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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펌] 아쿠아 프로젝트 본격 가동

by 수레바퀴 2005. 6. 7.
 

디지털 뉴스 유통의 지각변동 예고

아쿠아 프로젝트 본격 가동


이상헌 기자․shlee@kpf.or.kr


비밀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온라인신문협회가 ‘아쿠아(aqua)’라는 이름의 무언가를 준비중이라는 소문은 벌써 1년 전부터 업계에 나돌았다. 그러나 ‘아쿠아’는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에 궁금증만 키워갔다. 그러나 마침내 지난 5월 12일 ‘아쿠아’는 ‘프로젝트 컨소시엄 양해각서 체결식’을 통해 그 실체를 세상에 드러냈다.

예상과 달리 ‘아쿠아 프로젝트(이하 아쿠아)’는 온라인신문협회(이하 온신협)만이 참여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대부분의 온신협 회원사들과 NHN(네이버)․SK커뮤니케이션스(네이트)의 2개 포털사, 그리고 한국언론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아쿠아’는 12일 양해각서 체결 이후 본격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오는 9월부터 1차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모두 3차로 진행될 이번 사업은 최종 완성 단계까지 18개월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온라인 시장으로 뛰어들어라

아쿠아 프로젝트는 ‘디지털 뉴스 콘텐츠 아카이브 구축’ 사업이다. 언론사들이 생산한 뉴스 콘텐츠를 공동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이를 공동으로 활용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기본개념이다. 최종적으로는 ‘아쿠아’를 통해 뉴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디지털 뉴스 콘텐츠 유통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그림>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아쿠아’는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나온 신문사들의 ‘처절한 생존전략’으로 볼 수 있다. 신문사들은 지금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오프라인 쪽의 수익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은 온라인밖에 없다. 이에 온신협은 고민 끝에 ‘디지털 아카이브’ 사업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또한 참여주체들은 ‘아쿠아’는 새로운 수익모델인 동시에 한국 온라인 뉴스 콘텐츠 유통 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포털에게 뉴스 콘텐츠 시장을 크게 잠식당한 상태에서 개별 언론사별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시장을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단체행동’이 필요했다. ‘아쿠아’는 현재 10개 언론사가 참여한다. ‘아쿠아’ 라는 프로젝트 이름도 “한 방울 한 방울의 물방울들이 서로 끌어당겨 더 큰 물방울을 만들어 가는 모습처럼 언론사들이 뭉쳐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내는 공동 아카이브로 발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네 축이 시장에서 만나다

‘아쿠아’는 온신협, 언론재단, NHN(네이버), SK커뮤니케이션스(네이트)의 내 축으로 구성된 거대한 뉴스 저장소다. 뉴스 저장소인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네 개의 사업주체는 저마다의 역할과 반대급부를 가진다. 따라서 각 사업주체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역할과 기대효과를 살펴보면 ‘아쿠아’에 대한 이해가 수월하다.(<표> 참조)

온신협은 ‘아쿠아’를 통해 유통될 뉴스 콘텐츠를 생산해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각 신문사가 생산한 기사는 ‘아쿠아 아카이브’에 저장된다. 또한 참여 언론사들은 공동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다. 이제까지는 개별사별로 이뤄지던 시장대응이 공동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언론사들은 데이터베이스와 유통망을 함께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단체행동을 통해 뉴스 콘텐츠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언론재단은 뉴스 콘텐츠를 표준화하고 재가공하는 관련 기술을 제공한다. 다수의 언론사가 단일한 유통망을 갖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언론재단은 카인즈(KINDS)를 통해 보유한 뉴스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각 언론사의 콘텐츠를 재가공해 저장한다. 언론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뉴스ML 기술이 ‘아쿠아’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언론재단은 ‘아쿠아’가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물론 ‘아쿠아’는 수익창출을 기본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언론재단을 통해 ‘아쿠아’를 활용한 공익사업을 함께 전개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은 웹기반의 지식 검색 노하우를 ‘아쿠아’에 제공한다. 또한 ‘아쿠아’ 추진에 있어 소요되는 초기비용의 많은 부분을 담당한다. 참여주체로서 NHN은 향후 ‘아쿠아’의 뉴스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또한 이번 참여를 계기로 뉴스 컨텐츠 처리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얻게 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SK커뮤니케이션스는 보유하고 있는 유무선 플랫폼(네이트)을 통해 ‘아쿠아’가 모바일 뉴스 시장에서 다양한 수익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SK커뮤니케이션스측은 ‘아쿠아’ 참여를 통해 안정적으로 뉴스 콘텐츠를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전례 없는 획기적인 시도다”

이미 업계에서는 ‘아쿠아’의 성공여부와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많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아쿠아’는 디지털 뉴스 콘텐츠 유통 과정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쿠아’ 추진단 신한수 전자신문 기획팀 차장은 “당장 9월부터 선보일 1차 서비스서부터 뉴스ML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서는 주체가 없어 지지부진했던 뉴스 콘텐츠 유통 방식의 표준화나 저작권 관련 문제가 ‘아쿠아’라는 강력한 주체의 등장으로 빠르게 해결점을 찾아갈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 뉴스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 더욱 다양하게 등장할 전망이다. 추진단장인 미디어칸 미디어기획팀 엄호동 팀장은 “이제까지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들이 ‘아쿠아’를 통해 실현될 것”이라며 “뉴스 콘텐츠를 집약해서 얻는 시너지 효과와 강력한 데이터 가공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B2B, B2C 사업들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아쿠아’를 통한 뉴스 콘텐츠 유통구조의 변화는 뉴스 생산 과정에도 일정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아쿠아’가 뉴스의 유통과 판매 부분을 전담하게 되면 뉴스 시장 전체로 봤을 때는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는 결과가 생긴다. 따라서 언론사들은 기사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기사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추진단측은 “향후에는 CMS(Content Management System) 등을 활용해 기사의 질에 의한 합리적인 수익분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많이 본 기사일수록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온라인 뉴스 시장에는 기사의 질에 의한 진검승부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하라”

아직 ‘아쿠아’에 대한 궁금증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현재 참여주체별로 1명씩의 실무자를 파견해 ‘추진단’을 결성했다. 지금 추진단은 ‘아쿠아 서버’ 구축을 위한 세부사항을 협의중이다. 참여주체들 간의 협의가 끝나면 물리적인 데이터베이스 서버, 구체적인 판매 방식, 도입하게 될 표준화 규약, 뉴스 검색 시스템 등이 세상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아쿠아’의 출현과 관련해 “분명 획기적인 일이지만 유통부분의 개선만으로는 언론계 전체의 위기를 해소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 인터넷부 최진순 기자는 “‘아쿠아’의 출현이 저널리즘 자체를 개선시킨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유통망의 개선보다 신문사의 내부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쿠아’에 포털업체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특히 특정 포털과 독점적으로 제휴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엄호동 추진단장은 “아쿠아는 열린 구조로서 누구에게나 참여의 문을 열어놓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다른 포털과도 콘텐츠 거래는 계속될 것”이라며 ‘독점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결국 언론사들은 뉴스 소비의 거대 시장인 포털과 ‘함께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온신협 회원사 중에 동아일보만이 ‘아쿠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쿠아’에 참가하는 것은 언론사의 결정이고 지금이 아니더라도 향후 추가참여가 가능하다. 따라서 좀더 진행과정을 살펴본 후 ‘아쿠아’의 실제 성과에 따라 더 많은 언론사가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동아일보가 ‘아쿠아’에 대항마가 될 다른 사업을 구상중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끝으로 한국언론재단의 역할과 기대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카인즈(KINDS) 기획단원은 “언론재단의 공공성이 상업주의에 휘둘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한국언론재단 데이터베이스팀 허영 팀장은 “언론 진흥과 뉴스의 공익성 유지라는 부분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오히려 ‘아쿠아’를 활용한 뉴스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연구사업, 언론인을 위한 특화 서비스 개발 등을 통해 공익성에 더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개월 후면 결론 나온다”

‘아쿠아’ 추진단은 9월초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공표했다. ‘아쿠아’를 둘러싼 모든 궁금증도 3개월 후면 자연히 해소될 전망이다. ‘아쿠아’는 전례가 없는 독특한 모델이다. 물론 언론계 공동의 뉴스 아카이브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껏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번번이 언론사들의 입장차이 때문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아쿠아’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아우르는 10개 신문사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게 된 것이다. 이점만으로도 한국 언론사에 기록될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지금 ‘아쿠아’는 ‘두 갈래 길 중에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엄호동 추진단장은 “현재 참여주체들 모두 강한 의지를 가지고 계획대로 준비중”이라고 한다. 우리 몸의 80%를 차지하는 물(aqua)처럼 ‘아쿠아 프로젝트’가 한국 언론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로 탄생할 수 있을지 언론계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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