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litics

4대 입법 둘러싼 사이버 전쟁

by 수레바퀴 2004. 12. 9.


국가보안법 개정 등 4대 법안을 둘러싼 여야간 팽팽한 대치 상황이 네티즌을 동원하는 ‘사이버 전쟁’으로 격화하고 있다.

정치권의 인터넷 ‘공 들이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을 전후로 더욱 강화됐지만,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인 한나라당은 약세를 면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월 개설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미니 홈페이지에 방문자 수가 200만명이 넘어서는 등 차츰 자신감을 회복할만한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11월 28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진두지휘하는 ‘4대 국민분열법 바로 알기 네티즌 운동’선포식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표는 직접 선포식에 참석해 “네티즌과 국민의 힘으로 우리당의 독선을 막아 내야 한다”며 의욕을 다졌다.

또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도 “사이버 당원, 인터넷 투표 참가자, 사무처 당직자 등이 보유하고 있는 사이버 인적 자원을 활용해 범 네티즌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네티즌 운동은 당 홈페이지와 별도로 ‘4대 국민 분열법 바로 알기 네티즌 운동’홈페이지를 센터로 하고, 주요 포털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교두보로 삼아 당의 정책이나 지지성 글들을 퍼나르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바람과는 다르게 지지자들의 모임인 ‘젊은 해밀’외엔 아직 인터넷 기반이 취약하다.

사무처의 모든 직원과 의원 보좌진이 1인당 1개씩 또는 미니홈피를 갖도록 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디지털 정당 본부 관계자는 “당 홈페이지 회원과 인터넷 투표 참가자만 계산해도 12만명이 넘는 만큼 먼저 지지자들을 설득해 가겠다”고 밝혔다.

한나라, 행동하는 네티즌 운동

특히 한나라당은 젊은 층인 네티즌들을 파고 드는 데 총력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김희정 디지털 정당 위원장은 “더 이상 국민은 장외 투쟁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과거의 범국민 운동 정신을 이어 받아 행넷(행동하는 네티즌)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며 “간결하고 비주얼한 내용으로 당의 주장과 정책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전격적으로 사이버 전쟁을 공표한 것은 17대 총선 이후 처음이다.

2002년 대선 이후 ‘좋은 나라 닷 컴’등 반전을 시도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이번 네티즌 운동은 ‘일회성’이벤트가 아니라 지난 5월 작성된 ‘프로젝트 5107’에 근거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2007년 대권을 향한 포석으로 풀이 되고 있다.

이처럼 대대적인 한나라당의 사이버 ‘도발’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일단 신경을 쓰는 분위기지만, 그 간 사이버 공간의 상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승리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의 ‘네티즌 동원령’이 지지층의 결집을 가속화 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이원욱 사이버운영실장은 “당 차원의 대응은 없다”면서, “네티즌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네티즌을 상대하는 접근 방법은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보수층의 저변은 넓지만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활용할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우리당, 개혁성향 네티즌 속속결집

우리당의 느긋한 관전 속에서 당 외곽의 개혁성향 네티즌들이 속속 결집하고 있어, 당 중심의 사이버전을 치르는 한나라당과 대비되고 있다<표 참조>.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특징

수평적·방관적

수직적·참여적

활동 방향

네티즌->당

->네티즌

중심 세력

논객 위주

열혈 팬 위주

지지 사이트

노사모·서프라이즈·라이브이즈닷컴·라디오21 등

독립신문·박사모 등

우선 5만여명의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생활 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 다음카페상의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등 개혁 성향 네티즌들이 결성한 ‘범개혁 네티즌 연대’가 그것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은 소위 사이버 부대를 조직화해 사이버 공간을 더럽히고 있다”면서, “곧 ‘수구 가라 온라인 공동 행동’을 조직해서 4대 개혁 입법의 당위성을 알리는 등 전면 대항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칼럼 매체인 서프라이즈, 패러디·동영상 위주의 라이브이즈닷컴 등 자원과 콘텐츠의 질에서 보수 진영을 압도하고 있는 친노 성향의 매체와 이용자들은 4대 개혁 입법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면서 ‘온라인 진실전’을 벌이겠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최근 재향군인회(향군) 등 90여개 보수 단체가 ‘인터넷범국민구국 협의회’를 결성, 진보 진영에 ‘사이버 사상전’을 선전 포고하는 등 정치권의 사이버 전쟁이 한국 사회의 이념 공방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이 점유하고 있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제대로 된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설계와 사회 전반의 관심이 필요한 데도 정치권이 나서 ‘권력 올인’의 투쟁 문화를 확대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킹·왜곡 등 부작용 속출

일부 정치인과 네티즌 논객의 글을 퍼 나르거나, 불리한 기사와 글에 대해 조직적으로 몰려가 ‘악플’을 달며 반박하는 등의 사이버 부대의 행동은 다원성을 인정하는 현대 민주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 진영이 관리하는 사이트에 가서 정상적인 운영을 훼방하는 글을 도배한다거나 해킹을 감행하는 등 최근의 행태는 물리력을 동원하는 테러를 닮아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인지 각 당의 소속 국회의원들도 사이버 전략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지도부가 총출동한 ‘행넷’ 캠페인을 “한나라당 알바 논쟁의 재현”이라면서, “타인의 블로그 등에 들어가 일방적인 자기 게시물을 올린다는 방법은 오히려 반감을 초래한다”며 역풍을 우려했다.

우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도 “사이버 홍보전도 실은 정책 개발이나 대안 제시보다는 여론만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발상”이라면서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은 사이버 문화를 오독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덧붙여 “민감한 현안에 대해 돌출적인 자기 표현욕이 있는 네티즌들과 근접할수록 오히려 부담이 클 수 있다”며 사이버에의 과도한 몰입을 경계했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12월9일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