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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우리당 보수·중도 세결집 '속앓이'

by 수레바퀴 2004. 11. 11.


여야간 대치 정국이 계속되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28명이 참여하는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이 11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이날 안개모는 3선의 유재건 의원을 대표로, 안영근ㆍ조배숙 의원을 간사로 선출하며 틀을 갖췄다.

안개모 참여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행자부 장관을 역임한 이근식 의원,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조성태 의원 등 장차관을 지낸 전직 관료와 권선택ㆍ유필우ㆍ조성래 의원 등 고시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민주화운동 경력자는 안영근ㆍ이철우 의원 뿐이다.

이들은 최근 여권이 강력히 추진해온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 입법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당 내부에서 가장 중도ㆍ보수 성향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개혁당 출신의 유시민ㆍ김원웅 의원이 주축이 된 ‘ 참여정치연구회’, 송영길ㆍ임종석ㆍ우상호 의원 등 386 운동권 출신이 중심이 된 ‘새로운 모색’, 전병헌ㆍ민병두ㆍ노영민 등 긴급조치 세대 주축의 ‘ 아침이슬’과 이광재ㆍ서갑원 등 친노 직계 386 그룹의 ‘ 의정연구센터’는 우리당의 진보적 색채를 도맡고 있다.

또 여기에 천정배ㆍ이종걸 의원 등 당권파인 ‘ 바른정치모임’과 문희상ㆍ유인태ㆍ김진표 의원 등 참여 정부 1기 내각과 청와대 핵심 멤버가 주축이 된 ‘ 일토삼목회’는 계파간 역학 구도에서 일정한 완충 역할을 담당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안개모는 지난 4ㆍ15 총선 때부터 잠복하던 여권의 복잡한 이념 스펙트럼을 단적으로 표출된 것이지만, 당초 참여가 예상되던 의원들이 이름을 빼달라고 하는 등 출발부터 움츠러들어 순탄치 않은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 개혁 속도조절론 강조

이를 의식해서인지 유재건 의원은 발족사를 통해 “ 당론이 결정된 뒤 딴 소리를 내서 당의 기운을 빼는 일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 좌파 정책, 친북 세력 등 단골로 등장하는 원색적 발언의 증거를 대라”며 한나라당의 색깔론 주장을 비판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안개모의 출범 계기가 된 국보법에 대해서는 “ 대체 입법이든 형법 보완이든 법 절차에 하자는 없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통과되도록 하겠다”면서 당내 개혁 추진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일단 피했다.

특히 386 그룹을 이끄는 송영길 의원도 ‘ 당내 분열’로 보는 안팎의 시각을 차단하기 위해 “ 152명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꺼번에 담아 내는 것이 어려운 만큼 이러한 모임이 필요하다”고 격려하면서, 당의 진정한 통합에 기여해 줄 것을 주문했다.

김진표 의원은 “ 야당 의원은 상대 약점만 찔러대기만 하는데 그런 것까지 수용하고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면서, “ 개인적 의견 표출은 자제해야 하지 않겠는가”고 신중한 활동을 당부했다.

그러나 안개모 간사로 선출된 조배숙 의원은 “ 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과 경제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며 방법론상으로도 개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해찬 국무총리의 차떼기 발언과 사과문제에 대해서도 “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을 근거 없이 좌파로 몰아간 것은 잘못이지만, 이총리의 발언은 총리 신분으로서는 부적절하다”고 평하는 등 당내 개혁 그룹과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또 안병엽 의원은 “ 당 내부의 갈등 요인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면서 “ 안개모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개혁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야당과의 대화 과정을 통해 변경을 시도할 수도 있다”며 개혁 입법 관철 방침을 갖고 있는 당 지도부와 다른 시각을 거듭 밝혔다.

안개모 소속 한 의원은 “ 지지층 확대는 보수와 진보를 조화시킬 때 가능한 것”이라면서, “ 진보 중심의 개혁은 더 많은 지지층을 잃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 당내 불만·비판의 목소리 높아

이에 대해 당내의 불만과 비판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리당 청년중앙위원 윤선희 씨는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 안정과 개혁은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당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해야 할 일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협과 상생보다는 강력한 추진력”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임종인 의원은 “ 노무현 대통령의 등 뒤에다 대고 총질하는 제 2의 후단협”이라고 했고, 나중에 사과를 표명했지만 유시민 의원도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거칠게 공격했다.

이렇게 당내에서 안개모를 향해 불쾌감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데도 여권 개혁그룹과 소장파들은 대체로 ‘ 느긋한’ 분위기다.

또 지난달 말 안영근 제 2정조 위원장, 이계안 제 3정조 위원장 등 안개모 소속 당직자들의 집단적인 당직 사퇴가 거론되던 심각한 국면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개모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당의 사정을 감안, 4대 개혁입법도 일단 당론을 따르는 것으로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당의 노선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 진보적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안개모 출범에 대해 “ 우리당은 창당 때부터 어렵게 이어져 오고 있다. 한 마디로 이념과 노선이 불분명한 세력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사실 47석의 초미니 여당에서 152석의 ‘ 거여(巨與)’가 된 우리당의 이념적 분화 현상은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심화했다. 재야 출신 및 386 운동권, 그리고 개혁당 출신 의원들이 최근까지 파병문제, 선거법 및 사립학교법 개정, 규제강화 경제 입법, 헌재 수도이전 위헌 결정 등 각종 정치적 현안을 놓고 보수파들과 시각 차이를 보여 왔다.

안개모도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월 ‘ 보안법의 안정적 개정을 위한 의원 모임’은 안개모의 전신이다. 여기에 여권 핵심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집권 여당임에도 제대로 된 개혁 한번 해보지 못했다는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내년 재보선에서 과반을 잃을 것이 확실하다는 패배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의 미숙한 국정 운영이 ‘개혁 피로감’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 지지율은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운동권 출신 의원은 “안에서는 중도ㆍ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발목을 잡고, 밖에서는 한나라당이 뺨을 때리고 있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개모의 등장은 여권 내 개혁 그룹에 또 다른 압박을 줄 것만큼은 분명하다.

안개모는 “ 당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묵묵히 따라만 가던 데서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 “ 국민 정서와 동떨어지거나 이상적인 개혁 입법은 개혁 과정에 혼란만 야기할 뿐 아무런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혀 앞으로 당내 진보계파들과 노선투쟁에 나설 여지를 열어 뒀다.

한편 유재건 의원은 4일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안’ 연내 강행 처리에 반대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 한 두달 늦어져도 국민과 함께 해야지 일방적인 것은 안 된다는 것이 저와 안개모 회원들의 생각”이라고 밝히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와 관련, 안개모는 4대 개혁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원만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론 수정 등 전면적인 재논의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이념중심 정계개편 물꼬"

특히 내년 3월로 예정된 전당 대회를 앞두고 당권에 도전하기 위해 본격적인 세 확산을 추진할 공산도 커졌다.

현재 유 의원은 당 의장 출마를 부정하고 있지만, 전당 대회와 관련된 모종의 시도를 한다면 ‘ 참여 정치 연구회’ 등 당내 개혁 그룹들과 일전도 예상된다.

당내에 안개모 발(發) 보혁 갈등이 증폭되고, 한나라당 내에 잠복한 소장파 - 보수파간 갈등이 첨예화한다면, 이념 중심의 정계 개편 흐름이 정치권 전반으로 번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

출처 : 주간한국 200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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