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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update] 구시대의 조종을 울리는 일

by 수레바퀴 2004. 12. 7.

봉건시대의 가부장적 구조에 해당하는 민주주의 시대의 국가보안법-냉전구조가 해체의 직전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가부장적 구조가 '성'을 억압하고 양성평등을 부정하면서 인간과 정치를 일방향적으로 몰아갔다면, 국가보안법은 '사상'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파탄으로 인계한 독재정치-국민주권에 기초하지 않은-의 산물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김대중, 노무현 등 국가보안법의 피해자가 연겨푸 집권하면서 법의 리얼리티는 무참히 깨졌다.

조선일보 등 과거 시대를 군림한 언론권력이 맹렬하고 반지성적인 어조로, 반공 이데올로기에 입각해서 두 정치인을 규탄했지만 결과는 과거와 다르게 나타났다. 이로써 법의 존재감도 한층 얇아졌다.

사실 수구냉전세력은 충격과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들의 본능적인 자기방어를 외면하지 않는 고루한 지식세계, 제 무덤에 침을 뱉는 '뉴라이트'의 변절의 미혹, 역사의 회한을 증오로만 간직한 집단적 폐쇄성. 이처럼 현존하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과거회귀의 징후들 속에 제17대 국회는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거대 여당은 '구시대의 조종을 울리는 일'을 '손바닥'과 '기습'으로 옹색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대안도 없이 맹목적인 반대만 일삼던 야당과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논박할 수 없던 형편을 감안하더라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구시대를 떠나보내는 일은 영화 속 작별처럼은 아니더라도 개운한 맛을 남기지 않으면 안된다.

장대한 개혁의 새 시대를 어떻게 '날치기'로 열 전술을 짤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위풍당당한 기세로 의회를 압도하고 밀어 부쳤어야 했다. 지지율 20%대의 집권당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 부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이른바 개혁입법과 관련된 정치적 부담을 '꼬리표'처럼 안게 됐다.

분명한 점은 글로벌 방위산업과 결부된 이권단체 또는 개인(조지 부시...), 냉전의 고물을 먹고 사는 한국사회의 거머리들(정당-언론-지식인-냉전단체...)은 보안법 해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구국'과 '세계경찰'을 자임하지만, 보안법과 같은 일방독주의 사유와 이익으로 결속된 동우회들에 지나지 않다.

집권당은 엄청나게 거대한 이 그룹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까지, 심지어는 체통과 완급론을 설파하는 내부의 '아편'들과) 충돌해야 한다. 그들을 홀로 광야에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함께 할 것인가? 또 민주노동당이 개혁전선에서 우리당을 불신하는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점에서 우리당의 일부 인사들을 그대로 둬야 할지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지지자들이 우리당을 버릴 수 없다면, 결단의 시점이 다가 왔다.

2004.12.7.

덧글 : 정치권이 보안법 상정 효력 공방에 빠져든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하에 있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무기 4-6개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확신한다."는 IAEA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러나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런 추정이 새로운 정보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뉴욕발 연합뉴스로 타전된 이 기사는 (인터뷰이 스스로가 사실근거를 단지 추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다시한번 국내 동우회의 신문들에게 앞다퉈 실리고 있다.

한편 탈냉전기 안보담론의 패권주의적 담론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뉴욕타임스에는 보수파 칼럼니스트들이 득시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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