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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열린우리당 창당 1주년 '유감'

by 수레바퀴 2004. 11. 12.

열린우리당이 창당 1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집권당으로서의 위용은 실종된 채 지지자들로부터도 엄중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개혁진영의 의회장악이란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힘'을 얻었지만, 오히려 한나라당의 색깔공세와 강경대응에 맥을 못쓰고 정국 주도권을 잃었다. 마침내 정권 출범후 최저 지지율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지자들에게 이것은 모욕스럽고 참혹스러운 일이다. 사실 우리당은 스스로의 자생력에 의해 의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정면돌파'와 초유의 '탄핵사태'가 일으킨 바람으로 제1당이 됐다. 즉, 우리당은 모래 위에 지은 누각처럼 위태로운 정당이다.

총선 후 당내 정비와 개혁입법 추진으로 정체성을 확인시켜 지지층 결집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당내 계파간 '개혁속도 조절론'으로 날이 저물고, 당론으로 확정한 4대 개혁입법마저도 뒤흔들리고 있다. 지지자들이 노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의 말 한 마디에 감격하는 것을 볼 때, 151명의 거여 우리당을 향한 실망감은 감출 길 없다.

소수 정예의 정당이었다면 동정과 함께 '격려'를 받을 터인데, 수만 많을 뿐 지리멸렬하기 이를 데 없다. 노대통령의 탄핵과 총선 전까지는 소수 정당이었다고 쳐도 이제는 어느모로 보나 집권당 아닌가. 이미 개혁세력은 DJ에 이어 근 7~8년간 집권의 위치에 있다. 언제까지 보수언론과 기득권 타령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노대통령의 '탄식'처럼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결정 같은 예상치 못한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경고처럼 그런 일은 얼마든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50명도 아니고 100명도 아니다. 150여명의 국회의원이 정치개혁, 언론개혁, 역사개혁을 못 이룬다면 그걸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우리당 지도부에 있다.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의지도, 힘도 없는 것같다. 집안 단속도 못하고 적전 분열까지 해대는 통에 노무현과 이해찬 두 사람만 보인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당을 일대 쇄신해야 한다. 할려면 제대로 하고, 하지 못할 거면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이와 관련 최근 최장집 교수의 참여정부 '꼬집기'는 정확한 진단이다. 최 교수는 "참여정부는 선거때 왼쪽이고 통치는 오른쪽으로 한다"며 통렬히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파업 불허, 비정규직 문제 등 보수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보수신문 등에게 좌파공세에 시달리는 아이러니한 여권 상황의 원인을 지적한 것이다.

노대통령 등은 지금까지 좌파적·반시장적·반기업적인 정책은 고사하고, 여권의 역량을 넘어서는 개혁 추진으로 안에서는 완급조절을, 밖에서는 색깔시비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최교수의 지적대로 舊기득권 세력이 헤게모니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어 개혁진영이 합심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철저히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정권의 임기도, 개혁의 길도 변곡점에 다다랐다. 중대한 변화가 있지 않으면 '개혁진영의 장기집권'은 물 건너 간다. 여권은 넓은 안목을 가지고 실현 가능한 개혁 과제를 하나씩 완수해가는 것으로 목표를 줄여 잡는 게 필요하다. 지지자들도 노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열렬한 애정에서 비껴서서 잘잘못을 충분히 지적하는 것이 옳다.

무조건 보수신문과 한나라당 탓이라고 하는 것은 거대 여당에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다. 차라리 엄밀한 자기반성을 요구하고 그것을 수렴하지 못하는 구성원과 당이라면 전면적인 재구성도 불가피할 만큼 지금은 비상한 시기이다. 한나라당과 기득권, 보수신문은 여당의 4대 개혁입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저항을 할 태세이다.

물러설 곳은 노무현-참여정부-우리당-개혁진영에게도 있지 않다. 대체 20%의 지지율로 어떻게 개혁을 할 수 있단 것인가. 산산이 깨지더라도 기득권과 맞서는 노고만은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 우리당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개혁'의 '개'자도 못 꺼낼 만큼 개혁 인플레의 시대가 와 있다. 우리당과 지지자들은 몸서리치게 자각해야 할 것이다. 누가 지금의 우리당에게 희망을 떠올릴 것인가 말이다.

출처 : 데일리서프라이즈 2004.11.12.

         http://www.dailyseop.com/data/article/9000/0000008622.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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