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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_journalism

[펌] 인터넷 '포털 저널리즘' 역할 논란

by 수레바퀴 2005. 3. 31.

언론인가 단순 전달자인가

다음.네이버.야후.엠파스….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언론인가 아닌가. 아직 논쟁 중인 사안이지만, 분명한 건 미디어로서의 포털이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층은 전통매체 대신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을 늘린다.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걸 목적으로 한 인터넷 매체들도 속속 생겨난다. 그러나 포털 뉴스의 힘이 커진 데 비례해 포털의 저널리즘 역할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학계에선 "포털이 클릭 수에만 집착,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에 매달리는 등 책임의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단순한 관문 역할을 해야 할 포털이 지나치게 비대해 미디어 산업의 지형이 왜곡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포털을 견제하기 위해 최근 '안티 포털'(www.antiportal.net)사이트까지 생겨났다.

 
◆ 포털 뉴스의 위력=주요 포털인 미디어다음.네이버뉴스 등은 매일 신문.방송 등이 제공하는 1만여 건에 달하는 뉴스를 편집해 내보낸다. 다음미디어의 경우 별도의 취재기자 8명을 두고 자체 뉴스도 생산한다.

이용자들은 수많은 매체의 상품이 진열된 백화점에서 뉴스 쇼핑을 즐긴다. 최근 인터넷 광고 미디어랩사인 나스미디어가 뉴스 이용 방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7%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얻고 있었다. 신문사 사이트를 이용하는 비율은 10.3%에 불과했다. 미디어다음 최정훈 미디어팀장은 "하루 평균 뉴스 페이지 뷰만 9000만 건"이라며 "뉴스와 네티즌이 쌍방향으로 만나는 뉴스소비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포털 스스로 언론이나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유저(user) 취향에 맞출 뿐 저널리즘은 버겁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특히 자체 취재인력을 두고 있는 '다음'과 나머지 포털의 정서는 다르다. 대부분의 포털은 "유통자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입법예고 중인 신문법 시행령(시안)은 책임이 뒤따르는 인터넷 언론의 자격을 '독자적인 취재 인력 2명을 포함한 3인 이상의 취재.편집인력 보유'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 "포털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야"=언론광장은 29일 '포털로의 뉴스 집중,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강룡 웹칼럼니스트는 "포털뉴스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으며 필요악을 넘어 악"이라면서 "뉴스는 신뢰성을 의미하는 권위가 있어야 하는데 포털이 이 권위를 무너뜨리고 하나의 볼거리(spectacle) 정도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했다.
 
미디어 비평가 변희재씨도 "'연예인 X파일' 유포 방조 등 선정적인 편집으로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포털은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야 하며, 무엇보다 포털은 각 분야에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는 복합기업체이기 때문에 언론영역을 넘봐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신문법에 대기업이 신문을 소유.경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논리에서다.

이 자리가 아니더라도 많은 학자들이 비슷한 문제를 제기해 왔다.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원용진 교수는 최근 기자협회보에 '포털저널리즘에 시비를 걸어야 한다'는 기고문을 싣고 "사회적 무관심 속에 무임승차 격의 몸집 부풀리기를 거듭해온 포털에 더 늦기 전에 시비를 걸어야 한다. 막강 유통력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사회적 책임, 통제가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 콘텐트 사수 움직임도='포털로의…'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는 "뉴스 시장이 포털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은 신문기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신문사닷컴들이 제대로 된 전략 수립 없이 과열경쟁으로 기반을 스스로 부숴버렸을 뿐 아니라 뉴스 콘텐트에 대한 합리적 평가도 하지 않은 채 포털에 뉴스를 통째로 넘겼다"고 말했다. 신문사들도 그의 지적에 대체로 수긍한다. 애초 구상과 달리 포털의 그늘 아래서 각 매체의 브랜드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엔 자체 콘텐트를 지키고 포털의 뉴스제공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사 공급을 중단하거나 데이터 베이스로만 제공하는 방안, 언론사는 제목과 링크만 주고 이용은 언론사 사이트에서 하게 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신문협회는 자체적으로 기사 '아카이브(정보창고)' 망을 구축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 언론사들이 새로운 포털뉴스 사이트를 설립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신문협회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 포털(portal)이란=사용자들을 인터넷 세상으로 연결해 주는 관문. 무수한 인터넷 사이트를 분야별로 영역을 구분해 서비스하거나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사이트를 찾아준다. 커뮤니티 등 다양한 부가기능도 갖고 있다.

*** 외국에선… 클릭은 포털서, 기사보기는 언론사.com서

"한국 신문은 힘들게 생산한 물건을 가게 문을 열기 전에 남에게 헐값에 넘기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김영욱 책임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아침에 신문을 받아보기 전 이미 포털에 뉴스가 깔리는 현상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포털에 대한 뉴스 제공은 전통적인 뉴스 공급매체, 특히 신문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종이 대신 포털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럼, 선진국 언론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포털뉴스의 비대화는 한국에서의 '특별한 현상'이라는 점이 발견된다. 미국과 유럽 신문사들은 포털이 주로 링크 등 관문의 역할만 맡도록 하고 있다. 자사 콘텐트에 대해 제값을 받든지, 아니면 자사 사이트에 접속해야 콘텐트를 볼 수 있도록 저작권을 확실히 행사하고 있다. 포털에서 뉴스를 볼 때도 신문사 회원 가입이 필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프랑스 AFP통신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기사를 무단으로 전재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1750만 달러(약 178억원)를 청구하는 소송을 미국 워싱턴 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통신은 기사.사진 도용 금지와 함께 그동안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귀중한 콘텐트의 제값 찾기를 시작한 셈이다. 외국 신문사들은 우리처럼 콘텐트를 미리 노출하는 일도 거의 없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의 경우 자정이 넘어야 주요 기사를 인터넷에 보낸다.

이런 수비적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유력 권위지들은 온라인 사업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전문가들이 정보를 직접 안내하는 방식으로 유명한 about.com을 4억1000만 달러(약 4200억원)에 인수했다. 이들은 지식정보 사회를 선도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워싱턴 포스트도 미국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웹매거진 형태인 slate.com을 인수했다. 유행과 스타일 영역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나아가 미국의 3대 거대 신문기업인 가네트.아니트 리더.트리뷴 재단도 1만개 이상 온라인 뉴스원을 모니터하는 topix.com의 지분 75%를 공동 인수했다. 온라인 광고 수익을 증대시키려는 일환이다.

나아가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문사 사이트인 가디안 언리미트(guardian.co.uk)는 30세의 젊은 사장을 내세우면서 30명 정도의 별도 뉴스 제작팀을 두고 새로운 온라인 저널리즘을 개척하고 있다.
 
출처 : 중앙일보 4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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