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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펌] 인터넷의 새 권력 포털, 이대로는 안된다

by 수레바퀴 2005. 7. 20.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른바 ‘개똥녀 사건’.

이 사건은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대변을 치우지 않았던 20대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게 흔히 일어날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어느 네티즌이 이를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개똥녀 사건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동영상이 확산된 인터넷이란 도구 속에서도 핵심은 포털 사이트다. 하루 1천만명이 방문하는 포털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 포털을 통해 과거 같으면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할 일들이 사회를 뒤흔드는 파문으로 확대재생산된다.

문제는 이 포털을 통해 재생산되는 새로운 뉴스거리들이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는 자신들은 유통업체일 뿐 미디어는 아니라고 주장하며 애써 책임에 대해 외면해 왔다.

하지만 이미 포털은 뉴스생산기능을 명백하게 갖고 있다. 다만 뉴스생산자로서의 도덕적인 규율은 전무한 편이다.

본보는 모두 6회에 걸쳐 새로운 인터넷 권력으로 등장한 국내 주요 포털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 등을 심층 취재보도한다. <편집자 주>


순서

1 ‘포털 저널리즘’ 논란의 정체
2 ‘연예인 X 파일’이 남긴 것
3 블로그·검색 정보가 포털 소유인가
4 재편되는 포털업계 판도
5 ‘공룡’ 포털에 소송 거는 네티즌들
6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80%가 넘는 네티즌들이 신문보다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 10명중 9명은 적어도 한달에 한번 이상은 네이버와 다음을 방문하고 있다.”
“2005년 6월말 현재 네이버는 방문자수가 일 평균 966만명을 기록하고 있고 일 평균 페이지뷰는 2억5000만 건이다.”
“네티즌의 85.6%가 포털에서, 10.3%만이 신문사 사이트에서 뉴스를 이용한다.”


각종 순위 통계사이트, 인터넷 광고사, 랭키닷컴 등에서 조사한 최근 포털 사이트 관련 통계이다. 어느새 공룡같이 커버린 포털사이트의 영향력은 이제 누구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TV 정기 뉴스에는 ‘인터넷 TOP10’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정치인들의 주가는 인터넷 인기 검색어를 통해 순식간에 순위가 매겨진다.

사회적 사건이 터지면 보조 수단으로 네티즌 반응을 쫓았던 기존의 언론들이 이제는 오히려 역전돼 포털사이트를 뒤쫓아 확인 보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의 최초 진원지가 포털 게시판이나 포털 뉴스로 밝혀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TV의 주요 뉴스와 종이 신문의 주요 뉴스, 인터넷 상의 주요 뉴스가 판이하게 다르기도 하는데 네티즌들은 종이신문과는 다른 의제를 설정할 뿐 아니라 그들이 기사를 발굴해 내기도 하고 댓글 참여를 통해 의제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최초 진원지가 포털 게시판이나 포털뉴스였던 ‘국민연금의 비밀’ ‘서귀포 부실 도시락’ 사건은 긍정적으로, ‘연예인 X파일’ ‘개똥녀 사건’은 부정적으로 의제가 확산된 경우이다.

이 때문에 포털 뉴스의 선별 기준이 유통업체인 포털사의 판단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방, 여론조사, 댓글 등 수요자의 적극 참여를 통한 잠재적 선별과 자정 능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연예인 X파일’이나 ‘개똥녀 사건’에서 보듯이 공룡처럼 들이닥쳐 초토화해버리는 포털 뉴스의 위력은 인권을 침해하고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인터넷은 양날의 칼을 갖고 있어 수용자인 네티즌들이나 유통업체인 포털사, 공급자인 언론매체에게 제대로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이들이 모두 새로운 미디어와 ‘열린 채널’에 대해 함께 고민하지 않는다면 양날의 칼을 단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포털이 미디어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논쟁의 핵심은 아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포털 뉴스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으로 촉발됐던 ‘포털 저널리즘’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라” “저널리즘을 망치고 있다” “뉴스 생산자를 피폐화시킨다”라는 비판론자들과 “언론 아닌 뉴스 유통 서비스다”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이다” “뉴스 소비와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라는 옹호론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한동안 평행선으로 주춤했던 포털 뉴스 서비스 논란이 ‘강도의 칼이 아니라 의사의 치료 도구로 써야 한다’며 역기능과 함께 순기능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일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올바른 포털저널리즘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유통업체인 포털 뿐 아니라 공급자인 언론 매체, 수용자인 네티즌 모두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 나가야 할 때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7월 말 신문법시행령안을 앞두고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포털 뉴스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짚어본다.

“포털은 운동장 대여사업체일 뿐”
“포털은 운동장 대여사업체다. 커다란 운동장에 관중을 무료로 모이게 한 후, 음료수나 술을 팔고 광고 장사까지 하다가 ‘연예인 X 파일’ 같은 불법 공연으로 더욱 돈을 버는 운동장 대여사업체일 뿐이다”

최근 ‘포털 피해자를 위한 모임’을 만들어 포털 피해자들의 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변희재 대표가 보는 포털사이트이다.

19일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고 대규모 문어발식 사업을 하는 업체가 왜 한국 언론을 이끌고 유통을 이끌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변 대표는 “왜 내 개인 신상 정보를 500원씩 돈을 주고 네티즌들에게 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해당 피해자 관련 권리침해신고센터에 게시물 삭제를 요구했지만 이메일도 없었고, 전화도 없었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네이버의 모회사인 NHN의 부동산 투기 의혹, 한게임의 사이버머니 현금화 문제, 포털의 사업적 비리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며 법적 대응과 함께 야당 의원을 통해 10월 정기국회 때 감사를 신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변 대표가 네티즌들의 인권 침해에 주목하고 있다면 기성 매체의 언론인들은 포털사이트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는 지난해 기자협회보(2004-12-15)를 통해 “포털사이트 회사를 농수산물유통공사, 포털뉴스를 가락동농수산물 시장 쯤으로 비유하자면 연예기자인 나는 사과상이다”며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었다.

<‘포털 저널리즘’의 서글픈 현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서 기자는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일년 내내 사과를 재배하는 나는 재배농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생긴 공급과잉 현상 앞에 가격폭락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내가 재배한 사과의 질은 소비자가 결정함으로써 객관적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소비자에게 가기 전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상당 부분 결정해버린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많은 연예매체가 똑같은 스타일로 기사를 생산하는 무한 경쟁을 벌이지 말고 ‘특화’를 이루는 것은 해결책의 시작”이라며 차별화를 주장했다.

양성희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는 지난 3월 ‘신문과 방송’을 통해 포털의 선정적 포장방식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그러한 편집방향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연예뉴스의 센세이셔널화, 일반뉴스의 연예뉴스화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 이해하는 방식, 해결하는 방식 자체가 점차 센세이셔널해지고 단순화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네티즌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만들었다”

반면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와 송경재 송경재 인천대 대학원 강사는 인터넷이라는 환경 속에서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 수용자의 변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존재하는 인터넷 특성을 이해하면서 적극적으로 콘텐츠 개발과 대응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것.

송경재씨는 19일 민언련 토론회에서 <‘포털 저널리즘’의 의제설정 문제점 분석과 대안모색> 발제를 통해 수용자들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과거와 다른 정보 또는 뉴스소비 구조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즉 일방향적인 선택이 아니라 비교하고 선택한다는 것.

또한 그는 수용자들의 위상 변화와 관련 “종전에는 수동적인 소비자로서의 수용자였지만, 인터넷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매체와 만나고 스스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뉴스 유통과정에서 수용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인 행위자가 되고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정보수집이나 전달, 배포 역시 수용자들이 하는 경향까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독자 참여를 통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기성 매체들이 낡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한은 적응하지 못할 부분이다. 새로운 콘텐츠 담론에 뛰어들지 않고 단순 온라인 서비스 개통을 통해 이익 창출로 생각한다면 아무리 투자해도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송 씨는 또 포털사이트가 뉴스 공급이라는 1차적 게이트키퍼 외에 유통자 역할 강화를 통해 2차 게이트키퍼가 됐다며 단순한 제목 변경이 아니라 화면내의 배치와 강조를 통해 새로운 의제를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비밀, 제주 서귀포 부실 도시락 사건과 연예인 X 파일, 개똥녀 사건의 공통점은 최초 진원지가 포털 게시판이나 뉴스였다는 것. 이 사례들은 포털을 통해 확산된 이슈의 확산은 의제설정을 주도할 뿐 아니라 의제설정 과정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기성 매체와 포털의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 됐다. 과거에는 1차적인 정보의 선택과 해석이 오프라인 매체에 의해 주도되고 인터넷, 포털 저널리즘은 활용되는 도구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역전돼 인터넷과 개인 홈페이지, 포털사이트에서 형성된 의제가 확산돼 오히려 오프라인 매체가 이를 확인해 주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

“온라인 마인드 없는 언론은 살아남지 못한다”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는 특히 권력 이동과 콘텐츠 담론에 주목하고 있다.

여론을 쥐락펴락 했던 기성 매체들의 권력을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공급하고 수용자들이 새로운 미디어 문화를 형성하면서 해체하고 분산시킨 것. 이 과정에서 포털 스스로 권력화할 수 있거나 권력을 만들 수도 있다는 개연성이 감지되면서 담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최 기자는 보고 있다.

그는 기성 언론인들의 혼돈과 정체성 혼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의 부적응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 기자는 “기성 언론인은 전통적인 권력을 뺏긴데 대한 상실감, 정체성 혼란, 포탈에 의존하고 매몰되는 관계의 역진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기자는 ‘댓글 참여’를 통해 이용자들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며 ‘컨텐츠 담론’에 주목할 것으로 주문했다.

새로운 컨텐츠가 뉴스·정보를 넘어 이용자들의 라이프사이클, 생활상 모든 접점을 이루고 있는 곳에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을 포털 사이트가 아우르고 있는 것.

그는 “과거 신문사의 컨텐츠 검증 과정은 폐쇄적, 내부적으로 이뤄졌으며 은밀했지만 지금은 포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기성매체인들에게는 위기 국면이라고 경고했다.

최 기자는 “포털을 둘러싼 컨텐츠 담론이 객관적으로 드러나고 공론화되고 개량화할 수 있는 시점이 된 것”이라며 ‘포탈 권력화’ 담론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포털 사이트 성장에 지식 대중의 놀라운 참여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포털 내부, 외부, 재가공 측면, 아시아나 미국 전역을 포함해 지식 대중들이 요소요소 투사돼 놀라운 속도로 참여하고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식 대중이야말로 의미 있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기자는 “기성 매체들의 포털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수록 그들의 원죄는 강조된다”며 “기성 매체들은 권력만 누렸지 대안모색이나 자성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력 남용에 대한 검증 작업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시험되고 있는 것.

따라서 포털 뉴스의 진정한 깊이는 지식 대중이 참여하는 댓글과 여론조사, 토론장을 기반으로 구현되고 있기에 쉽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데일리서프라이즈,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신문이 권력 시장내에 진출해 포털을 바탕으로 새로운 긴장관계를 만들어내면서 진보하고 있다”며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출처 : 데일리서프라이즈 7.20.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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