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는 한 시사주간지 기자와의 MSN대화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이 기자는 대화명을 '네카시즘'으로 해둬서 궁금증을 불러모았고, 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 '네카시즘'이 무엇입니까?

 

- 오늘 아침 만든 신조어입니다. 넷+메카시즘. 개똥녀, 7공주 같은 사건들을 보아하니 가히 네카시즘이라고 여겨집니다.

 

- 전통적인 기자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벌어지는 일단의 현상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가장 정반합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곳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특히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시스템과 역할이 부여된다면, 순기능으로 안착할 가능성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자꾸 나쁘다고 보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특히 블로그 같은 개인 미디어에 대해서 미디어로서의 책임성을 물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는 등 인터넷 공론장 기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져 있습니다. 전문가를 능가하는 매니아가 블로그의 핵심인데,,,,한국 블로거들은 인기에 영합해 펌질에 넘 열심이지 않나는 생각입니다.

 

- 서구 사회처럼 전문가, 지식인,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무대가 존재하고 사회적으로 지지되는 것과 다르게 한국사회, 특히 기자 사회는 새로운 매체 환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업무 패러다임도 혁신되지 않고 있고, 일반적으로 지식인들의 고답적인 인식과 무관심(비참여)이 계속되고 있어 개인 미디어처럼 진화하는 것들이 만개하기는 근본적으로 어려운 측면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즉흥적이고, 일상적이며 때로는 난투극에 가까운 블로깅에 대해, 또 그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을 순방향적으로 이끌어야 할 몫에 대해 지식대중보다는 오히려 전통적인 전문가 집단이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들은 권위와 권력을 가진 채 명백히 제3자의 입장에서 무성의하게 비판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포털 저널리즘을 비롯, 기사 의견쓰기 등 모든 미디어 현상들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데 저도 나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화하는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로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 지식인들에게 그런 걸 할만한 내적 인프라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만...

 

- 물론 그렇습니다만. 새로운 참여 기제가 수립돼야 정당한 비판이 성립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만만한 대상, 즉 인터넷이나 포털을 잡아 놓고 족치면서 명성을 구가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사실 지식인사회에서 실명비판도 전무했던 지난날을 생각해볼 때 마음껏 비판할 수 있는 대상이 생긴 것이지요. '네카시즘'도 그런 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 그런데 요새는 인터넷에 안티카페가 유명인 중심으로 흐르는게 아니라 필부필녀를 겨냥한 것들이 많습니다. 사적 원한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 말입니다.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서요.

 

- 미국사회처럼 합리적인 문화가 자리잡은 곳도 물론 허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선 적어도 사적인 또는 공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분쟁에 대해 제도적으로 정착한 계약관계(변호사 등 법률구조장치)로 해소하는 문화가 인터넷 환경 이전부터 융성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사실, 분쟁의 해결, (사적) 감정의 조정 등이 대부분 일방적이고 때로는 은폐되면서 기만적이기도 하고... 이러다보니 당연히 인터넷이란 공간이 그러 것들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긍정적으로 조정되리라고 봅니다.

 

- 음, 긍정적인 관점이신데, 한국인들, 한국사회 너무 무모해서 말이지요. 타인을 욕하고 헐뜯는데 선수들 아닌가요?

 

- 오픈 미디어란 것은 결국 나쁘고 좋고, 쓸데없고 쓰레기같고 또 보배같고 하는 것들이 경쟁하고 소통하면서 확산되고 전해지는 것입니다.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그것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맹목적인 비난이나 때리기가 아니라 오프라인의 부족한 기제들을 조속히 설계하고 지식인들은 전향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들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근데 저는 인터넷의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너무 많은 사상자를 내는 것은 아닌지, 이문열이나 전여옥처럼 매를 벌어서가 아니라, 절대선에 대한 절대적 추구가 유혈혁명과 부조리를 낳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다 표현의 자유도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우려합니다.

 

- 거대서사가 존재하던 20세기엔 절대주의적 관점에 따라 보편타당한 가치들(인권 등)이 억압돼 표현의 자유가 숭배됐지만, 오늘날엔, 표현의 자유는 이제 가치라기보다는 문화이며 일상이라고 여겨집니다.

 

  그것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폐해에 주목하기보다는, 문화와 일상을 어떻게 상대적으로, 또는 미시적으로 다듬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케이스별로 정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과도한 알레르기가 인터넷, 그리고 문화, 미디어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6.15.

 

덧글. 파란색 글자가 저의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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