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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우리당, 지지자들은 '배가 고프다'

by 수레바퀴 2004. 12. 3.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조선일보다. 하지만 안티조선이 거듭되고 김대중·노무현 등 비주류의 연속 집권, 인터넷 대안매체의 신장 등으로 속병도 상당히 들었다. 오늘날 조선일보의 주장이 과거처럼 국민 대다수의 '바이블'이 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주류세력은 상당히 퇴보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DJ 집권기에 인터넷-新지식인 등은 구기득권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놀라운 문화운동이었다.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한국의 보수진영도 이것의 진정한 국면을 이해하지 못한 채 경제적, 정치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DJ의 처방전은 ‘백약이 무효’이던 냉전의 문명을 하나 둘 와해시키고 결국에는 6.15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이 6.15 정상회담은 적대적 대상이던 북한을 적어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시킨 정치적 쾌거였다. 물론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 특별법을 수용해 ‘햇볕정책’ 성과를 일정하게 퇴색시키는 실수를 범했지만, 최근 다시 확고한 대북포용정책을 표명하면서 만회하고 있다.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의 ‘연기금’ 운용과 관련된 발언 파문, ‘안개모’ 등 우리당 내부의 노선경쟁, 386 그룹의 실용주의화 등 하나로 집약되지 않고 뿔뿔이 흩어지는 정치력이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만 해도 이 사안이 한국사회 보혁대결의 상징적 대결장이라고 할 때, 보다 확고한 당의 입장을 가지고 뛰어들어도 될까말까한 것이었음에도 시기도 놓치고 어영부영하면서 결국엔 “왜 하필 이때에…”라는 곱지않은 국민여론을 자초했다. 4대 입법이 대부분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이나 열혈 지지자들이야 이 모든 책임이 조선일보요, 한나라당이라고 치부하면 그뿐이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는 숟가락 수만 많지 어느 것 하나 제때 먹지 못하는 꼴과 다르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볼멘 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지지율도 바닥이다. 지난 17대 총선 이후 이뤄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러는 사이 이른바 ‘新보수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뉴라이트’ 운동도 제시됐다. 광범위한 중도세력이 결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20만명이 방문한 박근혜 대표의 미니홈피와 3만의 ‘박사모’에 고무돼 ‘사이버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인터넷에서도 보수 매체가 급증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특히 젊은층, 30~40대의 보수화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당 안팎에는 “별거 아니다”라는 낙관론이 여전하다. 그러나 개혁진영에 영원히 우호적일 것이라고 여겨지던 인터넷에도 ‘치열한’ 경쟁이 눈앞에 다가왔다. 선거를 결정짓는 경제적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없다. 내년 봄 재보선에선 우리당의 참패가 확실시 된다. 과반수는 1년도 채 안돼 무너질 것으로 예고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구시대의 막차가 되기 위해 희생하고 있는 동안 축적된 일들이다. 과반수일 때도 국가보안법 문제를 속시원히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봄 이후를 상상하는 것은 끔찍하다 못해 환멸스럽기까지하다. 미숙한 정치로 지지도가 곤두박질친 우리당이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그보다 더 부담스러운 정치만 하는 야당 덕분(?)일 뿐이다.


게다가 30%도 넘기지 못하는 지지도를 가진 집권세력에게 존재의 의미란 사실상 없다. 이 상황을 언제까지나 용인할 지지자들도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우리당 때문이다.


최근 우리당의 한 관계자에게 왜 우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 때나 평상시에 ‘보도자료’조차 기자들에게 안 보내느냐고 묻자, “원인을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독려를 하는 데도 “잘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 한나라당과 소속 의원들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문건은 우리당의 그것보다 8~9배나 많았다.


“이것 하나 가지고 무에 그러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당은 확실히 소수 여당이었을 때보다 부지런함도 집중력도 떨어졌다. 우리당을 지켜 보고 있으면 개인적으로 ‘떠드는 것’은 하는데, 조직적으로 ‘합심하는 것’은 보이지가 않는다. 문성근, 명계남 씨가 ‘잡탕정당’이란 발언 때문에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잡탕은 아닐지 몰라도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열혈 지지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무현-우리당 지지자들은 더 이상 인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 마디로 “배가 고프다” 구시대를 떠나보내는 치열한 실천이 부재한 당에게, 새 시대의 희망을 가질 ‘아사녀’는 없다. 아사녀가 보는 앞에 세워진 아사달의 무영탑-석가탑을 보고 싶다. 금쪽 같은 지지자들의 인내의 시간을 더 이상 시험하려 들면 안된다.


출처 : 데일리서프 http://www.dailyseop.com/data/article/11000/0000010244.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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