인터넷과 종이신문 편집국을 통합하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TV, 라디오 등의 매체도 편집국 통합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통합의 필요성과 효과가 한국의 경우보다 높다. 반면 교차소유를 금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통합뉴스룸의 개념은 온라인과 종이신문의 통합으로 한정된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의 경우 각 신문사들은 ‘온라인 뉴스팀’ ‘디지털 뉴스팀’ 등 다양한 이름의 온오프 협력조직을 두고 업무를 조율해왔다. 이러한 형태도 통합뉴스룸의 초기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좀더 발전한 단계가 종이신문 편집국 내에 온라인 관련 부서를 두는 방식이다. 온라인부서장는 매일 종이신문 제작을 위한 전체 편집회의에 참가한다. 뿐만 아니라 편집국 내의 정보보고, 메모, 보도자료 등을 함께 공유하며 온라인 뉴스에 반영할 수 있다. 조선일보의 ‘온라인 뉴스부’가 이런 방식이라고 할 수 있고, 국민일보의 뉴미디어 센터도 종이신문 자료의 공유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최근 한겨레가 도입하려는 방식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방식이다. 한겨레는 9월초부터 각부서에 온라인데스크라는 직책을 두었다. 각 부서의 차장급에게 온라인신문과 종이신문 사이의 연락병 역할이 맡겨졌다. 이들은 각부서에서 온라인에 적합한 뉴스를 발굴해서 수집한다. 종이신문 기자들이 온라인용 기사를 쓰도록 독려하는 역할도 한다. 온라인데스크들은 종이신문기자들에게서 수집한 온라인용 기사를 편집국내의 온라인뉴스부장에게 전달한다. 과거 시카고 트리뷴이나 뉴욕타임즈의 모델과 흡사하다(<표1> <그림2>참조).



이를 통해 한겨레 인터넷 홈페이지는 종이신문과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단순히 종이신문 기사를 그대로 싣는 것이 아니다. 좀더 고차원적인 ‘온오프 합동작전’이 가능하다. 최근 온라인 전용기사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 위해기자들에게 구체적인 온라인용 기사 송고 쿼터를 할당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사고가, 전문기자 선정, 연수 대상자 선발 등에 반영하는 등의 혜택도 약속했다.

“말이 쉽지….”
하지만 통합뉴스룸 도입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종이신문 편집국과 온라인 편집국 간의 괴리가 크다. 뉴스룸 통합은 온라인 편집국과 오프라인 편집국이 조직면에서나 문화적인 면으로나 ‘화학적 결합’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닷컴 사이트는 종이신문 기사를 받아 인터넷에 올리는 역할만 할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없다.

기자들의 반응도 별로다.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사측이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해도 현장에서 반기지 않는다. 종이신문에 익숙해진 기자들에게 온라인용 기사를 따로 만드는 일은 가욋일이다. 인센티브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사 막기도 바쁜 상황’에서는 큰 효과가 없다. 통합뉴스룸에 대한 인식 자체도 낮다. “통합뉴스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기자가 더 많은 현실”이다.

문화적 차이도 크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종이신문 기자가 평가하는 인터넷신문은 ‘언론’이 아니다. ‘선정적인 사이비 언론’쯤으로 본다. 자기 신문사의 사이트조차 자신이 기사를 쓰는 종이신문과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편집국 기자가 인터넷 관련 부서로 배치되는 것이 ‘좌천’이 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을 통합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통합뉴스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정서적 합의만으로는 부족하다. 통합뉴스룸 도입은 뉴스 생산 시스템의 변화다. 더불어 신문사의 정체성과 향후 방향까지 결정하는 일이다. 비용도 발생한다. 조직개편과 인력재배치도 불가피하다. 기자들의 재교육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독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된 기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제 미디어 연구소 최진순 기자는 “통합뉴스룸은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큰 수술”이라고 강조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밥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뉴스룸 도입은 “10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라고 한다. “매체의 위상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엄청난 리스크와 파급효과를 갖는 일인데 피상적인 논의 수준으로는 도입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최근 미국언론사들의 구조조정 붐을 떠올리게 하는 진단이다.

운명인가? 선택인가?
통합뉴스룸 도입만이 능사는 아니다. 도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취급을 받을 필요도 없다. 통합뉴스룸은 변화하는 매체환경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해법 중 하나다. 단지 인터넷의 영향력이 높은 한국 언론의 상황과 맞아 들어가는 요소가 많아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뿐이다.

오히려 급하게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통합뉴스룸 도입에 있어 반드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통합뉴스룸을 새로운 도구의 도입이 아니라 ‘패러다임 변화’로 보라는 것이다. 수술로 이야기하자면 심장을 교체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종이신문을 만들던 관행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외국의 경우를 무조건 따를 수도 없다. 상황이 다르다. 또한 같은 한국 언론사들의 경우도 저마다의 입장과 특성이 있다. 정답은 없다. 충분한 연구와 실험이 선행돼야 한다. 국가의 규제모델, 시장규모, 매체사별 조직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스스로 투자하고 연구해 적합한 모델을 찾아내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독자와 언론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뉴스룸 도입만이 해답은 아니겠지만 이마저도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통합뉴스룸이 선택인지 운명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다. ‘남들이 하니까.’ 따라할 문제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통합뉴스룸 도입은 ‘종이신문을 버릴 수 있는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출처 : 신문과방송 2005.11.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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